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유전자 안정화와 관련된 단백질의 기능과 기작에 대한 연구
POSTECH 생명과학과 조윤제 교수
<인터뷰 1편>
- 유전자손상신호전달/구조생물학 실험실 소개
- 대표적인 연구성과
- 구조 규명 연구의 특징
- 종양 억제 단백질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되었나?
- 연구 진행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
- 앞으로의 연구 방향
- 그 외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 공동 연구 진행의 계획은?
일시: 2008년 11월 7일, 오후 3:00
장소: POSTECH 생명동
POSTECH 유전자손상신호전달/구조생물학 실험실 소개 "우리 몸 속에는 굉장히 많은 단백질들이 있고, 이 중 특별히 우리 몸의 유전자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들이 있다. 이러한 단백질들이 변이가 생기거나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우리 몸의 유전자가 더 이상 안정화 상태에 이르지 못하고 변이가 일어나거나 문제가 생겨서 결국 세포가 이상 증식을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암과 같은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우리는 특정 단백질들이 어떻게 유전자의 안정화를 조절하며, 기여를 하는지 그 기작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성과 "유전자의 복제 과정에서 변이가 없이 복제가 될 수 있도록 유전자의 복제를 충실하게 조정해 주는 단백질 중에 geminin 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 단백질이 어떻게 유전자 복제에 기여하는지 그 기작을 구조적 측면에서 연구한 것이 있다. 또 한가지는 Retinoblastoma 라는 유전자 전사 과정에서 전사 인자가 비정상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종양 억제 단백질이다. 그 단백질의 기작을 연구한 것을 들고 싶다. " 구조 규명 연구의 특징 "일단 특정 단백질이 어떻게 세포 내에서 기능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 생화학,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등 여러 측면에서 연구를 하는데, 굉장히 많은 데이터가 쌓이지만 결정적으로 이것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보여주기 힘들다. 그런데 구조 연구를 함으로써 애매모호했던 것들을 영화를 보듯이 기존에 나와 있던 모든 데이터들을 명백하게 설명해 줄 수 있다. 종양 억제 단백질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되었나? "불과 5~10년 전만 해도 손가락에 셀 정도였다. 아직도 정식으로 종양 억제 단백질이라고 하면 열 손가락 안에 뽑을 정도로 많지 않다. 아주 전형적인 종양 억제 단백질이 아니더라도 조금 범위를 넓힌다면, 예를 들어 유전자가 변이가 생겼을 때 세포의 과증식과 관련이 많이 된다든지 유전체가 불안해진다든지 하는 정도까지 포함하면 몇 십 개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아직도 많은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고 많은 연구를 통해서 조금씩 계속 알려지고 있는 분야이다." "가장 대표적인 종양 억제 단백질이 p53 이라고 말할 수 있다. 80년대 후반에 알려지면서 너무나 많은 연구가 그것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수많은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그 파급 효과도 상당히 컸다. 이 경우는 초기 단계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몸에서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유전자는 사실 굉장히 많을 것이고 아직도 그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연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이 나올 가능성은 꽤 있다. 잘 알려진 특정 종양 억제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것들은 관심있는 몇몇 그룹들만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아직도 초보 단계인 것도 있다. 그렇게 말씀 드리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 연구 진행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 "우리는 구조를 밝히는 것에 집중을 하고 동시에 그 구조를 통해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종양 억제를 하는지 관련 실험을 한다. 그래서 꼭 구조만 밝힌다기 보다는 분자생물학적인 측면 또는 생화학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관련되는가, 그리고 범위를 좀 더 넓혀서 세포생물학적인 측면으로까지 보고 싶은데 아직 한계가 좀 있다. 그런데 새로운 종양 억제 단백질을 찾는 것은 우리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고, 내가 그것을 한다면 아마 몇 십 년이 걸려도 하나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 "사실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구조생물학적으로 종양 억제 단백질의 연구를 계속 하고 싶지만, 종양 억제 단백질 자체의 숫자가 제한적이고 내가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토픽을 정하기가 어려움이 있다. 반면에 유전자의 안정화를 조절하거나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단백질들은 상당히 많다. 그래서 그런 종류의 단백질에 관한 연구를 구조 및 생화학, 분자생물학적 측면으로 진행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유전자 치유, 유전자 손상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들 중 중요한 것이 많이 있는데 그런 쪽으로 연구를 하고 싶다." 그 외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2000년대 초반에 욕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했던 것 중의 하나가 epigenetics였다. 우리 몸에서 histone 단백질이 어떻게 변형이 되고 유전자가 발현되고 조절되는지에 관한 것을 아주 중요하고 향후에도 아주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결과가 좀 있었다. 