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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창조과학연속기고-13] 사생활과 공공의 경계에서
김우재
  (2017-09-13 06:38)
 

인터넷에 떠도는 창조과학에 대한 비판은 흔히 이들이 기대고 있는 개신교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곤 한다. 하지만, 박근혜 국정농단에 대한 비판이 한국인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져서는 안되듯이, 비록 특정 종교에 기대고 있다고 해도, 창조과학에 대한 비판과 제지를 종교에 대한 그것과 혼동해선 안된다. 서로 죽일듯 싸우는 창조과학자와 반-창조과학연대의 수준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인터넷상에 떠도는 ‘창좀’이라는 말은 창조과학자와 좀비의 합성어인데, 한 개인 혹은 집단을 좀비라고 비하하는 집단의 정체성이란, 그들이 비난하는 대상의 이름만 바꾸면 ‘일베’와 다를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창조과학자들이 살인자나 강간범은 아니다. 적과 싸우다 적을 닮아가는 일이, 20년전 진화론과 창조론의 논쟁이 한창이던 온라인 공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1

창조과학을 논리적으로 격파하고, 이들이 온라인 공간에 발 붙히지 못하게 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 열심히 싸워온 이들에겐 실망스러운 소식일지 모르지만, 한국창조과학회는 카이스트, 포스텍, 한동대, 명지대 등등의 유수한 대학과 대형교회를 점령하고, 매년 열리는 학술대회에 수천 명이 참가하는 명실상부한 개신교 세력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의 승리에 도취되어 자만하는 동안, 이들은 현실세계의 개신교 조직을 이용해 자금을 만들고, 학술지를 출판하고, 조직을 만들어 사회 곳곳 심지어 지식인 사회와 정부기관에도 창조과학자를 진출시켰다. 박성진 후보는 그 한 사례일 뿐이다.

싸움의 방식이 잘못되었다.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지난 수십년간 벌어진 창조과학과의 전쟁은 오히려 이들에게 권위를 부여했다. 마치 이들이 학술적 라이벌이며 진화생물학자들이 상대할 만큼 대단한 집단인 듯한 착각을 만들어낸 것이다. 학술적 권위가 생긴 집단은 사회적 권위를 갖게 되고, 그 권위를 이용해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종교인을 포섭할 수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창조과학과의 전쟁을 벌여온 지난 수 십년간, 그가 잡지를 통해 마이클 베히의 논증을 격파하고 창조과학을 언변으로 박살냈다는 에피소드 외에, 과학계가 얻은 소득은 없다. 그 기간동안 창조론자들은 정말 근사하게 보이는 학술지를 펴냈고, 지적설계론을 통해 진화했고, 이젠 공직에 진출해 과학계를 지탱하는 사회경제적 틀을 조종하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창조과학을 분쇄하려는 도킨스의 시도조차, 자신의 도그마를 적에게 주입시키려는 나이브한 전술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그마와 도그마가 부딪힐 때 생겨나는건 전쟁 뿐이다. 도킨스의 도그마가 창조과학자들에게 부딪히면, 그 작용은 더 강한 반작용으로’만’ 나타난다. 창조과학에 대한 몇 번의 대규모 논쟁이 한국에서도 있었지만, 그 결과로 돌아온 것은 ‘교진추’라는 강력한 단체였다. 교진추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의3  약자로, 이들은 과학교과서에서 비과학적인 진화론을 제거하기 위해 창조과학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한 비장의 무기다. 이들은 2012년 실제로 교육부에 청원을 시도, 교과서에서 시조새를 삭제하려다 여론에 밀려 후퇴한 적이 있다.4  이 사건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이후 벌어지는 창조과학회의 움직임은 더이상 진화론으로 향해있지 않기 때문이다.

굴직한 사건들만 나열해보자면, 교진추의 시조새 청원과 비슷한 시기인 2012년 박근혜 정부는 장순흥이라는 창조과학자를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장에 임명했다.  이후 미래창조과학부가 발족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당선된 박근혜 정부에서 과학은 여러모로 신음해야만 했다. ‘X-프로젝트’라는 대국민 과학기술연구비 프로젝트는 영구기관을 믿는 사이비과학자가 주도했고,6  창조과학회의 학술원장이었던 김준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가 한국연구재단 생명과학단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심지어 그의 선임에 대해 국내 생명과학자 누구도 언론을 통해 비판하지 않았다. 창조과학으로부터 가장 보호되어야할 생명과학 연구비를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창조과학회의 그것도 학술원장이 버젓이 앉아 몇년간 연구비 집행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젠 중소벤처기업주 장관이라는 중책에 창조과학회의 이사가 임명됐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과학이 사라진 나라에서나 일어날 일이 한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창조과학의 해악은 결코 그들이 수 천명씩 모여 자기들만의 학술대회를 열고, 진지한 과학자라면 누구도 읽지 않을 유사과학학술지를 만드는데 있지 않다. 그들의 해악은, 그들이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을 갖기 위해 공적 영역으로 스며들 때 생긴다. 예를 들어, 카이스트에서 버젓이 창조과학회 회원들이 모여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까지 눈에 불을 켜고 비난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단, 카이스트의 정규 세미나 혹은 정규 강의에서 창조과학이 강의된다면, 이런 시도야말로 제도적으로 처벌할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창조과학자가 교회에서 신학자들과 모여 진화론을 비판하건 말건, 우리는 그런 무의미한 일들에 화내선 안된다. 오히려 우리는 창조과학자가 과학연구비 집행을 주도할 권력이 될때, 창조과학자가 과학기술 정책을 좌우할 공직자에 이름을 올릴 때, 창조과학자가 대통령이 되려 할때, 그들을 반드시 막아야 하며, 그들을 막을 여러 장치들을 지금부터 건설해나가야 한다.

