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과학자가 된 까까머리 시골 꼬마아이, 인류보건에 기여하는 연구를 하고파
[기획] 국외 한국인 과학자 이메일 인터뷰 : NIH 이경상 박사
- 진행 중인 연구분야와 동향 소개
-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소개
- 한국과 미국의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 한국과의 연구교류는? 또는 앞으로의 공동연구 계획
- 연구활동에서의 어려움과 그 대처방법은?
-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 후학들이 갖추어야 할 것은?
- 미국 유학을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 이 자리에 서기까지 큰 도움과 영향을 주신 분은?
- 앞으로의 계획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진행 중인 연구분야와 동향 소개 "우리 연구실에서는 암의 진행과정에서 중요한 조절인자 중의 하나인 Polo like kinase 1(Plk1)이라는 효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 암 진행의 중요한 조절인자로 kinase가 부각되었고, 현재 많은 제약회사들이 kinase를 대상으로 항암제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kinase를 대상으로 개발된 몇몇 항암제는 FDA의 승인을 받아 상용되고 있거나 임상치료 단계에 있다. 이렇게 항암제 개발에 있어 kinase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Cell지와 PNAS지에 각각 Ras oncogene이 발현되거나 또는 p53 tumor suppressor가 상실된 암세포의 생존을 유지하는데 가장 필요한 인자 중의 하나가 Plk1이라는 것이 genome-wide screen을 통해서 발표되었다. 이는 80%가 넘는 다양한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발현되고 있는 Plk1이 항암제 개발에 중요한 표적단백질이라는 것을 재차 증명한 것이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에 걸쳐서 Plk1과 interaction하는 단백질들을 기초로 세포주기 전반에 걸쳐 관련된 Plk1의 기능을 연구하고 있고,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현재는 Plk1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kinase를 대상으로 개발된 항암제는 대부분 효소활성을 억제하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는 암세포의 증식에 중요한 kinase의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암세포의 증식을 저해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kinase domain 간의 높은 구조적 유사성 때문에 다른 여러 kinase의 활성을 같이 억제하게 되어 특이성이 떨어지기 쉽고 또한 그로 인한 약품의 안정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 가지 kinase에 대해서만 특이성을 갖는 저해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으로 대두되어 있고 또 이것은 큰 난제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Plk1은 좋은 target이 될 수 있다. Plk1은 구조적으로 특이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kinase domain외에 polo-box domain (PBD)이라고 하는 고유의 domain을 가지고 있다. 이 domain은 catalytic activity는 없으면서도 kinase domain이 특정한 기질에 작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PBD는 하나의 효소에 특이적인 억제제 (mono-specific inhibitor)를 개발할 수 있는 좋은 target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최근에 PBD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면서 높은 친화력을 가진 작은 펩타이드를 찾았고, 이것을 암세포 내에 투입했을 경우 세포증식이 저해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Yun, SM, et al, Nat. Str. Mol. Biol., 2009). 이 연구를 바탕으로 Plk1의 PBD에 친화력을 증가시키는 펩타이드 유도체를 개발하는 중이며 또한 이들 유도체와 성질이 유사한 small molecule compound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머지않아 Plk1에 대한 특이적인 anti-cancer therapeutics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이 연구와 더불어, 우리 연구실에서는 적은 양의 세포추출액으로도 Plk1의 kinase activity를 측정할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하여 발표하였는데 (Park, JE, et al, Proc. Natl. Acad. Sci., 2009), 이는 적은 양의 암 조직만으로도 Plk1의 과발현 정도를 측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암의 진단과 치료과정에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소개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IH)는 1887년에 설립된 미국 연방정부 산하의 연구기관으로서 27개의 연구소와 센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간 약 $30 billion(30조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이 중 약 80%가 NIH grant로 외부 대학이나 연구소의 연구비로 지원되고 있으며, 약 10%가 NIH 내의 연구에 사용된다. 이러한 규모에서 보는 것과 같이 NIH는 미국 내 연구의 방향과 질적 발전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IH내의 연구소와 센터들은 연방정부가 주도하므로 외부 대학이나 연구소와는 달리 국민 보건과 복지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장기적인 연구 project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 받고 있으며, 국가적으로 필요한 생의학 분야의 연구를 이끌어가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NIH는 연구를 지원하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현재 연구의 발전 속도에 부합되는 최신의 기자재들을 효과적으로 관리 운영할 수 있고 또 약 6000여명의 연구원들이 생의학의 전 분야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된 우수한 연구기관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과의 연구교류는? 또는 앞으로의 공동연구 계획이 있다면? "근래에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Plk1과 관련된 항암제 개발이나 임상관련 분야에 대해서 한국과 교류를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일의 기획력이나 추진력이 여러 분야에서 탁월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며, 또한 생명과학분야의 연구도 이미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으므로, 체계화된 공동 연구를 수행한다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현재 우리 실험실은 한국에 있는 여러 연구실과 소규모의 기초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점차 확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현재 한국의 생명과학은 눈에 띄게 발전하여 논문의 질도 많이 향상되었으며, 국제학회에서 좋은 발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생명과학분야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긴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냈고 세계적 인지도도 높아졌다. 이는 다른 여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발전은 낮도 그리고 밤도 낮처럼 연구에 몰두해 온 한국 과학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생명과학분야의 세계적인 인지도가 현저히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과학자의 수에 비해 한 분야를 오랫동안 심도 깊게 이끌어 온 과학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은 아마도 연구비 지원이 현재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과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연구의 방향도 유행을 많이 타기 때문인 것 같다. 이에 반해 미국은 과학정책에 대한 지원이 확실하고 완급조절이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또한 연구비를 편중시켜 집행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 분야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도 탄탄하게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이젠 한국도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서 오랫동안 심도 깊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과학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정부의 과학정책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연구활동에서의 어려움과 그 대처방법은? "이젠 꽤나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학위과정이나 post-doc. training 과정을 밟고 있을 때는 실험 결과 하나하나에 희비가 교차되고 고민하는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항상 보살핌을 받는 울타리가 있었고 또 믿는 구석이 있어서 마음은 편했던 것 같다. 