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바이러스 연구를 통한 인간의 면역체계 이해
[기획] 학술상 수상자: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면역제어창의 연구단 안광석 교수
<인터뷰 1편>
- 면역제어창의 연구단
- 실험 대상인 Herpes 바이러스의 장점
-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 내용
- 면역학 연구를 시작한 계기
- 연구 성과
- 앞으로 연구 방향과 계획
- Herpes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기능이 향상된다?
일시: 2007년 5월 29일, 오전 10:00
장소: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면역제어창의 연구단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오거나 암이 생기면 우리 면역체계는 바이러스나 암을 외부 적으로 인지해서 공격을 하게 된다. 우리 연구실은 이런 면역체계의 원리가 무엇인가, 어떻게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가 바이러스나 암 단백질을 특이적으로 T-임파구에게 알려 주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MHC가 세포 안에서 암이나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날 확률은 거의 1/10만 정도밖에 안 된다. 세포 안에는 자기 단백질도 수없이 많은데 어떻게 MHC가 아주 효율적으로 암이나 바이러스 단백질을 잡아서 포획하는지 그 원리를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바이러스는 우리 몸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 면역시스템을 교란시키며 아주 똑똑하게 진화해왔다. 그 바이러스들이 어떻게 면역시스템을 방해하는지 알게 되면, 역으로 바이러스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인이 많이 앓고 있는 대표적인 B형 간염, Herpes 바이러스와 같은 만성 감염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Herpes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면역작용을 방해할 수 있는 메커니즘 연구를 하고 있다." 실험 대상인 Herpes 바이러스의 장점 "Herpes 바이러스는 가장 폭넓게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에 하나이고, 대부분의 Herpes 바이러스는 건강한 사람에게 치명적이지 않다.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는 실험실에서 연구하기 어렵지만 Herpes 바이러스는 비교적 안정된 바이러스이다. 그리고 바이러스 중에서도 유전자가 큰 편이라서 다양한 면역방해 작용을 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독특한 유전자들을 연구하다 보면 다른 바이러스에도 적용되는 공통된 기작을 뽑아내기에 유용하다. 참고로 Herpes 바이러스는 전 세계 인구의 90~95%가 만성감염 되어 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 내용 "우리는 Herpes 바이러스 중에서도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Cytomegalovirus)를 대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세포내로 침입하면 MHC 단백질의 항원제시 과정을 여러 곳에서 단계적으로 방해를 한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은 어떤 바이러스 유전자가 이런 역할을 하는지 찾는 연구를 했다. 이런 바이러스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이용해서 근본적으로 인간의 면역시스템이 암 세포나 바이러스 감염된 세포를 어떻게 탐지해서 죽일 수 있는지 그 기작을 연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바이러스 단백질을 연구하는 것은 인간의 정상적인 세포 면역 기작을 연구하기 위한 수단이다." 면역학 연구를 시작한 계기 "일리노이 대학에서 박사과정 때 세포생리학 공부를 했었다. 세포 내 수많은 단백질들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적절한 위치로 이동을 해야 한다. 세포 내 또는 조직으로 복잡한 길을 어떻게 단백질들이 섞이지 않고 주어진 데로 잘 찾아가는지(protein targeting) 연구를 했었다. 졸업을 할 때쯤 앞으로 내가 연구책임자로서 어떤 연구를 하는 것이 보람되고 전망이 있을까 고민을 했었다. 여러 분야를 고민하던 끝에 세포생물학 배경지식을 이용해서 인체질환에 가까운 분야를 찾아보니 면역학이었다. 생명과학에는 여러 갈래가 있지만 사실 다 연결 되어 있다. 본인이 전공했다고 그 분야만 할 필요는 없다. 과감히 다른 분야로 접근해볼 필요도 있다. 깊이 들어가 보면 모든 게 다 일맥상통한다. 포스닥때 연구책임자로 가면서 자기의 고유영역을 결정해야하는데 그 결정이 대부분의 과학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순간 중에 하나이다." 연구 성과 "지금까지 연구원 복이 좀 많았다고 본다. 교수의 연구 역량과 실험을 직접 입증하는 연구원의 손발이 맞아야 되는데 그런 면에서 초창기에 함께 했던 연구원들이 아주 헌신적으로 연구를 잘 해주었다. 작년 10월 Cell 저널에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세포내 신진대사에 산화환원반응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는데 우리도 MHC 분자와 연결된 산화환원 관련 유전자를 발견했다. 어떻게 산화환원 반응이 면역반응과 연관이 되어 있을까하는 것이 당시는 의문이었다. 결국 3년 반 정도 연구를 하면서 의미를 풀었다. 놀랍게도 산화환원 반응을 촉매하는 유전자가 MHC 단백질이 바이러스 단백질을 잘 포획할 수 있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연구는 산화환원반응이 면역반응 유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연구성과였다. 