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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국내 바이오 성과 Top 5 선정] KAIST 주영석 교수
"비흡연자도 폐암 걸리는 원인 규명했다"

Tracing Oncogene Rearrangements in the Mutational History of Lung Adenocarcinoma. Cell, 177(7), 1842-1857.e21 doi:10.1016/j.cell.2019.05.013

인터뷰 내용
- 선정된 연구성과의 내용 및 의의
- 해당 분야의 최신 연구 흐름
- 함께 진행한 연구진 소개
- 앞으로의 연구 방향과 계획
- 연구주제에 대한 선택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 과학자로서 아쉬운 점이나 개선에 관한 의견?
- 학생/후학들을 위한 조언
- 그 외의 말씀 또는 바람

주영석 교수 약력 (PDF파일)

주영석 교수

Q. 선정된 연구성과의 내용과 의의는 무엇인가요?

저희 KAIST 의과학대학원 종양유전체 연구실은 암을 발생시키는 체세포 돌연변이(somatic mutation)에 관심이 있습니다. 인간의 정상 세포가 암 세포로 전환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유전체에 생기는 돌연변이입니다. 잘 알려진 발암 원인인 흡연이나 자외선, 방사능 등은 모두 돌연변이를 만듦으로써 암을 일으킵니다. 결국 인간의 암 발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에서 돌연변이가 어떤 과정을 거쳐 획득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폐 선암(lung adenocarcinoma)은 폐에서 일어나는 악성 신생물 (폐암) 가운데 가장 흔한 조직형으로서, 흡연자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비흡연자에서도 폐 선암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융합 유전자 (fusion-gene)’가 주된 돌연변이인 폐 선암은 대부분 비흡연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는 암 전장 유전체 서열(cancer whole-genome sequence)의 생명정보학 분석 및 해석으로 비흡연자에서 주로 발생하는 융합유전자의 발생 기전을 이해하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놀랍게도 75%에 가까운 폐 선암 발생 융합유전자는 ‘chromothripsis’, ‘chromoplexy’와 같은 복잡 구조 변이(complex rearrangements)로 발생하며, 이들은 유년기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하였습니다. 복잡 구조 변이가 발생하는 원인 기전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세포가 살면서 유전체가 일시적으로 ‘산산조각’ 나는 위기 상황을 맞닥드릴 때 생겨난다는 것이 많은 암 유전체학자들의 추측입니다. 유전체가 산산조각나는 현상이 정상 세포에서 매우 희귀하게 일어나는 이벤트라고 하더라도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의 수가 많기 때문에, 저는 이 현상이 암을 일으키는 주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유전체 산산조각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 인자를 밝혀내 우리가 그것을 피할 수 있거나, 산산조각이 일어났던 세포를 특이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암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융합유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 변이 (상) 단순 구조 변이 (역위, inversion) (하) 복잡 구조 변이 (chromothripsis)
이미지 1. 융합유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 변이
(상) 단순 구조 변이 (역위, inversion) (하) 복잡 구조 변이 (chromothripsis)

 

비흡연자에서 융합유전자 형성에 따른 발암 기전 모델
이미지 2. 비흡연자에서 융합유전자 형성에 따른 발암 기전 모델

 

Q. 해당 연구분야의 최신 연구의 흐름은 어떤가요?

2000년대 중반까지 Sanger DNA Sequencing 방법으로 수행되었던 암 유전체 연구는, 2010년대 2세대 DNA Sequencing, 즉 초고속 유전체 서열 분석기술이 일반화되면서 급속하게 발전하였습니다. TCGA (The Cancer Genome Atlas) 나 ICGC (International Cancer Genome Consortium)와 같은 국제 컨소시움에서는 벌써 수 만 례의 인간 암 조직의 멀티오믹스 (DNA + RNA, Epigenome, Protein) 데이터를 확보해 놓았고, 저희와 같은 개별 연구자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1) 기술적으로는 단백질 번역 위치만을 주로 연구하던 Exome Sequencing 위주에서 전체 유전체 변화를 해석하는 전장 유전체 분석(Whole-Genome Sequencing)으로 발전하고 있고, (2) 돌연변이 측면에서 보면 점돌연변이 (point mutation) 위주의 연구에서 구조변이 등 다양한 변이로 관심사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3) 연구 측면에서 보면 빅데이터의 단순 생산 보다는, 이들의 의과학적인 해석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Q. 함께 진행한 연구진을 소개 부탁합니다.

