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좀 많이 힘들어서 하소연합니다.
외국인 PI 밑에서 지난 4년간 외국인 7명, 한국인 4명과 같이 일했습니다. 한국인들이 연구실을 점점 떠나서 15개월전~10개월전까지는 한국인 2명이, 그리고 지난 10개월은 한국인 혼자로서 밑에 일들을 담당했습니다.
PI 포함, 외국인 보조를 많이 했습니다.
지난 1년간:
모든 행정과 과제 따오기에서 번역은 물론, 연구비 관리, 연구실 유지, 타 연구실과 협업, 타 연구실과 공동기계실 분쟁, 거래처 주문... 다 개입했어야 했습니다. 보통 대학원생들이 하는 일입니다. '뭐, 한국인이 이제 나밖에 없으니 내가 다 해야한다면 하지' 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습니다. PI가 고마워했죠.
그런데 여기서 함정은 PI가 디테일을 싫어해 많은 부분을 알아서 처리하라고 방관하신다는 것입니다.
그 부분들은 점점 PI가 알던말던 외국인 분들이 부탁하면 제가 맡아야 했습니다. 실험장비가 고장났나요? 누가 연락해서 사람부르고 고칠까요? 저희 연구실 외국인 학생들이 사고치면 누가 대응해야 할까요?
PI가 점점 당연시 하시고 그 분위기를 파악하는 외국인들은 계속 선을 넘었죠.
개개인의 기숙사문제, 부동산계약, 중고차거래, 은행업무, 애완견 병원문제... 전화요? 거래처 질문, 사적 택배기사, 집주인, 수시로 걸려오는 거래 전화, 스펨전화... 다 대신 받았습니다. 본인들은 실험실 떠나면 끝이지만 잘못 처리된 업무 수정해 달라는 전화는 6시 이후에 제 개인 핸드폰으로도 여러번 왔습니다. 재택근무하신 연구원분들 계신가요? 저는 가능했을까요?
처음에는 고마워하는 분들도 몇몇 있으셨지만, 당연하다는 식으로 받기만 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심지어 한 이란인 포닥은 한국에 머무른지 6-7?년 된 베테랑이라 자신이 서열이 높다고 저를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본인 연구가 진전이 없으니 PI에게 제가 실험을 충분히 안 도와준 탓을 하더군요.
그 포닥 떠나기 전까지는 조금 더 힘들었습니다. 그 포닥이 관련된 업무처리는 모든 이메일과 전화기록을 남기고 PI를 참조시켜 최대한 오해가 없도록 했어야 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PI가 제가 겪는 어려움을 약간은 이해하셨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벌써 터졌죠. 캐나다에서 온 한국계 캐나다인 인턴은 제가 감당해야 하는 업무와 상황을 보더니, 결국에는 대학원생으로 합류 안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연구가 안 맞아서, 다른 대학원에 가고 싶어서' 가 이유였습니다.
사적인 일들은 내가 개입할 시간이 없다,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달라, 점점 선을 그었습니다. 그 선을 확고히하는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미움받고, 뒷말듣고... 스페인에서 온 대학원생은 노골적으로 한국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며 눈물흘리는 코스플레이까지... PI도 외국인이니 외국인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며 외국인 학생들을 감싸고 돌았습니다. 랩미팅에서 제게 다시 부탁하시더라고요. 네가 힘들겠지만 좀 부탁한다... 결국은 PI로부터 연구원들의 사적인 일들을 돕는 것은 내가 알아서 결정하도록 이해를 얻어야 했습니다. 행정업무 이메일을 앞으로 PI 자신에게만 보내달라는 모습도 과감히 보여주셨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제게 다시 돌아왔죠.
올해 봄 한국인 학생 지원자 한분이 연구실을 방문했습니다. 후에 제게 이메일로 무엇을 가장 먼저 물으셨을까요? 그분에게 솔직히 도망치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너무 이 연구실을 떠나고 싶습니다. 온전히 제 연구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시간을 제가 알아서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외국인 #스페인 #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