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마당 진로
랩이 망할 것 같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 (대학원생)
안녕하세요 브릭 선배님들 저는 연구하기를 너무 좋아하는 석박통합과정 3년차 학생입니다. 지금 제 진로에 대해서 너무 고민이 많아서 여러 인생 선배님들께 상담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발 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주시면 너무 감사드리겠습니다. 저는 현재 암연구를 하고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연구주제가 상당히 마음에 들고 너무 좋습니다. 이번 년도 중으로 논문도 한 편 낼 예정이고 (submission), 뒤에 새로운 주제에 대한 연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구 스토리도 준수하게 풀린 편입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랩실은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교수님이 굉장히 온화하시고 저랑 성격도 잘 맞습니다. 학생들 졸업과 취직까지 신경써주시고 그런 자리를 만들어 주시기도 합니다. 교수님 자체도 연구교수 시절 능력이 굉장히 좋으셔서 연구비도 한동안 잘 따오시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건 과거의 영광이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교수님이 너무 온화하셔서 학생들 푸쉬를 잘 못하시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가 낼 논문을 제외하고는 6년간 논문이 단 한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년부터 연구비가 50%정도로 삭감됩니다. 원래대로라면 후배님께서 작년에 새롭게 발견한 prelimiary data가 있어서 그걸 발전시켜서 연구 과제를 따올 생각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데이터가 무슨 이유인지 반복 재현이 되지 않아서 과제 신청을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저를 제외하고는 내년까지 논문으로 될 만한 스토리가 없습니다.
내년부터 꼼짝없이 50%정도 삭감된 연구비를 가지고 연구를 해야되는데, 다들 아시는 것처럼 연구=돈이지 않습니까? 지금도 랩이 처음 시작했던 때에 비하면 연구비가 많이 줄어들었어서 제가 하고 싶은 연구들에 조금씩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 성과가 없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서 외부로부터 압박을 많이 받습니다. 교수님도 처음에는 재밌게 연구하시다가 어느 순간부터 제 데이터 하나하나에 너무 집착하시면서 저를 좀 힘들게 하십니다. 실험이라는게 5개 해서 2개 정도 postive data를 얻으면 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교수님께서는 외부 압박을 너무 많이 받아셔서 그런지 그거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좀 많이 하시면서 제가 점점 지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씩 발견해가던 연구의 재미가 변질되서 성과위주의 실험을 하고 있는 저를 인식할 때면 갑자기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러다 요새 문득 이대로 가면 2-3년 내로 랩이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가 교수가 되어 본적이 없으니 연구비라는 게 어떻게 따지고 돌아가는지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으나 우선 제가 관리하는 연구 과제 행정상 연구비 액수로는 대략 그럴 것 같습니다. 내년부터는 아마 필수 reagent들도 빠듯하게 아껴야 될 것 같습니다. 제 위의 선배님들은 아직 스크리닝이나 초기 데이터 단계에 머무르고 계셔서 이런 생각을 하는 항상 제 마음이 너무 조급하고 무겁습니다. 선배님들도 좋으신 분들이셔서 항상 제게 너무 모든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해주시는데, 그런 말들을 듣고 있으면 확실히 좀 안심이 되면서 제가 연구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근데 그것도 잠시이고 연구를 하다가도 문득문득 불안해집니다.
이거에 대해서 교수님과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교수님께서는 제가 불안해 하고 본인도 실험실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확언을 할 수 없다고 석사전환을 하고 다시 박사로 들어오거나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지원해줄 수 있는 다른 실험실의 박사자리를 알아보라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전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 늦어지면 취업이 힘들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줄요약
1. 지금 다니는 실험실 장점: 교수님과의 관계 좋음, 연구주제 맘에 듦, 랩실원들과 관계 좋음. 성과도 괜찮은 편.
2. 단점: 연구비가 내년부터 반토막남, 랩실 언제 망할지 모름.
3. 조언받고 싶은 것: 현재 다니는 실험실에서 석박통합 존버 or 석사전환 후 다른 박사자리 알아보기 (나이가 걸림) + 정말 랩이 망할 수도 있는건지...제가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그런건지 6년동안 논문의 거의 없으면 정말 랩실이 망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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