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마당 별별소리
지도교수님의 수업조교
aria (과기인)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같은 랩에서 포닥생활을 시작한지 몇 달 안된 사람입니다.
고민이라기에 작은 문제일 수도 있지만 어딘가에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떠날 것 같지가 않아서 글을 적습니다.
제 고민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왜 제 지도교수님은 제게 자신의 수업조교일을 맡겨주지 않는가? 입니다.
참고로 지도교수님 수업은 저도 들은 적 있고 훌륭한 성적은 아니지만 (B+) 퀄 시험에서 이 분야를 선택해서 시험을 치뤘고 패스한 적 있습니다.
지도교수님 수업이 제 연구방향과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기에 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고
랩에서 다른 박사과정 학생들이나 포닥들까지도 이 수업의 TA를 한 것을 보아왔습니다.
그래서 제게도 자연스레 문의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주 월요일 정규 랩 미팅에서 (3월부터 코로나때문에 zoom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연차가 1-2년 낮은, 저랑 같은 프로그램 박사과정 학생 (다음 봄학기에 디펜스를 해야하는)에게
주변에 자신의 수업 TA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그러더라구요.
이쯤되면 왜 지도교수님이 제게만 자신의 수업조교를 시키지 않는지 의문이 듭니다.
참고로 지도교수님은 성격이나 실력, 학계에서의 평판 모든 면에서 거의 완벽한 분입니다. 저도 제가 이분을 지도교수님으로 모실 수 있어서 나름 영광으로 생각하고요.
제가 생각해볼 때 이유는
1. 저의 영어실력? 그동안 박사과정 디펜스를 비롯하여 숱한 학회발표도 잘 마쳤고 다른 과목 TA경험도 여럿 있지만 원어민 실력은 아니기에 그런걸까요?
2. 수업성적?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퀄시험에서 해당 분야는 패스했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점때문에 저를 TA 안시키는 것은 아닌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월요일에 다른 박사과정 학생에게 주변에 추천해줄 사람 문의하실 때 박사과정 학생이면 된다는 조건만 다셨지, 수업을 들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씀은 안하셨거든요.
3. 과거 경험? 지도교수님이 2년 전에 제게 TA는 아니고 학과 세미나 코디네이터 일을 시킨 적이 있는데 제 F-1 비자때문에 페이를 주는 것이 모호(?)해져서 원래 제게 주시던 stipend로 퉁치려다가 제가 걸고 넘어진 적이 있습니다. 이 때 제가 같이 일하기에는 어려운 사람으로 비춰진 걸까요?
4. 저의 비자? 현재 OPT로 포닥을 하고 있는데, 수업조교하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미국인인 지도교수님은 이걸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 문제 하나만 염려되었다면 제게 진작에 여쭤보셨겠죠?
5. 기타 제가 모르는 이유?
아무튼 이렇게 복합적인 이유들이 가능하기에 지도교수님의 의중이 무엇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가 먼저 지도교수님께 수업조교 하고 싶다고 연락하면 어떻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저도 이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닌데
제가 실력이 모자라다고 판단을 하셨거나 그냥 저라는 사람이랑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인데
제가 넌씨눈(넌 씨* 눈치도 없냐)처럼 굳이 확인사살을 하는 것일까봐 섣불리 관심있다는 이메일도 보내지 못하겠습니다.
사실 몇년전부터 이 문제가 항상 마음에 걸렸거든요.
주변을 보면 다른 박사과정 학생들 (물론 저보다 연차가 높은 학생들)이나 심지어 포닥(1명)도 TA을 한 적이 있는데
나한테는 언제 기회를 주시는 걸까... 궁금했는데
생뚱맞은 코디네이터 일이나 시키시고....
이렇게 몇년을 랩에 있었는데
결국은 제게는 물어본 적 조차 없는 걸 보면서
지도교수님이 저를 어떻게 어떤 수준쯤으로 보고 계시는지 간접적으로 알 거 같아서 우울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연구아버지나 마찬가지인 분한테 인정받지 못하는 거 같아서 슬프지만
제가 그 정도밖에 안되니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요.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그냥 가만히 있을지
아니면 수동적인 방식으로나마 어필을 마지막으로 하는 것이 나을지 (제가 하겠다는 말대신 수업조교를 끝까지 못 찾으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연락)
고민중입니다.
정말 사소한 고민일 수도 있는데 몇년째 제 마음 한구석에서 사라지지 않는 고민이라서
여기에 여쭤봅니다.
Bio일정 프리미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