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X-선을 이용한 단백질의 3차원 구조 결정
서울대학교 화학부 서세원 교수
- Structural Proteomics 연구실의 연구 주제
- 국내외 구조단백질체학 연구 동향
- 구조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 대표적인 연구 성과
- 국내 구조단백질체학 연구에 가장 부족한 부분
- 앞으로 연구 계획과 방향
일시: 2005년 8월 30일, 오후 2:00
장소: 서울대학교 생명과학관
Structural Proteomics 연구실의 연구 주제
"생체 내 단백질의 중요한 기능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 중의 하나가 3차원 구조를 아는 것이다. 단백질 삼차원 구조는 주로 X-선 결정학과 핵자기공명을 이용하여 규명하며, 현재 Protein Data Bank에 등록된 구조 좌표의 약 85%가 X-선 구조이다.
우리 단백질체학 실험실의 연구 대상 단백질은 크게 두 가지로서 하나는 항생제 개발 표적이 될 수 있는 인체 병원균 단백질이며, 둘째는 항암 치료제 개발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인체 단백질이다. 이러한 구조 연구의 결과는 내성균을 극복할 수 있는 신규 항생제를 개발한다든지, 항암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아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국내외 Structural Proteomics 연구 동향
"이미 1950년 대부터 수행되어 왔으나 그 동안은 기술과 장비면에서 어려움이 많아 구조분석에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지만 80년대 이후 방사광이 보급되고 X-ray detector 개발과 컴퓨터 성능의 업그레이드, 각종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특히 유전자 조작기술을 이용해서 단백질 생산 기술이 많이 보급되어 단백질 구조연구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생물학자들이 미생물, 동물, 식물의 유전체 염기 서열을 대량으로 결정하였으나 염기 서열만으로 유전자의 기능을 알 수 없는 경우가 30-50% 정도 되었다. 따라서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내는 작업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기능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백질의 삼차원 구조를 대량으로 밝혀 낼 필요성을 인식하고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구조유전체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 수행의 결과 synchrotron beamline, crystallization robot, cell-free protein expression, directed evolution, auto-building program 등 단백질 구조 분석의 모든 단계에서 상당한 기술의 발전이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단백질의 생산 및 결정화가 상당히 어려워 삼차원 구조를 밝히지 못하고 있는 단백질이 많이 있으며, 이 분야의 기술 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 개발이 절실하다.
특히 인간 단백질의 경우 대장균 발현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전체 단백질의 약 30%를 차지하는 막단백질의 경우 현재 구조 정보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조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1973년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과정 중에 이론 화학을 전공하였으나, 당시 급속히 발전하는 분자생물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975년 UCLA 화학과에 진학하여 물리화학 배경을 살려 분자생물학에 접근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은 결과, David Eisenberg 교수를 지도교수로 만났다. Eisenberg 교수는 원래는 물리화학자로서 물의 구조와 성질에 관한 책을 쓰실 정도로 전문가이시며 과학자로서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이 된다. UCLA에서 박사과정 중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단백질인 광합성 효소인 RuBisCO의 삼차원 구조를 밝히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당시는 기술이 덜 발전하여 이 단백질의 구조 규명에 10년 이상 걸렸다.
박사 학위후 1980-1982년 사이에 미국 NIH에서 J539라는 항체의 Fab fragment 삼차원 구조를 밝히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때 처음으로 color computer graphics가 도입되어 Bilder, FRODO와 같은 protein graphics program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1982년 서울대학교에 부임하였으나, 너무나 열악한 연구 환경 때문에 거의 실험을 하지 못하다가 1980년대 말 경부터 연구비가 조금씩 생겨서 초기에는 연구비 규모가 작기 때문에 쌀, 옥수수 등 값싼 재료로부터 단백질을 분리하여 구조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쌀에 있는 lipid transfer protein을 최초로 발견하였고, 결국 삼차원 구조까지 밝혔다.
점차 연구비 규모가 늘면서 실험실에서 유전자 조작에 의한 단백질 생산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미국에서 구조 유전체학 연구가 시작되기 전인 2000년에 이미 결핵균 단백질에 대한 구조 유전체 연구를 계획하였다. 2001년에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되어 본격적으로 구조 단백질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 성과
"지금까지 재미있는 여러 가지 단백질의 구조를 밝혔지만, 이중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생명공학연구실 이대실 박사와 공동연구로 DNA 중합효소의 구조를 밝힌 것이다. 이 연구는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했었다. 당시는 국내 방사광 시설도 없었고 기술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우리에겐 상당히 어려운 과제였다. 박사과정에 있던 엄수현 박사(현재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단백질 결정에 성공했고 미국의 Yale 대학교 Steitz 교수와 공동 연구로 구조를 밝힐 수 있었다(Nature, 1995). 최근에는 성균관대학교 권석태 교수와 공동연로 DNA ligase 구조를 밝혔다.
