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유전체 연구는 생명과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정보를 생산하는 것
[기획:융합학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홍석 박사
- 유전체 연구단의 역할과 연구 주제
- 유전체 연구의 범위
- 연구단의 구성과 업무
- 유전체연구단의 기술과 노하우
- 현재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
- 유전체 연구의 산업화 가능성
- 유전체 연구로 찾아낸 유전자 기능
- 유전체 연구에서 병목 현상이 되는 단계
일시: 2006년 8월 3일, 오후 3:00
장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동
유전체 연구단의 역할과 연구 주제
"유전체연구단은 유전체 연구에서 국가적인 인프라 기능을 하려고 노력한다. 침팬지 국제공동연구를 기반으로 설립되어 식물과 미생물, 돼지, 한우 등 국제공동연구를 7개 수행했고 현재 3개를 수행 중이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있지만 축산연구소나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과 협력 관계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유전체 연구의 범위
"유전체(genome)는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에서 온 말이다. Genome은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유전자 정보, 유전자 간 상호 네트웤, 유전자 발현의 조절 등), DNA의 총체라고 말할 수 있다.
유전체 연구의 순서는 먼저 세포로부터 DNA를 추출한다. 긴 DNA를 잘라서(단편화) vector 시스템에 넣고 DNA 염기서열을 해독한다. 그리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단편화된 염기서열을 하나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다음에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어느 부위가 유전자이고 조절자인지, 진화적으로 다른 생물과 어떤 관계로 유전체 구조가 변해왔는가 연구한다. 이런 전체 과정이 유전체 연구의 범위다."
연구단의 구성과 업무
"우리 연구단은 유전체(resource)를 담당하는 팀, 염기서열 해독을 담당하는 팀, 기계적인 염기서열을 하나의 서열로 정리하는 finishing 팀, 분석을 담당하는 정보팀으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대상 생물체에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유용한 유전자를 발견되면 그 기능 연구까지 함께 한다."
유전체연구단의 기술과 노하우
"유전체 연구를 위해서는 앞서 말한 일련의 단계가 시스템화 되어있어야 한다. 과거 분자생물학에서 한 유전자의 기능을 밝힐 때는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다 했다. 하지만 유전체 연구는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일련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나는 이것을 시스템이라고 얘기한다.
각 단계마다 흐름에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잘 흘러갈 수 있는 연구실 체계를 갖추느냐가 유전체 연구의 가장 핵심이다. 유전체 연구는 워낙 비용이 많이 든다. 인간 유전체 하나를 밝히는데도 약 3조원의 돈이 들었다. 중간에 체크하는 과정 없이 물 흐르듯이 진행되어 마지막 단계에서 눈에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각 단계마다 사람이 전문화되어 있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돈이 낭비되고 만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연구단의 자랑은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또 유전체 연구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련의 과정마다 돈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중요하다. 가능한 적은 시료에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들이다. 그래서 기술 개발이 아주 중요하다. 우리 연구단에서는 일반적으로 100원이 드는 과정이 10원이면 되는 기술들이 쌓여있다.
물론 실수도 없어야 한다. 총 7 단계로 업무가 나뉘는데 각 단계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는 확인을 받아야 한다. 각 단계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가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각 단계마다 확인(check point)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서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작업이지만 사람의 손을 타지 않도록 정확한 기술의 축적이 중요하다. DNA 정제 과정에서 bead를 이용하면 깨끗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보통 한 샘플당 1,000원 정도 가격이 들고 고전적 방법인 ethanol 침전 방법을 사용하면 30원이면 가능하다. 그러나 bead 방법은 항상 데이터가 일정하게 나오는 반면 ethanol 침전 방법은 사람에 따라 데이터 차이가 상당히 심한편이다. 우리는 ethanol 침전 방법을 사용하지만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했다. 이런 기술의 축적이 중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
"국제공동 연구로 자체 진행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연안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 흑범고래의 유전체 연구이다. 고래는 진화계통상 포유류인데 바다에 살고 있어서 인간의 진화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래는 진화계통상 소와 가장 가깝다. 그렇다면 소는 왜 육지에 살고 고래는 바다에 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고래 유전체가 끝나면 이런 중요한 물음에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약용 식물과 같은 유용 생물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들 생물에서 중요한 일은 2차 대사산물을 생산하는 대사과정을 밝히는 것이다. 유전체 연구자 입장에서 우리는 2차대사 산물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유전자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2차 대사 산물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cDNA)를 모두 모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유전체 연구의 산업화 가능성
"사실 유전체 연구는 생명과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고 생산된 정보는 컴퓨터를 이용한 마이닝(mining)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것이 당장 산업화될 수 있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는 없다. 세계 어느 나라도 유전체 정보만으로 산업화했다는 것은 없다. 과거에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하면서 셀레라지노믹스 사가 게놈정보를 가지고 특허화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실패를 했다.
