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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소리] 박사학위와 독창성
공학도(비회원)
  (2022-10-08 01:24)
 

안녕하세요. 현재 박사학위를 받기위해 공부중이고 올해 졸업 예정인 학생입니다.

박사과정을 시작한지 어느덧 4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지도교수님께서는 졸업 준비를 하라고 말씀하셔서 졸업 준비중에 있습니다.

제가 있는 랩실에서 주로 연구중인 기술이 시장에서는 마이너한 부분인데 우연히 기회가 되어 기업과 연계하여 기술개발을 하면서 연구실 생활을 보냈습니다.

몇년동안 기술개발을 진행하면서 나름 의미있는 결과도 얻고 해서 상용화 단계까지 올라온 단계입니다.

이제는 마무리하면서 여태까지 개발했던 것들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을 계획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개발하면서 발생했던 기술적 문제들은 새롭게 제안한 기술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유사 분야에서 적용되던 기술들을 찾아서 제가 하는 분야에 적합한지 비교, 분석하고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였는데

막상 졸업을 준비하는 시기가 오니 그 전까지 했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몇번 선배의 박사 학위 디펜스에 참관하였을 때

심사위원 중 한 분께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제안한 내용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한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별 생각없이 듣고만 있었지만

막상 이제 그런 질문을 받아야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대답할 내용이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아무래도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해당 분야에서 학술적인 기여를 해야할텐데 

제가 했던 일들은 단순히 다른 유사 분야에서 나에게 쓸만한 내용들만 찾아 짜집기한 것들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네요..

지도교수님에게 제 고민을 말씀드린적이 있었는데 그때 교수님께선

"다른 분야에서 원래 있던 기술이라고는 하나 연구한 분야에서는 적용되었던 적 없었고 왜 이 기술을 적용시켜 사용하였고 좋은지 비교, 분석한 근거가 충분하니 문제없다."

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만.. 아무래도 독창성면에서는 부족한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독창성이라고 하면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기술 혹은 이론이고 박사 학위를 얻기에는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닌지요?

졸업논문 준비와 더불어 취업준비도 해야하는데 과연 이러한 상태에서 박사 학위 디펜스를 할수는 있을지  졸업시기를 더 늦춰야 하는지 걱정입니다...

막막한 심정으로 글을쓰다보니 두서없는 글이 되어서 죄송합니다..

선배님들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짧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그  #박사학위   #독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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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9  
회원작성글 가로수(과기인)  (2022-10-08 11:28)
1
어떤 논문에 훌륭한 기술이 있고 피겨는 휘황찬란해서 하면 다될거같이 써놨기에 그걸 써보고 싶은 일은 종종 있습니다만, 논문을 보고 직접 해보면 생각보다 엉터리인 기술도 있고, 뭔가가 빠져있어서 내 혼자만의 힘으론 불가능한 기술도 있죠. 심하면 Trial and error만 1~2년이 넘어가죠.
근데 그걸 가져와서 여럿 구현해내고 그중에 우열을 가려서 쓸만한걸 찾아낸건 충분히 연구하셨다 생각합니다.
다른데서 "쓸만한" 기술을 찾아내어 선생님 분야에 적용한것만 해도 능력입니다. 그거 쉬운거 아닌거 본인도 아실겁니다.

디펜스를 앞두던 당시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나는 학위를 딸만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에 많은 자아비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결국 제가 선택한 전략은 "당당해지기" 였습니다.
여태의 연구를 돌아보면 제 연구가 특정 파트에서 보잘것 없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걸 본인이 자각하고 후속 연구에선 신경쓰겠다는 내용을 Future work에 삽입했었죠. 그게 디펜스의 당락에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저는 관점을 긍정적으로 바꾸면서 제 연구를 좀더 사랑스럽게 바라볼수 있었습니다.
참 못생긴 친구지만 그래도 제 소중한 작품중 하나인거죠.

선생님도 본인의 연구를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세요.
디펜스가 단순히 졸업논문을 읊는 자리가 아닙니다. 선생님이 자신감이 없으면 심사위원도 의심부터 하게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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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구름한점(대학원생)  (2022-10-09 16:12)
2
가로수 선배님.. 글쓴이입니다. 선배님께서 말씀주신대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논문들을 읽어보고 그중에서 매력적인 내용의 기술을 실제로 구현하였을 때 논문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문제점들을 직면한 경험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몇번 해보고 나니 연구비와 시간, 기회가 너무 많이 낭비되었다는 생각에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었네요..

