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우리 연구실은 대사공학을 기본으로 systems biotechnology 연구 수행 중
[2003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상 수상] KAIST 생명화학공학 이상엽 교수
- 대사 및 생물분자공학 연구실 소개
- 현재 중점 진행중인 연구 내용과 진행과정
- Systems biotechnology와 대사공학과의 연계성
- 대사공학 연구실의 연구목표
- 산업화와 연결 된 연구성과
-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는 대사공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전략
- 앞으로 집중할 연구주제와 그 이유
일시: 2004년 2월 12일, 오전 11:00
장소: 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대사 및 생물분자공학 연구실 소개
실험실 이름처럼 대사관련 연구에 집중하면서 산업화가 가능한 유용한 분자들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 연구실 가족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30명 정도 된다. 석·박사 과정 학생이 17명, postdoc.이 3명, 생물정보연구센터와 생물공정연구센터 소속으로 선임연구원이 3명, 그리고 실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하는 연구원, 사무원들이다. 최근에 식구가 많이 늘었다.
현재 중점 진행중인 연구 내용과 진행과정
대사공학 연구는 계속 진행 하고 있다. 최근에 생물학이 다른 학문분야와 통합, 융합 되어가고 글로벌 스케일(global scale)로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 연구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system levle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미생물을 대상으로 -ome(genome, transcriptome, proteome, metabolome, fluxome, physiome)을 전부 밝혀서 생물정보학적 처리를 거쳐 총체적으로 통합하고 그것으로부터 현재 미생물의 상태와 우리가 원하는 상태를 유추해 내고(in silico biology), 실제로 검정해서 유용 미생물이나 유용 제품을 만들어내는 제반공정을 다루는 연구이다. 우리는 이런 연구를 "systems biotechnology"라고 부른다.
한가지 에피소드는 Biotechnology & bioengineering 저널에서 integration(융합) 분야를 위한 "special issue" 란을 만들면서 이름을 뭐로 할지 editorial board member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systems biotechnology를 제안했는데 반 정도는 논리적이면서 좋은 생각이라고 하고 반 정도는 systems biology & bioengineering가 맞다는 제안을 해서 의견이 분분했는데 결국 systems biotechnology가 채택되어 special issue로 나오게 되었다.
이제는 biotechnology도 systems level에서 분석해서 systems level에 적용을 하는 것이 생물공정 연구개발에서 필요하다. 예전에는 단백질 하나나 둘, DNA도 gene cloning 을 해서 그 특징을 밝히는 연구였지만 system 수준에서 생물체를 이해하는 것은 생물학자의 염원이다. 이전까지는 tool이 없어서 이런 연구가 안된 것이고 이제는 할 수 있는 때가 왔다. 그리고 공학을 하는 사람은 접근이 쉬우니까 생물학연구자와 공동연구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system level에서 모든 세포나 조직의 활동, 개체의 활동을 보고 이해하는 연구는 현재 생물학에서 아주 중요한 연구이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미생물을 대상으로 systems biotechnology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인체로도 확장할 것이다.
Systems biotechnology와 대사공학과의 연계성
우리 연구의 마지막 목표는 대사공학이다. 생물체를 이해하는 것도 재미 있지만 이런것은 저명한 생물학자들이 훨씬 더 깊은 연구할수 있다. 우리는 응용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중간에라도 과감히 중지를 한다. 우리 연구는 공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응용과 연결이 되어 있고 지금까지 연구 성향도 그러하다.
