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소리] 연구실 내 스스로의 가치 증명 필요성과 소통법 |
미룽(대학원생) |
(2023-01-26 2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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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구실 관련 문제로 며칠째 고민을 멈출 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선배 또는 후배 연구자님들께 의견을 여쭙고자 합니다.
저희 교수님은 아직 젊으신 신진 연구자이시고, 저희 학교에 부임한 지 5년 정도 되셨습니다.
저는 인턴부터 수행한 연구실 초창기 멤버였기 때문에, 나름 유망한 주제를 받아 단독 과제를 수행하며(연구실원 대부분 단독과제를 수행함) 이 과정에서 제가 연구실에 어느정도 기여를 하고 있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을 얻었습니다.
사실 연구를 성실하게 수행하긴 했지만, 제가 그동안 했던 연구 내용이나 깊이, 접근법 등이 탁월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겠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초기 멤버였고 처음 연구였기 때문에 삽질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석박 통합과정인 학생인데, 이제 절반정도의 학기가 지났으니 지금껏 연구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하려 합니다…ㅠ
그러나 최근, 교수님이 연구 분야가 너무 광범위하다고 생각하셨는지, 분야를 좁히시면서 연구실 멤버들이 하나 둘 제가 하는 분야와 겹치게 되었습니다.
그 옮겨오는 멤버들은,,,, 뭐랄까 열정이 엄청나더라고요. 본인들 말로는 원래 다른 분야를 살짝 하다가, 전망이 없어 보여 이 분야로 옮겨와서 시간을 낭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실험에 항상 따라와서 시시콜콜한 걸 물어보고, 제가 모아둔 자료들을 줄 수 있는지 부탁하고, 심지어 학교 기기로 분석을 하는데, 따라가서 배우겠다며(이전엔 실험과 무관한 연구를 하던 친구들이었습니다) 장비 하나에 네다섯명이 달라붙어있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런 느낌이 부담스러워 어떻게든 피하려 했지만, 솔직히 거절할 핑계가 마땅치 않아 결국은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논문이나 여타 정보들에 대한 친구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해서, 제가 뿌리는 모든 지식을 흡수하려는 기색입니다. 저는 솔직히 말해,,,, 좀 부담스럽거니와,, 저만의 영역을 침범받는 느낌이 듭니다.
연구실 대부분의 멤버가 개인 과제를 수행하고 있고, 저는 수행하던 과제가 끝났고, 교수님께 여쭤보니 연구실 예산은 충분하니, 다음 과제는 일단 생각하지 말고 하던 연구를 마무리짓는데 집중하자고 하셨습니다.
오히려 저는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돈이라도 벌어오면서 이 연구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 제 분야라는 자긍심까지 있었는데, 저를 괴롭히던 과제가 끝나 이젠 연구만 하라 하시니 저는 이제 쓸모없는 사람이 된 건가 걱정도 되고, 이젠 비슷한 분야를 하는 후배들에게 추월당하거나 단물만 빨린 후 내쳐지면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상상까지 하게 됩니다.
저는 가뜩이나 배움이 느리고, 기억력이나 집중력도 나빠서 중요한 회의는 녹음을 하고 다시 복기하는 일이 다반사일 정도입니다.
이러다 보니, 요즘에는 아예 머리도 나쁘고 열정도 후배들에 비해 부족하고, 수행한 연구도 탁월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박사가 되어 연구자를 해도 되는걸까 계속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계속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방법을 고민하는 스스로가 좀 조급하고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또한, 연구실 내 저는 유일한 여성 멤버이기도 하고, 성격도 내향적이라 소통에도 익숙하지 않아 멤버들 또는 교수님과 활발한 교류를 하기보단 어느정도 데이터나 결과를 쌓아두고 한번에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엔 교수님께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멤버들처럼 작은 성취나 발견도 쪼르르 가서 말씀드려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굳이 미팅을 잡고 찾아뵌 후, 본론을 이야기드리니 교수님 반응이 응? 이게 끝이야? 여서;;; 저도 참 민망했었고, 안하던 짓 하지 말자고 느꼈습니다…ㅋㅋ
결론적으로, 저의 역할, 강점, 가치, 영향력과 같은 것들을 계속해서 어필을 하고 저만의 경쟁력을 가지려 오력해야 할지(연구 아이덴티티와 같은) 혹은 남들과 성취를 공유하며 묵묵히 하던대로 조용히 연구를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성별문제로 치부하려는 건 절대 아니지만, 저를 제외한 열댓명의 남학생들 중 대부분이 마초적인 기질이 있어, 흡연자리에서의 정보공유도 빈번하고 은근한 서열싸움, 영역싸움같은게 종종 제 눈에도 보입니다. 이런 영향을 받아 제가 더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나 싶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 당장 다음학기부터 랩장까지 맡게되어 속이 갑갑합니다….
쓰다보니 매우 길어진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어떠한 코멘트가 달리든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진중하게 읽어겠습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평온한 2023년 되시길 바랍니다.
#연구실 #소통 #경쟁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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