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큰 연구 주제는 환경변화에 대한 미생물의 적응
[2002년 로레알 여성 생명과학상 수상]서울대학교 생명과 노정혜 교수
- 분자미생물학연구실 소개와 연구원 구성
- 중점연구와 진행과정
- 대표적인 연구성과
- 연구주제 선정 배경
- 관련연구의 세계적 동향과 경쟁전략
- 앞으로 연구 방향과 우리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하고 싶은 학생
일시: 2004년 3월 19일, 오후 4:30
장소: 서울대학교 18동 309호
분자미생물학연구실 소개와 연구원 구성
먼저 미생물에 대한 소개를 하면, 지구상의 생물체를 세균, 고세균, 진핵생물의 세 도메인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진핵생물중 식물과 동물 그룹을 제외한 모든 생물체들이 미생물(microorganism) 범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미생물들은 그 종류가 다양한 만큼 지구상의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구상(아마 생명체가 존재하는 우주의 행성들을 포함하여)의 모든 극한 환경(extreme environment)에도 살아가는 미생물들이 있으며, 식물과 동물도 미생물과 공생 관계를 가지면서 지구상의 생명이 유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식물의 뿌리는 뿌리근처(rhizosphere)의 토양 미생물들과의 공생관계로 영양분을 주고 받는다. 인간의 몸 속에는 인체를 이루는 세포 수 보다 10배 이상 더 많은 수의 세균들이 공생하고 있다. 이러한 공생 관계가 잘못되면 병이 나는데 공생 관계에서 적대 관계로 변하는 병원성 세균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서식지에서 살아 남다 보니 미생물들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적응이 가능 하려면 환경의 변화를 감지(sensing)하고 그 결과 유전자 발현을 바꾸는 메커니즘이 그 핵심에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 연구실은 미생물이 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감지하여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가, 발현된 유전자 산물(gene product)은 왜 그 환경에 대한 적응을 가능하게 해 주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한다.
현재 우리연구실 구성을 보면 박사후연구원 4명, 박사과정대학원생 12명, 석사과정대학원생 4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중점연구와 진행과정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은 여러 환경 조건 중 특히 산화적 (oxidative)환경과 빈영양 상태(starvation)에서 살아 남는 방식에 관한 의문을 푸는 일이다.
산화적 환경은 공기에 노출된 모든 생물체에 적용되기도 하고, 특수한 경우는 병원성 세균이 인체의 면역 시스템에 노출될 때 겪게 되는 환경이다. 이런 산화적 환경에 살아 남으려면 활성 산소족(reactive oxygen species)의 독성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빈영양상태는 자연계의 모든 미생물이 생태계에서 겪고 있는 환경이다. 영양분이 고갈되면 미생물은 성장(growth)에서 유지(maintenance)로 자신의 모든 생리현상을 바꾸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인간의 노화현상도 이러한 자연계의 법칙에 대한 자연스러운 적응현상으로 볼 수 있다.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이런 환경들이 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중심에 이러한 환경을 감지할 수 있는 조절인자 (regulator)가 있다. 산화환원의 변화, 세포 내 에너지상태의 변화를 감지하는 민감한 조절 인자들이 활성화되면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전자들을 발현된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어떻게 이들 regulator의 활성이 산화환원에 따라, 영양분고갈에 따라 조절 되는가 이다. 그래서 이 연구를 위해 조절인자의 생화학적, 물리화학적, 구조적 분석과 함께 DNA-핵산 상호작용 분석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이들 regulator에 의해 발현되는 유전자 산물을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genome 차원에서의 분석과 흥미로운 개별 유전자 차원의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 DNA chip과 생물정보학을 이용한 기능유전체 연구 및 각종 분자/세포생물학적인 연구도 함께 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성과
위의 연구과정 중에서 우리는 매우 새로운 조절 양상들과 특이한 유전자 기능들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산화환원에 의해 활성이 조절되는 새로운 regulator를 여러 가지 찾아 내었다. 그 중에, 유전자의 프로모터를 인지하는 sigma factor의 조절자 중 산화환원(redox)의 변화에 따라 활성이 바뀌는 조절자를 찾아 내었고, 그런 부류(family)의 조절자들이 매우 많이 있다는 것이 후속 연구들과 축적되는 유전자 database에서 알 수 있었다. 그 외에도 redox의 변화에 의해 DNA 결합능력이 바뀌는 새로운 조절자들을 계속 발견해 가고 있다.
연구주제 선정 배경
처음에는 아주 생화학적인 실험을 했다. DNA와 단백질이 어떻게 붙었다 떨어지나 이것을 정량적으로 보는 연구였다. 한국에 귀국해서 실험을 시작하면서 우리만의 경쟁력 있는 새로운 주제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미생물의 환경 스트레스에 적응이었다. 그래서 1986년에 이 연구를 시작해서 2~3년 후 본격적으로 하였다.
