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생물정보학을 통해 system level에서 벼 도열병 발생을 이해할 수 있는 연구체계를 구축할 것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이용환 교수
<인터뷰 1편>
- 서울대학교 식물균병학 연구실 소개
- 대표적인 연구성과
- 벼 도열병균의 발병과 피해현황
- 벼 도열병균에 대한 연구 진행 방법은?
- 국내의 연구 상황
- 우리나라의 식물 병리 연구 현황
- 앞으로의 연구 방향
- 생물정보학 툴 개발에 관하여...
일시: 2008년 5월 7일, 오후 2:00
장소: 서울대학교
서울대학교 식물균병학 연구실 소개 "서울대 식물균병학 연구실은 학교로 부임했던 1995년도 부터 시작하였다. 식물에 발생하는 병해 중 곰팡이에 의해서 발생하는 병을 주로 연구하는 연구실이다. 동물과는 달리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요인의 약 80%가 곰팡이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채소에서부터 주곡작물, 나무에 이르기까지 식물균병학의 분야는 대단히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우리 연구실에서는 벼에 발생하는 도열병을 모델로 삼아 병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지난 15년 동안 계속 수행하고 있다. 구성원으로는 연구교수 1명, 포스닥 1명, 대학원생 15명 정도이다." 대표적인 연구성과 "벼 도열병균의 기능 유전체학 기법을 이용해서 새로운 병원성 유전자 200개를 밝혔다는 연구 결과이다. 이 실험을 하기 위해서 식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T-DNA tagging 이라는 기법을 이용했다. 2만개 이상의 벼 도열병균 변이체를 만들어서 High-throughput screening system으로 기능분석과 표현형 분석을 해서 새로운 병원성 유전자 200개를 밝힌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밝혀진 병원성 유전자가 50개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을 보면 그만큼 기능 유전체학의 파워가 이 정도 된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식물 병리학이 굉장히 유행하거나 popular science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 결과가 작년 4월 달 Nature Genetics에 발표되었고, 작년 Nature Biotechnology 5월호에 fungal genomics goes industrial 이라는 특집 뉴스 기사가 나기도 했었다. 또한, 도열병균의 침입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 왔다. 부착기라 불리는 침입 구조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이에 관련되어 있는 신호 전달 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들도 연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식물 병원균은 집단 생물학을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population biology를 공부하게 된다. 실험실 내에서 1~2 균주 가지고 어떤 결과가 나왔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field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주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에 분포하는 벼 도열병균을 지난 20년 동안 collection해서, 6,300 균주를 비교분석 해서 병원균들의 변이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것도 추적했다. 그 동안 우리 대학원생들이 많은 수고를 해서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벼 도열병균의 발병과 피해현황 "보릿고개를 겪던 60~70년대를 지내다가 통일벼라는 것을 만들어서 녹색혁명이라고까지 부르던 대단한 연구 성과가 있었는데, 70년대 말에 벼 도열병균에 의해서 통일 계통의 벼가 완전히 이병화되는 어려운 경험을 겪은 적이 있다. 그래서 지금도 육종하시는 분들이 워낙 잘 육종을 하시고, 방재할 수 있는 농약도 좋은 것이 많아서 병 발생이 옛날처럼 크지는 않지만, 우리가 벼 도열병균으로 느끼는 위협은 대단하다. 특히 한국과 아시아 등 쌀을 주곡작물로 하는 나라에서는 식물에 발생하는 병 중 벼 도열병균이 가장 중요하다 라고 이야기해도 누가 이견을 달지는 않을 것 같다." 벼 도열병균에 대한 연구 진행 방법은? "다른 식물 병원균도 마찬가지지만, 벼 도열병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영향이 있다 보니까 여기에 관련되는 연구자들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다른 병을 연구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많다. 또한, 식물 병원균 중에서는 연구가 가장 많이 되어 있는 곰팡이 병원균이다. 1990년대에 들면서 세계적으로도 식물 병리학이 아닌 분자생물학 또는 세포 생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도열병을 많이 공부해서 어떤 병원균보다 많은 내용을 알고 있다. 2005년에는 식물성 곰팡이 중에서는 최초로 유전체 염기서열이 다 밝혀졌고, 최근 우리 팀이 한국 균주에 대한 유전체 염기서열도 다 밝혔다. 하여튼 공부가 지금 가장 많이 되어 있고, 경쟁도 그만큼 심한 상황이다." 