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세계 최고 수준의 고분해능질량분석기 설치
[기획: 융합학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헌영 박사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역할
- 현재 구축 중인 프로테옴 분석기기 설립 프로젝트 소개
- FT-ICR-MS의 장점과 특징
- 질량분석 서비스 이용 방법
- FT-ICR-MS는 세계적 최고 수준의 장비
- 고분해능질량분석기 구축에서 어려움
- 질량분석을 이용한 프로테옴 분석의 최근 국제적 동향
일시: 2006년 3월 22일, 오전 11:00
장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표준연구원의 역할
"표준과학연구원은 국가의 측정 표준을 제공하는 곳이다. 모든 과학의 결과는 숫자와 단위로 나오고 그것의 불확도를 표시하게 된다. 표준과학연구원은 모든 측정의 기준을 제공하는 연구소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확한 측정 기계가 표준과학연구원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화학 측정, 생물학 측정에도 정확한 표준 물질이 필요하다. 이런 정확한 측정 능력을 확립하고 국가에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구축 중인 프로테옴 분석기기 설립 프로젝트 소개
"1990년대 후반부터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프로테옴 분석 방법이 활발하게 이용되면서 현재는 질량분석기의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1950~60년대, 많은 유기화합물이 만들어지고 이들의 절대적인 구조를 알기 위해서 초기 질량분석기가 이용되었다. 이후 별다른 발전이 없다가 1990년 후반부터 생물학자들이 질량분석기를 이용하게 되었다. John B. Fenn 교수와 Koichi Tanaka가 개발한 electrospray ionisation (ESI)방법과 Matrix Assisted Laser Desorption Ionization (MALDI) 방법은 모두 거대 생체분자를 기화시키고 이온화 시키는 수단이다. 이 방법이 나오면서 많은 생물학자들은 그 동안 관심 있던 화합물들을 질량분석기로 연구를 시도했고 이를 통해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된 분야가 프로테오믹스이다.
질량분석기는 NMR과 비교해서 아주 소량의 시료가 필요하고 빠른 시간에 구조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정점이 있다.
표준과학연구원에는 그 동안 질량 분석 전문가를 영입해 왔다. 이 중에서도 거대 분자의 질량을 분석할 수 있는 Fourier-transform ion cyclotron resonance mass spectrometry (FT-ICR-MS)를 전공한 박사가 우연히 4명이나 우리 연구원에 있다. 이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나라 생체분자 연구에 도움이 되는 센터를 만들어보고자 2002년 센터를 설립했다. 작년부터는 관련 기계를 들어와서 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올 4월이면 모든 장비가 다 갖춰진다."
FT-ICR-MS의 장점과 특징
"원리 측면이나 실제로 현존하는 질량분석기 중에서 가장 분해능이 높고 질량 측정 정확도가 높다. 분해능은 보통 10,000(10^6) 이상이고 질량 측정 정확도가 1ppm이하의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얼마나 큰 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가(mass range)를 보면 수만까지이다. 보통 20~30kD의 단백질을 그대로 측정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Time-of-flight mass spectrometry (TOF-MS)나 다른 mass spectrometry로 측정할 경우 후보 단백질(candidate)이 10~20개가 나온다면, FT-ICR-MS로 측정할 경우 후보 단백질이 1~2개 정도로 거의 확정될 수 있어 분석시간을 굉장히 줄 일수 있다.
단백질 분석에 걸리는 시간은? 스펙트럼을 찍는 데는 시간이 아주 짧지만, 이 데이터를 가지고 데이터베이스 검색하고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정확한 질량이 나오면 빠르게 단백질을 규명할 수 있다."
질량분석 서비스 이용 방법
"올 4월이 되면 목표했던 MALDI 방식과 ESI 방식 두 기계가 모두 들어오게 된다. 두 대가 정상 가동되면 온라인을 통해서 이용 신청을 받게 된다. 단순히 우수한 장비니까 써보자는 것이 아니라 이 장비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서 정말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후보 단백질이나 후보 물질을 가지고 계신 이용자가 연락(전화, 이메일 등)해오면 좋겠다. 올 후반부터는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장비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할 온라인 시스템이 갖춰질 것이다. 앞으로 이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생물학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어느 단계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나?
