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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충북대학교 백기엽 교수 (2)
"첨단과학이 아닌 비인기 학문도 소외받지 않도록 계속 지원되어야..."

인터뷰 내용
 - 그간의 연구 경험 중 기억에 남는 일과 보람들
 - 현장에서의 연구 수행의 고충은?
 - 연구자가 아닌 조직의 리더로서의 경험은 어떠하셨나?
 - 과학자로서 당부하고 싶은 점은?
 - 인터뷰를 마치며…

일시: 2011년 7월 19일, 오후 3:00

장소: 충북대학교 첨단원예연구개발기술센터

백기엽 교수 약력

그간의 연구 경험 중 기억에 남는 일과 보람들

"70-80년대의 대학의 여건이 건물만 있었지 사실 속은 텅 비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우리 학교도 종합대학이 되면서 신축 건물 공사를 많이 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공사 현장에 가서 베니어판, 스티로폼 같은 것을 주어와서 실험실을 꾸미고 했다. 그 때는 처음 시작하는 입장이라 연구비나 인력이 없었다. 그래서 라면으로 끼니도 떼우고 나의 주머니 돈으로 외국 출장도 다니면서 실험 기자재도 많이 모으고 했다. 지금 같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집사람이 아마 허락을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에는 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도전적이고 열정적으로 선생이나 학생들이 한 마음이 될 수 있었던 부분이 가장 큰 성장 동력이었다.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거의 대부분 국내 학술지에만 논문이 게재되는 입장이었고, 90년대 후반부터 외국 학술지에 실렸다. 우연찮게 외국 학술지에 투고를 하고 난 뒤에 외국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아주 많이 받게 되었다. 특히, 지방 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열등감이 있는데 그런 열등감이 자연적으로 해소가 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80년대 중반 군사정권 시절에는 6시가 지나면 강제로 실험실에 남아 있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었다. 그래서 실험실에 더 남아 있기 위해서 수위 직원분한테 4층에서 1층까지 커피를 타 가지고 대접을 하면서 학생이 남아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우스꽝스러운 일들이었지만, 나 뿐만 아니라 그 당시 교수를 했던 사람들은 다 느낄 것이고 공통적인 애로사항이었다."

현장에서의 연구 수행의 고충은?

"정부에서 연구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비 사용 규제나 행정 장치를 잘 운영하는 것과 연구비 수혜자가 실험실에서 실험하면서 겪는 애로 사항이라는 두 시스템 간에는 충돌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연구의 결과나 애로사항 보다는 돈이 투명하게 집행되면 된다는 것이고, 연구자들은 규제가 좀 풀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만약 1억을 주었으면 교수가 그 범위 안에서 투명성을 높이면서 과제를 수행해서 최대의 효율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그런 시스템으로 옮겨갔으면 한다. 투명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연구자에게 연구하는 방향이나 연구비 사용에 있어서 자유를 주었으면 한다.

우리 대학에 약 800여명의 교수가 있다. 이 교수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고 연구 영역이 다르다. 어떤 분야는 활동비가 40~50% 정도 필요하기도 하고, 잘 갖추어진 실험실인 경우 재료비 보다는 인건비가 많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것들을 전체 연구 규모 안에서 연구책임자가 특성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예외를 주었으면 한다. 재료비, 활동비, 인건비를 일괄적으로 정해놓다 보니 그 규정에 맞추기 위해서 연구비를 낭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단기 성과 위주의 과학 정책을 펴는 것은 노벨상이나 스타 과학자를 배출하는데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R&D 투자라는 것은 과학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힘을 기르기 위해 인력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가 인력 양성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봐야지, 2~3년 투자해서 특허 몇 건, 논문 몇 편 발표했는가 하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것이 국가의 지표를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과학자들을 단기 성과에 집착하도록 만들어서 결국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연구자가 아닌 조직의 리더로서의 경험은 어떠하셨나?

