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빛에 의해 식물의 발아가 조절되는 과정에 관한 연구
KAIST 생명과학과 최길주 교수
<인터뷰 1편>
- KAIST 식물발달생물학연구실 소개
- 대표적인 연구성과
- 빛에 의해 조절되는 식물의 발아 현상
- 연구성과가 가지는 의미
- 그외 연구내용
- 국내외 연구동향 소개
- 공동연구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 앞으로의 연구 방향
일시: 2008년 6월 18일, 오후 2:00
장소: KAIST 자연과학동
KAIST 식물발달생물학연구실 소개 "우리 실험실에서는 주로 빛이 식물발달을 어떻게 조절하는가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식물에게 빛은 영양분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온갖 종류의 식물발달들이 빛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 씨가 싹을 틀 것인가 말 것인가도 빛이 조절을 하고, 조금 지나서 콩나물처럼 자랄 것인가 아니면 짧게 자랄 것인가, 또는 음지도피성도 조절하며, 생활사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 꽃이 필 것인가 말 것인가도 조절한다. 이 중 관심을 가지는 것은 빛이 식물발달에 있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조절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실험실에는 현재 학생들 12명과 포닥 2명이 있다." 대표적인 연구성과 "빛이 식물발달을 조절한다는 것을 결국 식물 속에 빛을 인지하는 단백질이 있다는 것이다. 동물의 경우 rhodopsin이나 cryptochrome이 조절을 하는데 식물 속에는 phytochrome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물론 식물도 cryptochrome이 있지만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phytochrome이 빛을 인지한 후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조절을 하는가 하는 점이다. 주로 phytochrome의 높은 단계에서 어떤 단백질이 관여하고 어떤 신호 전달 물질들이 관여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우리 실험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연구들에 영향을 많이 준 논문은 2004년도 PIL5 에 관하여 분석한 것이 있다. PIL5도 phytochrome과 결합하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발아를 조절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Plant Cell에 냈다. 개인적으로 그 논문이 내가 낸 논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논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빛에 의해 조절되는 식물의 발아 현상 "Phytochrome에 빛이 들어가면 발아를 촉진한다. 기존에 연구한 PIL5 나 이번에 발표한 SOMNUS를 보면 기본적으로 빛이 없는 상황에서는 발아를 못하게 억제하고 있다가 빛이 들어오면 억제하는 단백질들을 제거함으로써 발아를 하게 된다. SOMNUS는 그 단백질이 없어진 돌연변이체이다. 억제하고 있는 단백질이 없어졌기 때문에 빛이 없는 상황에서도 발아를 하게 된다. 자연 상황에서는 그런 돌연변이체들은 살아가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서 동굴 속에 씨가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거기에는 온도도 맞고 물과 공기도 있다 하더라도 빛이 없는 상황에서 발아를 하게 되면 결국은 죽게 된다. 그래서 식물들은 빛이 있을 때만 발아하도록 진화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이 찾은 PIL5 나 SOMNUS는 빛이 없을 때 발아를 어떻게 억제하는지에 대해서 잘 밝혀줄 수 있는 연구라고 생각한다." 연구성과가 가지는 의미 "발아를 조절하는 과정은 두 가지 관점에서 흥미가 있다. 첫 번째는 발아 자체가 굉장히 흥미 있는 현상이다. 연꽃 씨나 야자 씨 같은 것은 거의 2000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다가 적절한 환경이 주어지면 갑자기 발아를 한다. 2000년 동안 죽지 않고 살아 있다가 빛 등과 같은 적당한 조건이 주어지면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Phytochrome을 사람들이 제일 처음 알게 된 것이 종자 발아와 관련이 있다. 1950년도에 Borthwick 박사가 상추씨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상추씨에 적색광을 주면 발아를 하고 원적색광을 주면 발아를 하지 않는다 라는 실험을 통해서 식물체 속에 빛을 인지하는 phytochrome이라는 단백질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러나 phytochrome이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발아를 조절할 것인가는 정확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 후의 연구들은 주로 식물 호르몬 중에서 지베렐린(gibberellin), abscisic acid 등이 발아에 중요하다는 것들이었다. 빛이 중요하고 식물 호르몬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중간에서 뭔가가 연결을 해줘야 하는데 그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 우리가 찾은 PIL5라는 단백질이 빛과 식물 호르몬을 연결해주는 핵심 유전자인 것을 밝혀 냈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 외 연구내용 "실험실에서는 발아 관련 돌연변이체들의 꽤 많은 수를 확보하고 있고 학생들이 하나하나 분석을 하고 있다. 