유전체 정보에 기능이 더해져야만 특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연구 자체를 특허화하기는 힘들다. 또한 기능만 안다고 해서 특허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데이터가 없다면 특허를 만들기도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유전체 정보는 특허와 산업화로 가는데 첫 단추가 된다고 생각한다."
유전체 연구로 찾아낸 유전자 기능
"유전자 기능을 알기 위해서는 처음에 정보에서 출발해서 기능을 예측하고 세포에 주입해서 기능을 증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인간의 21번 염색체에서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를 우리 정보팀에서 발견해서 1년 넘게 그 유전자의 기능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특정 세포에서만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고 암세포와 관계있다는 것을 최근 알았다.
사람의 경우는 Jakop disease와 관련 있는 유전자가 몇 가지 밝혀졌다. 이를 한우 유전체와 비교해본 결과 인간의 jakop disease와 광우병 유전자 구조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genomics 지에 발표하였다. 사람과 소에 발생하는 현상은 비슷하지만 종류나 기능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전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알았으니 앞으로는 무슨 역할을 하는지 더 연구해야 한다."
유전체 연구에서 병목 현상이 되는 단계
"현재 생명과학에서 가장 핵심은 누가 빨리 유용한 생물에서 정보를 알아내느냐이다. 그래서 염기서열 해독 단
계가 병목현상을 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누가 염기서열분석기(인프라적인 측면)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우리는 sequencer를 2대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Craig Venter가 만든 바이오벤처 기업만 하더라도 sequencer를 200여대가 넘는다. A라는 유용한 생물을 찾았을 때 누가 빨리 정보를 찾아내느냐 하면 당연히 sequencer가 많은 곳이다.
기능을 찾는 작업은 우리가 다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우리나라에 분자생물학 연구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언제나 공동연구로 진행할 수 있다."
<인터뷰 내용> 일시: 2006년 8월 3일, 오후 3:00 |
앞으로 연구 방향
"유전체 연구는 인프라이기 때문에 유전체 해독 기술과 연관 될 수밖에 없다. 유전체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1997년이다. 당시 ABI 3700 기계 한대가 하루에 생산하는 데이터량은 과거100년 동안 생산한 데이터보다 더 많았다. 엄청난 기술이었다. 2~3년 후면 인간의 1 genome을 1000$에 하루면 해독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과거 미생물 한 개를 분석하려면 1~2달 걸렸지만 현재 기술로는 3시간이면 가능하다.
과거에는 유전체 연구에 돈이 워낙 많이 들었기 때문에 대상을 정하는 것도 심사숙고를 했었는데 이젠 대상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어떻게 보면 눈에 보이는 대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유전체 연구는 하나의 대상을 두고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종자를 가진 나무 두 그루가 있을 때 한 그루는 잘 자라고 다른 한 그루는 못 자라고 열매도 부실하다면, 두 나무의 차이를 알기 위해서 과거에는 나무 한 그루를 두고 연구하는 것도 벅찼지만 이제는 이 나무가 자라는 토양 미생물 전체까지도 단 며칠이면 끝난다. 과거처럼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연구도 생태유전체학(ecogenomics)이다. 앞으로 이 분야 연구자들과 많은 토론을 해야겠지만 연구의 폭을 넓혀 나간다면 아주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나올 것 같다. 2~3년 후 유전체 연구에 새로운 기계들이 본격적으로 양산되면 생명과학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본다."
혹시 다른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지금까지 우리가 이룬 유전체 연구를 기반으로 분야를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 외에 다른 뭔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 분야는 생명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하며 이 생각에는 조금의 의심을 안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개념의 유전체 연구를 시작해보고 싶다."
