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식물 생장과 발달의 조절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에 집중
[2002년 이달의 과학자상 수상]서울대학교 화학부 박충모 교수
- 분자신호전달 실험실 연구원 구성과 중점 진행중인 연구 주제
- 식물연구와 적성의 관계
- 필요한 대학원생과 연구원 채용 계획
- 대표적인 연구성과
- 다른 신호의 상호 작용으로 잘못된 연구결과의 도출 가능성
일시: 2004년 3월 20일, 오전 10:00
장소: 서울대학교 화학부 56동 4414호
분자신호전달 실험실 연구원 구성과 중점 진행중인 연구 주제
우리 연구실에는 계약교수 한 분과 박사과정 학생이 3명, 석사과정 학생이 8명이 연구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현재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서 몇 년씩 연구해 왔기 때문에 연구 지식이 쟁쟁한 학생들이다. 그래서 내 연구의 가장 큰 재산이고 우리 연구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식물 생장과 발달의 조절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식물발달이라고 하면 생소한 표현일 수 있는데 흔히 씨앗이 발아하여 입, 줄기가 생장하고 꽃이 피고 다시 씨앗을 만들어내는 전 과정을 말한다. 식물이 생장하면서 모양이 바뀌고 주어진 환경에 맞게 적절히 자기의 모양이나 기능을 변화시키는 것까지 통틀어서 발달이라고 한다. 우리 연구실은 식물 발달에 관한 전반적인 연구를 하고 특히 식물의 생장호르몬의 작용 메커니즘이나 식물개화시기 조절 원리에 대하여 집중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 우리 연구실은 개화 시기 조절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였다. FLK라고 명명한 유전자는 RNA binding protein을 encoding하는데 이 유전자가 어떠한 분자적인 메커니즘으로 개회시기를 조절하는지 밝히는 연구이다. 즉 어떤 외부의 신호가 어떤 유전자를 통해서 전달되어 꽃피는 시기를 조절하는가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한 유전자만 있으면 그 유전자에 의해서 모든 형질이 조절이 된다고 생각을 해왔는데 최근에 식물개화 시기 조절에 있어서는 유전자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유전자가 발현 된 뒤에도 mRNA 수준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조절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을 post-transcriptional control이라고 한다. FLK는 바로 mRNA level에서 유전자의 기능을 다시 한번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개념이라서 Plant cell 저널에 발표할 수 있었다.
2년 전 cell 저널에 발표한 연구는 환경 중에서 빛 신호와 식물 생장호르몬의 하나인 brassinosteroids가 상호 작용하여 식물 황화현상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힌 것이었다. 그래서 최근 연구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통점이라고 하면 식물생장과 발달 조절 원리라고 하겠다. 예전에는 식물 생장에 역점을 두었고 이번에는 개화시기 조절에 관한 역점을 둔 연구이다.
식물연구와 적성의 관계
나는 연구를 해오면서 적성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생물(사람도 마찬가지)은 자신과 조금 맞지 않더라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나는 석사과정에서는 세포유전학, 박사과정에서 분자바이러스학, 그 뒤로 식물학을 공부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것인데 연구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생물을 다루는 연구이므로 기본적인 원리나 메커니즘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식물 연구에 적성이 맞는지 아닌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관심이 있다면 동물학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에 전공을 넘나드는 것에 항상 마음을 열고 있다.
필요한 대학원생과 연구원 채용 계획
대학원생을 받을 때 나는 그 학생이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연구를 할 수 있는가를 보지 않는다. 자연과학 연구는 소신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기에 학생들이 마음가짐을 우선 본다. 연구를 하다 보면 항상 잘 되는 것이 아니고 어려운 벽에 부딪히거나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는데 거기에 좌절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 수행하려면 이런 신념과 소신이 확실히 서 있어야 한다.
대학원생 수를 늘이는 부분은 내가 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공계 기피현상 때문에 학생들이 자연과학 분야의 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 경향도 보인다. 우리 연구실은 나를 포함해서 13명의 연구원이 연구하고 있고 당분간 이 수준을 유지할 생각이다. 첫째 이유는 실험실이 만들어지고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아직 정리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장기적인 연구과제 선정을 위해서 연구방향을 잡아가는 상황이라 갑자기 학생이 늘어나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연구비와 연구 공간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연구원을 더 뽑을 수 있겠다.
대표적인 연구성과
가장 대표적인 연구성과는 2001년도 cell 저널에 발표했던 내용이다. 그 연구의 의미는 식물의 황화현상 메커니즘을 밝혔다는 것이다. 황화현상은 빛이 없거나 적을 때 식물이 빛에 보다 빨리 도달하기 위하여 비정상적으로 줄기만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그늘진 곳의 식물이 가늘고 길게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황화현상이다. 그동안 황화현상에 관한 분자생물학적 조절원리가 거의 알려진 것이 없었는데 우리가 분자적 수준에서 풀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3년이 지났지만 내 스스로도 참 괜찮은 연구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의 연구 결과 하나하나 가 다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보다도 앞으로 1-2년 사이에 나올 연구 결과가 더 흥미로울 것 같아 기대를 하고 있다. 개화시기 조절이나 생장 호르몬 관련 실험을 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 연구실에서 가지고 있는 유전자와 돌연변이체 형질을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 많다. 예를 들면 RNA binding 단백질이 어떻게 개화조절 시기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지 메커니즘을 푸는 열쇠가 될 것이다.
