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뇌의 학습 및 기억의 작용기전을 분자유전학적 방법으로 접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희섭 교수
- 학습기억현상연구단
- 생쥐가 모델시스템
- 뇌신경 과학자가 된 동기
- 연구의 어려운 점
- 연구 성과
- 새로운 약물개발의 표적
일시: 2003년 11월 25일, 오후 4:30
장소: 포항공대 생명공학센터
신희섭 교수는 학습 및 기억에 관한 유전학적 연구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이 분야의 연구는 다양한 종류의 신경질환과도 관련되어 있다. 본인은 유전자 적중 기법을 포함한 유전학적 분석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습 및 기억에 대한 유전학적 연구 분야가 지금 태동되고는 있으나,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하고자 하는 그 연구에 대하여는 아직 많은 관심이 기울여지고 있지는 않다. 회고해 보면 그것은 올바른 선택이었다." - 학습기억현상연구단 웹페이지에서 발췌
학습기억현상 연구단 소개
학습 기억이란 우리 뇌 기능의 핵심 중의 하나이다. 학습이란 것은 학교에서 배우고 외우는 것 뿐 아니라 사람을 만나서 얼굴 기억하는 것, 어떤 경험을 하는 것도 학습이다. 뇌가 어떤 상황을 만나 반응을 할 때, 이후 똑같은 상황이 오면 이전 경험한 것의 영향을 받아 반응이 달라진다. 이런 학습에 기억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 연구는 생쥐를 모델로 사용한다. 생쥐가 특정 환경이나 상황을 기억 하도록 학습 시킨다. 미로 찾기나 특정 환경에 대한 공포를 주는 것(특정 공간에 넣어 전기 자극을 줌) 등 이런 것이 모두 쥐를 학습시키는 방법이다. 우리 연구단은 생쥐를 모델로 해서 여러 가지 학습 패러다임(학습 시키는 방식)을 적용하여 이런 학습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부분, 뇌 신경세포의 기능, 신경세포가 기능을 하게 하는 유전자를 밝히는 연구를 한다.
우리는 분자생물학이 기본이다. 유전자 수준에서 유전자 기능을 아는 것이다. 어떤 유전자가 어떤 역할을 해서 뇌세포 기능변화에 영향을 주고 뇌 회로에 변화를 주어 결국 행동으로 나타나는가를 본다. 분자수준에서 행동까지 연결하는 연구이다. 유전자를 돌연변이 시켰더니 쥐가 학습을 못하는 것을 알았다면 뇌의 어느 부분(주로 해마) 신경세포가 어떻게 달라졌으며 신경세포 흥분성이나 신경세포 간의 시넵스 기능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본다. 쥐 유전자를 돌연변이 시키는 분자적 수준에서 시작해서 그 결과 어떤 단백질이 없어 학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고 그 중간 단계를 찾아 밝혀 내는 일이다.
생쥐가 모델시스템
상당히 재미있는 쥐가 많은데, 꼭 날 닮은 쥐도 있다. 특히 "매니아" 같은 경우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조증(조울증 중에서 조증)을 보이며 기분이 한없이 올라가는 등 특이한 행동을 보이는 쥐다.
생쥐가 실험대상으로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우선은 작아서 불편하다. 그러나 사람의 기능을 알기 위해 포유류를 대상으로 연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포유류 중에서는 작은 쥐가 연구에 쓰기 편하다. 그리고 지난 20 세기에 생쥐를 대상으로 엄청난 유전학 연구를 해왔고 그 결과를 모두 이용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 목표는 사람의 뇌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방법 중에 직접 사람의 뇌를 가지고 실험을 할 수가 없으니 실험동물을 필요로 한다. 내 자신이 유전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genetics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람의 뇌와 비슷하면서 genetics로 분석할 수 있는 모델인 생쥐가 가장 적절하다.
뇌신경 과학자가 된 동기
의대 들어갈 때 내가 상상한 것은 환자를 돌보고 연구도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멋진 임상 의사가 되는 것은 좋은데 그렇게 되려면 환자를 돌보는 것 자체가 즐거워야 그 인생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넘어서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것이 즐거움이 되어야 하는데, 난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졸업 후에도 연구를 계속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의과대학에서 뇌 해부학을 했는데, 특히 신경해부학 수업을 재미있게 공부를 했었다. 그래서 관심은 가지고 있었다. 이후 면역학, 유전학을 기본으로 미국에 가서 발달유전학을 배웠고, 한국으로 돌아와 포항공대에서 본격적으로 뇌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래서 뇌연구에 분자유전학 기법을 적용 할 수 있었다.
연구의 어려운 점은?
항상 있다. 어떤 주제로 어떤 연구를 하던지 항상 있는 것이 아니겠나. 대부분 안되다가 해결이 되고 한번 해결이 될 때 큰 발전을 하고 그러는 것이다.
"학습기억현상" 연구단의 연구 성과 소개
우리가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 신경세포 흥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내 칼슘 농도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Neuroscience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좀 더 크고 중요한 주제부터 접근하려고 했었다. 신경세포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다 칼슘농도 조절이라고 생각했고 여기에 관여 하는 유전자를 집중적으로 돌연변이 시키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칼슘 채널이 그 중에 하나이고 Phospholipase-C(PCL)유전자와 Sodium/Calcium exchanger 등이 연구 대상이 되었고, 이들을 세포 수준에서 보면 공통된 주제가 생기는 것이다.
