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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을 생각하자!
[국내 주요 학회장 인터뷰]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이철호 회장
- 학회 주요 역사와 간략한 소개
- 국내 많은 바이오 관련 학회 중에서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가 가지는 위상
- 산학협력을 위한 프로그램
- JMB 저널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
- 응용생물학을 평가하는 잣대는 달라야 한다
- 학회 발전 방향과 계획
일시: 2005년 3월 25일, 오전 11:00
장소: 고려대학교, 생명공학원
학회 주요 역사와 간략한 소개
"우리 학회는 농화학, 식품학 분야 과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1973년에 '한국산업미생물학회'로 처음 출발했다. 산업미생물학은 순수 미생물학과 다르게 응용 미생물 분야를 주로 다룬다. 미생물학 분야 학회가 여러 개 있지만 응용 미생물학과 산업, 발효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다른 학회와 차별성을 가진다. 그리고 산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협력해 왔기 때문에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내 많은 바이오 관련 학회 중에서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가 가지는 위상
"국내 미생물관련 5개 학회가 있는데서 우리 학회 회원수는 약 1800여 명으로 규모면에서 제일 크다. 그리고 학회에서 발간하고 있는 영문 잡지 Journal of Microbiology and Biotechnology(JMB)는 4년 전 SCI에 등재되어 IF가 1.2를 넘는 세계적인 학술지이다."
산학협력을 위한 프로그램
초기 심포지엄은 산업계와 함께 식품분야를 주제를 주로 다루었다. 1993년 학회 20주년 행사로 "미생물산업과 국가발전"이란 주제로 대규모 심포지엄을 열고 책도 발간하는 등 산업계와 함께 발전해 왔다.
그러나 분자생물학이나 유전체학이 발달하면서 우리 학회가 너무 이론적인 분위기로 빠져 산업체와 보조를 못 맞추는 문제가 생겼다. 최근 5~6년 동안은 업계가 소외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우리의 뿌리로 돌아가자, 즉 미생물산업공학회의 역할로 돌아가자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6월 30일~7월 1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는 발효기술에 관한 심포지엄, 장류 심포지엄, 한국 술 심포지엄과 전시 품평회를 동시에 연다. 그리고 4월에는 '두산 종가집 김치'와 함께 발효기술을 통한 우리나라 김치의 국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 할 예정이다.
우리 학회는 기초연구 분야도 다뤄야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산업화에 적용시키느냐 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주요 사업
"우리나라 미생물관련 5개 학회(대한미생물학회, 한국균학회, 한국미생물학회, 대한바이러스학회,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가 모여서 한국미생물학회연합을 만들었다. 이들 학회가 서로 수평적인 교류를 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5개 학회 회장단으로 구성된 협의회를 만들었고 순서대로 돌아가며 회장을 맡는데, 올해 우리 학회가 한국미생물연합회장을 겸임을 하게 되었다.
한국미생물학회연합에서는 2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미생물학이 최근 와서 다른 분야에 비해 국가적인 관심을 덜 받는 것 같다. 프런티어 사업단이나 정부가 주도하는 장기적인 대형프로젝트가 없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미생물학이 재도약하기 위한 연구방향을 찾고 정부와 관련기관에 홍보도 하고 있다. 올해는 미생물 연구 활성화와 재인식을 위한 대규모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또 매년 5개 학회가 모여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데, 올해는 10월 13~14일에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연합회가 함께 준비하고 있다."
Journal of Microbiology and Biotechnology(JMB) 저널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
"우리 학회는 영문 저널인 Journal of Microbiology and Biotechnology(JMB)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JMB를 SCI에 등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학회에서 대규모 자금 지원도 했었다.
영어편집 비용을 대고 세계적인 출판사인 Springer사와 계약해서 저널을 배포하도록 하였다. 학회지 수준을 높이고 활성화를 위해 영문지에 투고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좋은 논문을 발표해서 인용이 많이 되면 상도 수여하였다. 그리고 학회지 인용도 활발하게 권했다. 지금은 이런 것을 일부러 강조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 현재는 국내외에서 많은 영어논문이 쇄도하고 있는데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투고한지 일년 반이 지나도 발표하지 못하고 경우가 생겼다. 그렇다고 일년에 6번 발간하던 저널을 12번으로 발행 편수를 늘리는 것은 질적인 저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당분간 발행 편수를 늘리지 않을 것이며 accept 된 논문은 인터넷으로 먼저 출판하기로 편집위원회에서 결정을 하였고 이는 올해부터 시행된다."
응용생물학을 평가하는 잣대는 달라야 한다!
