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이제 한국 대학은 소프트웨어 측면에 주력할 때다
미 워싱턴주립대학교 김용민 교수
<인터뷰 1편>
- 미국의 과학 정책 중 배울만한 점은?
- 대학에서의 교수 평가는?
- 인터뷰를 보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한 말씀
- 앞으로의 바람
- 인터뷰를 마치며…
일시: 2009년 6월 19일, 오전 09:10
장소: POSTECH LG연구동
워싱턴대학교 바이오공학 학과장 시절의 경험들 "미국에서는 학과장 또는 학장을 초빙할 때 주로 ‘search committee’가 구성되어 약 1년 동안 일을 한다. 우리 학교의 교칙을 보면 ‘search committee’의 구성원들은 학과장의 경우 절반 이상이 해당학과 밖의 인사로 구성되어야 하고, 학장인 경우에는 college of engineering 또는 college of science 밖의 인사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search committee’의 장(chair)은 반드시 학과 밖이나 대학 밖의 인사로 임명된다. 96년도 2월에 바이오공학과 학과장 초빙을 하기 위한 search committee의 장(chair)을 맡아줄 것을 제의받았고 그 당시 전자공학과 소속으로 있어 자격이 되었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1년 동안 학과장 후보들을 찾았다. 위원회의 구성원들 가운데에는 Leroy Hood를 비롯해서 아주 쟁쟁한 인사들이 있었다. 처음 4~5개월 동안은 바이오공학과 내 교수들, 학생들, 직원들, 학과와 연관되어 일하는 외부 교수들, 학생과장들을 불러서 많은 질문을 함으로써, 바이오공학을 이해하고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비젼, 난제들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다음에 후보들을 지명하거나 지원이 들어오면 선별과정을 거쳐 인터뷰를 했다. 그런 진행을 하는 도중에 전 바이오공학과 학과장과 의대 학장, 공대 학장 분들이 계속해서 학과장을 맡아달라는 권유를 했다. ‘당신이 82년에 조교수로 와서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워싱턴대가 좋은 연구환경을 제공하지 않았느냐’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 그에 대한 세금을 내라는 의미였다. 한 5개월 동안은 버티다가 98년 2월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대신 그 당시 큰 프로젝트가 시작하는 시기여서 한 1년 정도의 여유를 달라고 했다. 그래서 99년 3월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지만, 98년부터 chair designate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교수들, 학생들, 직원들을 만나보면서 전략과 계획을 세웠다. 교수들과 함께 저녁은 간단하게 중국음식을 시켜 먹고 3~4시간 동안 토의도 하곤 했다. 바이오공학이 굉장히 넓은 분야이기 때문에 어떤 곳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 결과 5 가지 영역으로 집중할 것을 결정했다. Molecular Bioengineering and Nanotechnology, Biomaterials and Tissue Engineering, Distributed Diagnosis and Home Healthcare, Medical Imaging and Image-Guided Therapy, Computational Bioengineering 이었다. Medical Imaging 분야도 아주 다양해서 해당 교수가 2명 밖에 없었던 우리 과에서는 ultrasound, optical imaging, image processing, image reconstruction 부분만 하겠다는 합의도 얻게 되었다. 그리고 학부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학과 내부적으로 정비를 했다. 그 다음부터는 교수들이 우수하니까 외부에 나가서 마케팅을 하면서 천 만 불, 백 만 불을 받아오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Gates Foundation에서 6,400만 불에 달하는 건물을 기증받았다. 2003년에 착공해서 2006년도에 완공했고 그 해 봄에 입주했다. 주립대학이지만 주정부로부터의 자금지원은 한 푼도 받지 않고 모두 기부를 통해서 공사를 끝냈다. 여기서 느낀 점은 프로그램이 훌륭하고 선구적인 측면이 있으면 기금 유치가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과장으로서의 역할은 그러한 면을 기부자들에게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2002년 이후 몇 년 간은 업무시간의 약 25% 정도를 기부자들과 만나서 미팅을 가지고, 발표를 하고, 과에 초청해서 연구에 대해 보여주기도 했다. 기부는 아주 중요하다. 주정부의 펀딩은 어떻게 보면 최소한의 펀딩이고, NIH에서 지원하는 펀딩은 아주 구체적인 연구 펀딩이다. 그러나 기부 또는 기프트 펀딩은 프로그램이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러한 펀딩은 뛰어난 프로그램을 더 뛰어나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시애틀 지역의 바이오텍, 의료기기산업 소개 "NIH 펀딩이 40년 대 말, 2차 대전 후부터 시작되었다. 의료기기 회사들이 나오기 시작한 때가 60~70년대라도 보면 된다. 그리고 바이오텍 회사들의 출현은 아마 70년대 말~80년 대 이다. 즉, NIH 펀딩이 기초과학에 들어간 다음 15~20년 후부터 biomedical device 회사들이 나왔고 30년 뒤부터 바이오텍 회사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한국에서는 단기간에 이것을 이루려고 하지만 산업화 하는 데에는 예상한 것 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시애틀은 미국에서 바이오산업 부분에서 5위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시애틀 근교 바이오텍 산업에 워싱턴대 바이오공학과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우리 과에서 나온 기술들이 산업화된 것은 60년 대 초음파이다. 