대사공학 연구실의 목표
인류를 풍요롭게 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다. 공학은 실제로 우리 손에 닿는 무언가를 만들어 인류를 풍요롭게 한다. 산업화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가 되어야 대량생산이 되고 대량생산이 되어야 저가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올 수 있다. 여기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의약품이나 화학물질이 될 수 있고 이것을 바이오 기술을 이용해서 만들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은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고 나 자신도 사업을 직접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이전을 통해서 연구실 전체 수익모델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칠 수 있다. 이런 교육과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산업화와 연결 된 연구성과
생분해성 고분자연구가 대표적이다. LG화학의 장기간 연구지원을 받아 세계 최고 효율성을 보이는 공정을 개발했다. 공정이라하면 균주에서 발효기법, 분리공정, 모든 과정을 디자인한 것까지 포함한다. 공장을 짓는다면 우리 기술이 세계에서 최고 효율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발효를 통해서 박테리아가 먹이를 먹어서 생합성 고분자를 합성해낸다. 이때 사용되는 먹이는 주로 포도당인데, 포도당 가격이 보통 kg당 30~50 cents 한다. 수율(yield)은 대사 특성상 최고 50%를 넘지 못하는데 100% 전환이 된다고 해도 kg당 1 dollar가 든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플라스틱인 폴리프로필렌은 kg당 80~90 cents이다. 분리공정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박테리아로부터 포도당에서 고분자를 생산해내는 가격만 1 dollar가 들기 때문에 플라스틱과 비교해서 가격이 비싸고, 아무리 저가로 만든다고 해도 kg당 2 dollars이다. 우리 공정을 쓰더라도 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실용화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석유 고갈이나 환경 문제가 통합적으로 얽혀서 WTO에서 마치 교토 프로토콜(교토 의정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과 유사한 지침을 내려 전 세계가 생분해성 고분자를 사용해야 한는 때가 온다면, 그때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사용을 할 수 있고 산업화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의 생합성 고분자와 비슷하지만 물성과 구조가 다른 생분해성 고분자는 실제 산업화가 되었다. 미국의 P&G(The Procter & Gamble Company)에서 우리 연구를 몇 년간 지원을 해서 실제로 C4Cn family로 불리는 생분해성 고분자가 개발이 되었다. 이것은 원래 생분해성 고분자로 개발이 되었지만 물성이 너무 좋아서 high performance로 분류되어 지금 상용화가 되었다. P&G는 여성용 hygienic band와 기저귀를 생산하는데 대용량으로 소비되는데도 분해가 안되어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데, 라이닝 부분을 대체하기 위해 Nodax라는 이름의 생분해성 고분자가 사용되고 있다. Nodax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실제 우리 연구실이 어떤 기여를 했는지 명시되어 있고 현제 활발하게 미국에서 상용화 되고 있다.
또 다른 성과는 chiral compound인 광학활성 물질이다. 이 연구는 미국화학회로부터 최우수 바이오 기술로 인증받아 2000년 엘머 게이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생체촉매를 이용해서 광학적으로 R-form과 S-form 중에서 우리가 원하는 하나의 form만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것을 함께 연구하던 학생은 졸업한 뒤 ChiroBio사를 설립했고 현재 ChiroBio에서 계속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그 외에는 재조합 단백질 부분에서 의료용 단백질 Granulocyte Colony Stimulating Factor(G-CSF) 등은 준 상용화되어 기술이전을 마쳤다. G-CSF는 우리가 최초로 대장균을 이용해서 분비생산되도록 기술개발한 연구이다.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는 대사공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전략
우리 연구의 기본 틀은 항상 응용을 염두에 두고 시작 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현상이 중간에 발견되어도 기본 흐름에서 너무 멀어지고 있다면 중단한다. 그 이유 때문에 우리 연구실에서는 "Nature" 지 발표 논문이 없는 것 같다. 이처럼 우리 연구는 항상 실용화가 최우선이며 전략이다.
앞으로 집중할 연구주제와 그 이유
현재 우리가 가장 관심 있는 systems biotechnology이다. Genome, transcriptome, proteome 등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사용되는 정보를 보면 아주 국소적이다. Proteome profiling을 하면 질병관련 된 것을 몇 개 찾는다거나, transcriptome profiling을 하면 지금 흔히 bioinformatics 기법을 써서 clustering 해서 pattern 찾는 것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런 결과가 세포에서는 얘기가 좀 다르다. 같은 pattern을 보인다고 해서 세포가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유추를 많이 한 것이고 실제적으로 대사활동을 결정짓는 것은 대사산물에서 나오는 것이다. 세포상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사 산물 농도 뿐 아니라 대사산물까지 반응이 진행되는 흐름, dynamix, steady state flux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연구는 아직 비교적 진행이 안된 상태이고 또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이부분은 대사공학과 마침 연계된 부분이고 우리는 예전부터 이런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고 실제적으로 통합 된 systems level에서 생명공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생각이다. 대상은 주로 미생물의 대사 중심이고 인체와 관련해서는 signal transduction pathway를 보려고 한다.
