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유전자 변이 생쥐를 이용한 핵수용체가 조절하는 생리학적 변화 연구"
[기획] 국외 한국인 과학자 이메일 인터뷰 : Baylor College of Medicine 이재운 교수
- 간단한 이력
- 실험실 소개
- 이 분야에서의 주된 연구 동향과 이슈
- 앞으로 연구계획이나 개인적인 바람
- 연구주제의 선택과 관련한 노하우
- 하고 싶은 이야기
간단한 이력 "저는 서울대 약대 79학번입니다. 전남대학에서 6년, 포항공대에서 2년 동안 근무하다, 베일러 의대로 옮긴지가 올 7월이면 만 4년이 됩니다. 박사학위 과정에 시작한 핵수용체(nuclear hormone receptor) 일을, 박사후과정(Mass General Hospital, Boston), 남가주에서의 회사생활(Ligand Pharmaceuticals, Inc), 그리고 학교로 부임한 이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핵수용체가 전사조절인자로 작용하는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생화학적 측면에서 연구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유전자 변이 생쥐를 동물 모델로 개발하여, 핵수용체가 조절하는 생리학적 변화를 기존의 기전연구와 연계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실험실 소개 "베일러 의과대학은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에서는 연구중심 의과학교로 매우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국 내 의과대학 중 연구력 대비 상위 10위에 랭크되었습니다. 특히 분자세포생물학과(Molecular and Cellular Biology)와 분자유전학과(Molecular and Human Genetics)가 미국 내 가장 좋은 학과중 하나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우수한 연구실적 이외에 베일러 의대의 또 다른 강점은 훌륭한 대학원프로그램입니다. 위 두 학과와 다학제과정인 발달학 프로그램(Program in Developmental Biology)을 비롯한 여러 대학원과정이 설립되어,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우리 실험실은 중추신경계 발달과 신경세포 분화를 모델로 전사조절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이수경 교수 실험실과 최근 공식적으로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일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장점이 많기 때문에 아주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의 주된 연구 동향과 이슈 "전사조절은 유전자 발현을 조정하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이러한 전사조절에서, 유전 정보를 담은 DNA와 histone 단백질로 이루어진 chromatin 구조를 더 느슨하게 만들거나 압축시키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처럼 chromatin 구조를 조정하는 중요한 한 축은 chromatin을 구성하는 단백질인 histones의 modification입니다. 전사조절인자(transcription factor)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바로 histone modifier를 끌어들여 chromatin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핵수용체에 의한 전사조절을 연구하다가, histone modifier 중에 histone H3의 4번째 lysine을 methylation하는 ASCOM이라 명명한 단백질복합체(ASC-2, MLL3, MLL4 등으로 구성)를 발견하였습니다. 현재 우리 실험실은 ASCOM을 이루는 일련의 단백질의 생리적인 역할을 규명하고, 그 작용기작을 밝히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단백질들에 대한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들을 만들고 이들의 표현형 분석을 통해 다음의 사실들을 성공적으로 밝혀내었습니다. 첫째, ASCOM을 이루는 단백질들은 유전자를 다양한 외부 공격에서 지켜서 암 발생을 억제하는 p53를 비롯한 일련의 전사조절인자의 역할에 필수적인 새로운 tumor suppressor로 작용합니다. 둘째, ASCOM을 이루는 단백질들은 우리 몸의 지방 및 당대사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전사조절인자들의 기능에 필수적입니다." 앞으로 연구계획이나 개인적인 바람 "현대사회에서는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야기되는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Metabolic Syndrome 혹은 Syndrome X)이 에이즈, 암 등 기존의 유해질환보다 훨씬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이에 대한 연구에 많은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데, 뇌에서의 대사조절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사조절인자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장기적으로 뇌에서 대사조절 과정을 조절하는 전사조절인자들과 그 작용기작을 밝히는 분야를 새로이 개척하고자 합니다. 특히 이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면서, 신경발생학을 연구하는 이수경 교수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단백질들(ASC-2, MLL3, MLL4)이 뇌의 대사조절 사령탑 격인 hypothalamus에 과발현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에 우리가 관찰했던 생쥐 모델에서의 대사 관련 표현형의 상당부분이 이 단백질들의 hypothalamus에서의 기능과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내 여러 그룹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hypothalamus의 주요 nucleus(arcuate, PVN, VMH)에서 우리 유전자들을 각각 제거하는 연구를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아주 중요한 연구분야로 발전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수경 교수가 주도하는 태아의 뇌발달 중 주요 유전자의 기능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연구들도 성공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두 그룹의 첫 번째 공동연구결과가 4월 1일자 'Genes and Development'에 발표됐고, 현재 여러 편의 좋은 논문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신경발생학이나 CNS에 의한 대사조절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은 저희 그룹 및 이수경 교수 팀에 박사후연구과정으로 합류하는 것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연구주제의 선택과 관련한 노하우 "무엇보다도 다른 과학자들이 하는 일에 대해 경청하는 훈련을 하시길 권합니다. 세미나 참석, 새로이 관심이 가거나 본인 스스로의 과제에 관련된 논문들을 스스로 찾아 읽는 일,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다른 연구자들의 과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는 일 등등이 결국에는 본인 스스로의 연구역량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인 스스로의 연구내용 안에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좋은 연구방향을 다른 사람의 연구를 통해 깨닫는다거나, 또는 다른 이의 연구로부터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경험이 적지 않습니다. 좋은 연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단기적이고 단편적 연구보다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깊이 있게 집중하여 연구하면, 누구보다도 본인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그런 의미 있는 발견을 이루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연구 환경이 급격히 좋아지면서 단순히 SCI index나 논문 편수를 따지는 것 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얼마나 영향력 있는 유의한 논문을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봅니다." 연구 중에 힘들었던 때와 극복 방법 "전남대에 직장을 잡고 포항공대를 거쳐 베일러 의대에 오기까지, 연구를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서 끈기 있게 설득하기 보다는 '싸우고 부딪히는데' 더 열정을 낭비했다는 자책을 합니다. 돌아보면, 의견이 다른 상대에 대한 인간적 배려가 부족함으로 인해 종종 문제 해결을 오히려 힘들게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특히 수평적으로 보이는 이곳 미국 사회도 결국은 사람이 사는 사회로 기본법칙은 같다는 사실을, 새로이 미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새삼 깨닫습니다. 우리 후배 과학자 여러분들도 연구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신실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시길 당부합니다. 또한 연구를 하다 보면 잘될 때 보다는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예상치 않았던 결과 속에 생각지도 않은 보석 같은 진리가 숨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스로의 technical competence에 자신이 있다면,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관련 문헌을 섭렵하며 알아내고자 하는 끈기와 노력을 기울이시길 바랍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좋은 논문이 나올 때마다 자극도 되고 정말 기쁩니다. 불과 10여 년 전에 비하면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최근에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이 과학분야에서 약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가 이제는 미국, 일본, 유럽을 뛰어넘는 진정한 과학대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무엇보다도 제도적인 정비가 중요다고 생각합니다. 집중을 한다면서 투자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기 보다는, 집중을 하더라도 효율성이 배가되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적합한 연구시스템'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 심각히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미국으로 다시 옮기면서 가장 놀랐던 사실은 제가 박사학위를 하던 80년대 말보다도 훨씬 많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곳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고급인력 송출국에서 외국의 내노라하는 인재를 흡입하는 우리 대학들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