현재는 시애틀 부근에 초음파 회사들이 20개 이상이고 관련 종사자는 5천 명이 넘는데 대부분이 워싱턴대 바이오공학과에서 나온 기술들이 산업화된 것이다. Washington Biotechnology & Biomedical Association에는 250개 정도의 회사가 있고,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biomedical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나라나 주가 거의 없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큰 점도 있고 산업화에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고 펀드도 많이 요구되다 보니 회사가 쓰러지거나 인수되기도 한다. 그나마 biomedical은 비교적 시간이 적게 걸리는 편이지만, bio-tech은 더 많이 걸린다. 시애틀에도 Amgen이 있는데 이처럼 큰 회사들은 안정적이지만, 많은 회사들 중 잘 운영되는 곳 보다 안 되는 회사들이 더 많다. " 바이오기술의 산업화에 있어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미국에서는 기초과학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해 왔다. NIH Funding의 비율도 기초과학 쪽에 월등히 높다. 제품개발이나 신규 기술개발에 너무 몰두하게 되면 결국은 기초과학이 뒷받침되지 않아 한계에 부닥치게 되고 만다. 그래서 이러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투자함으로써 피라미드형태의 맨 아래에 기초과학이 받쳐주고 그 중 경쟁력 있는 기술을 선택해서 상업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는 기술의 상업화나 라이센싱은 말이 쉽지 아주 어려운 것이다. Engineering 분야에서의 라이센싱 작업은 경험해 보기도 했지만, science 분야는 더욱 어렵다. 우리 학교에도 licensing manager가 40~50명 정도가 있어서 마케팅과 패턴 분석을 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어느 회사가 라이센싱하기에 좋은가에 대해서 교수에게 결정을 하도록 한다. 그래서 교수들이나 포스닥들이 market에 대해 좀 더 알면 좋을 것이다. 바이오공학과 학과장을 하면서 2003년에 PTC(Program on Technology Commercialization)라는 과정을 만들었다. 개발된 기술을 실험실 벤치에서 시장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Science나 engineering의 Ph.D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수익을 어떻게 낼 것인가, 어떻게 기회를 잡을 것인가, 파이낸싱하는 방법, board of director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1년간 가르치고, 개발된 기술에 대해 직접 사업계획을 쓰도록 하고 있다. Science나 engineering에만 몰두한 사람들이 회사에 가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아왔다. 연구하는 사람들과 마케팅이나 경영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못하게 되면 상대방이 뭘 하는지 뭘 원하는지 모르고 서로 손가락질만 하게 된다. 회사에 가서 성공하려 한다면 비즈니스 측면의 이해를 가지고 개발기술에 대한 자료를 모아 경영진들이나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발표도 하고 설득을 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진전시켜 나간다면 과학자 또는 공학자로서 보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바라고 싶은 것은 졸업하기 전에 비즈니스 분야의 과목, 특히 technology commercialization에 대해 이해하기를 권한다. 그런데 경영대학원에 가서 듣는 것은 별로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우리 학교의 PTC 과정을 만들면서 경영대학원의 교수들을 초빙하지 않고, 주로 시애틀 부근에서 실제로 창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을 초청해서 case study를 소개하게 했는데 그렇게 하니 학생들이 더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다. 졸업을 하고 나면 배움의 기회가 적고 시간을 내기도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의 30년, 40년 동안의 전문경력을 위해 학교에 있을 때 배움을 가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POSTECH이나 KAIST, 서울대, 또는 engineering이나 science가 있는 대학들에게 권하고 싶다. engineering이나 science 관련 학과가 중심이 되어서 이러한 교과과정을 학생들에게 제공을 했으면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구에 집중하고 빨리 졸업하려고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선택할 수 없도록 처음부터 필수과목으로 듣도록 되었으면 한다. " 국내 대학들이 발전된 모습을 갖추려면? "요즘 정부나 많은 대학들이 랭킹에 굉장히 예민한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랭킹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하고 대책도 세우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이 교수들이다. 그 다음으로 대학원생, 학부생, 포스닥들이 10년, 20년 후에 리더가 되도록 잘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 보다 교수가 더 중요하다. 대부분의 Ph.D. 학생들이 교수의 수준까지 오거나 그 이하까지 밖에 오지 못한다. 물론 아주 뛰어난 학생은 교수보다 더 오르는 경우가 있지만 아주 예외적이다. 그래서 교수가 높은 수준에 있으면 학생들도 많이 올라가게 된다. 그래서 교수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 외 다른 중요한 면들, 건물 등과 같은 인프라 지원 시스템이나 학장, 처장, 총장과 같은 academic leader들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 " 국내 교수들에 대한 인상과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한국에 와서 느끼는 점은 대학들이 총장과 교수로 양분화 되어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다섯 부류로 총장, 부총장, 처장, 학과장, 교수 이렇게 되어 있어서 권한과 책임이 나누어져 있는데 한국은 아직 양쪽 끝에 있는 것 같다. 