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세포 내 유전자 조절 맡은 드로셔 단백질 구조 규명
[2016 국내 바이오 성과 Top 5 선정] 서울대학교 우재성 교수
- 선정된 연구성과의 내용 및 의의
- 해당 분야의 최신 연구 흐름
- 함께 진행한 연구진 소개
- 앞으로의 연구 방향과 계획
- 연구주제에 대한 선택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 과학자로서 아쉬운 점이나 개선에 관한 의견?
- 학생/후학들을 위한 조언
선정된 연구성과의 내용과 의의는 무엇인가요?
마이크로RNA(miRNA)는 약 22 뉴클레오티드 길이의 짧은 RNA로서 생명 현상의 거의 모든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발현 조절자입니다. 마이크로RNA 생합성의 초기에 DROSHA-DGCR8 단백질 복합체(마이크로프로세서)가 독특한 이차구조를 가진 마이크로RNA 1차 전구체(pri-miRNA)를 인식해서 절단합니다. 본 연구에서는 DGCR8의 C말단 부분과 결합한 DROSHA의 고해상도 구조를 규명하여 처음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3차원 모델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구조는 복잡한 pri-miRNA의 절단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그림1. DROSHA의 구조
해당 연구분야의 최신 연구의 흐름은 어떤가요?
마이크로RNA 분야에 대해서는 작년 인터뷰에서 말씀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구조생물학 분야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X선 결정학, NMR, 전자현미경 등을 이용하여 생체고분자의 구조를 규명하는 구조생물학은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오래 된 분야입니다. X-선 결정학이 주된 방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이 분야는 최근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X-선 만큼은 아니지만 원자 수준의 고해상도의 구조 규명이 가능해졌고, 단백질 결정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결정화가 어려운 거대 단백질 복합체와 막단백질의 구조 연구가 특히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본 실험실을 비롯해 많은 구조생물학 실험실들이 이 기술을 배워가고 있으며, 과거에 시도조차 어려웠던 거대 단백질 복합체와 막단백질의 연구가 차츰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함께 진행한 연구진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김빛내리 교수 (서울대 생명과학과) 실험실의 권성철 박사와 Nguyen 박사, 홍성철 교수 (서울대 물리학과) 실험실의 조명현 박사, 저희 실험실의 최연길 연구원이 연구에 참여했으며, 특히 권성철 박사와 최연길 연구원의 높은 열정과 노력이 이 성과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연구의 내용과 연구진의 소개가 담긴 video abstract를 저널의 웹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cell.com/cell/abstract/S0092-8674(15)01643-8)
현재 해당 연구분야의 한계는 무엇인지, 향후 연구방향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까지 12만개가 넘는 구조가 규명이 되었지만 사실 이는 결코 큰 숫자가 아닙니다. 한 생명체의 유전자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생명체의 세포 과정은 대개 다양한 생체분자의 상호작용과 움직임을 통해 일어나고 이를 보여주는 구조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구조 해석의 기술은 여전히 균일한 상태의 순수하게 정제된 단백질을 필요로 하고, 그런 단백질을 얻었다 해도 움직이는 구조를 풀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생물학적으로 흥미로운 메커니즘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구조를 규명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합니다. 앞으로 단백질의 움직임을 고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과 EM을 이용한 동영상 촬영 기술의 개발이 가속화 될 것 같습니다. 더불어 Cryo-EM 기술이 타 기술들에 비해 매우 적은 양의 샘플을 요구하기 때문에 과발현이 어려운 단백질들을 소량이지만 순수하게 정제하는 방법도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 연구주제에 대한 선택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사실 구조생물학적으로 흥미로운 주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생물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중요한 기능이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분자 메커니즘이 모호한 단백질은 수도 없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생물학의 특정 분야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흥미로운 주제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주제를 선택해도 대부분 기대치 못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에, 구조 해석까지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빠르게 타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좋은 주제들이 이 과정에서 걸러져 나가는 것 같습니다.
구조를 풀기위한 아이디어는 주로 직접 생산한 연구 결과들로 부터 얻습니다. 상세한 메커니즘을 밝히고자하는 연구의 특성상 연구가 깊어질수록 타 분야의 지식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구조를 규명하고부터는 좀 달라집니다. 종종 타 분야의 지식과 단백질 구조가 멋지게 연결되기 때문에 다음 연구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기존의 지식으로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과학자로서 연구활동 중 아쉬운 점이나 우리의 연구환경 개선에 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전 세계 대학과 연구소들이 Cryo-EM 시설의 확충과 전문가의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이 분야의 전문가와 연구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X-선 결정학처럼 Cryo-EM 역시 높은 전문성을 요하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기술적 전문가 혹은 기술 개발자가 없습니다. Cryo-EM은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고, 향후 생물학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술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이라도 이 분야의 지원과 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합니다.
같은 분야를 연구하려는 학생/후학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현대 생물학의 발전은 그 어느 때보다 기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빠른 속도로 발달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볼 수 있는 혹은 측정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도로 경쟁이 심화된 생물학 분야에서 요즘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먼저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생물학자에게 기술 개발은 먼 이야기 같지만, 사실 소규모의 실험실에서도 생물학계를 뒤흔드는 기술이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습니다. 형광 단백질, 유전자 가위, Clarity 등이 그 좋은 예입니다. 아주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원하는 발견을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스스로 개발해 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16 국내 바이오 연구성과 Top 5's는 Cell Signaling Technology의 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