유전체 연구의 시작
"박사과정 때 했던 연구가 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FISH)이다. 이때 처음으로 FISH 방법을 우리나라에 소개했다. FISH는 염색체 상에서 유전자 위치를 규명(mapping)하는 실험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다. 학위를 할 당시 일본에서도 나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한국에서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해보기 위해 한국에 잠시 들어왔는데, 당시 한국은 여건이 안 되었다. 마침 일본이 1997년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본격화시켰고 전문가를 찾다가 나한테 연락이 왔다. 그래서 다시 일본으로 가서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유전체 연구의 최근 국제적 동향과 우리의 현 주소
"우리나라 유전체 수준은 아시아권만 비교하더라도 이미 대만, 싱가폴, 중국보다도 인프라와 활용기술 측면에서 더 뒤쳐져 있다. 각국의 genome 연구 통계자료를 내는 홈페이지 Genomes online(GOLD)에 들어가면 실제 비교수치를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2,000 여 종의 genome 분석이 진행 중인데 우리나라가 현재 만들어내는 genome information 량은 전 세계의 0.3~0.5%정도 밖에 안 된다.
예전에는 genome 분석만 해도 좋은 저널에 발표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점점 사람들이 논문으로 genome 성과를 공개하지 않고 바로 산업화로 응용하고 있다. 우리는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공개를 해줬을 경우에만 우리가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생물정보학과 이를 응용한 산업도 뒤쳐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국제공동연구이다. 인간 게놈프로젝트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개, 고양이, 소(cow), zebrafish 등 많은 생물들의 유전체 연구가 국제컨소시엄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 분야에는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배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젠 우리나라에도 국가적인 유전체 허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런 허브가 미국에는 50개정도, 일본에는 6~7개가 있고, 중국에 6개, 대만에 2개, 싱가폴 1개, 말레이시아 1개, 태국도 지금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만 이런 허브가 없는 거다.
2000년 유전체학이 막 만들어질 때 유전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전문가가 없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post-genome 방향을 가버렸다. 유전체에 대한 인프라도 없이 post-genome으로 가버렸다. 연구의 전문가가 없었다고 본다. 그래서 대부분 기능별 사업단만 만들어졌다. 국가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시간은 점점 가고 허브를 만들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젠 인식의 변화가 좀 필요하다. 최근 기능 연구를 하는 다른 과학자들과 얘기를 해도 우리나라에 유전체 허브가 있어야 하는 것에 거의 동의를 하셨다."
유전체 허브 역할
"유전체 허브는 우리나라의 유용한 생물 종의 유전체 자원을 확보하고 유전체 정보를 생산해서 기능 연구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공급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지금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작은 인프라들을 네트웍으로 연결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국제 공동 연구를 만들어올 수 있게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지원한다.
콩 연구를 하시는 서울대학교 이석하 박사님은 연구실에 유전체 연구의 아무런 인프라 없어도 우리 연구센터의 인프라를 가지고 국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계신다. 모든 업무의 리더는 이석하 박사님이 하시고 우리는 지원만 한다."
대표적인 연구 성과
"우리 연구단은 우리나라 유전체연구의 약 80%를 수행해왔다. 가장 큰 작업은 침팬지 게놈프로젝트였고 14종의 미생물 유전체도 완성했다.
그 동안의 연구 기반으로 인간과 침팬지의 competitive map을 처음 만들어 Science 저널에 발표했고 침팬지 22번 염색체를 완전 해독해서 Nature 저널에 발표하였다. 올해는 침팬지 y 염색체를 완전 해독해서 Nature genetics 저널에 발표하였다. 그리고 일본 이화학 연구소와 협력하여 인간의 11번 염색체를 완전 해독해서 Nature 저널에 발표하였다. 이런 연구가 기반이 되어 국제공동연구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또 국내 다른 연구 기관이나 연구자들이 우리 연구단의 인프라를 인정하고 국제공동연구를 주도적으로 가지고 오고 있다. 다른 연구자가 연구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공동연구가 지금 3개(가지과 토마토, 돼지, 콩 유전체 국제연구)이다.