다른 신호의 상호 작용으로 잘못된 연구결과의 도출 가능성
지금까지 대부분 연구는 한 유전자가 어떤 신호를 받아 어떻게 전달되는지 pathway 개념의 연구가 많았다. 그러나 식물체 내의 여러 가지 신호들(생장호르몬의 신호, 빛 신호, 온도 신호 등)은 서로 독립되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 네트워크로 얽혀 있다. 그래서 한 가지 현상을 규명해도 그것이 100% 식물체 내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래서 최근 개발된 high-throughput 연구 기법을 많이 쓰고 있다. 생물정보학이나 DNA chip과 같이 대량 탐색 기법을 써서 연구 발전 속도도 증가 하고 있다. 내 입장에서도 연구하면서 힘든 부분이 서로 다른 신호와 다른 유전자 간의 상호 작용이다. 이런 작용으로 잘못된 연구 결과를 도출 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를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 인터뷰 내용 > 일시: 2004년 3월 20일, 오전 10:00 |
연구자의 길을 들어선 계기
나는 후배들에게 반 농담으로 나와 같은 길을 가지 말라고 얘기한다. 대학원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6년간 했다. 남들은 학위를 끝내고 한국으로 들어올 나이에 사표를 내고 외국 유학을 떠났다. 그 때가 33살이었다. 박사 과정에 분자바이러스학을 전공했고 학위는 남들 보다 빨리 받은 편이었다. Post-Doc. 과정에는 바이러스 단백질를 생화학적 방법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했다. 이 당시 Post-Doc. 과정에서의 경험이 내가 지금 화학부에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1996년 한국에 들어와서는 식물학 연구를 새로 시작하였다.
공부는 하다가 멈추고 쉬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중간에 여러가지 다른 연구 영역으로 바꾸다 보니 거기에 적응하는데도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마음 고생이 많기는 했지만 지금의 내 자신을 두고 후회한 적은 없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중간에 멈추지 말고 한눈 팔지도 말고 계속 공부를 해야한다고 충고하고 싶다.
연구에 가장 힘들었던 때와 극복 방법
늦은 나이에 유학을 가게 되었고 유학을 가면서 어학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사람들과 대화가 안되니 적응하는데도 더 어려움이 많았다. 정확하게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어떤 이유로 실수가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고 이런 언어 문제가 한 2년 정도 계속 되었다. 연구실 동료 학생들도 반 농담 반 진담으로 이 연구실에서 계속 연구하기 힘들 것 같으니 전학을 가거나 연구실을 옮기는 것이 어떠냐고 얘기할 정도였다. 나도 심각하게 이 문제를 고민하였다. 하지만 결론은 그 실험실에 있어야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앞으로 인생을 살다 보면 더 어려운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이 상황을 피하면 지금은 쉬울지 모르나 다음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실험실에서 학위를 받아야겠다는 생각보다 그 상황이 이기느냐, 내가 이기느냐 하는 내 자신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기분이 참 새롭다. 나는 어려운 일이 생겨도 천성이 포기를 잘 안하는 편이다. 막연할 때라도 어딘가에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지금까지 경험을 보더라도 열심히 하면 길은 반드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본인이 해야할 일이라면 어려운 일과 쉬운 일을 가리지 말고 끝까지 해보라고 젊은 연구자에게 얘기하고 싶다. 분명한 것은 노력하면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자신이 하는 것은 당연히 알아야 하고 남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발표나 세미나가 있으면 반드시 들어보라고 권한다. 굳이 정확하게 알려고 하지 말고 그 사람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슨 일을 하는지 전체적으로 훑어 보고 이해하면 된다. 이렇게 한 두시간 들어본다고 얻는 것이 무엇이겠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이런 시간이 반복되면 전부가 자기의 지식 배경이 될 수 있다. 우리 연구자들은 내 것이나 내 분야 아니면 기타 등등으로 분류해서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공계 기피에 관한 의견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 나는 사회에서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이 현상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몇 년 지나면 반드시 변화가 올 것이다. 자연과학은 우리 인간의 문명을 이끌어 왔던 도구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투자가 안될 수 없다. 그래서 현재 학생이든 실제 자연과학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든 이공계 기피에 대하여 크게 이슈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대학을 들어갈 때는 학생들 중에 이과가 70%, 문과가 30% 정도였는데 지금 고등학생들의 비율은 그 반대라고 들었다. 현재 이공계가 거의 포화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며 시대의 흐름이므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 지금의 비율도 다시 바뀌어 50:50, 70:30이 될지 모른다.
기자 장영옥
사진, 촬영 김수정
동영상 편집 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