또한, phytochrome은 발아도 조절하지만 식물 잎사귀 발달에 대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빛의 굴지성(gravitropism)을 조절함에 있어 phytochrome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서도 조금씩 연구하고 있다." 국내외 연구동향 소개 "이 분야가 국내에서는 꽤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항공대의 남홍길 선생님도 빛이 식물발달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해서 많이 연구하고 계시고, 서울대에 계시는 선생님들도 몇 분 계시고, 전남대에도 계셔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고, 국외적으로도 많은 분들이 활발하게 연구를 하고 있다. 빛에 의한 식물 발달 조절은 식물학의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는 것 같다." 공동연구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2006년부터 일본 RIKEN의 신지로 야마구찌 박사와 유지 카미야 박사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그 연구를 하게 된 동기는 논문을 제출할 때 마음에 흡족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주로 분자생물학적인 방법이나 유전학적 방법을 사용해서 분석을 하는데, 호르몬을 측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험실에서는 호르몬을 측정하는 노하우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약간 미흡한 상태에서 논문을 제출하였다. 예상대로 reviewer들이 식물호르몬을 측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을 받았다. 그래서 호르몬 측정이 필요했는데, 직접 set-up을 하자니 어려워 보였다. 그러던 중 일본 RIKEN의 유지 카미야 박사가 잘한다는 정보를 문헌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편지로 공동 연구를 제안했더니 그 박사님께서 흔쾌히 승낙을 해 주셔서 공동 연구를 계속 해오고 있다. 그 후에 공동 연구가 계속 되어서 논문 3편을 같이 썼고, 지금도 1편을 같이 쓰고 있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 "빛이 발아를 조절하는 과정, 즉 실제로 발아가 되는 과정은 식물 씨 속에 정단분열조직(apical meristerm)이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가 발아를 하면 줄기세포들이 분열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이 현상학적인 현상이다. 빛이 들어가고 복잡한 중간 과정을 거쳐서 세포 팽창과 세포 분화를 일으킨다.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molecular network를 밝히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다." |
"과학자는 늘 자기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 <인터뷰 2편> 일시: 2008년 6월 18일, 오후 2:00 연구자와 교육자로서의 역할 "그것이 영원한 딜레마 같다. 우리 학교는 한 학기에 한 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에 국내의 많은 지방 국립대학에 비하면 과목수가 적다는 생각이 들지만, 학기 중에는 다른 일을 거의 못한다. 많은 시간을 가르치는데 투입하고 있고, 연구하는데 약간 소홀해 지는 것 같다. 연구도 같이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가르치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기에 두 가지 모두 잘했으면 좋겠다." 후학들을 위한 조언을 해 주신다면? "KAIST 학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또는 우리 실험실 학생들한테 늘 하는 말이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늘 자기 자신의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를 한다. 우주나 자연, 사회나 과학 등은 우리가 묻지 않으면 혼돈 상태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가 질문을 던짐으로써 질서가 잡힌다. 과학자가 하는 일이란 실제로 그 질문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빛이 어떻게 씨 발아를 일으킬까 하고 누군가가 그 질문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은 도대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나 하는 질문을 만들어 냈다. 내가 학생들한테 강조하는 것은 학부 때나 대학원 때 지식도 많이 배우지만 어떻게 질문을 만들어낼 것인가, 내가 정말로 묻고 싶은 질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찾으라고 늘 말하고 있다. 두 번째는 대학원생들이 지식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질문을 만들어 뭔가를 하고 싶어도 기존의 사람들이 쌓아둔 지식을 모른다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지식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거기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을 다 소모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통해서 충분히 방대한 지식을 갖춰 놓아야 하고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가장 쉽게 지식을 획득 할 수 있는 방법은 세미나를 열심히 듣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정규 세미나와 비정규 세미나가 많다. 그 분들이 오셔서 4~5년 연구하셨던 것들을 발표한다. 