이 연구를 함께 주도하신 서울대학교 병원 흉부외과 김영태 교수님은 지난 2011년부터 저와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해 오셨습니다. 저희는 ‘KIF5B-RET’ 융합 유전자를 처음 발견하여 Genome Research에 보고를 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 폐 선암에서융합 유전자 돌연변이 획득 기전을 이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것이 이번 논문으로 출판이 되었습니다. 인간의 샘플을 대상으로 한 중개 연구는 임상 의사와 기초 연구자의 신뢰에 기반한 협업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러한 면에서 저는 김영태 교수님, 그리고 함께 도움을 주신 여러 임상 선생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유전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유전체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파워가 갖추어져야만 합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도 어느 정도의 시설들을 구축하고는 있지만, 더 빠른 처리를 위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KISTI) 강효진, 이준학, 故 유석종 박사님, 그리고 국립암센터의 홍동완, 이종근 박사님과 협업을 수행하였습니다. 수퍼컴퓨팅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저희 연구는 훨씬 더 느리게 진행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오늘도 유전체 데이터에서 돌연변이를 검출하고 이들을 해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모든 학생을 대표하여 이번 연구를 이끌어 나간 두 명의 제1저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준구 박사님은 종양내과 의사로서 저희 실험실의 첫 번째 박사 졸업생이기도 하며, 본 연구를 수행하던 중간에 Harvard Medical School, Peter Park 교수님 연구실에 postdoc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미국에서도 낮에는 미국 실험실의 연구를, 밤에는 이번 연구를 위해 매우 큰 노력을 하였습니다. 박성열 박사님은 역시 종양내과 의사로서 이번 연구를 수행하며 2020년 2월 박사학위를 받습니다. 두 분은 의사과학자로서 매우 창의적인bioinformatics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이 두 분의 헌신적인 연구 참여가 없었더라면 아마 이 연구는 마무리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Q. 현재 해당 연구분야의 한계는 무엇인지, 향후 연구방향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유전체 서열은 대부분 수술로 적출한 암 세포로부터 획득된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몸 속에서 세포들은 정상 세포와 암 세포 두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태어났을 때 완전히 정상이었던 세포들이 노화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일으켜 암 전구세포를 거쳐 암으로 전환되고, 암 세포 역시 클론 진화를 거듭합니다. 즉 세포들의 상태는 완전히 정상부터 말기 암세포까지의 스펙트럼 상에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술 적출을 하지 않는 세포들은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워 연구는 제한적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여 여러 시점에서 세포들이 가지고 있는 돌연변이, 이들의 획득 기전 및 기능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 제 연구의 방향이 될 것 같습니다.

Q. 평소 연구주제에 대한 선택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이번 논문의 주제였던 ‘비흡연자 폐암 원인 구조 돌연변이의 생성 기전’은 2011년에 가지고 있던 질문들이 확장된 것입니다. 당시 우연치 않게 연구하게 된 30대 비흡연자 폐암 환자의 암조직에서 새로운 암발생 융합유전자 돌연변이 KIF5B-RET를 규명해 냈었습니다. 하지만 이 돌연변이가 어떻게 정상 폐 세포에서 만들어졌고, 또 어떠한 기전에 의해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변환시켰는 지는 짐작만 할 뿐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을 계속 품고 있으면서 기술이나 예산, 샘플 등 여건이 마련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가끔 제가 세포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볼 때가 있습니다. 우리의 세포는 어떠한 DNA 손상을 입고, 이를 어떻게 발견하여 복구할까? 결과적으로 어떠한 돌연변이가 언제 얼마나 생길까? 단순히 공상에 그칠 때도 있지만 좋은 아이디어와 연구결과로 귀결이 될 때도 있습니다.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러한 생각을 주고받을 때가 가장 학문적으로 즐거운 시간인 것 같습니다.

Q. 과학자로서 연구활동 중 아쉬운 점이나 우리의 연구환경 개선에 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국제적으로 유전체 연구는 점점 더 거대화되고 있습니다. 유전체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유전체, 컴퓨터, 통계학 등 다양한 연관 분야의 전문 인력이 소통하면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대용량의 컴퓨팅 파워, 저장공간도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여건은 구축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개인 연구자의 노력만으로 확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사회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연구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미국의 Broad Institute, 영국의 Wellcome Sanger Institute, 싱가포르의 Genome Institute of Singapore와 같은 전문적 의학 유전체 연구를 위한 연구소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전체 연구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고 드문드문 좋은 결과도 나오고 있지만, 개별 연구실에서의 작은 성공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전체 분야가 의학을 진일보시키는 데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 위에 유전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Q. 같은 분야를 연구하려는 학생/후학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의생명과학분야에서 유전체와 같은 빅데이터의 사용이 점점 더 일반화 될 것이며, 미래의 생명과학은 지금보다 훨씬 더 데이터 과학의 모습을 띠고 있을 것입니다. 데이터 과학을 위해서는 컴퓨터의 이용이 필요한데, 이에 노출이 되어 있지 않은 의생명과학자들은 지레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부딪혀 보면, 이미 많은 일반적인 분석 기술은 확립된 것이 많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그리 어려울 게 없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되실 것입니다. 오히려 점점 더 중요해 지는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 ‘데이터의 해석’인 경우가 많습니다. 명확한 실험 디자인과 의미있는 데이터 해석을 위해서는 의생명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겁내지 마시고 부딪치시기 바랍니다.

저는 전산이나 통계학 background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께도 유전체 분야로 적극 진출해 보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20세기 중반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생명과학 분야로 진출하여 분자생물학이 태동하였듯이, 데이터에 능통한 사람들이 본분야로 진출하면 새로운 문이 열릴 것입니다. 융합 연구는 누군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른 분야로 넘어갈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Q. 그 외 추가하고 싶은 말씀 또는 바람이 있다면?

우리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시고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하나의 연구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사람들이 좋은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최적의 환경에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제가 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제 인생의 큰 행운으로 생각하며, 또한 저희 연구실에 소중한 연구비를 지원해 주신 보건복지부, 그리고 서경배과학재단에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계속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실험실 멤버들과 함께
이미지 3. 실험실 멤버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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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국내 바이오 연구성과 Top 5는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코리아의 단독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관련 사이트 :
- 2019 국내 바이오분야 연구성과 및 뉴스 Top 5
- 연구자가 선정한 2019 국내 바이오 성과∙뉴스 Top 5 (Bio통신원 2019-12-17)
- 한빛사 등록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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