"우리나라가 조금 지나치게 SCI에 의존한다는 느낌이 든다. 연구 업적 평가나 연구비 경쟁에서 SCI급 발표 논문 건수가 주요 평가 기준이 되는데 SCI는 기초과학 논문이 대부분이고 기초분야 논문의 IF도 훨씬 높은 편이다. 그래서 SCI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응용분야 연구가 위축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분위기를 학회나 정부가 바꿔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산업체 종사자가 참고할 만한 한글로 된 논문이 제대로 없다. 외국에서 몇 년 공부하고 왔어도 한글이 더 이해가 빠른 것이 사실이다. 산업화에 필요한 외국문헌을 한글로 번역한 것도 거의 없다. SCI에 집중하느라 어느 누구도 이런 작업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우리 학회는 우리 글로 된 학회지와 Journal of Microbiology and Biotechnology, e-journal을 함께 만들고 있다. 그러나 국문지에 발표되는 논문이 일년에 6편에서 지금은 4편으로 줄었다. 대부분 국문으로는 발표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가 사용할 국문 자료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학술진흥재단에서 국내 수준의 SCI급 저널을 인증하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가 제대로 바이오산업을 지원하고 국내 저널을 활성화하려면 저널 인용도(citation index)를 기준으로 잡기보다는 업계가 얼마나 인용을 했는가를 기준으로 하는 Industry Citation Index가 있어야 한다. Industry Impact Factor도 만들어 업계가 활용하는 수준을 높여줘야 한다. 국내 저널을 이런 관점에서 평가 해줬으면 한다."
학회 발전 방향과 계획
"우리 학회는 사회와 산업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아주 크다고 본다. 앞으로 식품과 약품산업에서 미생물을 활발히 사용하게 될 것이다. 미생물학은 해야 할 일과 활용될 잠재적인 가치가 무궁무진하므로 우리 학회가 우리나라 미생물 생명공학 연구에 선두 역할을 하길 바란다. 그리고 JMB 저널을 가지고 있지만 업계가 필요로 하는 e-저널과 국문저널을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 학회는 국제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International Union of Microbiology Society(IUMS)와 같은 국제학회 멤버로 가입되어 있고 3년 전에는 경주에서 GIM-2002(the genetics of industrial microorganisms)이라는 대규모 미생물 관련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그래서 학회는 우리나라 학술분야를 세계로 알리는 가교역할을 계속 해야 할 것이다."
< 인터뷰 내용 > 일시: 2005년 3월 25일, 오전 11:00 |
식품생물재료공학연구실의 연구 주제와 수행 과제
"덴마크 왕립농과대학에서 발효과정 동안의 단백질 영양가 변화(우리나라 장류)에 관한 연구로 식품저장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MIT에서는 단백질의 유변성에 관한 연구를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연구실에서는 주로 술이나 콩과 같은 전통발효과정 동안에 어떤 성분이 만들어지고 어떤 기능성을 가지는지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해주(정월의 첫 돼지날 해(亥)일에 시작하여 해일마다 세 번에 걸쳐 빚음) 연구를 하였다. 삼해주는 정월부터 100일에 걸쳐 담그는 술로 저온장기발효를 하게 되는데 여름에도 상하지 않는 아주 고급스런 술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재연하면서 어떤 물질이 만들어지는지 연구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노화를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항 산화성 펩타이드가 다량 포함되어 있는 것을 규명하였다. 포도주에는 폴리페놀이 만들어지는 반면 우리 술에는 항 산화성 펩타이드가 만들어진다. 앞으로 계속 전통 발효의 이점을 계속 규명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최근 '러시아 과학자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서 러시아 과학자들(Kazan state University)을 초청해서 Pulsed Field Gradient-NMR(PFG-NMR)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이 NMR은 물질 속에서 물의 이동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이다. 효모 생육 과정에서 세포벽을 이동해가는 물의 이동 속도를 측정하는데, 젊은 세포일수록 늙은 세포보다 이동속도가 빠른 것을 알 수 있다. 또 적혈구 세포벽을 이동하는 물의 속도를 측정하면 알코올 환자의 것과 정상인의 물 투과 속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병 진단으로도 쓰일 수 있다. 식품이 주는 영향도 수분투과도로 예측할 수 있다. 물의 이동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상당히 드물며 국내 유일하게 우리 실험실에서 연구에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 성과
"MIT에서 단세포 단백질을 가지고 연구를 했었다. 단세포 단백질은 석유 부산물을 이용해서 사료용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다. 이때 하나 문제점은 단백질을 얻기 위해 세포벽을 깨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MIT에서는 30도에서 배양하던 세포를 40도로 온도 변화를 주면 세포가 모두 터지는 Thermo sensitive mutant를 만들었다. 이 균은 활발하게 성장하는 기간(exponential growth path)에서 이런 특성을 보이고 세포가 늙으면 특성이 없어진다.
