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항염증 효과가 있는 식물 성분의 암 예방 효과를 검증하고 기전을 연구
[기획: 학술상 수상자] 서울대 약학대학 서영준 교수
- 연구실의 연구 주제
- Phytochemical이 가지는 의미
- 최근 집중하고 있는 연구 내용
- 기초와 임상을 연결하는 중간 단계
- 돌연변이 동물 모델을 연구에 도입
- 암화과정의 타겟 물질과 암화 억제 식품 화학물
- 실용화보다는 연구 논문에 투자
- 연구성과
- 앞으로 연구 계획
- 대학원생 모집과 연구원 채용 계획
일시: 2006년 11월 1일, 오후 4:00
장소: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발암 기전 및 분자 암 예방 연구실의 연구 주제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진행되는 과정의 생화학적인 기전을 연구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암화 과정에서 중요하게 관련된 타깃 분자를 억제함으로써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진행해 가는 단계를 차단하는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Phytochemical이 가지는 의미
"Phytochemical의 phyto-는 희랍어에서 식물을 의미하는 접두사이다. 식물에 들어있는 화학 물질을 총체로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식품에 들어있는 안전한 화합물들이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것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 항암 치료와는 다르다. 항암제로 암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보다 근본적으로 정상인이 암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예방의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식품에 있는 안전한 화학 물질을 이용해서 암화 과정을 차단하는 것을 chemoprevention(화학적 암 예방)이라고 한다. 우리는 여러 가지 화학적 암 예방 소재 중에서도 이미 경험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식품에 들어있는 화학 물질과 전통 약초에 들어있는 식물 성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통 일반인이 알고 있는 '어떤 질병에 어떤 것이 좋다.'라고 하는 경험적인 사실들을 우리는 보다 체계적으로 증명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식품 성분이 막연히 좋은 것이 아니라 왜 좋은지를 밝히는 작업이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연구 내용
"암화 과정은 다단계 발암 과정을 거쳐서 일어난다. 그 중에서 악성종양 단계로 가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염증이 여러 질병에 관련 있는데, 최근 암화 과정에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보고 되고 있다. 우리는 항염증 효과가 있는 식물 성분을 가지고 암 예방 효과를 검증하고 기전 연구를 한다. 궁극적으로 염증의 신호전달 네트워크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암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염증 관련 세포 내 신호전달 물질이나 유전자 발현에 관련된 전사 인자들의 활성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돌연변이 동물 모델 연구
"최근에 우리 연구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유전자 변이 동물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염증 관련 효소가 유전적으로 결여된 동물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염증 외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산화적 스트레스에 대한 세포의 방어 기작이다. 생체 내 항산화 방어 체계에 관련된 효소의 유전자들을 연구하기 위해서 전사 인자가 결핍된 돌연변이 동물을 도입하였다."
암화 과정의 타깃 물질과 효과적인 식품 화학물
"우리가 새로운 타깃을 발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에 염증과 관련된 대표 신호전달 물질 NF-kB는 COX-2와 같은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에 중요한 전사인자이다. 우리는 암화과정에서 NF-kB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데 이것을 막는 식품 화학물들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강의 진저롤(gingerol), 고추의 캡사이신(capsicine), 포도주의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녹차의 카테킨(catechine), 마늘의 유황 성분인 diallylsulfide 계열 물질이다. 이들은 NF-kB 회로를 억제함으로써 염증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NF-kB 회로 중에서도 상위에 있는 IkB kinase(IKK) 효소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다."
실용화보다는 연구 논문에 투자
"우리 연구가 실용화 가능성은 있지만, 특별히 특허를 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특허는 나중에 실용화가 되었을 때 가치가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장되고 만다. 거기까지 신경을 쓰다 보면 연구하는 시간을 많이 뺏길 수 있기 때문에 논문을 한편 더 내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실용화는 우리의 몫은 아닌 것 같고, 그 중요성이 인정되면 전문적으로 실용화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본다."