그렇기 때문에 1시간 동안 앉아 있으면 많은 것을 알아갈 수 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지식을 얻게 되는 수가 많다. 내가 한 때 사이언스는 영어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이언스는 우리말 '사이'와 말씀 '언'으로 사람들 사이에 오고 가는 말이 사이언스라고 농담 삼아서 말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이야기 함으로써 내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어떤 분야가 재미있는지 알아낼 수도 있다." 대중들과의 소통을 위한 과학자의 역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과학자나 학자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는 사회에 지적 풍성함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으로 인해서 많은 일반인들이 사회나 자연에 대해서 사소해 보이지만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문제를 많이 찾아내고 제공해주는 것이 지식인과 과학자들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들이 좀 더 국가의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과학 기자들과 과학에 대해서 책을 쓰시는 분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만 보더라도 하고 계신 일들이 굉장히 재미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 과의 김대수 선생님은 쥐 활동을 공부하신다.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리고 이대엽 박사님은 yeast를 가지고 연구를 하신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듣고 있으면 참으로 재미있다. 거의 모든 과학자들은 1 권 이상의 책을 쓸 분량의 학문용 story를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과학 기자들이나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이 글로 썼으면 좋겠다. 흔히 말하는 CNS(Cell, Nature, Science)에 논문이 나오면 거기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것도 굉장히 좋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서 아주 사소한 문제라 할지라도 열심히 연구하시는 분들이 많다. 사회의 지적 풍성함을 제공하기 위해서 그런 이야기들을 글로 많이 썼으면 좋겠다." KAIST의 변화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엘리트들이 공정한 상태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끔 "엘리트 오블리제" 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 말은 엘리트들이 경쟁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엘리트 집단은 교수나 연구원, 의사, 변호사, 금융계나 회사를 끌고 나가는 사람들, 크게 네 그룹이다. 금융계나 산업계는 시장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매일 치열한 경쟁 속에 살고 있다. 그나마 경쟁이 심하지 않은 사회가 교수, 연구원, 의사 변호사 이렇게 세 그룹이다. 각 그룹들이 좀 더 공정한 룰에 따라서 경쟁을 심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식물학을 예로 들면 경쟁을 해서 세계적 수준이 된다면 결국 우리나라 식물학 수준이 세계적 수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KAIST가 tenure를 도입했다. 나도 tenure에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엘리트들이 그런 경쟁을 받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연구과제 지원에 대하여… "(현재 NRL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입장으로 말하자면 NRL이 많았으면 좋겠다. NRL의 특징이 적정한 규모의 연구비를 제공하고 개별 연구자들에게 준다. 특정한 주제로 무엇을 해야 되는 기획 과제가 아니다. 주제가 자유롭게 되어 있는 과제인데, 그런 과제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요즘 후배 교수들을 보면 개별적으로 연구비를 받을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좀 안타깝다. NRL 같은 과제들이 많아져서 모든 개별 연구자들이 자기 생각을 가지고 연구비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한번 지원 받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있을 때는 이어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될 수 있었으면 한다." 연구자로서의 바람과 계획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권위자가 되었으면 한다. 빛이 식물발달을 어떻게 조절하나 라고 누가 물으면 최길주라는 사람이 잘 한다 라는 인정을 동료과학자들한테 받았으면 한다. 또 하나는 내 연구를 보면 지금까지 착실하게 나가고 있는데 뭔가 WOW할 수 있는 것이 부족하다. 착실하게 나가는 것에 더해서 WOW factor를 집어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은… "늘 BRIC이 우리나라 생물학 발전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BRIC 사이트를 종종 가서 보고 이런 분들이 좋은 훌륭한 논문을 냈구나 하고 찾아 보고, 학생들이나 다른 동료 교수들이 한 인터뷰 같은 것을 꼬박꼬박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늘 BRIC에 감사하고 있다." 기자: 박지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