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변이(variation)’는 진화의 필수불가결한 재료입니다. 지구를 뒤덮은 생명의 다양성은 변이라는 마르지 않는 원료가 없었다면 출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초의 원시 세포로부터 수십 억년의 진화의 역사를 통해 복잡한 신경계를 지닌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한 것은 바로 변이의 생성과 누적을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표현형(phenotype)의 눈부신 다양성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유전자형(genotype)의 변이와 다양성이 숨어있습니다. DNA는 생명 정보를 전달하는 안정적인 ‘하드웨어’이지만 영원불변의 결정은 아닙니다. 세포 안에서 DNA는 잘리고, 뒤바뀌고, 뒤섞이며 끊임없이 유전 변이(genetic variation)을 만들어 냅니다. 유전 변이는 그 특성에 따라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바꿀 수도 있고, 유전자의 발현 양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분자와 세포의 활성, 조직의 발생과 기능, 개체의 생리와 행동 등이 변화하고 더 나아가 ‘진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연선택은 그러한 변이들을 바탕으로 이른바 ‘적응'이라고 불리는 특정한 패턴을 만들어냅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유전자형을 읽어낼 수 있는 시퀀싱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진화생물학은 르네상스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흥미진진한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논문을 발표한 도 2년여 전 그러한 맥락 속에서 창간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 진화유전학자들은 서로 다른 종과 같은 종의 다양한 개체들(집단)의 DNA를 읽어내고, 이들의 표현형을 분석함으로써 진화의 유전적 기반을 밝히고 표현형 변이를 발생시키는 분자적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들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진화에 대한 개념적인 이해를 넘어 실질적이고 디테일한 수준으로 ‘진화란 무엇인가’라는 생물학의 핵심 질문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심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제 연구는 기존에 유전학의 주요 모델 중 하나였던 예쁜꼬마선충을 진화 연구의 모델로서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델 동물 연구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microfludics를 이용한 high-throughput 표현형 분석 기법, 그리고 field work을 통한 생태적 연구, DNA 시퀀싱과 computational biology를 결합한 생물정보학 기반 집단유전학, CRISPR 유전체 편집 등을 총 망라하여 예쁜꼬마선충의 페로몬 의사소통 기작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실에서 예쁜꼬마선충은 그저 실험 대상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마치 우리가 고기를 먹으면서 그 동물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말하자면 예쁜꼬마선충을 통해 인간에게 유용한 지식을 얻으면 그만이었습니다. 박사과정 동안 그런 예쁜꼬마선충과 함께 청춘을 보내면서 저는 왠지 모르게 이 작은 생명체에게 자꾸만 관심이 가고 애정이 생겼습니다. 이 친구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왜 이렇게 진화했을까와 같은 존재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것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의 ‘충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다우어’가 되느냐 마느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주변 환경을 감각해 어른이 될지 휴면에 들어갈지 결정하게 되는데, ‘다우어’는 바로 휴면에 들어간 특수한 유충 단계를 말합니다. 알에서 깨어난 지 3일이면 어른이 되고, 한 달 남짓 살아가는 ‘생식적인 삶’과 달리 다우어가 되면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몇 달을 생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닉테이션’이라 부르는 희한한 히치하이킹 춤을 춰서 다른 동물에 올라타 새로운 서식처를 찾아갈 수도 있습니다. (닉테이션은 제 박사 연구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넉넉한 서식처에 도착하게 되면 휴면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어 생식을 시작합니다. 