"우리는 질량분석기와 시료를 도입할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있다. 만약 시료가 깨끗하지 않다면 현장에서 직접 시료를 분리할 수 있도록 Nano LC/Column LC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2D-gell 한 것을 바로 가지고 오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시료 상태에 관해서는 우리와 상의를 해서 결정해 주면 좋겠다."
FT-ICR-MS는 세계적 최고 수준의 장비
"지금 전 세계에 12 Tesla급의 FT-ICR-MS를 가지고 있는 곳은 우리와 미국의 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PNNL, 에너지부)이고 이와 견줄만한 장비는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National High Magnetic Field Laboratory (NHMFL)이다. 바로 아래 단계인 9.4 Tesla FT-ICR-MS를 가진 곳은 상당히 많다. 그러나 12Tesla 급 이상을 가지고 있는 곳은 캐나다와 미국, 우리나라 정도이다. 세계적으로도 정말 최고 수준의 좋은 장비이다."
고분해능질량분석기 구축 사업의 어려움
"다행이 4명의 연구원이 모두 FT-ICR-MS를 다뤄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많은 것을 해결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전체 장비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는데 한 1년이 걸렸다. 우리가 처음 기대했던 여러 가지 성능들이 제대로 기능을 하도록 여러 값들을 조작하고 조절하는데 시간이 많이 든 것이다. 간단히 시료를 넣고 스펙트럼 찍어서 바로 쓸 수 있는 장비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질량분석을 이용한 프로테옴 분석의 최근 국제적 동향
"2-D PAGE 단백질 분석은 실험실에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젤을 걸어 단백질을 펼치고 LC로 단백질을 걸러서 질량분석 스펙트럼을 찍는 것이다. 보통 단백질을 분리하고 분리한 단백질을 펩타이드로 조각내서 조각 낸 단백질의 질량을 맞춰가며 전체 단백질의 구조를 찾아가는 방법을 bottom up이라고 하는데, 사실 과학자의 꿈은 어떤 단백질을 칼럼에 넣기만 하면 단백질 전체 구조를 알려주는 Top down 방식이다. Top down 방식의 질량 분석을 위해서는 post transcriptional modification(PTM) 정보를 알아야 한다.
보통 단백질을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큰 분자를 조각내야 하는데, 단백질을 조각내고 이온화 시키는데 쓰이
는 방법에는 Electron capture Dissociation(ECD), IR을 써서 깨는 방법, 서로 충돌시켜 깨는방법(CID; Collisionally Induced Dissociation) 등이 있다. 이 중에서 Electron capture Dissociation(ECD) 방법을 구현할 수 있는 기계는 FT-ICR-MS 뿐이다. 그리고 FT-ICR-MS는 이온을 가두고 있기 때문에 IR을 써서 이온을 깰 수 있다. 이온들 조각내는데 쓰이는 모든 방법을 FT-ICR-MS가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단백질이나 생체분자 구조 연구에 많은 장점을 가진다.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ECD를 가지고 Top down 방식으로 단백질을 분석해보고 싶어 할 것이다. 실제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이 FT-ICR-MS이다."
< 인터뷰 내용 > 일시: 2006년 3월 22일, 오전 11:00 |
연구 경험
"물리화학을 전공했다. 우리는 ICR 기술의 2세대라고 할 수 있다. NMR이 FT-NMR로 넘어왔듯이 ICR(ion cyclotron resonance)도 FT-ICR로 발전 되었다. 그래서 박사 학위는 ICR로 받았고 Post-Doc.은 FT-ICR을 연구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 해 질량분석학회를 만들어서 작년까지 회장직을 맡았었고, 지금까지 계속 표준과학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질량분석 연구의 매력?
"질량분석은 평생 참 재미있게 한 일이다. 질량분석의 매력은 분자와 원자의 무게를 잴 수 있다는 것이다. 무게를 재면 구조도 알 수 있다. 질량분석을 하려면 먼저 모든 중성분자나 원자를 이온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이온현상 중에 하나인 오로라도 이온이 자장에 잡혀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항성간 물질이 거의 다 이온으로 되어있다.
최근 노벨상을 받으면서 화학의 역사를 바꾼 나노 입자 중에 플레렌(Fullerene, 거대 탄소 분자 C60)이 있다. 일명 버키볼(축구공 타입의 나노 탄소 공)이라고 하는데 천문학자와 화학자가 만나 질량분석기안에서 발견한 것이다.
