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구조생물학 연구는 단백질의 작용 기작을 밝히는 가장 좋은 툴
[기획]학술상 수상자: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오병하 교수
- 한국과학상 수상의 소감
- POSTECH 구조생물학 연구실 소개
- 구조 규명한 대표적인 단백질
- 단백질 구조 규명의 의의
- 구조 규명 연구분야가 가지는 특징
- 단계별로 어떻게 진행이 되나?
- POSTECH에서의 연구활동
일시: 2008년 2월 29일, 오전 10:00
장소: POSTECH 생명동
한국과학상 수상의 소감 "조크를 하자면, 저는 죄가 없고 심사위원들이 뽑아놓은 거니까 그 사람들이 사고를 냈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솔직히 빚졌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생명과학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잘 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은데 제가 선정이 되어 미안하다. 생명과학 분야에 빚을 졌다고 생각을 하고 좀 더 열심히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POSTECH 구조생물학 연구실 소개 "우리들은 X선 결정학 방법으로 구조를 규명하고, 그것에 근거를 해서 여러 생화학적, 세포생물학적 실험을 한다. 이를 통해서 단백질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에 대한 작용기작(action mechanism)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단백질이 DNA를 수선한다 라고 알려져 있으면 기능은 아는 거지만 어떻게 수선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떻게 잘못된 base를 찾아가고 그 다음에 어떻게 화학적으로 고치는지, 그러한 작용기작을 알아내는 일을 한다. 이 때 구조가 가장 결정적인 정보를 주기 때문에, 구조생물학적 연구는 어떤 단백질의 생화학적 작용기작을 밝히는데 있어서는 가장 좋은 툴이라고 생각한다. 구조 규명한 대표적인 단백질 "우리가 구조를 규명한 것들은 랩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 위장 속에는 헬리코박터가 살고 있는데, 위는 아시다시피 산성이 굉장히 높다. 그래서 미생물들이 다 죽어버리는데 헬리코박터는 산다는 것이다. 그 때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효소가 Urease, 즉 요소분해효소이고 그 구조를 연구한 것이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CAD의 구조 연구이다. 세포 사멸이 일어나면 최종적으로 DNA가 다 해체되는데 이 때 DNA를 가수분해하는 효소가 CAD라는 단백질이다. CAD 단백질은 사실 세포가 죽을 때만 활성화 되어야 하지 평상시에 활성화된다면 DNA를 잘라 세포가 다 죽어버리기 때문에 굉장히 곤란하다. 아주 타이트하게 효소 활성이 억제되고 있는데, 어떻게 억제되는지,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그러한 것을 규명하기 위해서 CAD의 구조를 했었다. 최근에 7개의 sub-unit으로 된 거대 complex의 구조를 연구했던 것도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면역과 다소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단백질 운송과 관계 있는 complex이다. 단백질 구조 규명의 의의 "앞서 말씀 드렸던 complex를 결착인자라고 한다. 목적지인 compartment에 붙게 되면 membrane fusion이 일어나서 운송된 단백질이 세포 소기관에 최종적으로 전달이 되는데 그것을 결착인자라고 한다. 결착인자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대부분 여러 단백질의 거대 복합체이기 때문에 생화학적으로 연구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이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미스터리였다. 우리들이 했던 것은 결착인자 중에서 첫 번째 구조이고, 그럼으로써 어둠 속에 있던 것을 바깥으로 끌어낸 것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기작은 다 모르지만 시공간적으로 결착 또는 membrane fusion에 관계하는 여러 단백질들을 끌어들이는 hub의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라는 것은 우리가 알 수 있었다. 구조를 알게 되면 그 구조에 근거해서 여러 가지 세포 생물학적 또는 생화학적 실험을 디자인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향후 연구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타 분야에 비해 구조 규명 연구분야가 가지는 특징 "구조를 규명하면 Atomic picture를 주니까 굉장한 정보를 준다. 예를 들어 바퀴가 동그랗게 생긴 것은 굴러가는 기능을 하기 위해서이다. 단백질도 마찬가지이다. (단백질이) 어떤 구조를 하고 있는데, 그 구조는 기능을 하기 위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구조를 보면 기능에 대한 insight를 바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를 규명함으로써 알고 싶은 기능들은 사람들이 모두 알고 싶어 하는 것이어야 하지 뻔한 걸 하면 곤란하다. 그래서 구조를 규명하기 전에 제일 먼저 생각해야 될 것이 우리가 이 구조를 풀면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그러한 정보를 줄 것이냐 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힘든 점이다. 우리가 구조를 풀어서 정말 좋은 information을 줄 것이냐 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참 힘들다." 단계별로 어떻게 진행이 되나? "구조 규명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구조를 규명하는 이유는 어떤 단백질의 작용기작을 알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구조 규명이 시작점이라 할 수 있고 구조를 보면 insight가 생긴다. 이런 일을 하겠구나 생각이 되면 그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해야 된다. 그러다 보면 (연구방향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 생화학적인 실험이 될 수도 있고 세포생물학적인 실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실험 장비가 꼭 필요하다 라는 얘기는 할 수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간단한 실험 장치로 진행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전문가들과 collaboration을 통해서 해야 될 때도 있다. 