국내의 연구 상황 "70년대 말 80년 대 초에는 우리나라에서 식물 병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벼 도열병균, 벼 도열병에 대한 연구를 했었지만 그 이후 분자 생물학적 연구로 전환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공부를 하고 계신 분들이 있고, 농촌진흥청 산하 연구소에서 꾸준히 벼 도열병에 대한 연구를 해 왔기 때문에 전혀 없다고는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겨우 한 팀을 구성할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식물 병리 연구 현황 "식물 병리라는 분야가 굉장히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적은 편이다. 옛날에는 고전적인 방법의 연구들이 많았다. 어떤 병원균들이 병을 얼마나 일으키느냐? 어디에서 병이 일어나느냐? 등을 보다가, 근래에는 생화학이나 분자생물학이 발달하게 되니까 세계적인 연구 동향도 왜 병이 발생하느냐? 병원균은 왜 변하느냐? 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연구 경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도 지난 여러 해 동안 생화학적, 분자생물학적으로 병 발생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연구들, 유전체학 연구들 등이 활발히 진행되어 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식물병을 어떻게 방재하는냐? 하는 연구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화학, 농약에 대한 부정적인 이해들이 많다 보니까 생물학적 방재가 현재 식물병리 연구에서 하나의 큰 축을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 "작년에 기능 유전체학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병원성 유전자 200개 이상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그것에 대한 집중적인 기능 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병원균이 식물의 병을 일으키려면 뭔가 단백질을 분비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분비 단백질에 대한 유전자 연구, 이것들을 조절할 수 있는 전사 인자들(transcriptional factor)에 대한 유전체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하다 보니 데이터의 양이 굉장히 방대해지고 많아지게 되었다. 주변에 생물 정보학 시스템들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생물학자들한테는 굉장히 쓰기 어려운 생물정보학 시스템들이 많이 있어서 지난 5년 동안 노력한 결과 우리 나름대로 굉장히 user-friendly한 생물정보학 시스템들을 직접 구축했다. 구조 유전체로써 밝힌 유전체 서열을 이용했고, 기능 유전체학 결과들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 균주를 sequencing해서 CGH(comparative genome hybridization) 연구까지 마무리를 지었고 비교 유전체학도 어느 정도 진행을 시켰다. 이러한 것들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생물 정보학 시스템을 우리가 구축을 했다.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벼 도열병 발생이라는 것을 어떤 한 두 유전자 또는 한 두 측면이 아니라 system level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연구체계를 구축하는데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 생물정보학 툴 개발에 관하여 "2003년에 생물 정보학실인 fungal bioinformatics lab을 만들어서 전원 학부생들로만 구성했는데, 그 학생들이 생물학도 전공하고 computer science를 복수 전공했다. 지금은 그 학생들이 대학원생들이 되었다. Bioinformatics를 정규수업을 받아서 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독학을 하다 보니까 오히려 그것이 더 창의적으로 되고, UI 등을 더 잘 개발하는게 되었다. 현재는 Server만 해도 17대, competation하는 노드만해도 병렬 연결되어 있는 것이 60대 이다. 그것으로 지금은 비교 유전체학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 |
"Dream high! Be confident! Give more and forget them!" <인터뷰 2편> 일시: 2008년 5월 7일, 오후 2:00 식물 병원성 곰팡이 유전자원 은행 소개 "2005년부터 시작했다. 국가지정 식물 병원성 곰팡이 유전자원 은행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아주 좋은 제도라도 생각한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기능 유전체학 연구를 해서 변이체들을 몇 만 라인씩 만들었지만, 사실 논문을 한 번 내고 나면 다 없어지는 것이다. 거의 모든 실험 재료가 논문을 내고 나면 너무나 많이 소실된다. 