우리 실험실 대학원생 중에 조흥화학에 근무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당시 수입에 의존하던 yeast extract를 생산해 보겠다고 해서 연구를 하게 했다. 그런데 수율이 계속 20% 정도로 저조했다.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까 회사에서 제빵 용 이스트로 생산해서 팔던 yeast(완전히 늙은 세포)를 물에 풀어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활발하게 성장하고 성장이 멈추는 시점에 세포를 채취했더니 당장 수율이 80%까지 올라갔다. 이로서 전량 수입하던 yeast extract를 국내에서 생산하게 되었다.
이렇게 기초연구의 산업적 활용을 보면 참 재미가 있다. 가끔 제품을 개발해달라고 찾아오는 기업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제안이다. 제품이란 시장을 아는 사람이 개발하는 것이고, 나같은 사람은 개발할 때 기술적으로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그 매듭을 푸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소 인재상과 채용공고
"식품저장학과 식품공학(food engineering)에 관심 있는 학생이면 좋겠다. 실험실 홈페이지로 접속하면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다."
학회 회원과 운영진에게 당부와 하고 싶은 이야기
"우리 학회는 기초학문을 산업화로 전환하는 가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회 회원은 기초학문을 어떻게 산업화할 것인가에 집중하길 바란다. '옛날 산업미생물학회 뿌리를 잊어버리지 말자'는 얘기를 학회장 취임사로 했었다. 학회 운영진과 회원들이 모두 이것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젊은 연구자에게
"60~70년대는 외국의 연구를 가져와 산업화 하는데 집중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연구다운 연구, 창의적인 연구가 너무나 부족하다. 외국은 빵 하나에도 관련 논문이 수천편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 사람이 그것을 연구하면 아무도 그 연구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예전에 연구비 지원 기관에 구기자에 관한 연구를 하겠다고 연구계획서를 냈는데 '구기자 연구는 몇 년 전에 다른 연구자가 했으니 다른 이름을 써 내시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빵 하나를 가지고 수천 편의 논문이 나와서 그 기술이 발전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논문 한편 나왔으면 연구가 끝인 줄 아는 것 같다. 연구는 그런 것이 아니다. 수백 번의 노력으로 조금씩 발전해서 신기술이 나오는 것이다. 외국의 방법을 모방해서 한번 연구하고 끝나버린다면 더이상 우리나라의 연구 인프라가 생길 수 없다. 우리나라의 이런 연구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과학으로 이룬 결과는 정말로 자기 것이 된다. 더욱이 새로운 이론을 세우거나 새로운 발견을 하면 영원히 남는다. 돈이나 권력은 이에 비해 그 수명이 길지 않다. 젊은 사람들이 지금 과학을 선택하면 앞으로 인생의 보상을 크게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Yeast Extract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보듯이 작은 아이디어가 하나가 산업적으로는 엄청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매듭을 풀어가는 것은 과학자로서 상당히 보람된 일이다."
한국의 발효기술 [Fermentation Technology in Korea]
"외국에서 식품분야 공부를 하면서 보니, 우리 것을 중국이나 일본에 많이 뺏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부는 분명 콩의 종주국인 우리의 것이지만 세계 통용어로 토푸(tofu)를 쓰고 있는데 일본식 발음이다. 일제식민지 36년 동안에 우리는 천년의 문화를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는 동양이 서양에 소개되는 기간이었는데 이때 우리의 것이 전부 일본의 것으로 소개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것을 고치기 위해서 우리 것을 제대로 세계에 알리기 위한 각 분야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음식에 관한 책을 쓰고 영어 논문을 계속 발표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이다.
세계적인 식품과학자들의 학술 모임인 국제 식품과학연합회 International Union of Food Science & Technology(IUFoST)를 지난 2001년 우리나라에서 개최했었다. 그때 행사 사무총장을 본인이 맡아서 행사를 진행했었다. 700여명의 외국 식품 과학자들이 한국을 방문한 대단히 큰 행사였다. 당시 우리 한국을 알려줄 만한 제대로 된 영어 자료가 없어서[Fermentation Technology in Korea] 책을 쓰게 되었다.
우리가 가진 원천 기술이고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우리의 발효기술과 그 역사를 모두 소개하고 중국이나 일본의 것으로 알려졌던 발효기술도 모두 우리의 것이란 이론을 내세워 기술하였다. 학술행사 일주일 기간동안 우리의 발효기술이 아주 핫이슈가 되었고 우리 발효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또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발효관련 논문의 영문초록 400편 실어서 우리나라 발효연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기자: 장영옥
촬영/사진: 최지인
동영상 편집: 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