질량 분석하는 사람들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구조를 자주 본다. 중성상태에는 없는데 이온상태에서는 상당히 재미있는 구조를 보이는 것들이 많다. 성간물질이나 버키볼이 그 예다.
그리고 아주 미량의 물질을 이온화시키면 질량을 잴 수 있고 그 것의 원자 구성과 구조까지 알 수 있다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다.
질량분석이 관련되어 노벨상을 받은 사람도 많다. 전자를 발견했던 J.J. Thomson과 동위원소를 발견한 Francis William Aston 등이 있다. 최근에는 질량분석을 해서 단백질의 구조도 알 수 있다. 그래서 John B. Fenn 교수와 Koichi Tanaka가 거대 분자의 기화시키는 방법을 개발해서 노벨상을 받았다. 질량분석기의 Ion trap을 발견한 사람도 노벨상을 받았다. 이제 질량분석은 물리, 화학의 영역을 넘어 생물학, 의학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연구 계획과 방향
"화학자니까 단백질 관련 연구 테마를 잡아 깊은 연구를 하기가 어렵다. 이와 관련해서는 생물학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눠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것은 바이오마커이다. 우리 장비는 감도가 좋고 질량 측정이 정확하니까 질병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바이오마커를 찾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 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어떻게 하면 생물학자들이 보다 쉽게 이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가 이다. 그래서 생물학자에게 장비를 홍보하고 장비의 장단점을 이해시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연구원 채용 계획
"Post-Doc.을 2명 정도 더 채용할 계획이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질량분석기가 우리에게 있으니 이 기계로 좋은 연구를 해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지원을 해주기 바란다."
고분해능질량분석 서비스 제공
"고분해능질량분석기를 가지고 연구를 하고 싶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사급, 석사급 또는 연구 그룹별로 이곳에 오면 기계를 직접 사용하면서 교육을 받고 연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장비를 이용하는 동안 이용자를 위해 연구소에서 기숙사와 실험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생물학 연구자들이 이 장비의 운영과 사용에 관하여 많은 의견을 주면 좋겠다. 조정되고 통일된 의견을 주시면 반영할 계획이다.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충고를 기대한다.
지난 4년 동안 이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67억원이 들었다. 앞으로 유지를 위한 예산 확보는 올해 과학기술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
연구 과정에서 어려움과 극복
"사실 질량분석 분야가 50년~60년대 각광을 받다가 80년대는 인기가 없어졌다. 그러다가 지금은 다시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좋고 재미가 있는 일은 그냥 하면 된다. 경제도 상승과 하락이 있듯이 학문의 인기에도 상승과 하락이 있다. 본인이 재미있어 하는 것은 언젠가 상승이 왔을 때 큰일을 할 수 있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조언
"우리가 공부할 때는 국내 실험장비와 시설이 없어서 미국으로 유학을 많이 갔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고가의 장비가 많이 설치되고 있다. 요즘은 국내에서 학위를 받아도 미국에 교수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최고 시설의 연구 장비를 이용해야만 좋은 연구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장비나 시설이 설치되었다고 하면 쫓아가서 부지런히 써야 한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앞선 연구를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국내 연구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과학만큼 재미나고 큰 보상을 받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과학자만큼 남의 돈으로 여행을 많이 하는 직업도 없는 것 같다. 사람은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아는 게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 어떤 값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으면 전 세계에서 초청을 받는다. 그래서 전 세계를 그냥 여행할 수 있다. 2차 대전에도 몇 달 걸리는 배를 타고 다니면서 외국 세미나를 한 기록이 있지 않는가? 인간의 본능인 것 같다."
화학자와 생물학자의 공동 연구 필요
"생물학자와 화학자의 가장 큰 차이는 통계학적 유의성에 관심이 있느냐 아니면 분자수준에 관심이 있느냐 인 것 같다. 어떤 실험적인 현상을 화학자는 분자수준에서 이해하지 못하면 굉장히 갑갑해한다.
반면 생물학자는 나타나는 현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분자 수준에서 순간순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지만 결국 끝에 나타나는 현상에 더 관심이 많다.
이런 화학자와 생물학자가 만나면 서로 상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생물학은 워낙 범위가 넓기 때문에 생물학자가 분자수준에서 자세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값지고 좋은 생물학 연구는 화학자와 함께 연구함으로써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질량분석은 공동연구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기자: 장영옥
촬영/사진: 조점희
동영상 편집: 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