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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코로나19 - 전투의 실패:우왕좌왕 매뉴얼
홍민성(비회원)
  (2020-02-2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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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 환자와 관련한 병원의 해명입니다.

***********************************************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초기 대응 실패와 많은 감염자가 나오면서
비말감염 공기감염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습니다.

******************************************************************

메르스의 초기 대응은 좋지 못했습니다.

대응 매뉴얼에 대한 재검토가 있는 가운데 매뉴얼의 밀접접촉자 기준이 논란이 됐었습니다.
당시 메뉴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밀접접촉자는 환자와 신체적 접촉을 했거나 또는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머문 사람으로 정의한다.”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머문 사람'이라는 조건이 무슨 근거로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해당 매뉴얼은 W.H.O.와 미국 CDC의 지침 등을 참고로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참고로 미국 CDC의 밀접접촉자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Close contact is defined as a) being within approximately 6 feet (2 meters), or within the
room or care area, of a confirmed MERS case for a prolonged period of time (such as caring for, living with, visiting, or
sharing a healthcare waiting area or room with, a confirmed MERS case) while not wearing
recommended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or PPE (e.g., gowns, gloves, NIOSH-certified disposable N95 respirator, eye protection); or b) having direct contact with infectious secretions of a confirmed MERS case (e.g., being coughed on) while not wearing recommended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이에 대한 반성으로 차후에,  당시 매뉴얼에 대한 다음과 같은 진단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CDC의 그것이 다수의 세부사례를 'or'로 연결해 더 포괄적이고 더 광범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2m'와 '1시간'을 'and'로 붙이면서 스스로 그물망의 폭을 줄여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2m이내,1시간 이상"은 없었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한 것인지  매뉴얼은 다음과 같이 변경됐습니다.

 

*********************

밀접 접촉자

밀접접촉자는 확진환자 또는 의심환자와 유증상기에 접촉한 자를 의미
밀접접촉자는 역학조사관이 접촉자로 확인한 자로, 적절한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다음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 환자와 2미터 이내에 머문 경우

- 같은 방 또는 공간에 머문 경우

-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과 직접 접촉한 경우


일상 접촉자
의심 또는 확진환자와 동일한 시간 및 공간에서 활동한 자 중 의심 또는 확진환자의 유증상기에 적절한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감염 노출 또는 접촉을 배제할 수 없어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여 역학조사관 등이 판단한 자


*************************

그런데 이 매뉴얼을 적용한 코로나19의 대응에서 실패 사례가 나왔습니다.


30일 질병관리본부는 “일상접촉자로 분류돼 능동감시를 받아오던 ㄴ씨가 보건소 검사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ㄴ씨는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의 식당(한일관)에서 ㄱ씨와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역학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ㄱ씨의 비말을 통해 ㄴ씨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해당 식당은 소독조치를 완료했다고 알렸다.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001302154015&code=940100#csidxfcecdc34a7c8793acc9329d3089bb14

 

 

그러자 다시 지난 4일 밀접접촉자와 일상접촉자 구분을 폐지했습니다.
**************************************************

미국 CDC의 기준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 있습니다.'for a prolonged period of time'이 그것입니다.
이 막연한 표현이 우리의 초기 매뉴얼에 '1시간'으로 둔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습니다.


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이 '1시간'이란 제한조건은 다수 문병객을 밀접접촉자에서 빼기 위한 목적이라는 둥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논란 탓인지 개정된 매뉴얼에는 시간 기준이 빠졌습니다.

위에서 보듯 우리 매뉴얼에는 또 '같은 방 또는 공간에 머문 경우'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방'도 '공간'입니다.'방 또는 공간'은 중복되고 모순적인 표현입니다.그 공간이 실내공간을 뜻한다 하더라도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입니다.어떤 무엇도 다 공간에 해당합니다.콘서트 홀도,지하철 대기공간도 모두 다.


병을 잡으려 친 그물을 벗어난 사례와 그에 따른 책임문제 등 때문에 시간의 요소를 삭제하고 대상을 방과 공간이라는 식으로 지나치게 확대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2월 4일부터는 밀접접촉자와 일상접촉자의 기준을 폐지했습니다.

 

매뉴얼에 이 일상접촉자는 다음과 같이 규정돼 있었습니다.

 

'의심 또는 확진환자와 동일한 시간 및 공간에서 활동한 자 중 의심 또는 확진환자의
유증상기에 적절한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감염 노출 또는 접촉을 배제할 수 없어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여 역학조사관 등이 판단한 자'

미국 기준과 비슷한 문구를 동원했지만 결과는 판이해서,미국의 기준으로는 밀접접촉자에 해당하는 사람을 일상접촉자로 판단해야만  하도록 하는 항목입니다.아마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한방에 있었던 사람을 지칭하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공기감염설이니 에어로졸 감염설이니 하는 것에 휘둘린 탓으로 보입니다.

 

의도와는 다르게 이 항목은 결과적으로 단순히 한 공간에 있었던 사람은 '밀접접촉자'가 되고,그 가운데 동일시간대에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던 사람은 오히려 '일상접촉자'가 된다는 주객전도의 모순된 조항이 돼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이 없이 끼워넣은 항목입니다.