< 인터뷰 내용 >
- 힘들어 포기하고픈 때와 극복 방법
- Impact factor에 대하여
- 논문을 잘 쓰는 방법
- KAIST에서 영어 논문 작성 수업
- 젊은 연구자들에게 당부
일시: 2004년 2월 12일, 오전 11:00
장소: 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힘들어 포기하고픈 때와 극복 방법
가장 힘들었던 때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병역의무를 하면서 파트타임으로 연구를 했던 그 시절이다. 남들은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오면 대접 받고 지낸다는데, 나는 낮에는 타이어 닦고, 심부름, 운전을 하고 밤에는 지친 몸으로 돌아와서 연구를 했다.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1년 반을 놀아버리면 아무것도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당시 잠을 많이 못 잤다.
그러나 18개월 병역의무를 간 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만일 병역특례병으로 지원했다면 5년을 넘게 묶여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1년 반에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역의무를 하면서 밤새워 실험하는 과정에서 교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전에는 연구원이 되거나 회사를 경영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면에서 교수라는 직업이 되고 싶었다. 하고 싶고 되고 싶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든 시간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학생이나 연구원이 새로 들어오면 "미래 이력서"를 받는다. 지금부터 65살이 되었을 때까지의 이력서를 써보라고 한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 목표가 된다. 그 인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본인은 최선을 다해야 하고, 나는 그것을 보고 거기에 맞는 지도를 한다. 목표가 뚜렷하고 달성하기 위한 욕구가 있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이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받은 모든 상은 사실, 내가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 실험실에 주어진 상이고 우리 학생들을 대표해서 내가 받은 것이라고 본다.
Impact factor에 대한 생각
아시아의 과학기술이 너무나 서구 기술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데 대표적인 예가 impact factor이다. 나도 ISI(Institute for Scientific Information)사로부터 "Citation Classic Award"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 있게 얘기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ISI사하고 일부 과학자들의 정치적 게임에 놀아나고 있다고 본다. 좋은 논문이란 우선 자기가 쓰고 만족하는 논문이고 남들이 읽어보고 좋은 논문이라고 인증하는 논문이다.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Nature에 발표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저명한 국제학회에서 keynote speaker나 invited speaker로 초청되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학회는 300여명의 청중을 모아놓고 발표를 하는 곳이므로 아무나 초청하지 않는다. 그 분야에서 가장 최신이면서 관심을 받는 내용이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Impact factor가 높은 저널이 일반적으로 좋은 저널이라는 것은 나도 동의하지만 impact factor가 전부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생물공학분야에서는 biotechnology & bioengineering지가 가장 좋은 저널이다. 그러나 impact factor는 2점을 조금 넘는다. Reject ratio가 지금은 70% 정도인데 예전에는 85%를 넘는 적이 있었다. 어떤 저널은 reject ratio가 90%가 넘는다고 하지만 impact factor가 20, 30점 되는 저널과 비슷한 수준으로 선별된 논문이 게재가 되는 것이다. 정통 화학공학에서는 논문을 내는 사람수가 적게 때문에 impact factor가 1점 넘으면 엄청 좋은 저널이다. 생물처럼 연구하는 사람이 많으면 저널이 많고 논문도 많아 서로 교차인용을 해서 impact factor가 자연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정부 관리나 신문 기자들은 자기 분야가 아니므로 잘 몰라서 impact factor만을 기준으로 얘기를 하지만, BRIC에서 이런 문제를 제대로 잡아주면 좋을 것 같다.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 서비스도 지금 좋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좋은 논문을 소개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길 바란다. 우리가 지난 2003년에 "Combined transcriptome and proteome analysis of Escherichia coli during the high cell density culture" Biotechnol. Bioeng., 81(7) : 753-767 (2003)이란 논문을 발표하였다. 아직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biotechnology & bioengineering의 associator가 자체 회의에서 이 논문이 2003년도 최우수 논문으로 추천 될 것 같다고 얘기를 해왔다. 처음에 이 논문을 nature지에 보냈다가 너무 응용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reject되었다. 그래서 biotechnology & bioengineering에 발표되었다. 데이터 그림이 너무 작아서 표지화면에 실릴 수 없는 것을 editor도 가장 아쉬워한 부분이다. 이런 논문은 내가 발표하고도 아주 자랑스고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는 논문이다. 바로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장기자: 한빛사에서는 많은 이용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하므로 우선은 기준을 Impact factor로 정하였다. 연구자와 교수들이 좋은 논문을 추천해 준다면 그 기준은 얼마든지 새로 세울 수 있다.