이 논문은 Cell 저널의 featured article(특종논문)로 뽑히기도 했다. 포스닥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이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 해왔다. 집중적으로 소분야를 하다보니 어느 정도 성과도 나오고 인정도 받는 것 같다. 외국의 큰 연구소는 포스닥만 20명이 넘는 곳이 많지만 우리는 포스닥이 많아야 2~3명 정도이고 그들과 포스닥을 하는 자세도 틀리다. 그러니 매년 석사학생을 훈련시켜서 연구를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인 연구그룹과 광범위한 분야에서 경쟁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 그래서 역시 소규모에서는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해야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처음에는 우리의 인력구조를 생각하지 못하고 여러 분야로 일을 펼쳐봤었는데 연구를 반쯤 해놓으면 다른 그룹에서 먼저 발표를 해버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깨달은 것이 우리 같은 소그룹에서는 한군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웬만큼 그 분야에 지식이나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쉽게 발표도 안하고 다른 영역을 개척할 때는 신중하게 많은 고민을 해본다." 앞으로 연구 방향과 계획 "지금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실험재료들이 많다. 독특한 새로운 메커니즘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견하려면 새로운 면역 유전자를 발굴하고 네트워크 속에서 찾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당분간은 우리가 고유하다고 생각되는 축적된 지식과 발굴한 유전자들이 있어서 이것의 기전을 밝히는 연구를 계속 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모든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microRNA가 면역시스템을 제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바이러스도 microRNA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실험실에서는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microRNA들이 면역시스템을 어떻게 제어하고 조절 할 수 있는가에 집중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연구가 기초연구뿐 아니라 질병치료의 타깃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임상적인 접근방법을 접목하는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Herpes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기능이 향상된다? "최근 네이처 저널에 나온 연구인데 아주 흥미로운 데이터이다. Herpes 바이러스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 한 종류를 가지고 Herpes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가 다른 일반 박테리아 세균에 쉽게 감염이 안 되더라는 연구이다. 그 이유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늘 인터페론이 분비가 되는데 인터페론이 대식세포를 활성화 시켜서 면역기능을 증강시킨다는 것이다. 상당히 의외인 결과이다. 그러나 옛말에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 사람이 큰 병에 안 걸린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잔병치레를 하면서 늘 인터페론이 분비되는 사람은 큰 병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기자: 장영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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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교수들의 스트레스 "과학은 국제 경쟁이다. 그러다 보니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 유사한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가 뒤지게 되면 지금까지 해오던 연구가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늘 그런 스트레스와 경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뭔가 끊임없이 발견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과학자로서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은 분야도 사실 없다. 그리고 과학자도 인간이기에 나보다 잘하는 과학자들 보면 부럽고 자극이 되기도 한다." 대학원생 인재상 "집념을 가지고 정열적으로 과학에 헌신할 수 있는 연구원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실험실에서 직접 일을 해보지 않는 한 판단하기가 참 힘든 것 같다. 나는 되도록이면 우리 연구실에 다양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보통 대학의 연구실은 본교 출신의 연구원들이 많은 편인데, 나는 외국인이나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들이 모여 있는 것을 좋아한다. 문화적인 다양성, 과학적인 다양성 확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PI나 연구원 모두에게 필요한데 이것이 우리가 선진 과학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면인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해라' 이런 말은 이제 필요 없다.