실험실과 달리 환경의 변화가 극심한 야생에서 다우어가 될지 말지에 대한 결정은 말 그대로 예쁜꼬마선충의 생사를 가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예쁜꼬마선충들도 ‘결혼/출산(생식)’에 대해 고심하고(실제로 고심하는 동안 발생이 지연됩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는 생식을 유보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 마치 오늘날 각박한 현실 속 청년들의 처지와 닮아 있습니다. 연구자로서 저의 흥미를 끈 것은 마치 청년들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다른 선택을 내리는 것처럼, 예쁜꼬마선충들도 똑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어떤 벌레는 다우어가 되고 어떤 벌레는 어른이 되는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린다는 현상이었습니다. 다우어를 유도할 수 있는 핵심 조건 두 가지는 바로 ‘먹이’와 ‘경쟁’입니다. 밥이 적고 주변에 다른 벌레(예쁜꼬마선충)들이 많으면 예쁜꼬마선충은 생식을 포기하고 다우어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예쁜꼬마선충은 ‘페로몬’을 이용해 경쟁(개체 밀도)을 측정합니다. 예쁜꼬마선충은 몸 바깥으로 페로몬을 분비하는데, 벌레가 많아질수록 서식처의 페로몬 농도도 올라가게 됩니다. 어른이 될 수 있을 만큼 먹이가 넉넉한 조건 속에서도 페로몬의 농도가 높으면 벌레들은 다우어의 운명을 택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자신은 어른이 될 수 있어도 자신의 자녀들 대에선 먹이가 모두 바닥날 것이기 때문에 (예쁜꼬마선충은 매 세대 수백 배로 개체 수가 불어납니다) 미리 생존과 탈출을 도모하는 적응 형질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사후연구를 시작하면서 저는 우선 어른이 될 만큼의 충분한 밥과 높은 개체 밀도를 상징하는 고농도의 페로몬을 동시에 처리해주는 ‘딜레마’ 상황에서 서로 다른 DNA를 지닌 야생 예쁜꼬마선충 품종들이 어떤 운명을 선택하는지를 분석하는 실험을 설계하고 세팅했습니다. 놀랍게도 똑같은 양의 밥과 똑같은 양의 페로몬이 주어진 조건에서 어떤 야생 품종은 100% 다우어가 되었고, 어떤 야생 품종은 100%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야생 품종들은 일부는 다우어가 되고 일부는 어른으로 자라났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운명’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인가?” 저는 GWAS (genome-wide association study)라는 방법을 적용해 다우어의 운명을 택하는 비율과 각 야생 품종이 지닌 DNA 염기서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다우어가 되는 비율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지닌 DNA 지역 네 곳을 찾아냈습니다. 흥미롭게도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 지역은 예쁜꼬마선충 X 염색체의 오른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곳은 이전에 예쁜꼬마선충의 ‘길들임’과 관련된 유전자가 발견된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을 장기간 플라스크 안에서 액체 배양액으로 키우게 되면 페로몬 감각 능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아마도 액체 배양 과정에서 페로몬이 누적되고, 누적된 페로몬 때문에 생식이 억제되는 조건이 페로몬에 대한 반응성을 잃어버리도록 ‘선택압’을 제공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밥만 충분하다면 나머지 벌레들이 다우어로 휴면하는 동안 페로몬을 무시하고 번식을 하는 ‘돌연변이’가 더 큰 생식적 성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연구실에서의 길들임 과정에서 이러한 돌연변이들이 등장했습니다. 2011년 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액체 배양으로 길들여진 벌레들은 돌연변이로 인해 몸 바깥의 페로몬을 감각하는 ‘페로몬 센서(수용체)’들을 잃어버렸습니다. 놀랍게도 제가 찾아낸 DNA 지역이 바로 그 페로몬 센서 유전자들이 들어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저는 실험실에서 일어난 ‘길들임’과 유사한 진화가 자연에서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야생형 품종들의 DNA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많은 야생형 품종들에서 페로몬 센서 유전자 중 하나에 꽤 커다란 (94-bp) 돌연변이가 발생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돌연변이를 지닌 야생형 품종들이 고농도의 페로몬 조건에서도 훨씬 적게 다우어의 운명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CRISPR 유전체 편집 기술을 이용해서, 이 돌연변이가 실제로 페로몬 센서를 고장 냈다는 사실도 입증했습니다. 다윈의 은 ‘길들임’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해 ‘자연선택’으로 나아가는데, 저 또한 이 연구에서 ‘길들임’에 대한 연구에서 야생에서의 진화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야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저는 우선 이 돌연변이를 지닌 예쁜꼬마선충들이 어디서 발견되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놀랍게도 예쁜꼬마선충이 발견된 모든 대륙, 전세계 곳곳에서 돌연변이를 지닌 야생형 품종들이 채집되었습니다. 