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자생식물이용기술 개발 사업단
자생식물이용기술 개발 사업단장 정혁 정혁
- 사업단 소개
- 사업단 연구 성과와 방향
일시: 2003년 8월 1일, 오후 5:00
장소: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2층
8월 1일, 한참 휴가철이였기에 고속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대전서 서울로 오던 정혁박사는 연신 약속시간에 늦은 것을 미안해 하였다. 식물연구하시는 분이라서 그런가? 한 눈에도 알아볼 수 있는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정혁박사는 편안하고 친근한 태도로 기자를 대하였다. 이미 몇 번의 인터뷰를 한 탓에 카메라 앞에 익숙하신 표정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소리없이 전개되고 있는 종자전쟁에서 승리한 기업은 21세기 산업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며 앞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나라는 유전자원 확보전쟁에서 승리한 유전자원 부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 가치와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토종자원이 뒤늦게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다.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은 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으로 2000년 4월 발족하여 이제 만 3년이 되었다.
- 자생식물이용기술 개발 사업단은?
"우리 한반도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은 약 4천여 종이고 그 중에 한반도 자생식물은 약 400여종 정도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미 수 천년 동안 식물, 특히 약초를 먹어왔기 때문에 동의보감에도 나오듯이 약초에 대한 기본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어 있다. 이런 기본 지식에 최근 발달한 유전공학 기술을 접목하여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적인 천연신약, 천연신약 소재, 식품의약 등을 창출하고자 자생식물이용기술 개발 사업단이 설립되었다."
-사업단의 현재 연구 성과는?
"인프라 성격의 연구사업인 "한국식물추출물 은행" 구축을 자랑하고싶다. 국내 자생식물자원을 그 연구대상으로 식물이 가지고 있는 성분을 추출물 형태로 우려내어 보관을 하고 있다. 현재 2000여종의 식물 추출물을 보유하고 있어 분야의 국내 산, 학, 연 연구자들에게 연구시료가 필요할 때에는 언제라도 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멸종위기 및 희귀식물의 종자은행 사업을 하고 있다. 환경 보전에 관한 계획 없이 함부로 개발을 하여 우리나라의 많은 야생 식물들이 사라지는 등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단 한 종의 식물이라도 어디서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데 사라지고 있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식물자원은 우리의 큰 재산이므로 이를 보존하기 위하여 열심히 종자은행을 구축하고 있다."
"유전공학 기술 발달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식물관련 유용한 정보들(DNA 정보, sequencing 정보 등)을 처리할수 있는 시스템 구축 사업도 하고 있다. 바이오인포메틱스 연구사업이 그것이다."
"개별연구과제사업으로서 약용식물을 이용해서 천연신약소재나 식품의약을 만드는 과제는 지난 3년 동안 상당히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그래서 17개 과제에서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기술잉전 계약을 체결하는 결과를 얻어 사업단이 아주 고무되어있다."
"이런 성과들이 인정을 받아 지난 6월에 있었던 프론티어 사업단간 비교평가에서 우리 사업단이 1등을 하였다."
-앞으로 사업단의 연구방향은?
"기반기술사업은 아주 중요한 것이므로 앞으로 10년이 아니라 사업단이 해체되더라도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이제는 국부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천연신약(항암제나 알레르기 치료용 물질 등)을 개발하기 위하여 나아가야 할 것이다.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하여 자생식물로부터 고부가가치의 식품의약 및 천연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최종목표이다."
"자생식물을 이용한 신약개발은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주어진 여건이나 경험에서 아주 힘이 드는 분야이므로 미래의 큰 목표로 두고 신약개발의 과정에서 좀더 쉽고 짧게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기능성 건강식품의약 개발을 현재 추진중이다."
<사진설명: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 사업단의 동강 래프팅>
일년에 100억이라는 거대한 사업비를 운영하는 자생식물이용기술 개발 사업단의 운영 비결은 그저 사람을 보고 돈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정혁 박사 만의 사업단 운영 비결과 함께 사업단이 원하는 연구원상을 들어본다.
감자 연구에 빠짐
"대학원에서 배운 실험 기법이 조직배양이다. 식물조직배양 기법을 사용해서 연구할 수 있는 식물은 다양하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는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수나무의 조직배양을 주로 했다. 한국 들어와서는 KIST에서 연구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사과연구를 계속 하고 싶었지만 사과는 우리나라의 주식 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KIST 같은 국가 연구 기관에서 연구를 진행하기엔 명분이 약했다. 그리고 우리 식물연구팀에서 이미 마늘과 감자 연구를 조금 시작해 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감자, 마늘 연구를 내가 맡게 되었다. 마늘 연구는 결과가 생각한 것과는 달리 지지부진했고, 감자는 계속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니까 자연스럽게 감자에 빠져들었다."
식물연구가 좋다?
"식물, 그 중에 농작물은 보통 일년이 Cycle(생장주기)이니까 제대로 된 연구 데이터를 얻으려면 일년이 지나야 하다. 미생물 같은 경우는 몇 일만 키우면 잘되던 못되던 데이터가 쏟아지는데, 이런 면에서 식물 연구하는 분은 참 힘이 든다. 그래서 식물 연구하는 분이 논문 한편 낸 것은 다른 연구 논문 한 10편보다 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동물연구를 안 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동물 연구하는 분은 실험하면서 피도 많이 보는 것 같고, 쥐를 죽이기도 하는데 이런 건 정말 자신이 없다."
