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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박사과정 중도포기 후 삶에 관해
대학원생(비회원)
  (2019-11-12 15:48)
 

통합 6년차 대학원생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교수님의 기준이 높아 학교 졸업요건을 채웠다고 졸업시켜주는 그런 연구실은 아닙니다.

진지하게 박사 중도 포기를 고민중입니다.

통합과정이었으니 석사 학위는 없고, 박사수료이기만 합니다.

 

대학원 생활하면서도 이 커뮤니를 본적은 없는데 박사 과정 중도 포기를 두고 고민하던차에 구글링 하다가 제가 쓴것 같은 글이 있어 저도 글을 남겨봅니다.

그 글이 몇년전 글이니 그 글을 쓰신분이 현재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이쪽 고민이야 이쪽을 잘모르는 사람한테는 말해봤자 공감하지 못할텐데 이런커뮤니티가 있어 한번 고민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제가 졸업을 위해 남아 있는 과업들이 너무나도 막연하고 불가능해 보입니다. 생각하면 두렵고, 가슴이 답답해져옵니다. 제가 현재 가진 행복조차 모두 잃어버릴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과업을 저는 열심히 한다고 해도 교수님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논문을 내지 못할거라는 예상도 제에겐 절망적입니다. 1,2년안에 해낼 수 있을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연구의 과정에서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않고, 호기심이 자극되지도 않으며, 회의감만 들 뿐입니다.

이걸 못해내면 나중에 뭘 해낼수 있을까 하면서버티고 버티면서 노력했는데 한계에 다다른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학위라는게 버텨낸다고 받을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박사과정 중도 포기 하신분, 중도포기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셨던 분들의 조언을 많이 듣고 싶습니다.

포기하신 분들은 어떤 삶을 살고 계신지 어떤 대체진로가 있을 수 있는지,

포기하고 나가서 살면서 포기한게 후회되는 때는 언제인지,

혹은 정말로포기직전까지 갔다가 학위받으신 분은 어떤 마음가짐, 어떤 경로로 극복 하셨는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태그  #박사수료   #박사중도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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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5  
회원작성글 immlab(과기인)  (2019-11-12 16:46)
1
그만두고 회사 취업했었습니다. 중도포기 할 때는 정말 인생이 끝난 것 같았는데, 그래도 그동안의 경험이 아주 헛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그만둘 때는 연구는 절대 안 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은 연구직 밖에 갈 곳이 없어서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다른 일을 엄청 열심히 알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연구직으로 갔습니다. 저는 석사학위는 있었고요, 다행히 잘 봐주셔서 박사과정 기간의 50%를 경력으로 쳐주셔서 경력직으로 입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다시 유학준비를 해서 유학을 해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왕이면 끝까지 하셔서 학위를 받으시기를 권장하지만, 그만둔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인생은 길고 할 일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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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햄스텅(대학원생)  (2019-11-12 21:39)
2
저도 박사과정중이고, 최근에 그만둘 생각을 진지하게 고려하다가 며칠동안 마음을 다시 바꿔먹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조금만 더 힘내서 끝내시길 바랍니다.
세상에 그 누구도.. 내 상황, 내 처지, 내 아픔 등을 한번 들어주고 한번 바라봐줄 수는 있어도 그걸 대신 해결해주거나, 내가 이걸 포기함으로 인해서 오는 다른 상황을 대신 살아줄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러이러해서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이지만, 결국은 '포기했다'는 것만 남게됩니다.
또, 이제껏 해온것들, 울고 웃고 하면서 모은 그 모든 데이터와 시간들이 그냥 아무것도 아닌게 되거나 남이 주워서 마무리지어버리면 나의 그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인가? 라는 생각.
또, 내 선택에 책임을 지지 않고 이대로 무너진다면 과연 향후 다른길을 선택해도 또 같은 이유로 무너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가? 등 많은 생각을 해보시고, 본인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셔야 할 것같습니다.
비단 연구뿐만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인생은 시험과 선택, 책임의 연속인것 같습니다.
그러나, 진짜 너무너무너무 힘들다면, 그만둔다고 해서 지구가 반쪽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 진짜 너무 힘들고 모든게 짜증나고 하는것도, 한발짝 물러서서 가라앉히고 현 상황을 직시해보세요. 어쩌면 해결책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힘내시길 바래요. 저도 심신의 병을 다 얻었지만 다시 가라앉히고 한번 더 힘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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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회원 작성글 홍냥(비회원)  (2019-11-13 18:52)
3
저도 33살에 박사수료로 나와서 회사에 취업한 케이스 입니다.
가능하면 무슨 수를 써서든 학위를 받으시는게 좋겠지만, 박사학위가 미래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당장의 고통을 참아가며 까지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본인의 가치관에 따랄 달라지는 부분이겠죠.
저 또한 위와 같은 이유로 실험실을 그만두고 33살에 석사졸 타이틀로 흔히 시약상이라고 통칭 되는 업체들의 마케팅 부서로 취업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실험실 생활 보다는 나은거 같습니다.
회사에 취업하면 회사 나름의 어려움은 있겠으나 일정 수준의 금전적 보상이 매달 이루어지고 학계와는 다르게 회사는 그저 참고 출근 하는 것만으로도 경력 이라는 것이 쌓인다고 생각하니 참고 살아지게 되더군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냥 출근해서 얻은 경력으로 연봉을 쭉쭉 높여서 가는 사람들을 보니 나름의 희망도 생기구요??ㅋ
저는 33살에 석사졸로 나왔지만 글쓴이는 6년차라고 하셨으니 30 언저리 쯔음일 것으로 생각 되어 나이상으로는 저보다는 나아 보입니다.
단, 거의 모든 회사는 수료 상태의 학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석박통합 수료는 그냥 학사졸이랑 같은 대우이니 그만 두시더라도 석사로 끊어서 졸업하시는 루트를 교수님과 잘 상의해보시기 바랍니다.
배운건 실험 밖에 없는데, 실험실 나가면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막막함이 있으시겠지만 영업, 마케팅 쪽으로 눈을 돌려보시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두 직군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기도 하구요.
이래저래 마음이 많이 심란하시겠지만 구지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합니다.
마음 잘 추스리시고 나를 위한 현명한 결정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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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Joeyb(과기인)  (2019-11-19 22:59)
4
저는 포기할 생각으로 교수님을 찾아갔다가 학위를 받은 케이습니다. 제 경우도 졸업요건은 갖춘 상황에서 교수님 기준에 못미쳐서 졸업을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제 경우엔 그만둘 생각을 하고, 어차피 그만둘거 한번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교수님께 찾아가서 졸업 시켜달라고 하니 의외로 일이 잘 풀렸던 기억이 납니다. 졸업요건도 채우셨고 어차피 그만둘 생각까지 가지셨다면 한번 객관적으로 상황을 살펴보시고, 교수님과 한번 부딪혀보세요. 길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아마 지도교수님도 님께서 나가버리면 님께서 하던 연구를 마무리 하기 어려워진다는 약점을 갖고 계셔서 님이 강하게 나가면 의외로 협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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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ligation만 1년반째(과기인)  (2019-12-03 15:01)
5
저는 박사 졸업하고 취업을 했습니다만.. 그 마음 100%공감합니다.

