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LoS One. 2012;7(10):e44118.
위 그림은 철회된 논문에 대한 연구 결과 중 하나입니다. 보시다시피, 미국, 유럽, 중국 등 논문을 많이 내는 나라가 철회되는 논문도 많지만(위 그림) 논문 편당 철회되는 논문을 살펴보면(아래 그림) 중국, 한국, 인도가 가장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철회된 논문은 논문마다 각각의 사연이 있겠지만 연구부정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위 자료를 연구부정행위와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연구부정행위는 개인의 심리, 집단의 분위기와 집단의 심리, 문화 심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문화 심리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개인주의-집단주의 문화와 관련지어 설명하면 왜 위의 국가에서 연구부정행위가 많이 발생하는지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개인주의-집단주의가 무엇인지 설명을 해야 할텐데 이것부터가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인들 중에는 개인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개인주의에 대한 오해가 심한 사람들이 한국인인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음은 개인주의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간단한 질문입니다.
1. 성별을 놓고 보았을 때 남자가 더 개인주의적인가, 여자가 더 개인주의적인가?
2. 나이를 놓고 보았을 때 어느 연령대의 사람이 가장 개인주의적인가?
3. 전세계를 놓고 보았을 때 어느 나라 사람들이 가장 개인주의적인가?
국제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성인이라면 위의 질문은 어렵지 않은 질문입니다. 그런데, 위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한국인들은 별로 없습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한 한국인들 조차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합니다.
기타 평균적인 한국인들 중에 붙임성 좋은 사람에 대해 의존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을 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 한국인은 정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 집단주의적인 사람을 이타주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한국인들은 개인주의를 잘못 알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국제 경험의 부족, 문화 교육의 미비와 같은 요소도 있지만, 개인주의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줄 만한 멘토가 없다는 점, 한국이 유독 남녀간 개인주의 지수가 역전된 국가라는 점, 사람들이 집단주의 문화를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 유치한 문화를 재미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합니다. 더 자세한 설명을 하려면 책 한 권을 써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다 논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주의 문화는 개인으로서의 독립을 의미하고, 집단주의 문화는 타인과 집단에 대한 의존을 의미합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이 두가지 심리가 공존하기 때문에 개인주의 설문 항목과 집단주의 설문 항목을 함께 제시하여 종합 평가해야 합니다. 개인주의 설문 항목은 7가지이며(independence, uniqueness, privacy, goal, compete, self-knowing, direct communication) 집단주의 설문 항목은 8가지(group, advice, related, belong, harmony, hierarchy, duty, context) 입니다. 각 항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문화 심리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 못지 않게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며 세계 각국의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사례로 설명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분량이 너무 많습니다. 이 항목에 대해 세계 103개 국가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국은 개인주의 지수 18이 나오며 세계에서 끝에서 17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한국은 아주 집단주의적인 국가라는 말입니다.
https://www.hofstede-insights.com/product/compare-countries/
개인주의-집단주의 문화는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가장 실용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분야는 기업 문화와 관련된 것으로서 현재 싱가포르에 있는 CWP(cultures in workplace)와 핀란드에 있는 홉스테데 인사이트와 같은 기관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기관은 전세계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문화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한국의 대기업들도 이 기관에 컨설팅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 연구 분야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보다 훨씬 더 문화적인 요소에 민감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CRP(cultures in researchplace)와 같은 기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연구 분야는 돈이 되지 않고 가뜩이나 연구 인력 자체가 부족한 현실에서 이런 것을 논하기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고 좀 있기는 합니다.
개인주의-집단주의 문화와 범죄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자료도 있습니다. 개인주의 문화권에서는 범죄가 개인화 되어 있습니다. 또, 범죄가 자기 만족, 자아 실현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일부 또라이들이 범죄를 저지름으로서 자기 만족, 과시 같은 것을 표현한다는 말입니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연쇄살인, 테러, 유괴 같은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주의 국가의 사람들은 범죄가 개인의 결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강력한 공권력을 이용해 엄벌로 다스리면 범죄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집단주의 국가 사람들은 범죄가 사회적 불평등, 불공정에 의해 유발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취약 계층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집단주의 국가 사람들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취지로 생각하면서 처벌보다 갱생을 중요시합니다. 때로는 범죄를 범죄로 생각하지 않고 다들 하는 것인데 뭐 어떠냐는 식의 모럴 해저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범죄가 집단화 된 양상을 보이기도 하고 고구마 줄기처럼 엮인 경우도 많아서 어디서, 누구부터,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 막막한 경우도 발생합니다. 연구부정행위 역시 이에 대입해 보면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주의 문화권에서는 연구부정행위가 일부 양심에 털난 또라이들에 의해 일어나며 이 사람들을 처벌하면 비교적 쉽게 해결(?)됩니다. 그러나, 집단주의 문화권의 연구부정행위는 스승과 제자가 엮여 있고 또 그 밑의 제자가 엮여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연구비, 어쩔 수 없는 상황 등을 운운하면서 온정주의가 작동하여 솜방망이 처벌로 끝납니다.
연구부정행위는 도덕과 윤리 교육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자가 예상치 못한 결과, 알 수 없는 결과, 이전과는 다른 결과를 마주쳤을 때 그 사람의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것은 윤리와 도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연구자의 과학 연구는 세계 최초로 하는 것이며 세계 최초의 사례 앞에서는 무엇이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사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하는 심리적 요소는 개인의 정체성, 고집, 비판적 사고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개인주의 설문 항목에 있는 독립성, 자아 각성, 직설 화법 같은 항목과 관련이 있습니다. 연구된 바에 의하면 개인주의적인 사람일수록 정체성이 강하고, 자신을 들여다 볼 줄 알고,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말하고, 타인의 주장 역시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집단주의적인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려고 합니다. 어떤 말을 하고서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다든가, 눈치를 본다든가, 동조를 구한다든가 하는 행동이 바로 그런 것인데 이런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정체성이 약하고 고집이 없습니다. 정체성이 흔들리는 사람들은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앞서 쓴 연구부정행위를 조장하는 분위기라는 것도 모두 집단주의 문화를 의미합니다. 지도자가 결과를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고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연구자가 지도자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는 과정에서 연구부정행위가 발생한다는 말이죠.
개인주의-집단주의 문화는 단지 연구부정행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학술 활동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인이 아직도 노벨상을 받지 못한는 이유는 과학의 역사가 짧아서도 아니고, 인구가 적어서도 아니고, 누가 차별해서도 아닙니다. 집단주의적이기 때문에 창의적인 연구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연구 자료 역시 많습니다. 이런 뻔히 알려진 사실 조차도 거론되지 않는 이유는 한국에 이런 것을 연구하는 학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는 대학의 인류학과의 문화 심리학, 홉스테데 문화차원이론을 연구하는 학자가 하는 연구인데 한국에는 이런 학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혹시 이런 연구를 하는 학자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연구윤리를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고는 알고 있는데 혹시 그 분들이 이런 문화 심리학적인 연구도 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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