몇 년 전 과학 교과서의 진화론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을 일으킨 뒤 한동안 잠잠했던 한국창조과학회가 ‘착한과학’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고 교사들을 앞세워 학교로 침투하고 있다. 교과서를 바꾸지 못했지만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먼저 2014년 초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보자. “한국창조과학회에서는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교내 창조과학동아리 운영에 대한 실 사례와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교사 강습회를 개최합니다.”라며 대상은 현직 교사라고 밝히고 있다.
(http://www.kacr.or.kr/bbs/view.asp?tn=news&key_id=5962&b_no=5757&category=1)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 |
창조론자 교사들의 동아리 활동은 그 이전부터 있었다. 2013년 11월 게시물을 보면 창조과학회 모임에서 경민고등학교와 하남고등학교의 창조과학 동아리 지도교사들이 발표했다는 내용이 있다.
“경민고등학교의 창조과학 동아리는 2012년도에 성경과학반으로 시작하여 매달 창조과학 강의와 활동, 대학탐방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소수의 아이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더 활발한 동아리 활동을 희망하고, 함께하는 학생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남고등학교의 창조과학 동아리는 특별히 열성적이고 적극적이며 학구열이 높은 학생들이 매우 많이 활동하고 있으며 입소문이 좋게 나 있다고 한다. 오성원 교사는 현재 입시 전쟁 시기에 창조과학 활동의 재정립과 활동평가를 통한 변화를 모색하여 수시입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http://www.kacr.or.kr/bbs/view.asp?tn=news&key_id=5822&b_no=5620&page=3&category=5)
최근에는 창조과학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착한과학’이라는 명칭의 행사들을 개최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창조’라는 단어를 감춰서 불순한 의도가 외부에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 곳곳에서 ‘착한과학’이 ‘창조과학’의 새로운 이름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창조된 위대한 존재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받을 때 진정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회복되어지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진화론적 과학을 통해 삶의 이유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과학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새로운 운동이 필요합니다. 창조과학회 차세대 사역팀들은 ‘착한과학운동’을 2013년부터 시작하였습니다.”
(http://www.creation.or.kr/library/print.asp?no=5623)
"출판회사도 ‘착한과학’으로 명칭을 개칭하여 도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조과학 정보를 교회와 세상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
(http://www.creation.or.kr/library/print.asp?no=5821)
“2015년 새로운 출발을 다시 다짐하면서, 창조과학 관련 출판, 미디어제작, 자료 보급 등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착한과학을 통해 교육 컨설팅을 비롯하여, 대안학교 등과 연계한 창조과학적인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새로운 시도들이 있을 것입니다.”
(http://www.creation.or.kr/library/print.asp?no=6067)
“착한과학 운동에 복 내려 주사 창조의 진리를 가르칠 믿음의 교사, 주일학교 교사, 목회자들이 연합되게 하시고 실질적으로 빠른 발전을 이루어주소서”
(http://www.creation.or.kr/support/prayer.asp)
착한과학 홈페이지(http://www.bettersciencelab.com)에서는 창조론에 관련된 단어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흔적이 완전히 없지는 않다. 착한과학 강연회 사진에서 "지적설계와 바이오모방공학"이름이 드러나있다.
(http://www.bettersciencelab.com/494364405345824-201445380-1150900.html)
▲착한과학 홈페이지의 2014년 11월 서강대 행사 사진 |
과학자들은 현생 생물들이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진화해서 생겨났음을 사실로 인식하고, 다양한 생명과학 분야에서 그 사실을 토대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자들 중에 근본주의 기독교인들 일부가 창조론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과학자가 과학계 밖에서 벌이는 일탈일 뿐이며 학계 밖의 이야기다. “생물이 진화되지 않고 창조론자들 주장대로 창조되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 하는 연구 따위는 과학계에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종교적 믿음을 방어하고 선전하기 위한 일부 몰상식한 교육자들로 인해 수업시간에는 교과서에서 생물의 진화를 배우고 뒤돌아서는 교사와 교수들에게서 “교과서에 나오는 생물의 진화는 허구이며, 지적 존재가 창조했다”라고 배우는 현 상황에 우려를 감출 수 없다.
강석하 kang@scientificcritic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