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식물 개화에 관한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 연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일하 교수
<인터뷰 1편>
- 식물발달유전학실험실의 연구주제
-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 내용
- 겨울종 애기장대의 특징
- 춘화처리의 분자적 메커니즘
- 연구주제 선정의 배경
- 대표적인 연구 성과
- 줄기정단분열조직
- 앞으로 연구 방향과 계획
일시: 2007년 9월 20일, 오후 3:00
장소: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식물발달유전학실험실의 연구주제 "식물은 저마다 일정한 계절에 꽃을 피운다. 개나리는 봄에, 코스모스는 가을에 꽃을 피우는데 이것은 식물이 계절을 인식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서 유전적 조절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연구실은 이런 식물의 개화에 관한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 내용 "식물이 계절을 인식하는데 2가지 환경 요인이 있다. 빛(광주기)과 온도이다. 특히 개화 시기와 관련 있는 것은 2~3달 정도의 겨울저온이다. 우리 연구실은 광주기에 의한 개화도 관심은 있지만 겨울저온(춘화처리)에 주로 집중하고 있다. 우리 실험실의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에서 춘화처리 메커니즘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Flowering Locus C(FLC)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는 내가 박사학위 할 때 그 존재를 규명하고 염색체 위치를 밝히면서 인연이 되었다. 국내 들어와서 춘화처리 연구를 계속 했고 FLC가 춘화처리에 가장 중요한 유전자 중 하나임이 밝혀지면서 더 연구에 집중하게 되었다." 겨울종 애기장대의 특징 "보통 일반 실험에 사용되는 애기장대는 여름종이기 때문에 2주 정도 키우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러나 자연계 내 특히 북방계에서 발견되는 애기장대는 겨울종이 대부분이다. 겨울종은 겨울저온을 거치지 않을 경우 꽃이 피더라도 굉장히 늦게 핀다. 겨울종은 가을에 발아를 시작해서 한겨울을 보내고 다음해 꽃을 피우는데 여름종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꽃이 핀다. 겨울종은 한 세대가 3~4개월로 여름종보다 훨씬 길다. 보통 실험실에서 애기장대를 모델 식물로 쓰는 이유가 한 세대가 짧다는 것인데, 우리는 단점을 만들어놓고 실험을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한번 잘못 실험에 들어가면 상당히 긴 시간을 낭비하게 되니까 처음 시작할 때 정확하게 계획을 잡고 목적에 맞는 실험을 디자인해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춘화처리의 분자적 메커니즘 "자연계에서는 가을에 발아를 한 상태(유식물 상태)에서 겨울저온에 들어가게 된다. 우리가 실험할 때는 종자를 배양기에 넣고 바로 저온처리에 들어간다. 그러면 겨울저온을 거치면서 발아를 하고 유식물 상태가 된다. 4℃라는 저온에서는 대사속도가 굉장히 느리고 발아에서 유식물 상태로 아주 천천히 진행된다. 정상적으로 애기장대를 22℃에서 키울 때 2~3일에 해당하는 만큼 저온에서 한 달 동안 자라게 된다. 이 저온처리 기간동안 발아해서 유식물로 가는 중간에 세포분열로 생기는 세포 하나하나가 겨울저온에 영향을 받는다. FLC 유전자 DNA는 histone을 감고 있는 사슬구조(chromatin)로 되어 있는데 histone 꼬리부분이 저온처리가 되면 deacetylation 된다. 일반적으로 histone 꼬리부분이 acetylation되면 유전자 활성이 증가하고 acetyl group이 떨어지면 유전자 활성이 낮아진다. 겨울 저온 처리가 되는 동안에 FLC chromatin 구조가 deacetylation 되어 FLC 유전자 발현이 안 된 상태로 세포분열이 진행된다. FLC 유전자는 개화를 억제하는 전사조절인자이다. FLC 유전자 발현이 증가하면 개화를 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유전자들의 발현이 억제된다. FLC의 발현량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개화 속도가 빨라질 것인지 느려질 것인지 결정된다. 공교롭게도 여름종은 FLC 상위에 작용하는 또 다른 유전자가 망가져 있어서 FLC 발현이 상당히 약하다. 개화 억제가 안 되니까 2주 뒤에 꽃을 피우게 된다. 겨울종은 FLC 상위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FLC 유전자의 chromatin 구조가 acetylation이 잔뜩 되어 있는 구조이고 그로인해 FLC 유전자 발현이 증가되어 있다. 이 상태로 FLC가 개화를 막고 있다가 어느 순간 FLC가 풀리면 꽃이 피는데 이때가 3개월 뒤다." 연구주제 선정의 배경 "학문의 결정은 우연이었던 것 같다. 식물학을 선택하게 된 것도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대학을 입학했을 때는 당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서 여러 가지 다양한 생물종 중에 하나인 식물을 우연히 선택을 하게 되었다. 모든 생물이 다 흥미로웠지 식물을 전공했지만 식물이 다른 생물종 보다 더 재밌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러나 생화학은 재미있었다. 그 당시 Stryer 생화학 책을 2학기 동안 거의 통달하다시피 공부를 했다. 그때서야 마침내 생물체의 작동원리가 기계적, 물리 화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부동안에는 생화학이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유학을 갈 때 생화학과로 진학을 했다. 진학해서 보니까 실험재료를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힘든 유학시절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것을 선택하려고 식물연구를 하시는 지도교수님을 정했다. 그 뒤로 계속 식물연구를 하게 되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우연한 선택이었지만 절묘하게 잘 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연구 성과 "국내 들어와서 실험실을 만들고 2년 뒤인 2000년에 괜찮은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FLC 유전자가 개화관련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전자조절인자인데, FLC가 억제하는 유전자 중에 하나인 SOC1을 발견했다. 돌연변이체를 찾고 유전자를 분석하다보니 그 전에 우리가 연구했던 춘화처리나 광주기 메커니즘, 식물체가 발달 단계를 인식해서 개화하는 메커니즘이 각각 다른 메커니즘이 아니라 몇몇 개의 유전자 조절에 의해서 모두 통합이 되는 것을 발견했다. 시그널이 통합된다는 것을 SOC1 유전자를 연구하면서 알게 되었다. 