그러나 NIH에서 실험실을 꾸린지가 11년이나 된 현 시점에서는 나 자신이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박사들의 믿는 구석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이전에 나도 그랬듯이 지금 post-doc. 과정에 있는 우리 실험실 박사들은 실험결과 하나하나에 민감하다. 이런 시점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런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챙기고 연구 방향을 잘 잡아가는 일이 아닌가 한다. 연구는 중간 결과를 살펴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방향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때로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연구의 흐름을 잘 잡아가도록 하는 내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말 중에 "알아야 면장을 한다(배우고 익혀야 담벼락에 얼굴을 마주하고 서있는 것과 같은 답답함에서 벗어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지금 내가 직면한 상황을 가장 간결하게 대변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한편, 여러 분야에서 많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학회참석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을 만나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모르면 묻고, 또한 새로운 것은 익혀서 우리가 수행하는 연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또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늘 모색하고 있다."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 후학들이 갖추어야 할 것은?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먼저 한국 속담 중에서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마음에 콩깍지가 씌는 것처럼 연구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 연구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결과가 확인하고 싶어 늦은 밤까지 일에 몰두하다 그만해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파이펫을 다시 잡고 있는 열정과 만족한 결과가 안 나와 지쳐서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 버리고 싶다가도 어느새 실험실에 와서 실험노트를 붙잡고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끈기도 어디 콩깍지가 씌지 않고서야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런 연구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질 때가 되면 논문이 완성되어 또 다시 콩깍지가 씌워지고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 과학자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번쯤은 본인 스스로가 하고 있는 연구에 콩깍지가 씌어서 연구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인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 선배 과학자들이 연구를 종종 마라톤에 비교하는데, 사실 연구를 한다는 것은 머리가 하얗게 되어서도 선수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평생 마라톤이라서 연구를 즐길 수 없으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두 번째는 좋은 과학자들을 많이 만나고 좋은 의견들을 주고받는 일을 즐겨야 한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정보와 기술들을 보면 더 이상 연구는 혼자 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본인의 연구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의견을 주고받기를 권하고 싶다. 이를 통해 어떤 결과에 대해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또 다른 논리도 수용할 수 있는 과학자로서의 활동성을 겸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들은 본인이 수행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미국 유학을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연구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 가는 것을 결정했다면 반드시 합리적인 이유와 확고한 목표를 세우라고 권하고 싶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 동기가 분명하지 않은 유학은 그만큼 포기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본인이 세운 확실한 이유와 목표가 있다면 미국유학 생활이 힘들더라도 자신을 붙잡아 줄 신념이 될 것이다. 세계 어느 곳이든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고 성실히 임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곳은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언어나 문화 차이 등의 문제로 인해 개인에 따라 차이는 다소 날 수도 있겠지만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성실하게 연구한다면 그들은 발음하기도 힘든 여러분의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또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큰 도움과 영향을 주신 분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감히 한 분을 말씀 드리자면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신 David Levin박사님이시다. 사실 Levin박사님은 지금까지 연구를 하면서도 가장 대하기 어려운 분이시기도 하다. 학위과정 때 돌아서기가 바쁘게 연구결과를 확인하고, 또 직선적으로 던지는 많은 질문들 때문에 실수라도 하게 될까봐 항상 긴장감 속에서 실험을 수행했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땐 중압감을 항상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때의 담금질이 없었다면 지금의 여물어진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앞으로의 계획 "생명과학분야는 생물 뿐만이 아니라 화학, 물리 그리고 공학의 혁혁한 발전을 바탕으로 빠르게 혁신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Plk1 그리고 다른 kinase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학문과 연계하여 종합적인 연구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 이를 통해 암 뿐만 아니라 인간 질병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도모하여 인류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20-30년 이후에 우리 연구실을 거쳐 간 많은 박사님들이 여러 학교 또는 연구실에서 본인들의 연구를 수행하고 주어진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는 모습들을 보고 싶다. 나는 평생 동안 연구하는 과학자로 남고 싶고, 우리 연구실에서 발표한 연구들이 같은 분야의 여러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꾸준히 인용될 수 있는 그런 연구를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어린 시절 나는 까까머리에 검정 고무신 신고 소 몰고 다니면서 한적한 시골에 살던 꼬마아이였다. 자라면서 교육을 받고 대학과정을 거치면서 생명과학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서 지금은 우리 실험실에 소속된 여러 박사들과 함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아직도 나는 훌륭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지만 그때 까까머리 꼬마가 지금에 이른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내 인생이 어떤 변화를 맞을지는 모를 일이다. 나는 지금까지 내 앞에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할 작정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능력이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룬 업적의 정도의 차이는 현저하게 다르다. 이는 자신의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통해 자신이 선택한 일을 열정적으로 수행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차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포기는 스스로가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것이다. 힘들고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 기회를 위해 항상 준비하는 자세로 생활한다면 반드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1937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Albert von Szent-Gyorgyi(1893년~1986년) 박사님의 "Discovery consists of seeing what everybody has seen and thinking what nobody has thought"라는 말씀을 후배 과학자들과 나누고 싶다. 스스로 자신의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결과에서도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중요한 발견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경상 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BRI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