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마당 진로
해외포닥 생각중이신 대학원생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것 한가지
병리초보 (과기인)
안녕하세요. 브릭에서 항상 댓글만 달다가 생각보다 포닥 준비하는 분들이 의외로 모르는게 많은 것 같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만한 것들(지나고 나서 보니 그때 누군가 나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줬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텐데라고 아쉬움이 남는 것들)에 대해서 몇자 적어볼까 해요. 사실 글쓰는데 큰 취미가 없어서 짧게(라고 쓰고 길게 늘어지는 글이 될 듯...) 오늘 글쓰게 된 동기를 불러 일으킨 한가지에 대해서만 적을께요. 제가 잘난 사람은 아니지만 그동안 생고생하면서 겪은 것들이 많으니 도움은 조금 되지 않을까 하네요. 아시는 분은 그냥 패스하시고요.
포닥 나가실(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면, 박사 졸업 1년전부터 준비를 해야 합니다. 논문내고 졸업논문 쓰고 디팬스 다하고 포닥 서치해서 지원해야지 하면 빵점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해외 포닥 펠로쉽 대부분이 2-3년의 경력제한이 있습니다 (이게 핵심이니 바쁘신 분은 아래는 안읽어도 됩니다; 짧게 적으려고 했는데...제 버릇 개 못준다고 길어져서...퇴고하기는 귀찮고 해서 여기에 메모 남깁니다. 아래부분 읽고나서 시간낭비했다고 느끼면 본인책임입니다 ㅎㅎ)
졸업 1년전에 지원을 시작해서 (지원서 보내면 바로 답이 올것 같죠? ㅎㅎㅎ) 제 기억에는 지원시작해서 나오기까지 1년가까이 걸린 것 같아요. 이건 캐바케입니다. 하지만, 보통 1년 예상하면 됩니다. 님이 마음에 든다면 대부분 학위받고 바로 갈께요라고 할때 몇개월~반년정도는 충분히 기다려 줍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학위 받자마자 미국으로 나오면, 그곳에서 적응하고 실험 데이터도 좀 만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교수가 펠로우쉽 지원하자고 할 겁니다. 첫 지원서 쓰면 엉망진창일꺼에요. 아마도... 하지만 이제 1년차니까 괜찮아요. 한번에 펠로우쉽 받는 사람 별로 없으니 낙담할 필요없습니다. 보통 처음 한두번은 다 떨어집니다. 하지만, 님은 졸업직후 나왔기 때문에 아직 1-2년의 시간여유와 지원서에 넣을 수 있는 예비실험결과들을 만들 충분한 시간이 있습니다. 이렇게해서 2-3년차에 펠로우쉽이 생기면? 님은 해고될 걱정없이 실험하면 됩니다. 잔인한 말이지만, 연구비가 떨어지면 펠로우쉽 없는 포닥들부터 해고될꺼에요. 인건비가 미국에서는 가장 큰 지출항목이거든요. 님이 5만불 연봉으로 받는다면 교수는 기관에 내야하는 간접비포함해서 7-8만불정도를 지출합니다. 그러니, 님의 인건비를 커버해주는 펠로우쉽은 님에게 매우매우 중요합니다. 돈이 넘처나는 몇몇 대가 연구실이 아닌이상은 말이죠.
졸업직후 포닥을 찾기 시작하면 1년~1년반 후에 나온다고하면, 님에게 남은 펠로우쉽 지원기간은 1년-2년정도 남았습니다. 데이터를 만들 시간도 부족하고 지원서의 퀄리티도 부족할꺼에요. 펠로우쉽의 유무는 님의 포닥기간 삶의 안정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 아무도 이런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저에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몰랐었어요.
미국에 와서야 깨달은 것은, 경력때문에 지원할 수 있는 펠로우쉽이 전혀 없다는 사실과, 서부쪽 대학들에서 제 지원서에 답을 안했던 것이 저의 포닥경력때문이었다는 것이에요. 뭐, 저야 한국에서 포닥을 하겠다고 스스로 선택한 경우이니, 이건 누굴 탓할 문제는 아니지만요. 저와 다른 생각으로 해외 포닥을 바로 갈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졸업전부터 잘 준비해서 첫 단추를 잘 꿰고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대학원 때 연구는 안하고 빈둥대면서 교수님에게 저 포닥나가야 하니 추천서 나중에 부탁드립니다라는 바보같은 짓은 하시면 안됩니다. 졸업전에 준비하려면 그전부터 교수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시고, 빨리 나가고 싶다고 계속 말해서 교수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당근, 지원을 위해서도 졸업 1년전에 괜찮은 논문 하나는 있어야겠죠? 논문도 없는 학생과 포닥 인터뷰하겠다는 교수는 없습니다. 님이 천재가 아닌데, 혹시라도 아무 실적없는 님과 인터뷰하겠다는 해외 교수가 있다면 '높은 확률로' 절대 가지마세요. 그만큼 그 연구실에 제대로된 지원자가 없다는 말이니까요 ㅎㅎ
님이 (저와는 달리) 본토 미국인처럼 영어를 잘하고 글도 엄청 잘쓰고, 논문 실적도 뛰어나다면, 제 글을 읽고 있는 것은 본인의 시간을 낭비하는 겁니다. ㅎㅎ 저처럼 똑똑하진 않지만 연구는 하고 싶고, 제대로된 선배가 없어서 '도움이되는 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조그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글쓰는 재주가 없어서 주저리주저리 길어져서 죄송. 제가 아는 내용 다 적으려면 몇일밤을 적어도 부족할 듯 ㅎㅎ 그럼 다들 좋은 연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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