요즘은 이런 유전자를 Flowering pathway integrate라고 하고, 지금까지 3가지가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SOC1이다." 줄기정단분열조직 "식물체의 모든 기관은 줄기정단분열조직에서 만들어진다.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돔(dome) 모양으로 되어 있다. 새로운 기관이 만들어질 때 돔 모양의 한쪽에서 세포분열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융기되어 올라온다. 뾰족하게 올라오면 잎이 되고 뭉툭하게 올라오면 꽃이 된다. 우리는 줄기정단분열조직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lipid(지질) 성분 중에 하나가 정단분열조직에서 signal로 작용하는 간접적인 증거를 찾아내서 현재 재미있게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연구 방향과 계획 "우리는 실험실 셋업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쏟았다. 초반에 너무 우왕좌왕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10년 지나니까 실험실 전체가 안정화되고 우리 목표도 잡혀가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기초과학 위주로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기초과학에 쏟는 에너지를 조금 나눠 응용이 되는 연구를 하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중에 하나는 바이오 에너지 분야다. 다행이 곁가지로 하던 실험에서 지질 생산과 관련 되는 중요한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것을 활용해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응용연구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조그만 과제를 하나 만들 계획이다." 기자: 장영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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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인재상 "우리 실험실은 유전학 기반이기 때문에 유전학적인 기술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누가 들어오더라도 금방 익숙하게 배울 수 있도록 학생들이 완벽하게 시스템을 갖춰 놨다. 그래서 단백질을 분리하고 분석하는 생화학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분이 들어온다면 더 환영한다. 생화학적인 기술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분이면 우리 실험실의 유전학적인 기술과 잘 어울려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 중에 힘들었던 때와 극복 방법 "나와 비교되는 비슷한 동료가 한창 왕성한 연구성과를 내는데, 나만 결과가 안 나올 때면 진짜 힘들어진다. 이런 어려움은 예전이나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 스트레스가 된다. 그러나 답 또한 없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이다. 내 일을 꾸준히 하면서 성과가 나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성과가 나오면 잘 나가는 동료와 내가 비슷해지는 것이다." 신임 교수들에게 조언 "처음 이곳에 와서 실험실이 안정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가장 큰 이유는 내 연구를 쫓기보다는 연구비를 쫓아 연구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연구비 조건이 과제가 중복되면 안 되고 여러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자꾸만 일을 벌여나가야만 되었다. 벌인 일들 중에는 내가 꼭 하고 싶지 않은 일, 연구비를 받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과제들도 생기게 되었다. 이런 것까지 다 하려다 보니 에너지가 분산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을 못하게 되었다. 결국에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기까지 나의 발목을 오랫동안 붙잡는 일이 되었다. 지금의 신임 교수들이 나처럼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연구비가 아닌 내가 지금 마음에 품고 있는 질문을 쫓아가는 것이 실험실을 안정화시키는 가장 빠른 길인 것 같다. " 젊은 과학자상 "연구를 하려면 일단 끈기가 있어야 한다. 하나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풀기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기본적으로 끈기가 있어야 된다. 그리고 지금 당장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개발하려고 보면 내가 생각한 것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풀어놓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럴 때는 앞으로 5~10년 뒤에 어떤 일이 가장 프론티어 선상에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자기 실험을 그 프론티어에 어떻게 맞출 것인지 생각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학생들한테도 항상 강조한다. 한 10년 뒤에는 이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를 놓고 얘기를 많이 한다. 멀리보고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DNA 구조를 밝힌 왓슨과 크릭 두 박사 중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크릭 박사를 존경한다. 왓슨은 노벨상을 받고 행정 쪽으로 돌아섰지만 크릭 박사는 연구자로 남아서 다음 단계에 우리가 풀어야할 과제가 무엇인지 제시하고 과학자들이 옮겨가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문제가 풀리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프런티어를 제시했다. 본인이 실제로 실험을 하면서 전체 과학자들을 리드해 나가는 그런 모습이 우리가 닮아야할 과학자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연구비 지원에서 소외되는 과학자 그룹 "지금 우리나라 연구비 배분 시스템을 보면서 몇 가지 내가 생각하는 문제점을 짚어보겠다. 우리 과학계에 너무 빨리 조로현상이 왔다. 나이든 과학자들이 연구비에서 너무 쉽게 배제되어 버리는 것이다. 과거에는 연세 드신 분들이 거의 연구비를 좌지우지했었는데, 지금은 젊은 연구자들에게 너무 편중되고 아직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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