아주 큰 결과는 아니었지만, 한 달만 빨리 발표했었으면 아주 좋은 논문으로 나갈 수 있었던 것이 한 두 편 정도 있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재미있는 것들이다 보니까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뛰어들었고, 연구하는 학생들도 그것을 하느라고 지치고 해서 그 분야로 더 뛰어드는 것이 약간 겁이 난다. 이 epigenetics에 관련된 연구는 노화 뿐만 아니라 암과도 관련이 있고, 분자적인 수준에서 생리학적인 현상으로는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 어쨌든 가급적이면 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공동 연구 진행의 계획은? "기회가 되면 누구다 다 하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병원과의 공동 연구는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모든 연구가 단순한 기초 연구 뿐 아니라 향후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이어야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려면 병원에 계신 분들과 당연히 많은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공동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병원에 계신 분들은 아직도 구조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이것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상당히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많이 들어봤다 정도로 인식하고 계시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선생님들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것에 대해서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다. 또 하나는 우리가 쉽게 설명을 못 하는 문제가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게 필요하고 나도 그런 것들을 계발할 필요가 있다. 산업체와 공동연구를 함에 있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우리가 보통 구조를 풀면 이것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은행에 기탁을 해야 한다. 그러면 보통 논문이 출간됨과 동시에 이용이 된다. 그런데 제약 회사들은 그것을 조금 더 빨리 받기를 원한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들은 아마 그 정도 선일 것이다." 기자: 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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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겪었던 경험들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항상 어렵게 하고 있다. 제일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지금도 많은 교수님들과 이야기 하는 것은 결국은 얼마나 좋은 학생들과 인력이 있나 없나 하는 것이었다. 그 외는 연구비인데, 나의 경우는 연구비를 과학재단에서 도움을 받아서 상당히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학생에 관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한편으로 곰곰히 생각해 보면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디어가 없어서 학생한테 전달하지 못 하니까 그것이 학생들을 오히려 더 힘들게 했을 것이다. 외국의 잘 나가는 실험실 또는 뛰어난 학생들을 수 십 명씩 데려다 놓고 하는 실험실에 비해서는 당연히 외적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그것이 원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내가 공부를 더 많이 하고 더 몰두해서 했다면 어려움이 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상 깊은 스승에 대한 기억 "나한테 제일 큰 영향을 줬던 사람은 포스닥 때 같이 일을 했던 Pavletich 라는 선생이었다. 사실은 그 사람이 선생인데 나보다 두 살 어렸다. 내가 그 사람의 첫번째 포스닥이었다. 제일 많이 배운 점은 일단 Science에 대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되는지, 어떻게 접근을 해야 되는지 에 관해서 많이 배웠다. 그 전에도 학부 때 지도교수님, 박사과정 때 나와 함께 일을 하셨던 선생님 등 나에게 영향을 주셨던 분들은 많이 계신다. 하지만, 정말 실험을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 실험을 즐겨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심각하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그 당시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었던 것을 시간이 지난 후에 '아~ 그래도 그 사람이 이렇게 했던 것들이 맞는 것 같다' 라는 여운을 남기면서 나한테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운이 좋아서 포항공대에 오기 전에 KIST에서 한 5년 정도 김성호 박사님이 만드신 센터에서 일을 했다. 김성호 박사님은 거의 관여를 하지 않으셨지만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시거나 방패막이 되어 주셨다. 그 당시 구조를 같이 연구한 동료들도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실험실 운영에 대하여… "포항공대에 부임해 와서 나의 실험실 구성원 수가 7~8명 이상을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의 productivity와 크게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실험실 구성원 수가 두 배가 되었다고 해서 나의 productivity가 두 배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학생들만 불쌍해 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아마도 하나님이 이 정도가 나한테 맞다 하고 정해주신 것 같다. 이제 학생 자랑을 한 번 해야겠다. 우리 그룹이 6~7명 이하 정도인데, 중간에 한 명이 나가는 일이 있으면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예를 들어 요즘 의전대(의학전문대학원)에 가겠다는 학생들이 많은데 우리 실험실이라고 왜 없겠는가.