이런 유형의 돌연변이가 독립적으로 여러 곳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으므로 최초의 돌연변이 집단이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고 추정했고, 실제로 돌연변이 주변 DNA 분석을 통해 돌연변이를 지닌 야생형 품종이 모두 단일한 집단에서 기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돌연변이를 지닌 야생형 품종들이 발견된 장소에서 돌연변이가 없는 야생형 품종들도 발견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즉, 특정 지역의 서식처 안에서 페로몬 센서에 돌연변이가 있는 벌레들과 없는 벌레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선택의 한 종류인 ‘균형선택(balancing selection)’의 특징 중 하나였습니다. 균형선택 아래에선 특정 유전자형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기보단 여러 유전자형이 ‘맥락’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유전자형의 다양성이 유지됩니다. 순종보다 잡종이 유리하거나, 빈도에 따라 유전자형의 적응도가 달라지는 식입니다. 또 다른 균형선택의 원인 중 하나는 ‘환경의 다양성’입니다. 서식처의 환경이 다양하면, 그 다양성에 적응하는 다양성이 선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페로몬 센서 돌연변이의 균형선택이 이러한 환경의 다양성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러한 균형선택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저는 돌연변이와 야생형이 동시에 발견된 서식처에서 예쁜꼬마선충이 채집된 ‘substrate’와 돌연변이 유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다른 동물과 퇴비에서 발견된 벌레에 비해 썩은 과일에서 발견된 벌레들이 페로몬 센서를 잃어버린 경우가 훨씬 많음을 확인했습니다. 동물과 퇴비에서는 주로 다우어가 발견되고, 미생물 먹이가 풍부한 썩은 과일에서는 생식하는 벌레들이 종종 발견된다는 사실과 일관된 결과였습니다. 마치 갈라파고스의 다양한 먹이들이 핀치의 부리를 ‘shape’한 것처럼, 예쁜꼬마선충에게 주어진 서식처의 조건들이 페로몬 센서와 벌레의 운명을 ‘shape’해 온 것입니다. 현재 지도교수인 Erik Andersen이 201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야생 예쁜꼬마선충은 최근 수 세기 동안 특정 집단이 전세계 서식처를 휩쓸었으며, 아마도 그 과정에서 인간의 활동이 큰 영향을 주었으리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예쁜꼬마선충을 퍼뜨리고 새로운 서식처를 제공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전의 연구 결과들과 이번 연구에서의 새로운 발견들을 토대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가설’을 내렸습니다. 인간의 활동(문명)은 돌연변이가 적합한 새로운 환경(수많은 과수원 등 먹이가 늘 풍부한 새로운 서식처)을 제공하고 무역(예쁜꼬마선충이 들어 있는 과일의 이동)을 통해 예쁜꼬마선충과 돌연변이를 전 세계에 퍼뜨렸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말하자면 인간은 모르는 사이 예쁜꼬마선충 같은 작은 생명체들을 퍼뜨리고 길들여 왔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문명은 우리 자신의 DNA뿐만 아니라 의도치 않게 지구라는 행성에 함께 거주하는 수많은 이웃들의 DNA까지 ‘shape’해 온 것처럼 보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미시간호숫가에 위치한 노스웨스턴 대학교 Erik Andersen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백 wild C. elegans strain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에 대한 whole-genome sequence data도 지니고 있습니다. Population genome data 분석을 통해 C. elegans의 genome evolution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뿐 아니라, high-throughput imaging이나 microfludics를 용용한 표현형 분석 플랫폼과 결합하여 복잡한 형질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유전적, 분자적 메커니즘을 규명해 나가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학부시절 수업을 들으면서 20세기 분자생물학 혁명의 시기를 함께 했던 생물학자들은 얼마나 흥미진진했을지 상상하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생물학자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요즘은 지금 또한 그때에 필적할만한 혁명적인 시기라고 느껴집니다. 발전을 거듭하는 다양한 기술과 접근 방법을 바탕으로, 생명 현상의 보편적인 원리와 메커니즘을 넘어 생명의 다양성까지 포괄하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보다 총체적인 인식으로 도약하는 여정에 함께하는 것은 짜릿한 경험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진화는 모든 생명체와 생명 현상의 생성 원리입니다. 