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이번 연구는 생명체 내에 존재하는 heart beat, circadian clock, cell cycle과 같은 biological oscillator 들이 interlinked positive feedback loop 과 negative feedback loop의 조화로 이루어지고, 특히 positive feedback loop의 유무에 따라서 oscillator의 robustness, tunability, evolvability가 달라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oscillation 들이 정확하게 일어나고, 정확하게 조절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오랫동안 크게 관심을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synthetic biology(합성 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떻게 하면 이 biological oscillator들을 더욱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고(robustness),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인가(tunabilit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본 연구는 biological system의 fundamental principle에 대해 밝힌 것으로 다분히 이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관련 분야나 응용 가능성을 따진다면 synthetic biology(합성 생물학) 쪽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합성생물학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biological system, biological circuit을 우리의 목적대로 구현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cell을 일종의 공장으로 사용하여 의약품을 대량 생산하거나, 수소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어떤 새로운 biological system을 구현하더라도 반드시 robust하고, tunable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번 저희 결과가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논문 내용에서는 revision 과정에서 빠졌지만, 2000년에 Elowitz MB가 Nature에 내었던, repressilator라는 세 개의 gene이 A는 B를, B는 C를, C는 다시 A를 inhibition 하는 negative feedback loop만으로 이루어진 biological oscillator를 e.coli에서 처음으로 구현함으로써 synthetic biology라는 field 자체를 열었습니다. 이 논문에의 의의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biological oscillator를 artificially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었지만, 실제로 oscillation의 경향을 보면 매우 불안정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 논문에서는 이 불안정했던 이유를 positive feedback loop의 부재로 보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를 증명했습니다. -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저는 6개월간 Stanford Univ.에 visiting scholar 자격으로 Jim Ferrell이라는 대가의 실험실에서 연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Ferrell Lab은 원래 개구리를 이용해서 cell cycle에 관한 실험을 하는 실험실이지만, Jim은 이번 연구와 같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연구에도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Jim이 연구에 관해서 보여준 놀라운 모습은 많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1주일 만에 논문을 한편 썼던 것입니다. Jim이 어느 학회에 가서 talk을 했는데, 질의 응답시간에 간단하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이 나왔다고 랩미팅 시간에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계산했고, 논문을 쓰는 데까지 거의 딱 1주일 정도가 걸렸습니다. Science에 냈지만 몇 달 뒤에 reject을 당했고, 결국 Current Biology에 논문이 나가게 되었습니다. (http://www.ncbi.nlm.nih.gov/pubmed/18364225) 이 에피소드는 저에게 여러 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주었습니다. 좋은 결과는 반드시 오랜 기간의 실험에 걸쳐서 나온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것과, 단기간에 나온 결과라도 충분히 좋은 결과라면 어떻게든 더 develop해보려고 굳이 오래 들고 있을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의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면 생각지 못했던 중요한 발견을 할 수 있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 통합과정 3년차로 재학 중입니다. 저희 시스템생명공학부(저희들은 그냥 I-Bio라고 부릅니다.)는 2006년 남홍길 교수님을 필두로 생명과학 분야의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자대 학부에서 컴퓨터 공학과 생명 과학을 복수전공하면서 학제간 연구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던 저로서는 졸업하는 해에, 융합연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와서 망설임 없이 진학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공동지도교수제도를 수행하고 있어서 두 개 이상의 실험실에서 교수님의 지도를 받게 됩니다. 저의 경우 현재 신호전달프로테옴 연구실의 류성호 교수님과 구조생물정보학 실험실의 김상욱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학부 배경인 컴퓨터와 생명을 둘 다 살리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학과에서는 기존의 생명과에서는 가질 수 없었던 여러 가지 도전적인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Stanford Univ. 과의 교류였습니다. 기존에는 류성호 교수님 실험실과 Stanford Univ.의 Tobias Meyer 교수님 실험실 간의 교류였으나, 2006년도 공동 심포지움을 거치면서 학과간의 교류(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생명과학부 - Stanford Univ.의 Dept. of Chemical and Systems Biology)로 확대되었습니다. 