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브릭님들.
아직도 우선 시국이 시국인지라 건강 잘 지키시며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포닥 5년+ 차 이구, 유럽쪽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학생 논문 지도 문제로 알게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아 여러분들은 어떠셨는지 여쭈어 보고자 합니다.
일단 이곳은 한국보다 선후배 문화가 없어서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창의적 연구, 눈치 안 보고 할말 안 하는 연구에는 좋으나, 포닥 입장에서 석사후보생들이나 박사과정 초기 학생들이 너무 자유 분방 합니다. 물론 이 때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때긴 하죠.. 행동이나 질문에 거리낌 없고, 가끔 예의를 벗어난 질문이나 본인이 조금만 찾아보거나 동료 학생 들에게 물어볼 걸 저한테 다 물어보면서 제 시간을 많이 방해 받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작 중요한 건 또 자기들 마음대로 해서 실험 그르칠 때도 많구요..
코로나 이 후 이런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는데요, 아직도 실험실 업무 외엔 재택근무 장려라, 마이크로 소프트 팀을 이용해서 소통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생각엔 예전엔 사무실 문을 두드려 조심히 질문 했을 것들을 중구난방으로 채팅을 통해 인스턴트 메시지를 막 날립니다. 제가 상태 메시지를 do not disturb로 해 좋아도 그냥 막 메시지 날립니다. 참다가 참다가 당장 중요한 거 아니면 메일로 한꺼 번에 몰아서 두서 있게 질문해 달라. 아니면 시간 잡아서 얘기하게 시간 잡아 달라 요청을 해라 얘기 하려 합니다. 학생들 시간을 정해두고 질문을 받으시나요? 아니면 그냥 막 질문 하게 놔두시나요? 사실 이 친구랑은 2주에 한번 씩 1시간 인텐시브로 미팅해서 실험 및 논문 결과체크 및 피드백도 해줍니다.
실험실에서 일한지 3달이 넘었는데 지난 주 미팅에서 세포 이름을 또 틀리게 쓰고, 매일 사용하는 TCP 코팅단백질 용액 농도도 틀리게 써서 솔직히 속으로 화가 났었지만, 다음부턴 실험 재료 이름 쓸 때 PPT 에 틀리게 쓰지 않게 한 번 더 보아라 하고 좋게 넘어 갔습니다. 이 학생이 꼼꼼하진 않은 성격인 거 같아, 이것도 저랑은 좀 부딪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저도 실수를 많이 합니다만, 단순 실수 인 것이랑 아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틀리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저도 바쁘고 일이 많은데, 자꾸 연락하고 모든 걸 저한테 의지하려는 학생에게 제가 더 아량을 베풀어야 할지.. 근데 정말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하면 기특해서라도 더 알려주려고 할텐데, 오전에 실험실 일 보고 오후에 집에 가서 학위 논문 써라고 보냈더니, 거의 오프라인 상태이고 자기 취미 생활 하러 다니는 듯 합니다. 그래서 더 얄미워 보일 때도 있구요..한국과는 다르게 supervisor라도 개인 업무나 일정을 터치하진 않습니다. 그냥 논문은 잘 되어가냐 요 정도만 물어보구요.너가 알아서 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니가 지거라.. 이런 분위기이죠...
저도 석사 때 올챙이적 시절, 그랬었겠지만, 저는 저희 실험실엔 제 논문 주제로 연구 하시는 분이 없어서 혼자 논문 찾아서 계획짜고 박사과정 선배님께는 미리 시간약속 잡아서 물어봐서 프로토콜 봐 달라고 해서 진행하고 했었습니다.
석사논문을 A 부터 Z 까지 실험 1:1 지도에 실험 스케줄까지 다 봐줘야 하나요?
본인은 논문 6개월 안에 낼 거라고 말하면서 정작 열심히는 일하지 않는 거 같으면서도 자꾸 저한테 질문만 해대는 학생, 질문 이외에도 실험 언제 가르쳐 줄꺼야 하고 계속 메시지 날리구, 그리고 교수님은 저한테만 푸시하는 거 같은데 어찌 해야 할까요?
사실 생각 같아선, 남이사 이고 그 친구가 논문을 쓰던 말던 그 친구 인생의 몫이라 제 몫만 사무적으로 해줄까도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아직 학생이고, 제가 더 이해하고 시간 내어서 그 아이를 더 품어야 할지 고민도 듭니다.
학생 지도 하시는 포닥님들, 특히 외국에서 외국 학생 지도 하시는 분들은 어떠신가요? 다들 정서적으로나 여러가지로 힘들진 않으신가요?
제가 일이 힘들어서 예민 한 거 같기도 한데, 다른 분들의 경험이나 조언이 도움이 될 거 같아 끄적거려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