'확진자와 같이 식사한 자'의 경우,미국 기준을 따랐더라면 2m 내에 있었으므로 밀접접촉자가 되고.보호장구 없이 확진자에게 접근했으므로 '밀접접촉자'로 분류됐을 것인데, 이를 일상접촉자로 판단했다고 합니다.

부랴부랴 이 모순된 항목을 정리한다는게 밀접접촉자와 일상접촉자 기준을 폐지해 버립니다.

남의 나라 기준의 조항을 제대로 이해 없이 베끼고 그걸 또 임기응변으로 기워서 조항을 만들고,필요하면 머리에 떠오르는대로 또 기워서 써서, 그 조항이 모순투성이가 됐는데도 지적하는 이가 하나 없습니다.

 

비말감염의 특징은 환경표면오염으로 감염된다는 것입니다.환자에게 가까이 갈수록 접촉자는 감염에 취약해지고,환자가 한공간에 오래 머무를수록 환경 오염은 짙어지고 넓어지며,누군가 이 공간에 오래 머물수록 오염에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for a prolonged period of time'이라는 표현을 하게 되고 밀접접촉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환자가 그곳에 얼마나 있었는지 접촉자가 그곳에 얼마나 있었는지 등.


몇 분,몇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걸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매뉴얼에서 통째로 들어내 버렸습니다.

같은 '공간'같이 앉아서 밥을 먹었다면 그 사람은 위험한 것이고 뚝 떨어져서 밥을 먹은 이는 덜 위험한 것이죠.
같은 '공간'이라도 그 환자의 안방은 위험한 것이고 대중식당은 덜 위험한 것이죠.접근 거리에 따라,머무는 시간에 따라 환경 표면 오염에 차이가 있습니다.
********************************************************************
에어로졸이니 뭐니 하면서 비말감염이니 공기감염이니 노닥거리는 동안 매뉴얼은 무너지고 방역이 엉망이 된 셈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말에서 2월 2일 사이에 대남병원에서 신천지 교주의 형 장례식이 있었습니다.입원기간을 포함에 약 5일간 상주와 문상객이 그곳에 머물렀습니다.우리의 일그러진 상식과 매뉴얼대로라면 그 장례식장 '공간'은 초토화가 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장례식장 주변이 아니라, 뚝 떨어진 폐쇄병동에서 환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습니다.일반병실에서는 극히 소수가 나왔답니다.
 

또 신천지 장례식이 끝난 후 한참이 지난 14일 한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이 양성으로 확진됐습니다.12일 후에 환자를 감염시키는 환경 표면 오염은 없습니다.신천지 장례식과 대남병원 감염의 상관성이 약하다는 걸 말해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31번 환자가 아니었으면 사태의 파악은 늦춰졌을 것이고,애당초 방역망은 모르는 새 더욱 더 엉망으로 뚫려서 번졌을 겁니다.31번 환자의 경우는 오히려 상황의 심각성을 일찍 발견하게 해줬습니다.

***********************************************
환자가 스쳤던 공간은 무조건 '밀접접촉'의 근거로 삼았기에 환자가 지나간 쇼핑몰은 폐쇄가 되고 환자가 커피를 샀던 편의점은 문을 닫아야 합니다.

한 마트에 갔더니 진열대가 제법 헐겁습니다.빡빡하던 물건이 점점이 비어 있었습니다.일하는 분에게 어찌된 일이냐 물었더니 한 이틀 전쟁이었답니다.이웃 대형 마트가 문을 닫은 여파가 다른 마트에 쓰나미로 다가와 손님이 몰리고,혹시 몰라 물건을 미리미리 구입해 갑니다.대중의 '조용한 공포감'이 느껴집니다.


전투역량은 제한돼 있는데 전장은 무한대로 넓히는 매뉴얼,적군의 본대가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선제적 대응'을 한다는 지도부가 그나마 있는 전투역량을 조기에 소모시킵니다.그렇게 하기로 하면 매뉴얼에 대응단계는 왜 나눠 놓았던 걸까요?

 


만일 좀더 강한 놈이 들어왔더라면,좀더 전염력이 높고 좀더 치명적인 놈이 들어왔더라면 우리는 이 매뉴얼로 버텨낼 수 있었을까요?



태그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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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  
회원작성글 효옹(과기인)  (2020-02-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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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방법은 아니지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홍민성님께서 생각하시는 더 좋은 방법이 있으시면 제안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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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Holdem(대학원생)  (2020-03-13 02:01)
2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포괄적 정의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게 맞다고 보여지는데요. 더 세심하고 정밀한 접촉자의 정의가 이뤄져서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정의를 정확하게 만들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아직은 부족하지 않나요? 그런 상황이라면 전력투구하는 수밖에 없죠 그래야 일파만파 퍼진 뒤에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죠. 매뉴얼에 대응단계는 상황의 심각성에 따른 거지 자원의 분배를 위한 것은 아니지 않나요? 저도 글쓴이께서 생각하시는 더 나은 전략은 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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