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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2학기차 대학원생 조언 부탁드립니다.
오이소박이 (대학원생)
안녕하세요, 석사 2학기차인 대학원생입니다.
현재 대학원 생활이 많이 힘들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보고 싶은 마음 반, 그만두고 싶은 마음 반에 혼란스럽습니다.
대학원을 진학하게 된 데에는 해당 분야에 대한 흥미보다는 대학 졸업 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게 두려웠던 것이 컸습니다. 대학 재학 중 알게 된 여러가지 분야 중 제일 관심있었던 분야는 다른 분야였지만, 취업 시장이 좁고 체력과 정신력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생각되어 그에 비해 취업이 수월하고 큰 육체적인 노동이 요구되지 않으며 약간의 흥미는 가지고 있었던 현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자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흥미가 그리 높지 않은 분야로 진학하는 것이 살짝 걱정이 되었으나, 대학원에서 공부하다 보면 자연히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너무 해당 분야와 대학원을 쉽게 생각하고 진학한 듯 합니다. 저는 제 생각보다 해당 분야에 필요한 재능이 매우 부족했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던 교수님과 랩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 실험 문제가 점점 심해지면서 현재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과연 제가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야 할지,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할지... 복잡한 마음입니다. 주변에 조언을 얻을 만한 곳도 없고, 혼자서는 판단이 잘 가지 않아 글 올려봅니다.
제 주요 고민은 이렇습니다.
1. 사수와 교수님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원에 들어오기 전, 해당 분야의 랩실에서 일하거나 그 외 관련된 경험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아주 처음부터 시작하는 상태입니다. 한 학기가 지난 지금은 이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모르는 것이 많다 생각합니다. 특히, 어떠한 실험에 대한 자료를 어디서 얻으며 그 중 어떠한 것을 참고하는게 맞는지에 대해 아직 모르는게 너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사수와 교수님과 자주 디스커션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건지, 여러가지 트러블이 생겼습니다.
일차적으로, 사수의 조언과 교수님의 조언 방향이 다를 때가 많습니다. 사수의 조언을 듣고 진행한 실험을 나중에 교수님께서 확인하시고 실험 진행을 왜 이렇게 했는지 혼난 적이 많습니다. 또한, 자주는 아니지만 사수가 아예 틀린 조언을 해줄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교수님의 조언만 따라가기에는 교수님이 워낙 바쁘셔서 디스커션을 자주 하기 힘들며, 어쩌다 디스커션을 할 시간이 난다 해도 교수님께서 급하게 훑어보시시고 조언을 해주신 후, 나중에 제대로 확인하시고 다른 말을 하실 때가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험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느낌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제가 실험실 사람들과 벽을 치고 있는 느낌이며, 질문을 할 때에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십니다. 이 말을 들은 이후로 실험실 사람들과 자주 대화하려 더 노력하며, 질문을 드릴 때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중입니다. 그러나 아직 커뮤니케이션에 보완할 점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한 번 이미 문제를 겪고 난 후여서 그런지 디스커션을 하고 싶어 교수님이나 사수를 찾아가면 의심이나 추궁조의 질문을 먼저 받기 일쑤입니다. 제가 너무 수동적이고 의존적이여서 이런 문제가 생긴건지 고민되고, 사수&교수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원활하게 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됩니다.
2. 실험에 재능이 없습니다.
현재 실험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실수가 너무 잦다는 점입니다. Control을 빼먹고 실험하거나, 단순 숫자를 헷갈리는 등의 실수가 빈번합니다. 언젠가는 인지 능력에 문제가 생긴게 아닌지 고민했을 정도입니다. 제 이러한 점을 스스로 알고 조심하려 노력하나 그리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큰 사고를 친 적은 없지만, 이러한 실수들 때문에 실험이 지연되고 제 자신이 스트레스를 너무 받으며 주변에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손도 느려서 실험에 시간이 너무 많이 듭니다. 덕분에 자주 랩에서 제일 늦게 퇴근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실험 결과과 깔끔하게 나오는 적이 거의 없었고, 실험 진척이 랩에서 제일 더딥니다. 입학한지 1학기가 지나고 2학기의 반이 지났는데도 이렇다면, 실험에 재능이 없다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을까요.
3.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 않습니다.
배우고 싶다는 의지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이 분야에 대해 무언가 더 알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실험을 더 문제 없이 무사히 끝내고 싶다, 이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한 때 관심을 붙이기 시작했으나 스트레스가 쌓이는 상황이 오니 그런 것도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가 더 발전하는게 가능한지 고민됩니다.
4.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악화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건강이 많이 악화되었다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별 생각 없이 다녀온 병원의 검사에서 호르몬 이상으로 생각되는 수치가 발견되었고, 추가 검사를 진행한 후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결과가 나와야 좋은 거고, 그러길 바래야 하는데... 검사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면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생기지 않을까, 죄책감 없이 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검사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길 은근히 바라는 자신을 발견하고 충격받았습니다. 대학원 전에도 힘든 때가 많았지만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은 없습니다. 또한 체력적으로 매일매일 한계를 밀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런 상태에서 대학원 생활을 계속하는 게 맞을까요?
현재 여러가지 고민으로 교수님께 면담을 요청할까 생각도 들고, 자퇴를 할까 생각도 들고... 고민이 많습니다. 조언해주실 수 있는 분은 조언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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