"사실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고 떠밀려서 하거나 나이 때문에 맡게 된 것도 같다. 나는 큰 사업단을 이끌만한 특별한 리더쉽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수를 포함해서 전문직 종사자들은 고질적인 직업병을 가지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아집과 독선, 자만이라는 직업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직을 이끌기 전에 집단의 특성과 전문직이 가지는 직업병()의 특성을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어떤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때로는 감성적인 리더쉽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학교에는 교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부, 대학원, 포스닥, 연구교수, 연구원 등이 있다. 나이가 들어서 보면 자식같은 사람들이다 보니까 요구보다는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지방대 학생들을 데리고 어떻게 논문을 쓰느냐 하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나도 처음에는 불가능할 줄 알았다. 그런데 각자가 지니는 잠재력이 다들 있는 것 같다. 실험을 맡길 때에도 이 사람의 능력이 어떠하고 저 사람의 능력은 어떠한지 파악하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또 한가지는, 처음 지도할 때에는 학생들에게 당근을 20%, 채찍을 80% 정도 주었다. 그렇게 하면 생산성도 아주 높고 교수가 시키는대로 테크니션처럼 다 한다. 하지만 이 학생들이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면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스스로 실험을 설계한다든지 실험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게 되는 것도 부족했다. 그래서 차츰 당근을 70%, 채찍을 30%로 바꾸었다. 한 5년이 걸렸다. 그 때는 아주 속이 탔다. 안된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지만 학생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은 값비싼 시약이 들더라도 하게 해 주었다. 학생 스스로 느낄 때까지 기다리는 데에는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 기간만 지나가니까 학생들의 창의성이 키워지고 스스로 일을 해 나가면서 하나의 실험실 전통이 세워졌다."

학생들에게 하고 전하고 싶은 말씀은?

"과학 분야에서 성공하는 방법이나 일반 사회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다들 알고 있다. 부지런해야 되고, 열심히 해야 되고, 성실해야 되고, 정직해야 된다. 그런데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완전히 차이가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꿈을 꾸는 사람보다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 한다.

두 번째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점이다. 만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쉽게 말해서 남들이 7시간을 잘 때 6시간만 잔다면 한달이면 30시간이고 1년이면 365시간이다. 하루 8시간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45.6일을 더 일할 수 있게 된다. 그 시간 만큼 나 자신을 개발하고 의미있는 일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주로 식물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식물한테 좀 겸손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그마한 지식을 가지고 식물을 함부로 변형시켜서는 안되고, 인간의 욕심대로 잘 자라서 탐스러운 꽃을 피우고 과실이 맺기를 원하는 것은 과욕인 것 같다. 식물 세포 중에서는 담배나 Arabidopsis처럼 사람들의 의도에 잘 순종하고 따라주는 것이 있는 반면, 엇나가서 자주 변이를 일으키거나 기분이 나쁘면 죽어 버리는 식물, 고집불통의 식물 등 별별 희한한 식물들이 다 있다. 식물의 기본적인 욕구는 종족 보존이라고 생각한다. 예를들면, 절개지나 메마른 곳에 가면 소나무에서 솔방울이 많이 맺혀있지만, 평지에서 비료를 주고 물 많이 준 소나무들은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으니까 종족을 보존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러한 기본 원리를 잘 이해를 해야 하고, 식물의 유전자 조작이나 첨단 시설에서의 재배는 식물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식물이 웃으면서 활짝 꽃을 피우고 탐스러운 과실을 맺을 수 있도록 식물 유전자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우리가 맞추어 주는 것이다. 결코 우리가 끌고가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식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 오면서 느낀 점은 무엇보다 식물한테 겸손해야 하는 것 같다."

과학자로서 당부하고 싶은 점은?

"절대 Cell, Science, Nature에 나오는 것이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곳에 게재할 수 있는 학문 분야가 있고 그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자동차가 엔진만 있다고 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한다. 각 부분마다 역할이 다 있고 그 역할이 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앞서 나가는 첨단 과학에만 투자를 하다보면 첨단과 동반성장해야 할 부분들이 뒤쳐져서 나중에는 첨단이 희석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 정책적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60~70년대 식량 부족으로 통일벼를 만들어 냈을 때 그것이 Cell, Science, Nature에 실리지 않았다고 해서 기여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통일벼가 정말로 우리 국민의 식량난을 해결해 준 신품종이었다고 평가한다. SCI 논문에 실리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된 것도 아니다. 우리가 국가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노벨상을 배출하고 학문이 선진국 대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런 부분에 치중하는 것도 좋지만, 그늘지고 연구자들이 기피하는 비인기 학문에서도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들을 발굴해서 잘 지원을 해 줘야 하고 소외 받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뷰를 마치며…

"공부하는 부분에 있어서 철이 좀 드는 입장인 것 같다. 논문을 발표 할 때마다 하나를 해결해 나가는 것 보다는 모르는 것이 두 개, 세 개 늘어난다. 이제서야 하고 싶은 것들이 아주 많고, 지금까지 해왔던 식물의 세포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 대학에서 아인슈타인 같은 연구를 하든 에디슨과 같은 연구를 하든, 1-2년 후에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거나 10년 후에 경제적 가치로 전환 되든 연구 목표는 인류 복지와 관련되는 것이다. 인류 복지에 기여를 할 수 있고 개발된 기술이 산업화될 수 있도록 기술 이전을 하고 싶다. 학교의 방침이나 학과 미래 예측에 의해서 연구가 중단될 수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관련 사이트 : 충북대학교 백기엽 교수 연구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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