결국은 그것들을 다 쌓아서 종합적으로 다시 분석하고 검토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가 되는 것들인데 애써서 만든 것들이 지금까지 많이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소재은행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적어도 소재 은행들이 커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지난 10여 년 동안 재료가 쌓이기 시작하였고, 그 재료들에 대한 DB가 완성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시작할 때 일단 DB를 검토해 보고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식물 병원성 곰팡이 유전자원 은행에는 주로 벼 도열병균 변이체를 2만 라인 이상, 지난 20년 이상 동안 한국에서 수집되었던 도열병원균들, 우리나라 작목에 중요한 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곰팡이들을 직접 수집하거나 상당 부분은 기탁 받아서 2만 5천 균주 정도를 보관하고 있다. 여유가 되지 않아 다 보관할 수 없어서 식물 병원성 곰팡이 중에 유전적으로 조금이나마 특성이 규명된 균주들만 보관하고 있다. 모두 DB화 되어 누구나 접근해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어떤 분들이라도 분양을 원하시면 성심 성의껏 분양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식물 병원성 곰팡이 유전자원 뿐만 아니라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식물 바이러스 은행도 있다. 이처럼 식물에는 세균, 식물 선충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비생물적인 요인들도 있는데, 각각에 대한 것들도 은행화 된다면 우리 나라의 자원이 (한번 쌓았다가 무너지는 일 없이) 장기적으로 쌓여갈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식물 병리학 저널(PPJ)의 SCI 등재 "한국 식물 병리학회 모든 회원들한테 작년은 굉장히 신나는 한 해였다. 왜냐하면 학회가 발행하는 Plant Pathology Journal이 SCIE에 등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다른 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가 SCI 또는 SCIE에 등재된 경우가 이미 있지만 우리가 나름대로 pride를 갖고 있는 것은 한국식물병리학회의 회원수와 관련 연구자들을 봤을 때 굉장히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1999년부터 영자지를 꾸준히 발행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 시간에 꼭 발행하려고 노력했고, International Journal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 editorial board member와 심사 등을 국제화 하려고 노력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저널이 지역적으로 갖는 특수성도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서 일반 다른 생물학 관련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논문들도 있지만, 한국에 발생하는 병은 이 저널을 봐야지 제일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아지면서 언젠가는 되겠지 하고 기다렸었는데 작년에 되었다. SCI가 된 다른 학회나 분야들이 많지만 그 분야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저널들이 일본, 싱가폴, 또는 중국에도 있다. 강조를 하고 싶은 것은 식물 병리 분야는 미국하고 유럽을 제외하면 SCIE 저널을 가지고 있는 곳은 한국 밖에 없고 아시아 권에서는 유일하다. 일본 식물 병리학회도 우리보다 규모가 몇 배나 크고 역사가 훨씬 오래된 영자지를 외국 출판사와 같이 출판함에도 불구하고 SCIE가 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까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진짜 국제적인 학술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노력보다 훨씬 다른 차원의 노력을 해야겠다는 소명 의식을 가지고 하고 있다. 학회 회원들에게 기회가 될 때 마다 이야기 하는데, 편집진이나 학회장들이 잘한 것이 아니라 한국식물병리학회 커뮤니티가 일찌감치 영자지를 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했고 각 편집진들이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이지, 어떤 특정한 한 두 집단이나 한 두 개인의 노력의 결과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Editor로서 저널 운영의 어려움 "어려움이 많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회가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회원이 몇 천명이 되는 큰 학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회들이 재정적으로 어렵다. 학회지가 SCI에 등재되었다고 하더라도 국제적으로 얼마나 distribution 되느냐 또는 외국 사람들이 얼마나 subscription 하느냐 하는 제한이 많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외국으로 많이 보내기도 해야 하고 좋은 논문들은 가지고 더 좋은 영어로 만들기도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국제학술지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서 올해부터 우리도 1년에 3천 만원씩 지원을 받게 되어서 재정적으로 큰 보탬이 된다. 지금까지 학회 회원들의 힘으로 운영되던 때와는 달리 앞으로는 재정적인 부분에서 좀 더 나아질 것이다. 