선배님께서 말씀주신 "당당해지기"란 말을 듣고 글에서 언급했었던 디펜스 참관일 때 기억이 더 떠올랐습니다. 당시 디펜스를 하고 있던 선배님도 대답을 제대로 못해서 나중에 그 선배님은 지도교수님에게 " 너가 새로운 구조도 제안하고 이걸로 특허까지 냈는데 왜 말을 못하느냐" 라고 꾸지람을 들었던 걸 기억합니다. 그 선배도 자신의 주제에 자신감이 없던거였죠..

답변주신 선배님의 글과 제 경험을 생각해보아도 내 연구에 자신감을 가지고 사랑스러워 해야 하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남은 학위기간 좀더 자신감있게 준비하고 디펜스를 해야겠네요.
정말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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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회원 작성글 ja****(비회원)  (2022-10-08 22:34)
3
주변에 박사학위 졸업발표를 상용수준까지 기술개발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발표한 친구 있었는데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학술적인 연구라면서 '학술적으로 아주 좁은 분야 사람들만 관심 있으며' '산업적으로는 쓸모 없는 연구'를 미사여구 붙여서 포장하여 '실제로 쓸모 있는 기술'처럼 디펜스 하는 친구들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기술개발 하려면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누구도 하지 않은 일을 한 것이잖아요, 그러니 자신감 가지셔도 됩니다.

박사학위 받는 사람들 중에 자기가 연구한게 학술적으로도 의미 없고 산업적으로도 의미 없는걸 본인이 가장 잘 아는데, 논문은 내야겠고 졸업은 해야겠으니 적당히 포장해서 좋게 말하는걸로 졸업하는 사람 정말 많습니다. 글쓴분은 적어도 그런 사람 아닌 것 같으니 자신감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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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구름한점(대학원생)  (2022-10-09 16:20)
4
ja 선배님 그동안 저는 "적어도 대학원이라면 좀 더 학문적인 부분으로 연구를 해야하는 게 맞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씀주신 내용을 듣고 보니 제 시야가 편협했던 것 같습니다.
제 분야가 공학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적인 내용보다는 학술적인 내용의 것이 더 의미있다고 무의식적으로 결론을 지어버린것 같네요.
"기술개발을 하려면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누구도 하지 않은 일을 한 것이잖아요" 라는 말씀에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남은 기간 자신감 있게 학위과정 마무리하겠습니다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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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skepsci(과기인)  (2022-10-09 01:02)
5
말씀하신대로라면 지도교수님의

"다른 분야에서 원래 있던 기술이라고는 하나 연구한 분야에서는 적용되었던 적 없었고 왜 이 기술을 적용시켜 사용하였고 좋은지 비교, 분석한 근거가 충분하니 문제없다."

-> 이 말이 정확합니다. 세상에 아예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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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구름한점(대학원생)  (2022-10-09 16:31)
6
skepsci 선배님 저의 지도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을 믿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저희 연구실의 선배님들은 새로운 기술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그러지 못하였다는 것에 주눅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 주신대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의 내용들은 기존의 것을 추가, 변형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라는 것을(사실 이것도 무척 어렵지만서도..) 알고 있음에도 깨닫지 못하였네요. 좋은 조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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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정신차려(과기인)  (2022-10-09 11:22)
7
듣기에 좀 얼척없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만....

말씀하신 정도의 고민을 하실 정도라면,
선생님께서는 박사를 받으실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아침에 들렀다가 글을 일고 기분이 좋아져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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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구름한점(대학원생)  (2022-10-09 16:33)
8
정신차려 선배님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세상물정을 몰라
댓글주신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많은 위로의 말씀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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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_-;(과기인)  (2022-10-10 06:51)
9
지도교수님 말씀이 맞고요. 신이 아닌 다음에야 무에서 유를 만들지 못하죠... 누구는 한다리 건너 응용하고 누구는 두다리 건너 응용하고 그렇습니다. 한 세다리 쯤 건너면 누구도 생각지 못한 걸 개발한 것처럼 보일 겁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냥 한 세다리 건넌 것에 불과합니다. 한 네다리, 다섯다리 건너면 위대한 과학자쯤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저희 같은 평범한 과학자는 한다리 응용만 꾸준히 잘해도 잘한다 소리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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