연구 성과
"우리 실험실은 10년이 되었다. 지금까지 박사가 2명이 배출되었는데 많은 수는 아니지만 두 학생 모두 우리 실험실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 학생은 미국 국립환경건강과학연구소(NIEHS)에 postdoc으로 가서 우리 실험에서 하던 연구를 연장해서 하고 있고, 그 쪽 지도 교수와 우리가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그 곳에서 공동연구를 먼저 제안하고 실험에 필요한 실험동물을 제공해 주고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우리 연구가 그 곳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다른 학생도 마찬가지로 국내 학위를 받았지만 미국에서 학위를 한 학생들 못지않게 좋은 논문을 월등히 많이 발표하였고 지금은 다른 대학의 교수로 자리를 잡아 갔다. 이런 것이 우리 연구의 성과를 간접적으로 반영한다고 본다."
앞으로 연구 계획
"우리 연구는 실험 동물이나 배양 세포를 이용한 기초 연구 수준이지만, 결국에는 암 예방 효과가 있는 물질을 사람이 섭취했을 때 정말로 그러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실제로 응용 연구를 해보고 싶다. 암 정복 10개년 계획이 지금 2단계로 진입을 했는데 이제는 응용 연구를 통해서 국민들이 실제로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프로젝트가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임상 의사들과 함께 실제로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은 것이 내 욕심이다."
대학원생 모집과 연구원 채용 계획
"연구는 결국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다. 늘 사람이 필요하고 욕심 같아서는 지원하는 학생들 모두 받고 싶지만 대학원생 수가 정해져 있어서 그럴 수 없는 것이 항상 아쉽다. 그러나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고 동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항상 문을 열어놓고 있다. 평범한 얘기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고 본다.
연구원은 전문적인 능력이 있다면 우리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가능하면 우리 연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으면서 우리가 할 수 없지만 하고 싶은 분야에 특별히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최근 유전자 조작 동물을 실험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 실험 경험이 있으면서 분자생물학적인 측면과 접목할 수 있는 연구원이 필요하다."
< 인터뷰 내용 > 일시: 2006년 11월 1일, 오후 4:00 |
지금 연구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연구 주제 선정 과정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는 바로 이 연구실을 쓰셨던 오당 이상섭 선생님 밑에서 향신료가 몸 안에서 어떻게 대사되는지를 연구 했다. 그 뒤 공부를 좀더 하고 싶어 미국 위스컨신 대학의 맥가들 암 연구소로 유학을 갔다. 그 곳에서 제임스 밀러, 엘리자베스 밀러 부부 교수를 만난 것은 내겐 행운이었다. 이들 밀러 부부에겐 내가 첫 한국인 제자이면서 마지막으로 배출한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밀러 부부 과학자는 화학적 발암물질들이 몸 안에 들어와서 어떻게 암을 일으키는지 생화학적 기전을 처음으로 제시하였고, 교과서에도 소개된 유명한 과학자들이다. 특정 화학적 발암물질이 몸 안에 들어가서 DNA에 손상을 주고 암을 일으키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 화학물질이 처음부터 DNA에 손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들어와 1차 대사과정을 거치면서 활성화 된다는 것이다. 대사 효소는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을 해독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발암 물질의 경우에는 오히려 활성화를 시키게 된다. 더 반응성이 높은 물질로 전환되어 DNA를 공격하고 암화 과정을 유발한다는 가설을 처음 제시한 분들이었다.
그 분들 밑에서 그 연구에 흠뻑 빠져 일을 했고 post-doc.을 가서도 관련 일을 했다. 이후 예일 대학 조교수로 자리를 잡으면서 내 나름의 색깔 있는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정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1996년 서울대학교에 임용되면서, 보다 한국적이고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국에 풍부한 천연물 소재를 활용해서 암화 과정을 막는 연구를 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암화 과정을 일으키는 연구였는데 이후부터는 암화 과정을 막는 연구를 주제로 했다. 암화 과정의 타깃은 이미 찾고 있던 것이고 암화 과정을 막는 천연 물질을 찾는 것이니 생각만 바꾸면 크게 다르지 않는 연구였다.
이 분야 연구는 사람에게 직접 혜택을 줄 수 있는 보다 실용적인 학문이었고 그러면서 재미도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천연물에 대한 정보나 소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에서 더 인정을 해주는 것 같다."