T. filiformis DNA ligase (EMBO J, 2001), B. licheniformis alpha-amylase, P. cepacia lipase, plant non-specific lipid transfer protein, D. radiodurans RecR protein, H. influenzae TrmD protein 등 우리 실험실에서는 지금까지 약 80여 개의 좌표를 Protein Data Bank에 등록하였다."
국내 구조 단백질체학 관련 연구에 가장 부족한 부분
"가장 큰 문제는 연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연구비 규모가 너무나 적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연구원에서 2000년도에 9개의 구조유전체연구센터를 선정하여 센터 당 600만 불 씩 지금까지 5년간 총 2,500억 원 이상을 지원하였으며, 금년 7월에 다시 10개의 연구센터를 새로이 선정하여 향후 5년간 약 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몇 년 전부터 "Protein 3000" project라는 국가적 구조유전체 연구 과제를 수행 중이다."
앞으로 연구 계획과 방향
"아직 단백질 생산하는 단계나 단백질 결정화 단계에서는 기술계발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특히 단백질 구조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단백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장균에서 대량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대장균에서 단백질을 생산하면 발현이 안되거나 물에 녹지 않는 inclusion body 형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그리고 단백질을 생산하더라도 결정화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방사광 beamline도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살려 더 도전적인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싶다. 막단백질 구조 연구에 도전을 하고 싶은 욕심도 없지는 않으나, 현재의 연구 환경에서는 무리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는 protein-protein complex의 구조 연구에 더 주력할 계획이다. 많은 인체 단백질들의 경우 다른 단백질들과의 상호 작용이 기능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다른 단백질과의 상호 작용을 구조 생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의의가 높다."
< 인터뷰 내용 > 일시: 2005년 8월 30일, 오후 2:00 |
단백질 구조 연구를 post-doc. 과정동안 접근하려고 하면 어떤 back ground가 있어야 하나?
"post-doc. 과정에서 구조단백질체학 연구를 시작 하더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정학 지식이 뒷받침이 된다면 훨씬 연구에 접근이 쉽기 때문에 평소에 비전공자라도 물리화학과 구조생물학, 단백질 결정학 강의를 들어두면 좋다. 앞으로 단백질 구조분석은 생물학 연구를 위한 중요한 연구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단백질 구조를 직접 분석하지 않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구조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좋겠다.
공동연구를 제안하는 연구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
DNA polymerase나 lygase 같은 단백질은 90년대 초반 시작한 프로젝트였고 당시 구조 분석에만 4~5년 이상 걸렸다. 당시는 실험실이 잘 갖춰진 상황이 아니어서 유전자 cloning을 통한 단백질 생산은 공동연구에 의존을 했었다. 그러나 4~5년 전부터는 우리 실험실에서도 직접 단백질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일년에 약 200여 종의 단백질을 cloning하고 있다. 그래서 함께 구조연구를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의 제안이 많지만 여력이 되지 않아 도와드리지 못하고 있다. 다른 훌륭한 연구자들이 국내 많이 계시기 때문에 그분들이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단백질 구조 연구의 핵심기술과 어려움, 극복 방법
"단백질 생산 분야에서는 일본 Dr. Yokoyama, Dr. Endo가 개발한 Cell free protein expression 기술이 상당히 유망한 기술인데 현재 비용이 너무 비싸서 쉽게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진다. 보통 대장균을 이용해서 세포내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데 이때 대장균이 이 단백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inclusion body 형태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단백질 생산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이용해서 세포 밖에서 만들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단백질의 용해도를 높이기 위해 soluble mutant를 만드는 directed evolution 기술이다. 이 방법은 돈보다 노동력이 많이 드는 기술이다. 우리 실험실에서도 directed evolution 기술을 확보하고 결핵균 유전자 RV2002를 대장균에서 insoluble한 형태로 대량 발현하는데 성공했다."
구조유전체학은 운도 좋아야 한다?
"특히 결정을 만드는데 운이 많이 좌우한다. 내가 미국 UCLA에서 실험 할 때 아주 운 좋은 경험을 했다. 식물 광합성에서 CO2를 고정하는 단백질인 rubisco는 지구상에 가장 많은 단백질인데 나는 이 단백질의 활성화 상태에서 결정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백질 결정이 생기기도 하고 안 생기기도 해서 결정화가 종잡을 수 없었다.
기자: 장영옥
촬영/사진: 박지민
동영상 편집: 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