그들이 개인적 신앙과 판단을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와 사회를 창조과학으로 물들이려 할때, 바로 그 순간이 한 사회가 길러온 기초과학의 저력이 드러나는 때다. 우리에겐 그런 저력이 있는가? 없다. 그 이유는 수 십년간 한국사회에서 진행되어온 과학대중화운동에 대한 심각한 재고를 통해서만 드러난다. 한국 과학대중화운동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지 않고선, 우리에게 박성진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upload image
김우재, 급진적 생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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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확인하고 싶다면 반-창조과학 활동을 벌이던 한국 회의주의자들의 말로를 보라.
2 1990년대에는 ‘회의주의자의 사전’등의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또 2000년대 후반에는 장대익 등의 ‘과학과 종교 논쟁’으로 재점화되곤 했다.
3 http://www.str.or.kr
4 https://namu.wiki/w/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
5 필자의 칼럼을 참고.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82434.html
6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19688.html
7 그것이 박성진의 ‘창조공학’ 발언이 무서운 이유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01162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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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창조과학연속기고 

과학자들, 창조과학의 해악을 말하다 

한국 사회의 과학은 개발독재 시대, 경제논리에 밀려 과학의 정신이 뿌리내릴 기회조차 없이 대학과 연구소에 자리잡았다. 과정의 합리성을 통해 진리에 다가가고자 하는 과학정신의 부재는, 한국 과학의 산실이라는 카이스트부터 대부분의 주류 대학들에서 버젓히 창조과학을 가르치는 교수들과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삭제하는 기독교 근본주의 단체의 탄생을 막지 못했다. 지난 몇 번의 정권을 거치며 우리는 창조과학이 한국사회의 주류로 진입하려는 모습을 목도 중이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청 장관 후보자의 임명과정을 통해, 창조과학에 대해 다시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 이 사이비과학 집단에 맞서 한국 과학의 건강성을 담보할 대안을 모색해 보는 일은 의미 있을 것이다.

 



태그  #창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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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9  
진지한  (2017-09-13 07:19)
1
창조론과 진화론 어느 한쪽을 믿어야지 과학을 할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어느 것도 정해지지 않은 지금 시점에 그리고, 언제 밝혀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분야에서 진리를 찾는 길을 꾸준히, 성실히 그리고 침잠히 가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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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진지  (2017-09-13 08:36)
2
어김없이 또 믿음이라는 단어가 나오네요. 과학은 믿는게 아닙니다. 현재의 가설과 증명을 통해 입증되면 인정하는 것 입니다.

마치 몇년전 배에 탄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어라' 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창조과학이 어떤 해악을 끼치든지 니 할일만 열심히 하고 '가만히 있어라'

진화론은 지금까지 밝혀 졌고, 지금도 밝히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밝혀 나갈 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연구자들 치열하게 연구 중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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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17-09-13 09:44)
3
'진지한'님은 굉장한 평화주의자이거나, 이런 논쟁이 그저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은 나이브한 학자이거나, 논점을 일탈하고자 분탕질을 치는 창조과학회 회원일 가능성이 농후하군요.
원글은 개인적 영역이 아닌 공적영역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지요. 진지한 님은 원글에 이미 나온 바 있는 의견(개인적 믿음이 뭔 상관이랴? 근데 공적 영역에 끌고 오지 마라)으로 원글의 필요성을 깎아내리는 괴상망측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혼자서 성실히, 잠잠히 가는 것 정말 좋은니, 제발 종교의 영역 지키고 넘어오지 말라 이겁니다. 창조과학은 엄연히 신앙의 영역이지 과학이 아니라구요... 이렇게 백날 말해봤자 역시나 반발심만 갖겠지요?