PLC는 두 종류의 유전자(β1, β4)를 각각 제거한 돌연변이 쥐를 만들어 PLC- β1, β4가 뇌에서 어떤 neurotransmitter receptor와 결합하는지를 밝혀 낸 적도 있다(2001년 Nature지에 발표. 간질과 운동마비증상에 관련된 유전자를 세계에서 첫 발견). 그 이후 칼슘 채널을 계속 knock-out하면서 공포에 관한 유전자를 규명 했었고(2002년 미 과학원회보 PNAS에 발표), 통증에 관한 연구도 있었다. 최근에는 복통 조절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연구였다(2003년 Science지에 발표). 시상핵이 관여하는 뇌 기능의 새로운 한 단면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이다.
유전자 기능을 밝히는 것은 새로운 약물 개발의 표적을 찾아내는 것
뇌의 기능을 밝히면 기능이 잘못되어 질병이 되는 것의 원인을 알게 되고 원인을 알면 치료를 할 수가 있다. 한 유전자를 돌연변이 시켰더니 우울증에 걸린 쥐가 되었다. 그러면 그 유전자의 기능을 올려주면 우울증도 치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유전자를 돌연변이 시킨 쥐는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아주 늠름하고 포기를 하지 않는 행동을 보였다. 그 유전자가 돌연변이 되면 우울증에 빠지지 않는 것이므로 이 유전자는 우울증 치료의 약물 표적이 될 수 있다. 뇌의 각종 유전자 기능을 밝히는 것은 새로운 약물 개발의 표적을 찾아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 연구는 약물을 직접 개발하는 것은 아니고 대신 약물의 표적을 드러내 보이고 표적을 만드는 연구이다.
< 인터뷰 내용 >
- 연구의 재미와 보람
- 다른 관심은?
-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
- 후배 과학자들에게
일시: 2003년 11월 25일, 오후 4:30
장소: 포항공대 생명공학센터
연구의 재미와 보람
새로운 분야를 열어보이는 것은 아주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의 뚜껑을 열어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어떤 새로운 것이 보이고 이것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한 길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런 것이 상당히 보람된다. 거기에 맞춰 우리들의 생각 자체도 자꾸 달라지게 된다. 연구를 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예상을 하고 시작하는데 맞을 때 보다 틀릴 때가 더 많다. 그리고 틀릴 때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사람들이 예측하지 못한 것을 드러내는 것이 더 재미와 보람된다.
Neuroscience는 결국은 뇌의 문제인데 뇌는 곧 마음의 문제이다. 나는 마음에 대한 연구를 하는 거다. 신경과학 연구가 곧 마음의 공부하는 것과 연결이 된다고 본다. 그래서 연구가 곧 생활이고 생활이 곧 연구가 된다.
다른 관심은?
노는 건 다 좋아한다. 잡기에도 능하다. 스키, 스쿠바 등 노는 건 각종 다 좋아하는 편이다. 취미가 뭐하고 물어보면 좀 곤란한 것이 나는 연구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취미라고 생각한다. 생활과 연구의 구분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
이공계 기피를 학생들 탓으로만 할 수는 없다. 내가 대학을 다니고 졸업할 때는 이공계가 아주 인기가 좋았었다. 지금은 이공계가 인기가 나쁘니까 그런 거다. 학생들을 비난할 입장이 아니라 사회가 오히려 책임져야 할 입장이다. 우리 때는 이공계 공부하고 졸업한 뒤 취업을 하면 멋있는 것이었다. Engineer 가 되면 돈도 잘 벌고 부러워하던 그런 사회였다. 그런데 세월은 바뀌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이 분야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앞으로 굉장히 유리하다고 본다. 경쟁이 확 줄어드니까. 이공계 활성화는 국가를 먹여 살리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이고 사회에서 지금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이공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논의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에서도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후배 과학자들에게
과학자의 길로 이미 들어선 사람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이라고 본다. 불교에 "초발심(初發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 내가 "마음 공부를 하리라, 해탈을 하리라, 윤회의 고리를 끊고 부처가 되리라" 하는 각오가 얼마나 단단하냐에 따라서 그 다음이 결정된다. 이렇게 처음 마음 내는 것을 초발심이라고 한다. 사이언스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사이언스를 해야지, 석사 박사 과정을 거쳐 평생을 사이언스를 하리라"고 처음 마음을 먹는데, 우리 연구자들은 이 초발심을 강하게 낸 사람들이라고 본다. 이것이 앞으로 연구하면서 오는 괴로움이나 힘이 들 때 견디는 힘이 된다. 괴로움은 이것을 해결하려고 할 때 안되어서 괴로울 뿐이지 이 길을 들어선 것 때문에 괴로운 것은 아니다. 초발심이 약한 사람들은 과학자의 길을 가다가 힘들면 마음이 약해지고 결국은 과학자의 길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초발심을 가지고 과학자의 길에 들어섰으면 이제 열심히 하면 된다. 그 뒤의 일은 세월이 지나면 해결된다.
그리고 정말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초발심이 강한 사람은 즐길 수 있다.
Miniprep을 생각해보자. Plasmid를 키워서 20개를 Miniprep 했을 때 19개 band가 깨끗하게 나오면 이건 기분 상쾌한 일이다. 이 자체가 즐거움이어야 한다. 왜냐면 miniprep 자체는 특별한 결과가 아니라 논문을 쓰는 과정의 어느 한 부분이니까. 밥 먹고 난 뒤 그릇을 닦는데 티끌하나 없이 반짝 반짝하면 이것에서 오는 즐거움. 이런 마음이 있으면 된다. 여러 단계의 과정 중에 한 단계가 마음에 아주 쏙 들게 되는 것도 즐길 줄 알아야 된다. 이런 마음이 없으면 마지막 그릇에 밥이 올려져 있는 것만 기다리게 된다. 논문을 쓰는 것이나 노벨상을 받는 것만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의 인생은 힘든 인생이 된다.
기자 장영옥
촬영 전명옥
동영상 편집 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