대학에서도 조직의 기능을 대표하는 태도나 행동인 culture가 우수한 방향으로 정립되게 되면 총장과 교수들도 서로 신뢰를 가지고 학과장, 처장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 주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culture는 리더들이 결정을 할 때 그 과정은 굉장히 고통이 따르고 리더들이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되지만 결국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러한 culture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그 반대로 그때그때의 평화를 위해 편이하게 결정을 하게 되면 특출한 면이 없이 보편적으로 되어 발전이 없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편안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약이 된다. 미국에서 있으면서 이 두 가지의 차이를 직접 봤다. 그리고 대학의 교수들은 각자의 이익에 치우칠 수 밖에 없고 그런 점은 전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수 각자의 이익과 조직의 이익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효율적인 리더쉽이 대학에서 필요하다. 많은 경우에 다들 다학제간 연구, 학문간 공동연구를 한다고 하지만 잘 안 되는 것 같다. 학과와 학과 간의 벽이 아주 높다. 미국의 연구대학들을 살펴 보면 어떤 과에 소속되어 있는가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의 경우를 보면 바이오공학과와 전자공학과 교수이면서 전산기공학과와 방사선과에서도 객원 교수로 있으면서 학생들도 받을 수 있는 등 아주 자유롭다. 바이오공학과에서도 Ph.D. 학생의 25%가 객원교수로 있는 다른 학과 교수들 밑에서 공부한다. 바이오공학과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에서 Ph.D.를 해서 그 학생들이 잘 되었을 때에는 바이오공학과에 공헌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교수들뿐만 아니라 연구실, 학과들이 개방적이 되어야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 한국은 이제 하드웨어는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측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우수한 교수진이 꼭 필요하고 교과과정의 장벽, 대학원생의 배분 문제에서 발생하는 장벽들도 낮추는 등의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어야 새로운 조교수가 부임해 왔을 때 10년, 15년이 지나서 학문적으로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바이오공학과에서는 지난 18년 동안 20명의 교수들을 임용했고 그 교수들은 모두 테누어를 받았다. 대부분의 연구 대학들이 새로 부임한 조교수들을 전문가로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해 주고 멘토링을 해 주고 있다. 수년 동안의 교수 연봉이나 랩 공간 등의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 명의 조교수가 부임했을 때 최대한 지원을 해 줌으로써 성공하고 스타가 되는 것이 교수 개인에게도 대학에게도 도움이 많이 된다." |
"세계 석학들과 토론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길..." <인터뷰 2편> 일시: 2009년 6월 19일, 오전 09:10 미국의 과학 정책 중 배울만한 점은? "NIH에서는 peer review를 통해 평가를 하고 있다. 한 때 peer review를 통한 연구비 선정율이 10% 정도 까지 내려간 적도 있어 선정되지 못한 교수들의 불평이 많기도 하지만, 동료들에 의한 객관적인 리뷰 평가 시스템을 눈 여겨 볼 만 하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대학의 교수들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학과장으로서 학과 교수들을 평가해 보았지만 단순히 논문의 개수를 세는 것이 아니다. 전반적인 교수의 성취도와 그 임팩트를 보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문제이다. 생물학, 물리학, 공학 등 분야에 따른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의 특징과 차이점을 파악하면서 평가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SCI 논문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질적으로 우수한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의 교수 평가는? "미국에서는 예전에 연구에만 중점을 두었지만 90년대 초부터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른 교수들이 평가하는 방식이 있다. 우리 학과의 경우에도 이러한 평가 결과를 중요하게 여겼다. 우리 학과에는 national academy member가 4명이 있었는데 그 분들도 교육에 많은 신경을 쓴다. 연구를 한다는 핑계로 교육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대부분의 경우를 보면 훌륭한 연구자가 훌륭한 교육자이다. 그리고 대학원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 수업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 입장에서 대가의 강의를 듣게 되면 큰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아무리 저학년생이라 해도 학생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교수들의 특권이다. 