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그렇게 나가면 참 허탈하지만, 학생들한테 우리가 언제 인원이 많았던 적이 있냐고 말을 한다. 그러다 보니까 학생들이 어떤 때는 1인 2역을 감당해야 되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점점 실력이 늘었다는 느낌도 받고, 좋은 결과를 내게 되고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을 위한 조언 "나는 Science를 함에 있어서 전체적인 철학 중의 하나는 과학자가 경제적인 문제로 고생을 하고 고난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한다. 공부를 하고 직장을 잡는 시기가 빠르면 30대 초반, 대략적으로 30대 중후반이라서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그런 점에서 과학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부터 월급 봉투를 받아서 부모님한테 효도하는 것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결코 고생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과학자가 일확천금을 거둬서 엄청난 부를 누리면서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적당히 먹고 살 만큼 있으면 여기에 몰두하는 것이 제일 맞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경우도 천차만별이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학생들은 science를 해서 나중에 과연 제대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은 지나친 걱정이지 않을까 한다. 분명히 대학 교수가 되었으니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힘들어서 중간에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 하는 말을 할지도 모르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교수가 되어 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자기가 뭔가를 해보겠다는 생각, 이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집중하다 보면 나머지 직업을 구하는 것은 부산물인 것 같다. Science를 하다보면 비교를 하게 된다. 자기는 열심히 해도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데 옆 사람은 열심히 하지도 않는데 결과가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냥 부럽다 하는 선에서 끝나면 괜찮은데 그 이상을 넘어서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Science라는 것은 스스로 관심이 있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옆사람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비교를 하면서 도가 지나치게 되면 데이터를 조작한다든지 하는 아주 나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이 연구를 할 때에는 하고 있는 것만 보고 가급적 다른 것은 보지 말라고 말한다.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 특히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의 연령층이 20대 중반~30대 이다. 그러면 연애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가정도 꾸려야 하고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이 많은데 다른 것들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렵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자기가 스스로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어떤 답이 있다기 보다는 본인이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또 하나는 우리 학생들한테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Science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자신의 data를 다른 사람에게 말해주고 서로 간에 의견을 나누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서로 다른 그룹 간에도 공유를 해야 한다. 물론 경쟁하는 그룹이라면 좀 어렵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공동연구를 하는 정도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 특히 처음 들어온 학생들 중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데,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나한테 가지고 왔으면 좋겠다. 뭔가 숨기지 말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지도한다." 앞으로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은지… "많은 과학자들이 impact factor가 옳지 않은 것 같다 라고 말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것에 쫓아가야 하는 모순이 있다. 항상 그것을 위해서 살다 보면 나중에 은퇴할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앞서 가장 대표적인 업적이 무엇인가 라고 물었다시피, 내 손으로든 아니면 정말 아끼는 학생 한 두명으로부터 나왔던지 간에 떳떳하게 나는 대표적인 업적이 이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분야가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점이다. 인생을 살면서 다른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 만약 여러분들이 과학 분야가 재미있다고 느껴서 한 번 도전해 보았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직업이 과학자 라고 생각한다. 너무 직업에 연연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포스닥 할 때까지만 해도 교수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사람들이 거짓말이라고 그러는데 이것만은 거짓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바이오분야에 와서 도전해 보길 바란다." 기자: 박지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