얼마 전 발표한 연구결과 역시 마찬가지로, 구조를 규명하고 나서 기능에 대한 insight가 생겼고 세포생물학적인 실험을 했어야 됐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세포생물학을 하는 Michael Sacher 박사와 같이 공동 연구를 해서 그렇게 했었다. 근데 계속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Electron Microscopy(EM)가 필요했다.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전문가도 아니어서 하버드에 있는 Thomas Walz 박사와 같이 하자 해서 공동연구를 하게 되었다." POSTECH에서의 연구활동 "포항 가속기 연구소가 바로 옆에 있어서 굉장히 좋다. 여기 건물에서 실험동까지 한 700m 정도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비행기 타고 내려오거나 차 타고 오는데 우리는 걸어가면 되니까 굉장한 장점이다. 생물학을 연구하는데 있어서는 POSTECH이 장점이 많은 것 같다. 생물학적 실험은 자기 스케줄 대로 실험하기가 좀 힘들다. 예를 들어, 미생물이 자라면 거기에 맞춰야 되기 때문에 실험실이 가까이 있을수록 좋다. 아시다시피 POTSECH은 대학원생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해 주니 실험실이 가까워서 왔다 갔다 하면서 실험을 할 수 있어 커다란 장점이 된다. 반면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대학원생들은 대부분 기숙사에서 지내지 않기 때문에 집과 실험실이 멀어서 실험을 맞춰서 하기가 힘들다. 컴퓨터 관련 연구라면 좀 다를지도 모르지만, 생물학 실험을 하기에는 참 좋은 것 같다." 기자: 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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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분야를 연구하기까지… "우리가 고등학생 때였던 시절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 때는 식품공학을 꼭 해야겠다, 아니면 과학자가 되어야겠다 라고 해서 대학을 가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터넷도 없었고 정보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대학을 가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학에 조금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또는 '나는 수학을 좋아하니까', '난 공학이 좋은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대학에 가곤 했다. 나는 집안이 원래 예술가 집안이어서 과학자라는 것에 대해서는 몰랐었다. 굉장히 똑똑해야지만 과학을 하는 걸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동물 기르는 것을 참 좋아했었기 때문에 사실은 축산학과를 갈까, 또는 목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은 막연한 고등학생의 생각이었다. 목장을 하려면 커다란 땅도 있어야 되는데 그것도 안 되었었다.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 식품공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현실적으로 거기 가는 것이 그나마 좋을 것 같았다. 그 때까지는 과학자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그리고 그 때는 신군부가 들어서는 암울한 시대였다. 공부하는 것을 자조적으로 생각하고 냉소적으로 생각해서 휴교하고, 탄압당하고 하던 때였다. 그래서 (나는) 장래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밀려서 대학원까지 갔었는데 실험하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한 만큼 뭐가 나온다는 게 참 재미있어서 계속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과학이 뭔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때는 recombinant DNA technology들이 나오고, 소위 '유전공학'이라고 해서 생물학이 아주 확장되던 때였다. 기초과학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기초과학을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위스콘신 생화학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그 때부터 기초과학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과학자가 되어야겠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과학자구나' 라고 생각하고서 이렇게 왔다."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던 경험 "연구 분야를 선택하는 것은 과학자라면 누구나 선택해야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화학 쪽을 주로 할 것이냐, 세포 생물학 쪽을 주로 할 것이냐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모두 다 할 수는 없다. 나는 유학을 가서 그 선택을 해야 했을 때 나의 성격을 생각했다. 뭐든지 명료하게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것으로 생물리학(Biophysics)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NMR(핵자기공명학)을 했다. 박사과정 때 NMR을 가지고 단백질 구조 연구를 했었다. 포스닥 시절에 대해서 "포스닥은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김성호 교수님 실험실에서 했다. 김성호 교수님은 우리 나라가 낳은 대표적인 과학자이다. tRNA 구조를 연구해서 일약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신 분이다. 지금도 활동을 굉장히 많이 하시고, 구조생물학 분야에서 world authority이다. 다행히 그 분이 경험이 없는 나한테 포스닥 기회를 주셔서 배우게 되었다. 김성호 박사님한테 크게 배운 것은 결국 중요한 일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자기가 하는 일 또는 연구가 재미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남들도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impact가 크다 할 수 있다. 그러한 개념을 잘 몰랐었는데 그것을 그 분한테 배웠다." 