실험실의 자랑
"제자들과 항상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능하면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스스로 연구에 몰입해서 자기 연구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 또한 대학원에서 그런 교육을 받아왔다. 교수는 하나의 길잡이 역할이다. 처음 방향설정을 해준 다음에는 일일이 간섭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다. 지금까지 학생들도 나의 이런 연구 철학을 잘 받아들여주고 있다. 나는 해외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밖에 나가있을 때 오히려 학생들이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사제지간에 이런 신뢰감이 있다는 것이 내겐 큰 행운인 것 같다. 그 동안 좋은 학생들이 들어와 줬고 열심히 했다."
논문을 잘 쓰는 방법
"중요한 것은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지만, 잘 다듬고 포장해서 발표하지 않으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특히 국제 저널은 영어로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로 쓰고 구두로 발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논문을 잘 쓰려면 우선 다른 사람의 논문을 많이 읽어야 한다. 잘 쓰인 review article이나 original article을 읽으면서 데이터뿐 아니라 어떻게 설명했는지 패턴도 봐야 한다. 나는 대학원생일 때, 다른 사람들 논문에서 좋은 문구나 패턴을 발견하면 메모 해놨다가 나중에 논문 쓸 때 인용하곤 했다. 영어 글쓰기는 스스로 부지런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보통 학생들에게 영어 논문을 쓰라고 하면 처음에는 소설을 써오는 경우가 많은데, 3~4번 정도 왔다 갔다 하며 교정을 보면서 다듬어지고 본인 나름의 색깔을 띠게 되는 걸 볼 수 있다. 우선 논문 쓰기는 자기 스스로 재능이 있어야 하지만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논문을 잘 쓰려면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을 읽고 분석과 비평을 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논문 게재 심사(peer review)를 받으면 리뷰어들의 comment를 받게 되는데, 이것은 야구에서 타자와 투수의 신경전과 같다. 내가 이렇게 했을 때 리뷰어가 어떻게 comment를 할 것인가 결과까지도 함께 예상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괜히 많은 데이터를 보여서 득이 될 수 없다고 하면 군더더기 데이터를 과감하게 뺄 수 있는 안목도 있어야 한다."
연구의 어려움과 극복
"연구는 늘 고행의 연속이지만 중요한 것은 거기에 몰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처음 연구를 접하는 대학원생일 경우, 원하는 결과가 나오던 반대로 나오던 혹은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나온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냉철히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테이블 하나, 그림 한 조각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나는 대학원생들에게 결과가 원하는 쪽이던 아니던 상관없이 그대로 가져오라고 한다. 학생들에게 결과에 대한 압력을 너무 주게 되면 지도 교수가 원하는 결과만 가져오게 된다. 그러면 오히려 반대 결과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데 그러한 결과가 사장되고 만다. 있는 그대로 가지고 와서 그것을 보고 교수와 함께 얘기해야 한다. 경험적으로도 반대 실험 결과가 나와서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중요한 결과가 도출이 되었고, 평범한 연구가 아닌 흥미로운 후속 연구가 진행된 경우가 있었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조언
"우리가 공부할 때는 여건이 안 되어 남들이 하는 연구 흉내 내기도 사실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자신감을 가지기 바란다.
그리고 틀에 매여있지 말고 창의적인 연구를 해주길 바란다. 틀에 박힌 연구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움을 가지고 연구를 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 실력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
처음 운전을 배우면 초보 운전자는 앞만 바라보고 백미러도 제대로 못 보지만 자신이 생기면 방심을 하게 되고 그러면 사고를 낼 수 있다. 연구하는 학생들이 처음 석사 들어와서 선배들 가르쳐주는 대로 하다가 나름대로 결과가 나오면 그때부터는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혼자서 하려고 하는데, 학생들이 조심해야 할 것은 그것을 늘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일에 애정과 자신감을 갖지만 겸손해야 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외국에 나가서 자기 일을 발표할 기회도 많기 때문에 자기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명료하고 알기 쉽게 잘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기자: 장영옥
촬영/사진: 박지민, 이강수
동영상 편집: 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