청문회에서조차 (쪽팔림을 무릎쓴건지, 걍 모르는건지) 지구의 나이가 6천년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박교수님의 꿋꿋함에는 '존중'을 합니다. 허나 어이없고 황당한 기분이 드는 건 정상적인 개신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다 마찬가지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믿습니다'. 왜 저는 박후보님의 인상이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를 묻는 사람들과 너무나 비슷하게 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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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2017-09-13 09:48)
4
개진지/ 이미 님들이 맞는 것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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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ㅁ  (2017-09-13 10:12)
5
그러니 이런 핀트 안맞는 글은 안쓰시는게 맞을겁니다.
중소기업과 벤쳐 사업위주인데, 과학이 어쩌고 먼저 나설게 아니거든요.
교육관련 부서이면 모를까.
뭔가 이상한데 자기 아는것 다 얘기하면서 나서봤자 핀트가 안맞는데요.
그리고 좀 일할 인재들좀 키우던지요. 자기들끼리 나 잘났다고 해봤자 검증에서 다 나가리 되는데요. 쓸 사람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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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2017-09-14 09:43)
6
가뜩이나 생존이 위태로운 바이오 벤처기업들인데, 창조과학자가 수장이 되어 이들 기업들을 이단으로 몰아서 학살하는 상황이 닥칠 듯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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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강시  (2017-09-13 10:45)
7
원글의 많은 부분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지난 2011년 과학교과서 시조새 삭제시도사건을 되새겨봅시다.
교진추에서 시조새청원을 넣었고 교과부에서는 교진추에 과학교과서에서 시조새를 빼겠다는 답장을 보냈죠.
그때까지 아무도 이 사태를 몰랐습니다.

우연히 이 사태를 알게된 저는 브릭에 시조새청원서 전문의 사본을 공개했고 정보공개를 신청해서 확보한 교과부의 답변서도 공개했습니다.
그 결과, 브릭과 언론은 끓어올랐고 과학한림원이 성명을 내는 등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진화론 대 창조론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네이쳐의 기사로 대한민국의 과학수준이 종교에 굴복할 정도로 허약하다는 것이 전 세계에 알려져서 망신을 단단히 당해야 했습니다.

만약 시조새 사태가 알려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됬을까요?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시조새가 빠진 과학교과서를 보게됬을겁니다.
그리고 교진추에서 연속으로 말의 진화, 핀치새 진화, 후추나방, 그리고 인류의 진화도 빠진 희한한 과학교과서를 받아야했을겁니다.
지금도 교진추는 8차에 걸친 청원서를 국민신문고에 제출했고 앞으로도 계속 제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조과학에 대해서 시끄러워질수록 창조과학이 힘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마치 창조과학이 진화론과 대등한 경쟁상대라고 대중에게 인식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절대로 진화론과 같은 위상의 대화 테이블로 창조과학을 초청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창조과학회가 원하는 것이며 그렇게 되도록 그들은 치밀한 작전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조새 사태에서 봤듯이 강하게 되받아 칠 순간이 오면 그리 해야합니다.
그냥 무시하고 입다무는 것은 능사가 아닙니다.
시조새 사태의 말미에 과학한림원에서 최종(?) 교통정리를 해 준것 같은 명확한 선긋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런 선긋기가 오늘 박성진 장관후보자의 반대운동으로 나타난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조새 사태는 과학도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진화론이 옳고 창조론이 그그다는 것을 알린 일종의 선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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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강시  (2017-09-13 10:55)
8
교진추의 시조새 사건이 알려진 것은 달Q 로 불리는 어떤 창조론 블로그 운영자의 공헌이 지대했습니다.
2011년 즈음, 그의 블로그에서 창조론의 오류를 지적한 적이 있었는데 그가 이젠 진화론도 끝이났다면서 교진추의 시조새 청원에 관한 내용을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청원서가 제출되었다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교과부에서 시조새 삭제를 교과서 출판사에 지시했다는 사실에 경악했고 교과서 출판사에서도 그 요청을 받아들여서 실제로 시조새를 삭제한 과학교과서를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죠.

청원서를 접수했다는 창의재단인가(기억이 가물가물)에 정보공개를 요청해서 시조새 청원서 전문을 입수했습니다. 그것이 1차 청원서 였습니다.

2차 청원서는 말의 진화를 삭제해 달라는 정원서였는데 그것도 정보공개를 요청해서 확보하고 공개를 했습니다.

그러나 3차 청원서는 교진추에서 공개금지와 공개시 공개요청자의 신원을 확보하여 교진추에 알려달라. 그러면 교진추에서 공개를 결정하겠다는 강력한 요청을 창의재단에 요청했다는 이유를 들어 3차 청원서의 공개를 막았습니다.

이미 1차 청원서의 결과 과학한림원의 교통정일가 있었기 때문에 더이상의 청원서 확보와 공개응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 더 이상의 공개요청은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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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탈  (2017-09-14 22:0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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