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아토피 유발하는 장 세균 메커니즘 규명
[2015 국내 바이오 성과 Top 5 선정] 고려대학교 김희남 교수
- 선정된 연구성과의 내용 및 의의
- 해당 분야의 최신 연구 흐름
- 함께 진행한 연구진 소개
- 앞으로의 연구 방향과 계획
- 연구주제에 대한 선택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 과학자로서 아쉬운 점이나 개선에 관한 의견?
- 학생/후학들을 위한 조언
- 그 외의 말씀 또는 바람
선정된 연구성과의 내용과 의의는 무엇인가요?
본 연구의 가장 큰 결실은 장내에 존재하는 미생물들로부터 아토피가 유발되는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보인 것입니다. 한 종의 세균(Faecalibacterium prausnitzii)의 아종이 장내에서 부쩍 늘어나며 장내 미생물내에 불균형을 초래하면 그 결과로 뷰티릭산과 프로피온산과 같이 장벽을 튼튼하게 유지하는데 필수적 역할을 하는 물질들의 생산이 감소됩니다.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은 장벽의 염증조절 실패와 서로 맞물려 서로의 현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피드백 루프를 형성합니다. 그 결과로 장벽에 염증과 균열이 만성적으로 발생하고, 균열 틈새를 통해 미생물 유래 물질들과 음식물 분자들이 들어와 혈관을 통해 온몸에 퍼지고 피부에서 강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나의 아토피 피부염 모델입니다. 이 연구결과는 현재 치료가 어려운 아토피 피부염의 근본적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후속 연구가 더욱 기대됩니다.
해당 연구분야의 최신 연구의 흐름은 어떤가요?
최근, 특히 10여 년 사이에 일어난 생명과학에서의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인간이 미생물과의 공생체라는 인식이 확실히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인체에는 신체 구성세포 수 이상 되는 많은 미생물들이 살며 인간의 수많은 생리현상과 장기와 면역 시스템 성숙에 관여합니다. 이들이 제일 많이 존재하는 곳이 소장과 대장입니다. 이곳의 미생물들은 간 보다 훨씬 많은 대사반응을 수행하여 제2의 장기로 불리기도 하며, 이들의 유전체들은 인간 유전체의 연장으로 인식됩니다. 공생 미생물들이 인체의 일부라는 사실은, 이들이 인간의 건강과 질환에 모두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알레르기 질환, 고혈압, 당뇨, 비만, 장염 등의 질환이 현대인에게서 부쩍 늘어난 것이 현대인들의 장내 미생물들의 불균형이 증가한 까닭이라는 것이 확고해진 가운데, 세계 학계와 산업 및 의약계의 관심이 이 미생물들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함께 진행한 연구진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본 연구는 제 연구실에서 거의 단독으로 수행하였습니다. 대학원생들 중 송한 연구원이 주로 실험과 데이터 분석을 하였습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의 마이크로바이옴 DNA는 고려대학교 안암 병원에 내왕하는 환자들의 대변 샘플로부터 얻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유영 교수가 환자들의 샘플과 메타데이터를 제공하였습니다. 대변 내의 Short chain fatty acids 분석은 한국기초과학연구원의 나윤철 연구원이 수행하였습니다.
현재 해당 연구분야의 한계는 무엇인지, 향후 연구방향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주로 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technology의 발달과 함께 미생물 community의 균형을 볼 수 있게 됨으로써 현재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NGS technology의 한계에 따라 각 구성 미생물 단계의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아직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결국 핵심 세균들의 역할이 정확히 밝혀져야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된 건강과 질환의 메커니즘을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의 기술적 한계 속에서도 가능한 연구를 진행하여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을 미생물학적 관점에서 꾸준히 밝혀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평소 연구주제에 대한 선택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후속으로써 미국에서 시작되었으며, 현재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국가적 지원을 기반으로 연구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 연구분야에서 후발 주자입니다. 저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제공한 소규모의 연구비를 갖고 장내 미생물 연구를 수년 째 해 왔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주로 비만과 당뇨병 등 대사질환쪽 연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들과 같은 질환을 연구하며 경쟁하기 보다는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아토피 피부염 연구를 선택하였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질환이지만 장에서 기반할 것 같다는 논문들이 여럿 나와 있던 터라, 그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연구 방향을 잡았던 것입니다.
과학자로서 연구활동 중 아쉬운 점이나 우리의 연구환경 개선에 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한국은 이제 과거의 추격형 연구에서 선도형으로 가는 단계에 있습니다. 국가의 좀더 과감하고 유연한 연구비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장내 미생물 연구와 관련해서도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연구비가 제공되는데, 우리의 실정은 이와 매우 다릅니다. 저는 장내 미생물 연구 후발 주자인 한국에서 적은 연구비로 아토피 피부염의 장내 미생물 유발 메커니즘을 밝히며 세계 연구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열심히 연구에 매진한 우리 대학원생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같은 분야를 연구하려는 학생/후학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인간을 미생물과의 공생체로서 인식하면서 생명과학과 의학에서 큰 변화가 곧 올 것입니다. 특히, 미래의 의학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발병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예방적 의학과 개인의 차이를 감안한 맞춤형 의학이 기반이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지식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저의 예측입니다. 인간의 건강과 질환에 근간이 되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발될 진단 및 치료법은 미래 의학의 중심에 있을 것입니다. 이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학생들과 후학들이 이 분야 연구에 매진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 외 추가하고 싶은 말씀 또는 바람이 있다면?
현대인들의 생활은 과거 시절에 비해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가 위생의 증가와 음식의 변화입니다. 위생의 증가는 감염병을 막는 데에는 큰 역할을 했지만 좋은 장내 미생물들이 부모로부터 자식으로 전달되는 경로를 대폭 축소시켰고, 현대인의 음식에는 식이섬유의 양이 상당히 감소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현대인들의 장내 미생물이 많은 변화를 겪었고 각종 질환에 취약해졌습니다. 우리의 이번 연구는 허약한 현대인의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질환의 발생으로 연결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 분야는 생명과학과 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에 한국의 연구자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와 기업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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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국내 바이오 연구성과 Top 5's는 아이셀, 아벨바이오, 솔젠트(주),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의 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