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비가 얼만지 압니까? 기초연구비 말고요. 2년전 자료에서 IBS를 제외하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다 합쳐도 1년에 4천억이 안됩니다. 반면 이공계 연구비 관리하는 공무원조직이 자체적으로 인건비등으로 쓰는 예산이 연 2조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큽니다.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64594.html 이 문제에 대해 2년전에도 글을 썼고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id=28143&Board=isori 담당 고위관리에게도 지적했는데 최근에 기초과학 예산이 다소 늘었습니다만 일반국민들 뿐아니라 과학기술자들 (아마 응용쪽으로 보이는) 사이에도 여전히 기초과학에 대해 오해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연 4천억이면 하버드대 1년 연구비 (8천억) 반밖에 안됩니다. 기초과학은 응용을 목적으로한 공학이 아니고 진리탐구와 호기심충족이 1차목적이며 그 호기심충족은 과학자 본인뿐 아니라 국민과 모든 인류의 것입니다. 그 차이를 이해를 못하니 한국은 과학과 공학의 차이를 이해 못하고 기초과학하는 랩에 와서 수입대체효과가 얼마요 하는 황당한 질문을 하는 고위공무원이 생깁니다. 즉 이런 오해와 무지는 한국에서 과학대중문화의 낙후성을 보여줄 뿐입니다. 이런 무지는 딴 나라에 비해 기초과학예산이 태부족한 결과를 나았고 그간 사실상 공학에 투자해놓고 과학에 딴 나라보다 더 투자했는데 왜 노벨상 못받아? 한민족이 머리가 나쁘거나 과학자들이 삥땅한거냐? 하는 엉뚱한 자학과 누명씌우기로 이어집니다. 역대 정부는 기초연구비란 모호한 항목으로 소액인 기초과학연구비를 더 큰 응용연구비에 숨기고 있고 마치 기초과학에 큰 투자를 하고 있는양 국민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기초과학의 목적인 호기심충족이나 지식생산에 세금을 더 투자할지 여부는 국민의 판단이나 최소한 그동안 투자 안 해 놓고 투자한 줄 착각하는 사기에 속게 해선 안 되는 것입니다. 저 4천억 연구비중에서조차 진짜 기초과학은 반도 안될겁니다. 이런 오해는 일부 과학기술자들에도 퍼져 한국이 마치 기초과학에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는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높아진 대학원생, 포닥들 인건비에 기초과학 학과는 연구비를 못 대서 대학원생이 안 오고 많은 대학에서 기초과학학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입에서 기초과학과목도 선택으로 바뀌어 한국기초과학은 그 흔들리던 뿌리마저 뽑혀 나올 지경입니다. 이런 기초과학의 붕괴는 결국 산업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져 그 피해는 수 세대에 걸쳐 나타날 것입니다.
기초과학이 응용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응용성이 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예로 현대 문명의 근간인 전기공학은 패러데이가 전자기법칙을 발견해서 시작됐는데 관리들이 실험실을 방문에 "이걸 어디다 쓸 수 있냐"고 물었고 패러데이는 나중에 세금을 매길수 있다. 그리고 갓난애가 뭘 할 수 있을지 어떻게 아냐고 답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패러데이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응용목적이 아니고 종교적 신념때문에 전자기현상을 연구한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니들이 패러데이 같은 천재냐? 한국은 부자나라 아니라서 그런거 필요없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뉴튼이 과학혁명을 이룰 때 영국은 산업혁명직전이었고 중국 프랑스 이태리등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나라였습니다. 뉴튼의 연구는 후에 증기장치나 기계 건설등에 응용돼 영국의 산업혁명을 더 촉진시켰습니다.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인 한국이 기초과학을 못 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가 이제는 아니란 얘깁니다. 뉴튼의 예는 기초과학의 발전과 그 실용적 응용은 단순히 국부의 정도로 결정되는게 아니라 한 사회의 문화적, 제도적 여건과 관련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더 현실적인 예를 든다면 제가 아는 사람중에 순수기초과학을 한 박사가 있는데 자기 전공을 숨기고 국내 반도체 회사에 들어가 수율을 높혀 대박을 친 사람이 있습니다. 기초과학자도 뽑는 외국 대기업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당장 뽑아 쓸 수 있는 공학전공자만 찾죠. 그 박사가 기초과학공부하면서 배운 근본적 지식을 잘 활용했기 때문에 공학전공자들이 못 찾아낸 문제점을 찾아냈던겁니다. 솔직히 말해 반도체 산업은 양자역학에 기반을 둔 것인데 명문대 공대 교수중에도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네요. 가끔 보면 딴 선진국은 먼저 산업화된 후 기초과학이 발달했다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가 아는 영국 프랑스 독일등 선진국 강대국 들은 거의 다 기초과학이 먼저 발전하거나 동시에 발전하면서 성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양자정보란 분야가 있는데 한국이 20년전에는 중국에 앞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연구비를 잘 안 줘 대부분 연구자들이 딴 길로 갔고 중국은 엄청난 돈과 인력을 투자해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 있습니다. 미래에 이 차이가 정보통신산업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이런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부족과 무지는 결국 원천기술을 만들 잠재력이 사라지게 하는 것이고 인건비 후려쳐서 남 따라하기로 중진국까지 왔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추락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중진국 마인드로 기초과학을 무시하는 풍조가 여전하니 걱정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무원들도 이런 문제점을 뒤늦게 나마 인식하고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무엇이 기초과학인지에 대한 개념정립이 아직도 안 돼 있어 보이고 응용이나 공학쪽에선 연구비 뺏길까봐 방해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여전히 정부는 기초과학연구비는 잘 발표하지 않고 기초연구비란 애매한 항목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려면 우리만의 원천기술을 확보해야하고 (황모씨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 단어입니다만) 그 원천기술이란게 기초과학의 육성없이 이룰 수 없는 것이며 아직까지도 일반인이나 일부 과학기술자들의 믿음과 달리 한국의 기초과학 연구비는 한심한 수준이며 이제 중고등부터 기초과학의 근간자체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초과학을 잘 모르면 반도체가 작동하는 원리를 어떻게 알며 DNA가 복제되는 과정을 어떻게 이해합니까?이런 기초가 부족한 엔지니어들이 과연 딴 선진국을 이길 획기적인 발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한국은 산업화는 어느 정도 이뤘지만 일반의 인식과 달리 과학화는 시작한지 한 20년밖에 안됩니다. 후발주자로서 딴 나라들 따라잡으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투자해야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OECD수준은 돼야합니다만... http://www.edaily.co.kr/news/news_detail.asp?newsId=01193926619308304&mediaCodeNo=257&OutLnkChk=Y 이 기사를 보면 "기초연구비"가 2016년까지 OECD 기준보다 낮고 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식이 있는 기사에서조차 기초연구비를 기초과학연구비로 착각해 연 11.1조나 된다고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은 4천억도 안됐는데 말이죠. 웃픈 현실입니다.
우리 과학기술자부터 한국의 기초과학 연구비의 현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겠습니다.
ps) IBS를 포함하면 기초과학연구비는 더 늘어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에게 IBS연구비는 아무 상관없는 남의 나라 얘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