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외국의 유명한 연구실에 가보면, 9시 출근해서 6시에 퇴근 할 것 같지만 그런 곳일수록 더 일에 집중을 많이 하고 열심히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장래에 대해서 너무 고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다 보면 경제적, 사회적 보상, 과학적인 성취동기 이 모든 것이 충분히 따라오게 되어 있다. 요즘 학생들보면 너무 고민이 많고 자기 일에 확신을 못 갖는 것 같다. 외압적인 조건에 따른 동기부여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자기 자신을 헌신하고 강한 성취동기를 가진 사람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연구 과정에 오는 어려움과 힘든 것은 삶의 중간에 오는 일부라고 받아들이길 바란다. 자기 일을 위해 묵묵히 투자하는 연구원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나도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아침을 먼저 시작하는 사람이 연구도 잘한다? "지금은 아침형까지는 아니다. 아내가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이 2명의 아침을 챙겨주고 오다 보니 일찍 학교에 오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것이 좀 아쉽다. 내 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박사과정과 포스닥을 하면서 보니 연구를 잘하는 사람은 대부분 아침에 부지런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은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나도 아침 일찍 실험실에 나오는 습관을 들였다. 그리고 대학원 때도 지도교수보다 먼저 실험실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을 늘 했었다. 어느 날 늦잠을 자다가 지도교수보다 늦게 실험실에 나오면 그날 하루는 마음이 편하지를 않았다. 일찍 시작하는 습관을 우리 학생들에게도 들이기 위해서 아침에 일찍 강좌도 하고, 아침 8시 30분에 늘 랩 미팅을 했었다. 아침에 일찍 나오고 그 대신 오후에 가는 시간은 자율에 맡겼다. 밤늦게까지 연구하다 뒷날 아침에 11시쯤 실험실에 나오면 오전 시간이 다 가버린다. 그러다 보면 학교에서 낮에 중요한 세미나들이 많이 열리는데, 본인이 관심 있는 세미나도 놓치게 된다. 배움은 지도교수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연구실이나 동료, 선후배를 통해서도 배우게 된다. 저녁형 인간이 되면 자기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 간에 관계를 많이 놓치게 된다. 그래서 정규 시간에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과학자로서 보람, 힘들었던 때의 극복 "과학은 세계 공통어이다. 우리가 발견한 연구가 논문으로 세계 곳곳에서 과학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읽히고 서로 연락하고 질문도 주고받게 된다. 더욱이 우리가 발견한 연구가 면역학 교과서에 단 몇 줄이라도 나오게 되면 그 보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발견한 과학적 사실이 영향을 끼치고 사람들이 내 이름 석자와 연구를 알아준다는 것에서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함께 일했던 제자나 후배가 더 좋은 과학자가 되어서 훌륭한 논문을 발표하면 보람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잘해도 샘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자식이 잘 할 때와 제자가 잘 할 때라고 하지 않는가? 제자가 잘 되면 그때는 정말 사심 없이 기쁜 것 같다. 힘들 때는 많이 있다. 연구를 진행하다가 아이디어가 막힐 때, 어떤 방식으로 뚫어나가야 우리가 세운 가설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할 때가 힘들다. 그 과정은 당연히 있어야 하니까 그때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하루 이틀은 쉬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주변의 판단을 과학자로서 혼자 내려야 할 때도 힘들다. 이때는 전문가의 조언을 얻기가 힘든 순간이다. 연구를 여기서 접어야 되나? 우리 가설이 정말 틀린 것일까? 아니면 지금 실험결과가 안나오기 때문인가? 이때는 PI가 최종적인 결정을 해야 된다. 이 판단의 순간이 가장 힘들다." 젊은 연구자들이 가져야 할 과학자상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졌으면 한다. 젊은 연구자들은 연구가 안 되어 오는 불안감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늘 가지고 있다. 지적인 능력은 대부분 갖추고 있다. 그 다음부터는 집념의 싸움이라고 본다. 그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발견하고 기여하려면 거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집중해서 투자를 해야 한다. 과학적 결과가 3~4년 안에 나오는 것은 별로 없다. 오래 계속 하다보면 새로운 것이 점점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원생들에게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계속 투자하면 모든 것은 다 거기에 있다고 늘 얘길 한다. 개인적인 삶, 사회적인 공헌 등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분야에서만큼은 최고 전문가가 되겠다는 집념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기자: 장영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