6년 전 처음 3명에서 출발했는데 지금은 멤버가 23명이다. 우리 연구단 멤버들이 각 분야에서 성심을 다해서 이뤄낸 성과들이기 때문에 우리 연구단의 가장 큰 자랑은 우리 멤버들이다. "
연구단 운영의 어려움
"우리 연구단은 연구 사업 과제 단위로 운영되고 있다. 23명 모두 직장인들인데 인건비를 마련하고 연구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 그래서 현재 연구 과제를 7개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단마저 없다면 우리나라 유전체 연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과제를 받아 연구단을 운영해왔지만 이제는 좀 더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
우리나라에서 유전체 연구
"대부분이 우리나라에 유전체연구센터라고 이름이 붙여진 곳이 41곳이나 된다. 이렇게 많은 유전체연구센터가 있어도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유전체 정보는 겨우 전 세계의 0.3~0.5%정도 밖에 안 된다. 이유는 초기 유전체에 대한 컨셉이 잘못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앞에 정의한 것처럼 유전체 연구는 모든 생명현상에 필요한 정보를 생산하는 일이다. 모든 염기서열이유전체이고 유전자는 이중에 2.5~5%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유전자를 연구하는 것과 유전체를 연구하는 것은 개념이 다른데 우리나라에서 유전자나 SNP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유전체라고 이름 붙이고 연구를 하고 있다. 유전체를 인식할 수 있는 전문가 부재로 우리나라에는 유전체연구 인프라가 제대로 만들어지기 어려웠다."
연구 중에 힘들었던 때와 극복 방법
"우리나라에는 현실적으로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위치나 대우가 결코 인생을 걸만큼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취직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고 얻었다 하더라도 넉넉한 보수가 돌아오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런 환경은 과거에도 똑같았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과학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과학자는 사명감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현실과 이상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나도 젊었을 때는 이런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친구들은 결혼해서 집도 사는데 오랫동안 공부만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 인생이 뒤처진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런 어려움 이겨내고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내가 택한 길이 정말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어려움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꿈이 있었고 순간순간 어려움이나 좌절은 있었지만 그 꿈을 잃어버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목표를 향한 열정도 강했다. 과학자는 자기 분야에 대한 고집과 자부심이 강한 편인데 과학적 결과를 놓고 얘기할 때는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과학은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열정과 자기 학문에 대한 고집이 있으면서 포용력이 있어야 어려움이 와도 주위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이겨낼 수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꿈도 쉽게 갖지만 포기도 쉽게 하는 것 같은데, 과학은 길게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도 잘 나가는 과학자?
"일본 문부성 장학금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이 장학금도 내가 만들었다. 결혼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당시 공부는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아는 분이 우연히 일본으로 간다는 얘기를 듣고 일주일 휴가를 내서 일본으로 따라갔다. 그 실험실에서 내가 가진 기술을 보여주고 일을 도와줬는데 교수님이 일을 좀 더 도와달라고 해서 함께 간 분은 먼저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만 일주일 더 남았다. 나중에는 교수님이 유학을 오라고 제안을 먼저 하셨고 문부성 장학금을 직접 만들어주셨다.
박사학위 당시는 장학금으로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지냈는데, 한국으로 돌아와서 post-doc.을 하면서 받은 월급은 너무나 적었다. 제일 마음 아팠던 것은 당시 우리나라 post-doc.은 직장 의료보험이 안 되어 국민의료보험을 들어야 했다. 일본 문부성 장학금을 받을 때는 과학기술인 보험이 적용되어서 나와 가족들이 모두 일년에 한번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왔다는 것에 주위 사람들의 기대는 높고 말은 못했지만 적은 월급에 살려고 하니까 나도 아내도 자존심이 상했었다. 한국에서 post-doc.을 하던 2년 동안이 아마 가장 힘들었던 때 같다.
1997년 일본에 갔을 때는 직업을 잡고 갔고 일본 이화학 연구소에서 인간게놈프로젝트 팀장으로 있을 때는 동료들도 있었지만 내가 연봉이 제일 높았다. 일본은 그룹 리더가 그 사람의 능력을 보고 연봉 책정을 한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선임연구원으로 받은 연봉이 일본에서 받던 것의 1/3정도였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당부
"BRIC은 많은 젊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토론의 장이고 외국에 있는 분들에게 한국 과학을 알리는 중요한 정보의 장이 되고 있다. 앞으로 과학계의 좋은 여론을 형성하길 바란다.
과학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젊은 과학자들은 이런 토론의 장에 자꾸 들어와서 서로 얘기하고 의견과 고민도 나눠야 한다. 의견을 나눌 때는 긍정적인 면을 보려는 노력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과학자들이 우리나라 과학계를 이끌어주길 바란다."
기자: 장영옥
촬영/사진: 박지민
동영상 편집: 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