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 간 연구부정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난 실험실에서 생활하면서 연구부정행위를 조장하는 분위기 같은 것이 있음을 느끼고 몇 글자 써봅니다.
1. 연구원에 대한 심리적 압박
인건비, 경쟁, 학위 수여, 폭언 등 고압적인 말과 행동-연구원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박으로 인해 연구원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 이런 경우는 세계적으로 흔함.
2. 지도 교수가 결과를 암시함
개별 미팅 때에 지도 교수가 볼펜 등으로 앞으로 나와야 할 결과를 직접 그려주는 행위.
발표, 토론 등에서 지도 교수가 당위적 표현을 즐겨 쓰면서 결과를 암시하고 연구 방향을 조정하는 행위.
지도 교수가 학생의 창의적인 발견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만 관심을 가지는 행위.
지도 교수가 학생의 결과에 대해 이성적, 합리적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감정이 섞인 반응을 보이면서 결과에 대한 호불호를 표현함. 학생은 이런 교수의 태도로부터 교수가 뭘 좋아하는지 학습하게 됨.
권력거리가 높고, 집단주의적인 한국 사회에서 지도 교수의 위와 같은 행동 앞에서 자기 고집대로 몇 년이고 연구할 수 있는 학생은 없음. 그냥 깨갱. 계속 이러다 보면 교수의 암시에 맞춰 결과를 내놓게 됨. 그 과정에서 연구부정행위 발생.
3. 루틴한 실험-결과-토론의 반복
주로 약대 쪽에서 이런 부정행위가 많이 발생하는데 매번 실험할 때 쓰는 세포주가 동일하고 실험 방법도 동일한데 약물만 바뀌다 보면 연구원의 이성적 판단이 흔들림. 이거나 저거나 그게 그건데-이런 생각으로 실험 결과에 대한 편향적 선택을 하게 됨.
심지어 창의적인 연구를 하는 실험실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남. 나름 창의적인 연구를 한다는 간판은 달고 있는데 내부에서 벌어지는 연구는 공장식 논문 찍어내기. 그림1-스크린을 한다, 그림2-진짜 되는지 확인 한다, 그림3-뮤턴트를 만들고 확인한다. 이런 식으로 그림 3번까지는 천편일률적으로 동일함. 그 실험실에서 나온 모든 논문의 논리적 흐름이 3번까지 동일함. 그림 4, 5, 6에서 논문마다 조금씩 다른 점을 보이는데 해당 유전자의 알려진 기능에 맞춰 세포, 동물 실험, 환자 샘플을 이용한 실험 등을 함. 그런데, 연구부정행위가 발생하는 그림은 그림 6번의 E번 오른쪽 아래 그림 정도임.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고 판에 박힌 연구만 반복하다 보면 비판적 사고를 상실하게 되고 지도자나 연구자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암묵적 동의가 일어남. 정말로 창의적인 연구 논문은 조작을 할 수 없음. 완전히 새로운 발견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후속 연구를 할텐데 그 과정에서 조작이 뽀록나니까. 연구부정행위가 발생하는 논문은 모두 중급, 하급 정도의 남의 밥상에 숟가락 올리는 논문.
4. 편애
이것은 한국식 연구부정행위의 가장 독특한 점. 교수가 특정 학생을 편애함. 그 편애를 받는 학생이 우월감과 행복감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날 스리슬쩍 그림 하나를 조작함. 교수가 더욱 좋아함. S대 B교수, Y대 P교수...
교수님의 오른팔, 왼팔-이런 촉망 받는 인재는 간단히 말해 창의적인 연구는 하지 않고 논문 찍어내기나 하는 침묵의 카르텔, 작당들임. 왜 오른팔, 왼팔에서만 논문이 꾸준히 나오고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나오지 않죠? 나중에 알고 보면 연구부정행위. 본래 창의적인 과학 연구라는 것이 이런 위계 질서를 바탕으로 나오는 것이 아님.
#연구부정행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