류성호 교수님 실험실에서는 선배님 두 분이 이미 Stanford Univ.의 Meyer Lab에 6개월간 다녀오셨고, 세 번째로 제가 Ferrell Lab에 방문연구원으로 6개월간 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Stanford Univ.의 Dept. of Chemical and Systems Biology(CSB)는 예전의 Dept. of Molecular Pharmacology가 이름을 바꾼 것으로 Jim Ferrell 교수님, Tobias Meyer 교수님 등 여러 세계 유수의 연구자들이 기존의 생명과학의 접근법뿐 아니라 학제간의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는 곳입니다. 특히 말로만 학제간의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PI들과 학생들이 여러 분야의 안목을 넓힐 수 있고, 서로 다른 분야의 전공자들끼리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또한 6개월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모두 활용해보자는 마음으로 (Stanford 학생으로 가장한 채) 여러 행사에 참석하고, 재학생 친구들끼리 하는 미팅에도 참석하고, 친구들을 따라서 도강(저는 학생이 아닌 visiting scholar 자격이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권한이 없었습니다)도 하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자 노력했습니다. 3. 연구활동을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Stanford Univ.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고작 6개월을 다녀와서 보고, 듣고, 느낀 것에는 많은 한계가 있겠지만, 한국 최고의 대학원과 미국 최고 대학원 생활에서 느낀 차이점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이 자리를 빌어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가 6개월 밖에 있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시고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첫 번째 느낀 점은 효율성이었습니다. Stanford Univ.에서 연구를 시작한 직후에도 이 곳의 시스템은 한국에 비해 너무나도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효율적이라는 말은 곧,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세세한 부분에서까지 학생들 혹은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일례로 제가 있던 CSB에서는 컴퓨터에 서툰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새로 사거나 IP 설정을 스스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일을 전담해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한국에서는 주로 학생들이 도맡아 하는 연구 외적인 업무들을 Stanford Univ.에서는 다른 사람이 도맡아 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학생들과 교수님이 연구 이외의 일로 빼앗기는 시간도 최소화 하고 있었습니다. Stanford Univ.에서는 꼭 해야 할 경우에만 미팅을 가졌기 때문에, 미팅의 수가 적었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미팅과 Pizza talk 이외에 의무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미팅은 랩미팅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학생 미팅과 Pizza talk은 밥을 먹으면서 하는 미팅이라 시간도 아끼고 밥도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형식적인 미팅이나, 발표 혹은 청중이 없다는 이유로 마치 '관객알바' 처럼 타의에 의해서 참석하는 세미나가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제가 '의무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미팅이 저널클럽, 랩미팅, 학생미팅, 개별미팅, 팀 미팅, I-bio 세미나, 연구세미나 등 수업을 합하면 거의 10개에 육박하는 미팅에 참석해야 합니다. 미팅이 많으면 준비해야 할 발표도 많아지고, 결국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합니다. 지난 학기에 제 최고 기록은 3주간 12개의 발표를 했던 것입니다. 3주간 12개. 지난 학기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대학원 입학 후 매 학기 그래왔고, 저 뿐만이 아니라 우리 학과의 학생 대부분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받는 스트레스는 차치하고서라도 그 간에 연구를 할 시간이 줄어들고 연구의 흐름도 끊어진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Peter Drucker는 '지식근로자는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서너 시간을 연속해서 일할 수 있어야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지, 30분씩 따로 6번 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연구자들과 학생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없도록 하는 여러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곧 좋은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선진 연구체제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느낀 점은 자율성이었습니다. Stanford Univ.는 이렇게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생긴 시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합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9 to 12(아침 9시 출근, 밤 12시 퇴근)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교수님이나 선배들로부터 눈총을 받게 되지만, Stanford Univ.