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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발달단계에 대하여 (괴수의 경우)
괴수
괴수 지방이류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열등감은 잠시, 새로이 펼쳐지는 학문의 세계에 괴수는 황홀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고등학교에서, 괴수가 특히 싫어했던, 강압적분위기에서 벗어난 새로운 자율의 세계에서 괴수는 마음껏 지식을 욕심을 내었습니다. 특히 철학, 수학, 물리학과 물리화학에 괴수는 경이로움과 무한한 흥미를 느꼈습니다. 수학에서의 간결한 여러 정리들, 고급의 미분방정식들... 물리학에서 자연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여러 법칙들... 세상의 모든 변화를 설명할 듯이 당당한 물리화학... 새로운 지식을 자신있게 설파하시는 교수님들의 당당함. 괴수는 수학과 물리학이 모든 존재를 설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고 이것을 더욱 더 깊이 있게 공부하기위해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박사과정 첫해, 양자역학과 고전역학 그리고 통계역학을 공부하면서 괴수는 더욱 자연과학의 간결함이 세상의 전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라. 저 자신있게 강의하시는 교수님들을. 그리고 보라. 여러 가지 물리법칙의 아름다움을...’ 당시 괴수의 생각이었습니다. 괴수는 학문의 세계로 매진하여 주위의 교수님들에게 배우며 자연과학 지식을 더욱 더 쌓아나갔습니다. 괴수는 생물리화학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험이 안 되어, 혹은 어떨 때는 기계가 고장나서, 몇 밤을 새우며 고민하던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괴수는 교과서에서 배운 것들에 대하여 의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실험의 복잡함과 교과서의 실험 결과들의 간결한 아름다움 사이에서 괴리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괴수는 스스로에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교과서적인 실험, 그리고 다른 사람이 논문으로 발표한 실험과 비교하여 내 실험이 어려운 이유는 아무도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괴수가 마침내 교과서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단계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괴수는 대학교 때 배웠던 교과서의 내용이 아주 잘 control된 조건에서만 성립하는 것이며, 비유하자면 교과서는 연극의 무대와 거기에 출연하는 배우들이며, 세상에는 무대 뒤라는 곳이 있어서 아름다운 연극을 진행하기위한 실제적인 모든 일이 그곳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을 때 쯤 괴수는 절대적인 인도자로 생각했던 지도교수님도 실제로는 괴수보다 잘 모르신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실험은 괴수가 했으니 실험결과를 지도교수님께 여러번 설명해야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괴수는 스스로 지식의 최고봉에 올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지도교수님도 괴수의 설명을 들어야한다. 내가 한 실험결과는 인류최초의 지식이며, 그 지식의 발견자는 나이다’라는 생각들입니다. 이제 괴수 스스로 실험을 디자인하고 논문을 써야하는, 지식의 끝에서 인간이 가지 못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해야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지식의 최고봉에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무지에 눈을 뜬 것이지요. 괴수자신이 쌓아온 지식을 기반으로 무지 쪽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괴수는 실제로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이것이 과학을 시작하는 본질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괴수는 해보았습니다. 지금 괴수는 누가 괴수를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두렵습니다. 괴수의 전문분야의 좁음! 아는 것이라고는 악어 왼쪽 눈까풀뿐인데, 누가 악어 전문가라고 생각하거나 악어의 생태, 악어의 생리 등에 대하여 물어보면 실제로 두려움을 느낍니다. 괴수의 소위 전문분야에서의 이야기가 나오면 더욱 두렵습니다. 괴수의 전문분야라도 인간이 알지 못하고 있는, 앞으로 알아야할, 무한대의 지식에 비하여 전문분야에서 괴수가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적은가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괴수가 이럼에도 불구하고 절망하지 않는 이유는, 괴수는 (좁은 전문분야에서의) 지식의 한계를 알고 그 한계를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 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물리화학을 금과옥조로 믿고, 그 지식으로 모든 변화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다고 믿는 내 학생들에게 저는 항상 이것은 무대와 연극에 불과하다고 타이릅니다. 무한한 인간의 무지에 비하면 교과서에 있는 물리화학의 지식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가를 제 학생들이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인간의 지식의 범위를 넓히는데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르칠 수 없는 일반인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저는 저 분은, 어떤 면에서는,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스스로 아는 범위가 진리라고 믿고 있을테니, 진리를 파편을 찾아 가지고 계신 분은 행복하겠지요. <본 글은 BRIC 내부 추천을 통해 소리마당 추천 글/토론으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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