관련연구의 세계적 동향과 경쟁전략
Redox control에 대한 연구는 병원성 미생물의 제어, 식물공생세균의 생존, 고등생물의 노화와 노화기의 생존전략, 그리고 활성 산소족의 독성으로 야기되는 각종 질병들을 이해하고 제어하는데 기본적인 열쇠를 제공한다. Redox control에 대한 기초 연구 결과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적용되는 활발한 연구 분야이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연구소들이 점점 많은 연구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두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실험재료의 선택과 연구결과의 분석, 적용이 가장 중요하다. 다행히 세균(bacteria)과 효모(yeast) 같은 미생물들을 유전자 조작과 genome 차원의 발현분석이 쉬운 편이다. 게다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미생물 유전체 database와의 비교가 가능해 짐에 따라, 연구 결과의 해석을 체계화 시키고, 다방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넓어졌다. 우리나라의 미생물학 연구기반은 상당히 탄탄하고 정보과학 infra가 잘 갖춰져 있다. 또 생명과학의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미생물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의 적용도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적극 활용하면, 국제적인 경쟁력과 수월성을 충분히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연구 방향과 우리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하고 싶은 학생은?
앞으로 기능 유전체적인 분석을 통해 드러난 유전자의 새로운 기능을 알아가는데 힘을 더 기울일 생각이다. 전체 세균의 유전자중 약 40% 정도는 그 기능을 전혀 예측할 수 없고, 설사 기능이 예측되었다 하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기능을 가질 가능성이 무한히 잠재한다. 여러 가지 다른 환경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들의 발현 pattern을 분석함으로써 기능을 모르는 유전자의 역할을 알아내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것이 소수의 유전자로 복합적 생명을 유지하는 생명체의 비밀을 푸는 하나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연구를 할 수 있는 대학원생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우리 연구실에서 대학원생을 받을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점은 입학 후 박사학위과정을 마칠 때 까지 중단 없이 연구를 해보겠다는 의지(determination)이다. 대학원과정은 첫 2-3년간은 실험이 잘될 때보다는 안 될 때가 훨씬 많고, 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한 단계 올라 갈 수 있는데, 이 과정을 못 견디면 절대로 전문가가 될 수 없다.
< 인터뷰 내용 > 일시: 2004년 3월 19일, 오후 4:30 |
가장 힘들었던 때와 극복방법
대학원생 때는 공부와 실험의 중압감, 안 되는 실험을 되풀이해야 하는 참담함, 내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 수시로 찾아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을 해결해 준 건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이었다.
나는 대학원 시절에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았다. 오히려 가족을 유지하고 가족 대 가족으로 만나던 친구들과의 관계가 혼자 빠져 허우적대는 우물 속 괴로움에서 나를 많이 건져내 주었다.
귀국하여 조교수 시절에는 아이들 키우고 어른들 병 수발하면서 연구실의 토대를 잡는 일이 어려웠고, 그 이후에는 연구 이외에 참여해야 할 학내 외 여러 업무들이 연구시간을 위축시키는 상황이 참 어려웠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어려운 점 일뿐 근본적인 장애요인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가 분명하면, 그에 따라 결과도 자연히 따라오게 되어 있다. 거의 그 믿음대로 실현이 되었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바램
요즘 젊은 후배들 (대학원생들)을 보면, 우선순위를 잡는 일 자체가 혼란스러운 것 같다. 목표를 세우려 하지를 않고,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여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내가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목표 설정이고, 그 다음은 그 목표에 맞는 우선순위대로 치열하게 사는 것이다.
과학자이기 이전에 성숙한 인간으로서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여유를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매일 생활이 치열해야 한다. 일이면 일, 여가면 여가, 분명하게 구분하여 무슨 일이든 농도가 진하게 살았으면 한다.
그리고 요즘과 같은 디지털시대가 될수록 모든 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여 결정하는 경향이 더 심해지는데, 이러한 시대흐름에 반해 좀 의연하면 좋겠다. 다시 말하면,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invaluable) 가치를 자랑스러워 할 줄 아는 배짱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후배 여성 과학자들을 위한 조언
전문가가 되려는 여자들은 생애 주기 상, 가장 활발하게 일을 해야 할 시기가 바로 출산과 육아의 책임이 가장 막중한 시기와 정확하게 겹친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움을 겪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어려움이다.
그러나 할 마음이 분명하면 둘 다 훌륭히 잘 할 수 있다. 가정 일에 대해서는 최대한 외부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구하고, 자기 스스로도 가족에게 전업주부들과 같은 섬세한 service를 하려는 과대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을 과감히 포기해 버리고(마음으로도 지워버리고), 할 수 있는 일은 수준 높은 quality로 해나가면, 양쪽 다 만족스럽게 잘 해갈 수 있다.
기자 장영옥
사진, 촬영 김수정
동영상 편집 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