논문을 잘 쓰는 방법
과학자에게 논문을 잘 쓰는 방법은 아주 중요하다. 곧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이다. 과학문화재단에서도 연구자들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달라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필요한 일부로서 행하는 것이다. 인류를 행복하게 하고 기본적인 본능인 우리의 호기심을 해결해 주기 때문에 과학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연구한 내용을 논문으로 발표함으로써 다른 연구자도 즐겁게 할 필요가 있다.
논문은 데이터를 정리해 놓은 것이 아니라 story(이야기)이다. 그래서 논문은 반드시 story가 있어야 한다. 논문을 쓸 때 story를 전개하려면 기,승, 전, 결이나 introduction, materials & method, result, discussion 등으로 기본 형태가 정해져 있다. 한 10년 동안 학생들의 논문을 읽고 고치면서 보면 대부분 result & discussion에 쓸 것을 introduction에 써 놓고, 또는 introduction 에 들어갈 것이 result & discussion에 써 놓는 경우가 많다. 한단계 발전된 것이 introduction에 쓴 말을 discussion에 또 쓰는 경우이다. Discussion은 말 그대로 토의다. 결과를 토대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생물학적 의미는 무엇인지, 앞으로 연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이고 아직 문제로 남은 부분은 무엇인지를 써야 한다. 데이터를 발표할 때에도 이왕이면 체계적으로, 통계적으로 유의성 있게 해야 한다. 이런 것은 기본이지만 항상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Result를 서술하거나 정리하는 방법, discussion을 잘 쓰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introduction에는 반드시 왜 이 연구를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밝혀주어야 한다.
나는 논문 리뷰를 상당히 많이 하는 편이다. 논문 심사를 할 때 고개가 끄떡끄떡하면서 내려가면 합격 선으로 점수가 올라가는 것이고, 물음표가 붙기 시작하고 나중엔 물음표가 많아지고 거기에 성의도 없이 영어 철자도 틀리면 불합격이 되는 것이다. 논문 잘 쓰는 것은 기본이고 심사위원이 리뷰할 때 기분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논문을 많이 투고하는데 예전 서면으로 제출할 때는 스탬플러로 찍을 때도 삐뚤어지지 않게 예쁘게 찍고 혹시 논문 읽다가 손이 찔릴까 봐 테이프도 붙여주고 하는 정성을 들였다. 최대한으로 심사위원을 배려하는 자세로 투고를 하면 1점이라도 더 점수가 올가는 것이다. 물론 논문을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영어 문제가 나온다. 나도 영어를 완벽하게 한다고 할 수가 없어서 말할 방법이 없다. 끊임없는 노력하고 고치는 수 밖에 없다.
KAIST에서는 영어 논문 작성 수업이 따로 있나?
아마 수업이 있을 것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수업을 들으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추천하지도 않는다. 연구가 워낙 바쁘고 빡빡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강한 사람은 여유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들을 수 있는 부분이다. 영어 공부를 위해서는 다른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야지 본래 해야하는 더 소중한 일, 연구할 시간을 써가며 할 수는 없다. 박사의 경우도 나는 박사를 오래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연구 이외의 자투리 시간을 줄이지 않고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젊은 연구자들이 가져야 할 젊은 과학자의 모습
줏대를 가져야 한다. 과학이 좋아서 과학을 했으면 과학을 해야지 의사를 하면 돈을 많이 벌까, 정치인이 되면 권력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다른 것에 동경을 가지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과학자도 권력을 가질 수 있고 돈도 만질 수 있다. 그건 자기하기 나름이다.
나는 고 정주영 회장을 좋아하는데, 그분의 모든 면은 아니지만 맨땅에서 현대라는 그룹을 일궈낸 그 과정을 높이 평가하고 존경한다. 직원이 와서 이런 이유로 일이 잘 되지 않았다고 보고를 하면 한마디로 반문을 했다고 한다. "제대로나 해봤나?". 나도 학생들에게 똑같이 물어본다. 밤을 세워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하지만 밤을 센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결국 평가는 결과로 받는 것이 현실이다. 60의 노교수나 대학원생이나 똑같이 논문 제출해서 심사 받고 quality로 승부가 결정된다.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결국 과학이나 공학을 한다고 해놓고는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의사가 되겠다거나 뭐가 되겠다고 한다. 젊은 연구자들은 이런 식으로 우왕좌왕하다가 인생을 그르치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2003년 12월 22일, 대사 및 생물분자공학 연구실 식구들
기자 장영옥
사진, 촬영 이강수
동영상 편집 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