또한 외국인 논문 게재 비율을 좀 더 늘려야 진정한 국제학술지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런 점에서는 우리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한 개 밖에 없고, 중국이나 다른 동남아권에서도 SCI 저널들을 많이 찾기 시작한다는 것을 최근에 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제출하는 논문의 수가 최근들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PPJ의 앞날은 밝다고 생각한다." 저널의 open acces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PPJ 저널은 어떠한가? "우리는 open access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작년 초 학회지 홈페이지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지금까지 발행된 모든 PPJ 논문들에 대해서 2007년도부터 100% open access를 시행하였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앞서 간다고 할 수 있겠다." 후학들을 위한 조언 "내가 대학원생들이나 학부생들한테 말하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Dream high-꿈을 크게 가져라, 두 번째 Be confident-자신감을 가져라, 세 번째는 Give more and forget them-주고 또 주고 나서 준 것 조차 잊어버려라.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삶에서나 과학을 하면서도 대단히 성공할 수 있다. 첫 번째 Dream high-꿈을 크게 가져라, 꿈을 갖는데 누가 돈이나 세금을 내라고 하지 않는다. 꿈을 크게 가지게 되면 삶의 목표가 분명해진다. 연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꿈을 크게 갖게 되면 목표를 분명히 설정할 수 있게 된다. 그 다음은 Be confident-어떤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항상 살아라,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좋은 배우자 만나서 결혼 할 수 있어', '나는 성공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일단 목표를 분명히 설정했으면 '나는 할 수 있어', '이 연구는 성공적으로 진행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세 번째는 주변에서 좀 도와달라는 사람들이 있거나 뭘 좀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주라는 것이다. 다 주고, 준 사실 조차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보답을 바라고 주면 자기가 준 것 만큼 밖에 못 받는다. 그런데 보답을 바라지 않고 있는 것을 다 줘 버리면, 언젠가는 그 사람이 나한테 10배로 갚는다. 그렇게 되면 주변에 좋은 친구도 많이 생기게 된다. 점점 multidisciplinary한 것을 연구하게 되는데 좋은 친구가 있어야지 같이 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전체를 아우르는 것을 systems biology 라고 그러는데, 또 다른 표현으로 networking biology라고도 한다. 학문 영역 간을 network로 묶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관계를 network로 묶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친구를 잘 사귀어라 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현재까지의 연구활동을 되돌아볼 때... "석사 과정 때부터 주제로 시작한 것이 벼 도열병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다른 것을 할 줄도 모르니까 이 테두리 속에서 쭉 있었던 것 같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굉장히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대학원, 군대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려던 당시는 분자생물학이 막 유행할 때였다.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이 유학 가거나 한국에서 공부를 해도 분자생물학을 할 수 있는 best plan을 찾아가기 시작했었다. 바이러스를 할 수도 있고 심지어 박테리아를 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하고 있는) 곰팡이는 진핵생물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잘 안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것 밖에 모르니까 계속 하게 되었고, 10년 정도 연구하다 보니까 지금은 모든 분자생물학적인 툴이 곰팡이에서 다 가능하고, 이것이 진핵미생물로써 진핵생물의 모델이 되면서 다시 hot spot이 되었다. 그래서 이것이 좋으니까 이쪽으로 가고, 저것이 좋으니까 저쪽으로 가는 연구를 안 했던 것이 오히려 지금에 와서는 굉장히 만족스럽고 결과도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학생들과 모임을 할 때 항상 마지막에 하는 이야기가 있다. 'passion, not fashion', 다시 말해서 오늘은 이것이 좋을 것 같고, 내일은 저것이 좋을 것 같다는 식의 fashionable한 것 보다는 passion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한다면 모두들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학자의 opinion leader로서의 역할 "요즘 안그래도 사회가 어지러운 부분들이 많고, 특히나 어떤 과학적인 factor와 엇갈려서 사회적인 동요를 일으키는 부분들도 있다. 