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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소리] 실험실 들어온 뒤 3개월이 지난 지금 자퇴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회원작성글 안녕하세오(대학생)
  (2020-03-31 22:19)

뭐부터 적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조언을 듣고 싶은데 열심히 하고 계시는 실험실 분들에게 이런 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그렇고,

친형에게도 고민을 얘기할 생각이긴 한데 자연과학 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기 때문에 제가 느끼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커뮤니티에 먼저 글을 올립니다.

 

저는 남자 대학원생입니다. 2019년 타 대학원 면접을 보고 합격하여 올해 1월부터 실험실을 다니면서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20살 현역으로 대학교에 입학하였고 현재 24살 미필이고 식물 관련 실험실에 석박통합으로 들어왔습니다.

학부생 때 자교 식물 실험실에서 1년 동안 학부연구생으로 기초적인 실험을 하면서 데이터를 정리하고, 그 데이터들의 의미를 찾는 것이 재미있었고, 박사님이나 대학원생 형누나들이 하는 일들도 흥미로워보여서 식물 실험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학부연구생으로 1년 동안 실험실에 있으면서 자퇴하는 형도 한 명 봤을 때도 저 나름대로는 대학원 생활을 끝낼 때까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할 때는 교수님과 박사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크긴 했지만 IF 3.6 정도 되는 저널에 주저자로 논문을 제출하기도 했었습니다.

 

대학원을 진학하는 김에 연구 주제가 흥미롭고, 과학기술원으로 군복무 관련해서 장점이 있는 곳을 선택해서 왔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짐작하고 있던 대학원 생활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학부연구생 때 실험실에는 10명 정도 되는 실험실에 두 명 정도만 외국인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이 붙여주신 사수도 한국인이었고, 그래서 실험을 하고 결과에 대해서 디스커션 하는 부분들이 원활하게 진행이 되었었는데 지금 실험실에는 인원도 많고 외국인이 거의 절반 이상 있습니다. 실험실 내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별로 분배가 되어있는 느낌인데 제가 들어가게 된 프로젝트쪽에는 외국인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영어로 읽고 쓰는 건 어느 정도 하는데 말하는 걸 정말 못하겠습니다. 지금 사수도 외국인인데 감사할 정도로 도와주시긴 하지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설명을 제대로 못하니 너무 답답합니다.

여기 계신 대학원생 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는데 저는 영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주변 사람들은 '하지 뭐.' 이런 느낌인데 저는 속이 메스꺼울 정도로 부담이 되더라고요. 이전 실험실에서 논문을 작성할 때는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한국어로 상의를 하고 글은 영어로 쓰는 거라 크게 부담이 없어서 이런 점은 생각을 안 하고 있었습니다. 미팅을 하거나 수업을 할 때에도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실험을 하고 데이터를 만들고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그러려니 하는데 이제 두 명 이상 작업하면서 발생하는 문제 상황에 대해서 영어로 해결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들이 너무 큰 스트레스도 다가옵니다. 외국인 분들이 불친절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된 것들을 조금씩 받아서 진행을 하는데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질 못하니 예전 실험실에서 많이 해서 익숙했던 실험들에서 오류가 자꾸 발생하면서 지연되고 교수님은 이것밖에 못하냐고 닦달내시기도 하고... 세 달 동안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이런 부분들에 좀 많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차라리 대학원을 그만 두고 한국어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어를 못하겠다는 이유로 자퇴를 생각한다는 게 안일한 생각인 걸까요... 주변 사람들을 봐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은 찾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차라리 석사 과정이었다면 몇 번만 참으면 된다 생각하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은데 3개월 밖에 안 된 지금도 석박통합 과정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 부딪힌다고 극복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으니 더 걱정이 되고요. 현역으로 달려와서 대학원 생활은 3개월밖에 안 한 지금 차라리 일찍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

교수님은 별생각 없이 말씀이신 것 같긴 한데 미팅 때 제가 일주일 동안 삽질해서 결과가 없으니까(하나는 사수로부터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서, 다른 하나는 제 실수로) '너한테 줄 돈으로 업체 맡기면 다 되는 일인데 왜 너한테 돈 주면서 시키겠느냐 주변 사람들한테 안 물어보냐 ~'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자꾸 앞의 문장이 머릿속에 남습니다. 흥미가 있더라도 적성이 있어야 좋은 결말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어 '따위의' 문제로 이런 고민을 할 바엔 24살에 군대 2년 더하고 이십 대의 4년을 자퇴라는 결정을 교훈 삼아 귀하게 쓰는 게 저한테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자꾸 듭니다.