모든 것은 진화를 통해 오늘날의 꼴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진화생물학은 생명의 역사를 통해 생명의 현재를 이해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진화의 원리와 기작을 이해하는 것은 생명의 미래를 예측하고 인간이 정확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도록 기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비단 물리학에만 적용되는 원리가 아닙니다. 생명체는 주변의 무생물적인 환경과, 또는 다른 생명체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그 상호작용의 결과 운명이 달라지고 ‘변화’가 일어납니다. 우리의 정신도, 인류를 위협하는 온갖 질병도, 인류가 의존하는 생명 다양성도 모두 ‘유전 변이’, ‘상호작용’, ‘시간’이 함께 빚어낸 진화의 산물입니다. 진화생물학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물음에 답하는 철학적인 길이며, 모든 것이 생존과 번성을 위해 투쟁하는 치열한 자연 속에서 우리 종의 ‘보존’과 지구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과의 ‘공존’을 모색하는데 필요한 생태적인 길이기도 합니다. 현대생물학의 발전은 이 길 위로 등불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진화의 심오한 본질을 경외하고 생명을 빚어내는 진화의 신비에 매료된 사람이 있다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진화생물학의 흥미진진한 여정에 동참하신다면 지적으로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진화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많이 부족해보이지만, 제가 있는 미국만 하더라도 많은 대학들이 Department of Ecology & Evolution을 운영하고 있으며, 진화유전학 관련 학회가 참가자가 몰려 조기 마감되기도 합니다. 진화에 대한 학문적 열정이 있고,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좋은 연구결과들을 발표하고 있는 연구실들에 합류할 수 있다면 진화생물학 르네상스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진화생물학도 분야가 매우 방대한 만큼 본인의 구체적인 질문과 관심 주제를 가다듬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예쁜꼬마선충의 기원과 genome evolution에 대한 다음 논문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채집된 야생 예쁜꼬마선충들의 DNA를 읽어내 이들의 ‘natural history’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 논문 이후에는 유전 변이와 자연 선택이 어떻게 신경계의 진화를 ‘drive’하는지를 본격적으로 연구해 나갈 예정입니다. 어떻게 DNA의 변화가 신경계의 발생, 구조, 기능과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자연선택이 그러한 변화를 어떻게 ‘적응’으로 빚어내는지를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모델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화의 실제와 디테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고민과 연구를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아무 것도 보장된 미래가 없는 박사후연구원으로서의 삶을, 짐작했던 것보다도 더 막막하고 팍팍한 삶을 따뜻한 마음과 변함없는 지지로 지탱해 준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타국에서 외국인 연구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만만치 않았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에 잘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미시간 호숫가에서 좌절과 희망을 나누며 늘 넘치는 응원을 보내준 임진명 박사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고민이 있을 때마다 늘 진심과 통찰이 담긴 조언을 아끼지 않고 해주신 이준호 교수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학문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기초과학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나가고 있는 모든 청년과학자들과 박사후연구원들에게 존경과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중요한 질문을 놓지 않고 좋은 연구를 지속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불안의 그늘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자신의 학문적 여정을 이어나갈 수 있는 그런 연구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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