집안 사정때문에 학부에서 휴학만 2번에 늦게 대학원 시작해서 넉넉치 않은 실험실 형편에 월생활비 지원도 없이 오로지 학비70% 지원만 받고 꾸역꾸역 버티는데. 정말 고통스럽더라구요 코스웍은 끝난채로 지도교수님은 연구년 나가버리시고 실험실에 혼자 앉아있을때 정말 세상 끝난줄 알고 잠깐 도망쳐서 돈많이 번다는 발골사가 되볼까도 했었지만... 결국에는 실험실로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 정말 고통스런 1년반을 견뎌내고 박사학위를 받아 나왔습니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니더라구요 35살에 박사 받아서 회사에 취업하고 보니... 정말 학교랑 회사랑 갭차이가 크더라구요. 내가 제일 잘난줄 알았는데 평범하더라구요 하루에 PCR 100개 돌려서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서 하루에 2천개 돌리더라구요....며칠만에 박사과정에서 느꼈던 고통보다 세상의 두려움이 더 커지긴 했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회사에서 그럭저럭 살고 월급도 받고 전세집도 구하고 장가도 갔습니다. 글쓴이님. 지금 당장 나오셔서 취업을 하실지 졸업을 해서 학위를 받으실건지는 오롯이 본인의 결정에 달렸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먼저 분석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잘하는게 분석이잖아요. 그리고 결론을 도출하시길 바랍니다. 어떤 선택이든 간에 분명히 올바른 선택을 하실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해결해주는게 분명히 있습니다. 꾸역꾸역 삼키다보면 분명 지나갑니다. 무슨 선택을 하든 후회를 하게 됩니다. 다만 그 후회를 오래 붙잡고 있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박사과정 중에 다른 실험실 후배들과 새벽 두시쯤 실험건물앞에서 농담처럼 했던 말이 있습니다. "뭘 걱정해~ 뭘 해도 잘 안될텐데~" 저는 이말 하나로 버텼습니다. 우리 과학자들은 매일이 실패입니다. 그래도 그 속에서 개선점을 찾고 우리는 늘 해답을 찾아왔습니다. 올리기 전에 다시 읽어보니 엄청 도덕교과서 같은 말을 써놨지만. 힘들하시는 박사과정 글쓴이님께 드릴수 있는 말은 "힘내십시요" 뿐이라 미안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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