사실 우리 나라에서 opinion leader라고 생각되는 과학자들은 과학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과감히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들이나 일반인 또는 어린 학생들한테도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진실이 아닌지 알려야 하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도 opinion leader들은 그 분야들을 잘 보호하고 중흥시키기 위해서 다른 요처에 가서라도 이 분야가 얼마나 중요하고 이 분야의 미래가 어떻다 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또 한가지는 연구 책임자들도 자기가 하는 분야에 있어서 passion을 가지고 뭔가를 직접 보여줄 때 학생들도 그것을 보고 role model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외국의 상황과는 다른 것 같다. 외국에서는 사생활이 어떻게 되었든지 간에 science만 잘하면 role model이 될 수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꼭 그렇지 만도 않기 때문에 더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학에 계시는 분들은 분명히 학생들에게 role model이 되었으면 좋겠고, 연구소에 계시는 분들도 같이 일하는 연구자들한테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role model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타 기관에서의 연구활동 경험들 "오래 전에 기업 연구소에서 근무했었기 때문에 그 당시 상황과 지금의 대학 상황을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각 기관에 따른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한가지 아이템을 집중적으로 해야겠다고 한다면 회사가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대기업 연구소에 있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인원을 충원할 수도 있었고, 하나의 집중된 내용으로 연구할 수 있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대학이 가지는 유리한 면이 많다. 그치만 지극히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연구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내가 처음 대학에 부임해서 놀랐던 것은 모든 연구들이 다 개발이었다. 기업에서의 연구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개발이라고 하면 해야 한다. 그런데 대학 교수들에게도 개발하라, 벤처도 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하여 대학에 계신 많은 분들은 마케팅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50억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연구비가 500억 되는 것을 개발한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된다. 대학에서는 돈이 안 될 것 같지만 꼭 해야 되는 것들, 기업에서 하지 않는 연구들을 오히려 해야 한다. 그러니까 대학과 기업 연구소, 더 나아가 정부 출연연구소 또는 국가 연구소가 각각 어떤 종류의 일을 해야 되고, 어떤 형태로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책적인 지원에 대하여…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지만 대학에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 연구하는 것과 관련하여 얘기하자면, 첫 번째는 모든 정책이 너무 빨리 변한다. 연구의 지원책을 예로 들면, 개인 위주의 연구 중심으로 지원을 해야겠다고 하다가도 어느 시점이 되면 개인 연구보다 집단 연구 위주로 가야겠다고 한다. 그러다가 산업화와 연계해야 한다해서 matching fund를 가져 와야 한다고 했다가도 그 보다는 기반 기술을 구축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부분이 좀 아쉽다. 새로 출발하는 젊은 과학자들도 설 땅이 있도록 개인 중심의 연구를 지원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어야 하고, 잘 갖추어진 연구실을 대상으로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사실 다 있기는 하지만 이름이 자주 바뀌다 보니까 혼동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paper work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논문으로 발표한 것을 보고서로 작성해야 하고, 보고서도 분기별과 연차별로 작성해야 한다. 3년이 끝나면 책을 만들어서 전국 도서관에 배포하는 것들은 낭비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보고서를 논문으로 대체한다든지 논문이 안 나왔으면 다음 연구비를 받을 때 지장을 주면 되는 것이다. 연구 행정의 간소화도 있어야 할 것이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외국 시스템을 벤치마킹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기자: 박지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