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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 (2)
"학문의 후속 세대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의 교육적 역할이 중요"

인터뷰 내용

 - 연구의 아이디어 확보와 방향 설정은?
 - 생물학자가 되신 계기가 있으셨다면?
 - 연구과정의 어려움은?
 - 교육과 연구, 그 역할에 관하여…
 - 학생들에게 조언의 한 말씀
 - 교수님의 일과는?
 - 마지막으로…

일시: 2013년 3월 27일, 오후 4:30

장소: 서울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

이준호 교수 약력

연구의 아이디어 확보와 방향 설정은?

"오래전 실험실이 아주 작았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동그란 탁자가 있다. 지금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여러 번 이사를 할 때마다 들고 다니는 이유가 있다. 차를 마시거나 도시락을 먹을 때 서로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논문에 실려있는 내용도 그러한 과정에서 나왔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보여줄까 그러한 이야기를 서로 하다보니 옆 실험실의 초파리를 좀 얻어서 쓰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선충이 초파리에 붙어서 새로운 서식지로 간다는 실험을 재미삼아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중요한 내용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어디서 누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샅샅이 조사를 해야 한다. 나의 질문이 누군가가 이미 던지고 있는 질문이라면 굳이 나서서 싸울 필요는 없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우리 실험실이 가진 10개 정도의 키워드들을 Pubmed에서 모두 검색을 해서 논문들을 조사한다. 그래서 아주 깊이 들어갈 수 있는 틈새이어야 비로소 시작을 하고 방향을 잡는다."

생물학자가 되신 계기가 있으셨다면?

"솔직하게 말하는게 좋을 것 같다. 대학 2학년이 되면서 전공을 선택해야 했는데, 물리와 화학은 적성에 맞지 않았고 남은 것은 생물학 밖에 없었다. 동물학과, 식물학과, 미생물학과 3개의 학과가 있었는데 미생물이 좀 있어 보여서 선택을 하였다. 그 후로 뭔가 제대로 공부를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진학을 하게 되었고, 박사과정을 Caltech에서 하게 되었다. 그 곳에는 발생학 분야를 연구하는 분들이 많았고 꼬마선충에 대해서 막 연구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말하자면 미생물학에서 동물학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생물학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 때 보다 더 재미있다. 생물학은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학문이란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생물이 좋았다는 경험이 별로 없었지만, 세월이 지나서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아주 멋진 분야인 것 같다."

연구과정의 어려움은?

"처음 연세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시작을 해서 첫 4년이 넘도록 논문 한 편이 없었다. 욕심을 가지고 좋은 연구, 큰 연구를 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했지만 논문이 하나도 없었다. 실제로 5년차 정도가 되었을 때 논문을 냈다. 그런 상황에서 연구비를 따내기도 힘든 일이 벌어졌다. 아마 지금의 젊은 교수들도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큰 규모의 연구를 하고 싶지만 작게 나누어 연구를 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다. 연구비를 따 내야 하고 논문이 있어야 재임용되고 하는 것들이 연구에 매진함에 있어서는 걸림돌이다. 연구비를 매년 계약해야 한다거나 학생들을 지원하면서 연구도 해야 하는데 늘 부담스러운 부분들이다. 연구비 규모가 적정 규모가 되어서 한 두가지는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교육과 연구, 그 역할에 관하여…

"대학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연구와 교육이 같이 가야되는 기관이라는 것을 망각할 정도로 연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다. 대학의 연구실은 연구도 중요하지만 교육도 아주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학문 후속 세대를 잘 키워내야 학문의 확산이 잘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에 신경써서 잘해봐야 본전인 상황이 되어버리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점들을 개선하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꼭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우리 실험실내 모든 학생들이 내가 원하는 연구의 수준에 따라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업이나 국책연구소에서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대학에서는 최소한 교육적인 측면도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의 수만큼 서로 다른 눈높이를 가지고 함께 토의하면서 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원하는 것과 각자가 될수 있는 바에 맞춰서 연구를 해 나가는 것이 교육과 연구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인 듯 하다."

학생들에게 조언의 한 말씀

"기초적인 생명현상의 원리를 찾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넘친다면 생명과학은 진짜로 해볼만한 학문이다. 엄청난 끈기를 필요로 하는 실험 과학이지만 어떻게 보면 매일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다. 하다보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장이 계속 열린다. 그런 경험을 하다보면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올가미 같은 매력이 있다. 그것을 느낄 수 있다면 더이상 설명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생명과학에 호기심이 있다면 그 다음으로 자신에게 그만한 끈기가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매일이 즐거워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힘들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을 돌아봤을 때 그러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뛰어들만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부담은 가질 필요가 없다. 열심히 기초를 닦으면 창의는 함께 따라오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대학은 연구만 하는 것이라 교육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교수님의 일과는?

"얼마전 1년동안 스웨덴에 가 있었다. 그 곳에서의 생활이 우리와는 달랐다. 우리는 항상 바쁘지만, 스웨덴에서는 여유를 가지되 일을 할 때에는 집중을 해서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여유는 없고 바쁜 것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그래서 우리 실험실은 가능하면 여유와 집중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된다. 일과 시간에는 사무적인 일이 많고 수업도 해야 한다. 17년째 강의를 하고 있지만 항상 시작하기 전에는 긴장이 되고 강의를 끝내고 나서야 마음이 풀려서 다른 일을 할 수가 있다. 주로 저녁시간이나 새벽시간이 방해받지 않는 좋은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처음 꼬마선충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졌다. 그래서 지금 연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그만큼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 학생들이 오히려 부러운 생각이 든다. 생명과학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우리 실험실에 와서 노크를 하면 언제든지 상담해 줄 수 있다. 그런 일들을 통해서 생명과학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나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관련 사이트 : 서울대학교 유전과 발생 연구실, 연구실 소개자료 (과학자로 산다는 것 1편, 2편, 3편)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준호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BR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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