여유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는지… "우리가 하는 일은 9시부터 6시까지 일한다든지, 다 끝내 버리고 그 다음 일을 생각 안 하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과학을 하는 것은 계속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소와 시간에 별 구분 없이 계속 일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여가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다만, 잠깐 도망갈 기회를 만들기는 한다. 영화를 참 좋아해서, 여가가 생기면 영화를 보는 게 아니고, 영화를 볼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일을 얼른 해 버리고, 2~3시간 짬을 만들어서 보고 와서는 다시 일한다고 얘기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 같다. 운동도 참 좋아한다. 더군다나 체육관이 가까워서 운동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건강이 좀 안 좋아져서 젊은 사람들처럼 하지 못하고, 대신 많이 걷는다." 과학자가 겸비해야 할 덕목 "먼저 과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 후학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예스맨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선생 또는 그런 비슷한 사람들이 '이거다' 그러면 그대로 믿지 말고 '아닐 것 같은데' 라고 생각 해 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는 일은 새로운 것을 밝히는 것이고 문제를 찾아 해결해야 된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도 잘 모르게 된다. 그래서 항상 '이건 아닐 것이다' 라는 삐딱한 자세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사람(과학자)들이 어떤 덕목을 가지면 좋을 것인가는 글쎄다. 어느 정도 일한 다음에 정년퇴직하고 말 사람들이다. 그 후에 계속 후학들이 이어서 일을 하기 때문에, 결국 후학들한테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발전을 위한 지원책과 정책 방향 "내가 94년에 (한국에) 왔을 때는 우리 나라의 과학 수준, 특히 생물학 수준이 굉장히 일천했고 낮았다. 그러다 갑자기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가 2002년 정도 라고 생각되는데, 한국에서 한 일들이 최고 저널에 나오기 시작했고 요즘은 한 달에 한 두 편은 꼭 나온다. 그 정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게 2002년도 인데, 이러한 경향이 개인 연구비가 증가했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1994년에는 개인이 한 과제당 받는 연구비가 천 만원도 안 됐다. 그러다가 1억이 넘어가고, 2억이 넘어가고, 0이 하나 더 붙게 되었다. 분명히 지원이 과학 발전 진흥에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규모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첫 번째이다. 두 번째는 규모는 크지만 어떻게 나눠주느냐 하는 것이다. 창의과제는 그룹과제가 아닌 개인과제이지만 규모가 아주 크다. 나를 비롯해서 창의과제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참 좋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창의과제보다 규모가 작은 NRL(국가지정 연구실)인데 역시 마찬가지로 개인과제이고, 사람들이 다 좋은 과제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개인과제에 비중을 많이 두도록 연구비가 분배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개인과제는 일이 잘되고 못되고에 대해서 개인이 책임져야 되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룹과제는 그러한 것이 희석된다. 또, 그룹 과제는 top-down인 경우가 많아 거기에 맞춰야 되기 때문에 자기가 전문가이든 아니든 마쳐야 될 경우가 생긴다. 그럼 일을 잘 못할 수가 있다. 효율적인 면에서는 개인과제가 그룹과제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룹과제도 필요할 때가 있다. 미국도 역시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고 있지만, 개인 과제의 비율이 훨씬 크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연구를 분배 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바램이나 희망은? "내가 연구비를 얘기했지만, 아무리 돈이 있어도 일할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 돈은 빚을 내서도 할 수 있지만, 우수한 인력이 없으면 일을 못하기에 우수 인력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다들 아시겠지만, 이공계를 기피하고 있고 의학전문대학도 생겨서 그런 것을 오히려 부추긴다. 우수한 학생이 생명과학을 한다고 왔다가도 분위기에 휩쓸려 전문대학 등으로 많이 빠져 나가버리는 것이 참 안타깝다. 나한테도 안타깝고, 그렇게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좀 안타깝다. 의료 행위라는 것은 우리보다 훨씬 테크니컬한 것이다. 테크니컬한 것이 재미있는지, 아니면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생각해보면, 당연히 과학이 더 재미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그 쪽으로 빠져나가는 게 그 사람들한테도 참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젊은 학도들과 대학생들이 패기에 넘쳐야 되는데, 그냥 장래를 걱정하고 안주하려고 하면 좀 답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가적으로도 점점 지식 기반 사회가 되어가고, 결국 지식이 부를 창출하는 그런 시대가 되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이공계를 사랑했으면 좋겠고, 특히 나는 과학자이기 때문에 과학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나의 경우에는 과학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전혀 없고, 참 잘했다, 참 재미있다, 남보다 훨씬 더 좋다, 다른 직업보다 훨씬 좋다, 과학자가 된 것이 좋다 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우수한 젊은이들은 패기를 가지고 안주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기자: 박지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