또한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교수들에게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과 또는 대학의 가장 큰 자산은 학생들이다. 그 학생들이 졸업해서 성공했을 때, 또는 노벨상을 받았을 때 그 명예가 학교로 돌아오고 대학 기금을 위한 기부자가 될 수도 있다. " 인터뷰를 보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한 말씀 "대학원생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정직성, 학문에 대한 열정, 자발적 동기부여, 성실함, 인내심이다. 박사과정은 실패와 좌절의 과정이 너무 많다. 어떻게 하면 실패나 실망감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면서 그로부터 배워서 나아가느냐 하는 훈련이다. Ph.D.을 받게 되면 학문의 끝이 아니라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어 문제에 부딪히고 해결점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그 훈련 과정 중에 학문적으로 한 분야에서 깊게 들어가는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개설된 과목이나 리소스를 잘 활용하여 관련 분야를 폭넓게 알아 두는 것이 참 좋다. 그 다음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아주 중요하다. 한국의 포스닥들이나 학생들은 너무 소극적인 것 같다. 워크샵에 참석해서 질문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표현하기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감도 생긴다. 학회에 참석해서 세계 석학들과 토론도 해 보아야 한다. 교수가 되려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 10년 또는 20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어떤 분야의 society에서 fellow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나의 경우를 보면 석사과정 때 논문을 보다가 언젠가 IEEE fellow가 한번 되어 봐야지, 꼭 되어야지 결심을 해서 82년에 교수가 된 후로 학문적으로도 열심히 했고 학생들도 많이 배출시키고 학회 할동도 많이 해서 96년에 이르러 fellow가 되었다. 조교수를 시작할 때나 포스닥을 할 때부터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계획을 세우면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학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논문과 자신을 알리고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어느 곳이든지 가서 일을 할 수 있는 자세와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 앞으로의 바람 "우리 학과에는 금년 9월이면 81세가 되는 분이 계신다. James Bassingthwaighte 교수인데, National academy member이면서 computational bioengineering 분야에서 아주 유명한 분이다. 나도 그 분처럼 81세까지 활발한 연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미국에서는 healthcare에 대한 개혁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healthcare 비용이 급격하게 올라갔다. 공학자로서 생각해 보면 모든 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비용이 비싸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진단과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저가의 기술개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초음파 기기는 지금 제일 저렴한 것이 2만불 정도 하는데, 2천불 하는 기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런 식이 되면 패러다임이 바뀐다. 선진국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질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세계적으로 healthcare의 질 향상에 공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것은 공학자나 과학자들이 미국의 평화봉사단과 같은 자원봉사자로 활동해 봤으면 한다. 개발도상국에 가서 자신이 배운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도와주었을 때 우리 삶에 대한 의욕도 생기고 시야도 넓어질 것이다. 대학교 시절에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를 해서 간단한 장치를 만들어서 그 곳에서 테스트를 해 보는 등 학생들이나 포스닥들이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국내에서 봉사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한국이 선진국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인터뷰를 마치며… "대학을 75년도에 졸업하고, 군 복무하고 결혼을 해서 76년 7월 말에 미국에 들어갔다. 그 뒤로 다시 한국에 돌아온 때가 85년도였다. 그 때 KAIST, 서울대 등 대학교를 돌아다녀보았을 때 어마어마하게 발전이 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이제는 공학자나 과학자들이 글로벌한 전망과 비젼이 있었으면 좋겠다. 공학자들에게 어떤 상황을 주고 문제점을 파악하라고 하면 문제를 분석하는데에는 아주 뛰어나다. 하지만 그 문제를 이해하고 글로벌한 관점에서 솔루션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분석이나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더 나아가서 건설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문제만 보이지만, 앞으로 10년 후에는 더 발전되어서 소프트웨어적인 인프라도 많이 갖추어져 있을 것이다." 기자: 박지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