태그  #자퇴   #석박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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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9  
회원작성글 Black bear(과기인)  (2020-03-31 22:59)
1
위기는 기회란 말이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짧은 시간내에 퍼지는 글로벌 시대입니다. 영어는 세계적으로 쓸 수 있는 언어입니다. 위기를 잘 극복해서 과학도 잘하고 영어도 잘해 세계적인 학자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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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ill(대학원생)  (2020-04-01 13:02)
2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나한테 신체 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면 그것은 더이상 사소한 문제가 아닌겁니다. 주위의 시선이나 평가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그런것들은 좀 뒤로하고 스스로의 생각과 마음에 집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랩이 아닌 반드시 그곳에 있어야하는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면(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내 고통보다 큰게 아니라면) 가능한 빨리 랩을 옮기거나 하시는걸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그동안 보낸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포기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다행히 아직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시고, 또 나이도 어리시기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결정을 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내면적 요인에 집중해서 결정 하셨으면 좋겠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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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Whatthehel..(과기인)  (2020-04-01 17:17)
3
학위는 인내심이라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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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도돌이(대학원생)  (2020-04-01 19:34)
4
버티는게 능사가 아니에요. 직장은 6개월하고서 그만두더라도 경력으로 쓸라면 쓰지만... 대학원은 하다가 때려치면 휴지조각보다도 못해요. 그리고 제대로 지도해줄 생각은 안하고 교수가 그렇게 말하는거면... 배움이 보장이 안되는곳이면 끊어내고 다른길 가는게 나아요. 천사같은 능력있는 교수님을 만난다해도 힘든게 대학원인데.. 교수님이 리얼천사고 능력자면 한번 해보시고, 그게 아님 굳이 이어나갈 필요가 있나 싶어요. 전 시간도 절반가까이 지났고 여태 해온게 좀 커서 못그만두겠는데 이렇게 졸업하면 마음의 병만 얻을것 같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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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약대가자(대학생)  (2020-04-02 12:50)
6
대학원에서 전문연구요원 하려다가 맘 바껴서 두번이나 자퇴해서 때려치고 약대편입하고 지금은 군대와있는 휴학생입니다. 위기는 기회라는 윗사람 말이 있는데, 다르게 말하자면 아니다싶으면 하루빨리 때려치는게 시간을 절약하는겁니다. 3개월 시간날리는걸로 끝내실지 아니면 더 질질끌다가 더 늦게 끝내실지 그건 어떤게 맞는지 본인이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궁금한거 있으면 답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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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백마탄환자(과기인)  (2020-04-02 14:59)
7
저도 박사학위를 하기 까지 수 만은 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초심을 생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는건 바꿀 수 있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면 어떤 다른 도전도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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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웅디(과기인)  (2020-04-23 10:23)
8
글을 침착하게 조리있게 잘 적으셨네요.
이 정도로 논리적이고 침착한 친구가 이렇게 힘들어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어느 정도가 바보같이 참는 것이냐. 어디까지가 당연한 인내인 것인가 가 항상 딜레마죠.

연구 내용이 잘 맞고, 교수님과의 디스커션이 잘 된다면 조금 더 부딪혀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교수님께서 쓴소리 하신 것은 (본인이 느끼신 것처럼) 사수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된 점에 중점을 두시고 말씀하신 거 같은데,
물어보는거 싫어하는 선배는 10에 1명 정도 인 것 같아요.
후배들이 '바쁘신데 귀찮으실까봐, 이것도 모르냐고 생각할까봐' 잘 못물어보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물어보는 것만 아니면) 선배들은 언제나 질문에 열려있답니다.

영어 수업에서 full sentence로 말하는 것은 누구나 어렵습니다.
그런데 일상 실험실에서 대화는 좀 더 편하게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제 경험상, 저도 몇년간 여러 외국인과 생활했는데..
'영어'를 따로 공부하실 필요는 없고, 연구에 사용하는 '용어'는 영어로 다 아시잖아요?
그럼 예를 들어, '제가 뮤턴트 제너레이션 한 것을 이노큘레이션했는데 시퀀스매칭해보니 시퀀스가 디퍼런트' 이렇게 말해도 충분히 대화가 되더라고요. 도움이 되셨으면...

그런데, '이게 참고 버텨야할지, 지금이라도 빨리 바꾸는게 좋을지'는 본인이 판단하실 수 있을 거에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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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tjioo;(과기인)  (2020-04-24 23:23)
9
쓰신 글로 보면 랩도 교수님도 외국인 동료 사수들도 다 문안하고 연구자체도 본인이 나름 잘 맞다고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읽으면서 느낀건, 님이 실력있고 성실하며 랩도 배우기 좋은환경인데 (심지어 외국을 안나가도 영어쓸수 있는), 글쓴분이 갑자기 대학원 와서 딱히 예상하지 않았던 영어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무의식적인 완벽주의를 건드리기 때문이라는 느낌을 전 받았습니다. 원래 학부 이후의 대학원생활이든 직장생활이든 처음 느끼는 사회생활이 크고 때론 아프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학부때 논문을 낼 정도로 잘 받쳐주는 좋은 경험을 하셨는데, 현재 새 랩에서 익숙지 않은 영어로 말하면서 바보처럼 보인다고 느끼거나 하면서 스트레스를 과하게 느끼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님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으신 겁니다. 이런 경우라면, 글쓴분이 평소나 주말에 refresh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실천하는 것이 의외로 현재 느끼는 문제를 완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자기 성찰을 잘 해보시고, 좋은 선택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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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Lsbyuck(과기인)  (2020-05-20 14:25)
10
인생은 깁니다 잘못된 길을 들어섰다고 생각들면 빨리 진로를 변경하는 것도 맞지만 단순히 현재 상황이 어렵다고 도피하고자 한다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부딪힐 수 많은 어려움은 어찌 하실런지... 원래 살다보면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되어 있고 그걸 이겨내면서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막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셨으니 충분히 진로 변경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고 잘 결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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