잘 나가던 감자박사에서 자생식물이용 기술개발 사업단장으로
"감자연구로 너무 알려지고 잘 나가서 그게 문제였다. 과학기술부에서 자생식물이용기술 개발 사업 단장 모집을 하였는데, 우리 연구소(생명공학연구원)에서 나를 지목한 것이다. 처음부터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내 바람은 평범한 연구자로 동료연구자와 평생을 손에 물 묻혀가며 감자연구를 계속하는 것이었고 퇴임 전까지 연구실에서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을 가치 있는 삶으로 생각하였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 당시 자생식물이용기술 개발 사업단 프로젝트 공고가 났고 우리 연구원에서는 이름 있는 사람을 내세워 그 사업을 따내야 했기에 내가 지목이 되었다. 한 일주일 안 하려고 도망을 다니다가 "너 하고 싶은 대로 평생을 살수가 있느냐, 사업단을 맡아서 이 분야의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도 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주위의 권유로 결국엔 사업단을 맡게 되었다."
일단, 하면 한다
"주위의 권유로 맡게 되었지만, 안 하다고 했으면 모를까 한다고 한 일은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어설프게 일하는 성격은 아니다."
사업단의 운영 방침
"큰 운영의 비결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연구나 사업, 또는 무엇이건 간에 결국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이다. 이것을 어떻게 유연하게 잘 할 것인가를 제일 신경 쓰고 있다. 특히나 연구는 사람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 사업단 책임자로 좋은 연구자를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다음에는 끈기 있게 기다리는 일이다. 다급하게 결과를 기다리게 되면 대어(큰 연구 성과)가 나오기 않는다. 나 자신도 연구하는 과정에서 많이 느꼈고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풍토에서 이런 문제점은 많이 보아왔다. 연구비를 지원해주면서 조급하게 다그치지 않고 끈덕지게 그 분들의 연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좋은 연구자란?
"능력 있고 인품도 있는 연구자다. 사업단의 연구책임자를 선정하는 원칙은 3가지.'신의성실(信義誠實)'과 '솔선수범(率先垂範)' 그리고 '실사구시(實事求是)' 이다."
"첫째가 신의성실(信義誠實) 해야 한다. 연구자, 과학자 이전에 인간적으로 성숙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소수의 사람들이 있어 전체 과학계가 욕을 먹는 일도 많았다. 열심히 노력하고 그 결과에는 깨끗이 승복할 줄 알아야 한다."
"두번째가 솔선수범(率先垂範)이다. 생물연구는 직접 본인이 실험을 하지 않으면 연구 결과를 믿을 수도 없고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오지도 않는다고 본다. 연구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실험은 연구자 본인이 직접 실험을 해야 하고 그러면서 주위 참여 연구자와 동료들과 함께 업무를 분담해서 연구팀을 이끌고 나가야지, 사무실에 앉아서 결과만 통보 받는 'Desk Scientist'는 곤란하다."
"세번째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연구철학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하는 연구가 이왕이면 기초 학문이던, 응용 학문이던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었으면 한다. 남이 아무도 보지 않는 논문, 남이 아무도 사가지 않는 기술특허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좋으니 이용될 수 있는 연구를 하겠다는 철학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 유학시절
"정신적으로 참 힘들었던 시기였다. 한국에선 나름대로 영어 좀 한다고 생각했는데, 첫학기 강의 들어가니 못 알아 들어 노트 필기도 안되었다. 그래서 초기엔 이 상태로 박사 과정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심적인 부담이 아주 컸다. 중간에 그만두고 한국으로 오고싶은 심정이 몇 번이나 들었다. 그러다 참고 버티면서 노력을 하니까 능력이 생겼던 것 같다. 우선 노트 필기를 위해 모든 강의를 녹음했다. 집에 와서 다시 듣기를 해가며 50분짜리 강의를 노트 필기하는 것에만 3-4시간 걸렸다.
한학기를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귀로 들리기 시작했다. 일년 지나 후엔 이정도면 버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까지가 제일 힘들었다. 이때 받은 심리적인 엄청난 스트레스는 운동을 좋아해서 주로 테니스로 풀었다. "
연구를 하는 동안 받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지혜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한테 조언을 한다면 건전한 취미생활을 하나정도는 가졌으면 한다. 스포츠나 문화생활 같은 취미면 하나씩 가지면 좋겠다. 이런 취미 생활이 있어야 본업도 더 잘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과학자로서 보람은
"감자연구가 농민들에게 실제 사용되어 생산량이 늘어 농민 소득으로 이어졌을 때 가장 큰 보람이었다. 우리 연구의 최종 수요자인 농민이 생산된 농작물을 들고 찾아와 고마워하고 칭찬 줄 때, 그 이상의 보람은 없다."
후배과학자를 위한 조언
"운이 좋아서 총명한 머리와 근면한 성격 둘 다를 부모님에게 물려 받았다면 세계적인 노벨상을 탈수 있는 대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확률적으로 이런 사람은 드물다. 머리가 좋으면 끈기가 부족하고 끈기가 좋으면 머리가 둔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과학자는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머리를 가지고 있을 때, 기본적으로 끈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은근한 끈기, 참고 기다리는 성격, 이런 덕목을 배양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 우물을 팔 수 있다. 좋은 결과도 이를 바탕으로 나온다."
"에디슨의 '나의 발명은 무수한 실패의 경험을 쌓아올린 결과이다'라는 격언을 실험실 벽에 붙여놓고 실험이 안될 때 쳐다보곤 한다. 좌절하지 않고 끈덕지게 연구에 매달리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의 능력은 무한하기 때문에 '된다!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연구는
"사업단을 맡으면서 연구 중간에 중단된 것이 많다. 감사연구를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이용하여 백합이나 튤립 같은 화훼 구근류 연구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런 화훼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종자 생산이 안되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것을 우리가 자급자족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연구의 목표이다. 언젠가 사업단장의 임기가 끝나고 기회가 생기면 마무리를 하고싶다."
기자 장영옥
촬영 박지민
동영상 편집 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