에서는 자기 시간을 쓰는 것에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필요하면 밤을 새기도 하나, 보통 저녁 먹기 전에 퇴근을 해서 남는 시간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 활동을 합니다. Ferrell 랩에 있던 한 친구는 새벽 5, 6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퇴근을 했고, 제 PI 였던 Jim Ferrell도 10시 전후로 출근해서, 오후 3시가 되면 퇴근을 하고, 집에서 일을 했습니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농땡이 치면서' 일을 해도 세계 최고의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의아스럽기도 하겠지만, 저는 그 이유를 효율성과 자율성에서 찾고 싶습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니 같은 양의 일을 해도 시간이 남고, 자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니 더 효율적으로,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억지로 일을 시키고, 실험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을 정해놓지 않더라도 결국 자기 연구의 결과는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고, 성공해도 자기 책임, 실패해도 자기 책임이라는 것을 학생이나 PI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조사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들이 가장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하면서, 업무 효율도와 업무 만족도는 꼴지라고 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이런 성향은 비단 연구 분야뿐만이 아니라 한국 업무 문화 전체에 만연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세 번째로는 학제간 연구를 체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제간 연구를 하려면 우선 서로 다른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 사이에 심리적/물리적인 벽이 없어야 하고,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tanford Univ.에서는 CSB Happy Hour 라는 학과의 모든 사람들이 풀밭에 모여 맥주와 간단한 식사, 후식을 먹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거의 격주로 만들어 주며, 스스럼 없이 자기의 연구와 상대방의 연구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또한 놀랐던 것은 Bio-X라고 불리는 Clark Center 건물에 있는 모든 책상과 가구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필요에 따라 아예 책상을 자유롭게 옮겨 다니면서 여러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세세한 부분에서까지 구성원들의 커뮤니케이션과 학제간 연구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것은 놀랍기 그지 없었습니다. 4.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에 나온 논문은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원래 포스텍에서 제가 진행하던 연구는 아니었습니다. 원래 진행하고 있던 연구는 슈퍼컴퓨터와 panning이라는 기법을 이용해서 신약 후보물질을 논리적으로 디자인 하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이쪽 아이디어를 더욱 develop해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만약 기회가 닿는다면 biotech을 start-up 해보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5. 다른 하시고 싶으신 이야기들.... 연구라는 것을 시작한지 몇 년 되지 않아 너무도 부족한 제 능력에 걸맞지 않게 과분하게 좋은 논문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여러 고마우신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먼저 누구보다도 학제간 연구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계시고, 제가 못 보는 큰 그림을 보여주시면서 저를 지도해주시고, Stanford Univ.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존경하는 류성호 교수님께 감사 드립니다. 또한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을 국내 누구보다도 먼저 절감하시고, 제 학부 졸업에 맞춰(?) 시스템 생명공학부를 만들어주셨으며, 거기에 제가 문 닫고서라도(?) 들어갈 수 있게 해주신 남홍길 교수님, 먼 곳에서도 항상 여러 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김상욱 교수님, 항상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시는 서판길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제게 항상 좋은 친구이자 여러 가지로 격려와 자극이 되는 신호전달프로테옴 연구실과 구조생물정보학 실험실의 여러 선배, 동기, 후배님들께도, 특히 먼저 Stanford Univ. 에 다녀오셔서 제가 미국 생활을 적응하는데 여러 조언을 해주신 현아 누나와 아라 누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선진 연구에 대한 본보기를 보여주시고, 그 과정에 제가 감히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Jim Ferrell 교수님께 감사 드리며, 제가 미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 김선영 박사님께도 다시 한번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정식 학생도 아닌 나를 스스럼없이 친구로 받아주었던 Ferrell Lab members - DQ, Andy, Nikki, Dave, Diana, Jeff, 그리고 CSB Friends - Tony, Graham, Jeremy, Tim, Masud, Denise, Lihan, Sussana, Claudia, KyuHo. Thanks for everything and I miss you guys so much! 미국에서도 화요일과 금요일 밤을 외롭지 않게 테니스로 채워주었던 택수 형, 상도 형, 한진이 형을 비롯한 금밤테 식구들, 본받아야 할 게 너무 많았던 현우 형, 옥동이 형, 병수 형, 예솔이 및 KSAS 분들께도 감사 드립니다. 이방인에 지나지 않았던 저에게 여러분이 없었다면 미국의 짧고도 긴 생활이 그토록 즐거울 수 없었을 겁니다. 연구 측면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지만, 미국 친구들 그리고 유학생 친구들의 삶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울 수 있었던 것 또한 제겐 너무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끝으로 이 치열하다 못해 전쟁 같은 삶에, 매주 지쳐 돌아오는 저를 항상 따뜻하게 감싸주시는 부모님과, 제가 다시금 일어서 시작할 힘과 용기를 주는 사랑하는 소현양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것이 연구의 종착지가 아닌, 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격려해주시고 지켜봐 주시는 분들께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정진하고 더욱 치열하게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ceived for article July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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