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논문은 딱정벌레목 바구미 상과(superfamily)에 관한 계통유전체학 (Phylogenomics) 연구입니다. 계통유전체학은 transcriptome 및 genome과 같은 Next generation sequencing data를 기반으로 한 계통연구로서, 적게는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의 유전자를 이용하여 분자 계통도를 만드는 진화생물학 분야의 최신 연구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다양한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법 중 하나인 target enrichment를 활용하여, 약 500여개 유전자를 바구미 상과(superfamily) 내 각 대표 과(family)에서 추출, 분자생물학적으로 연구 비교함으로써, 대량의 유전자를 이용한 견고한 계통수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분석된 결과를 기반으로, 화석 기록 및 식물상 변화의 역사를 계통수에 대입 및 연관성을 분석하여 이들의 진화 과정을 추론해보았고, 그 과정에서 겉씨식물에서 속씨식물로 주요 식생이 변화하는 과정이, 바구미의 생물 다양성 분화에 밀접한 영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Bioinformatics 부분에서는 분석에 필요한 pipeline 개발 및, 대량의 데이터상에서 나타난 codon usage 및 mutational bias의 양상을 실제 데이터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하였고, 그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습니다. 현재 제가 연구 중인 Phylogenomics는 최근의 분자생물학 및 computer 프로그램 및 기술의 발전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입니다. 기존에는 주로 인간 유전체 연구, 특히 질병 관련 연구에서 주료 사용되었으나. 기술의 발달에 따른 비용 및 분석 용이성 변화에 따라 점점 자연과학 분야에 응용이 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는 단순히 genomics 기반의 분석 기법들을 이용하여 계통수를 만드는 방법을 뛰어넘어 독자적인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고 있으며, 역으로 많은 분자생물학 연구자들이, Phylogenomics 분야의 data를 comparative genomics 혹은 functional genomics 등에 사용하기 위해 공동작업을 의뢰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Anchored hybrid enrichment는 특정 유전자를 대량으로 선별하여 sequencing 하는 target enrichment 중 한가지 방법이며, 특히 계통 분석에 특화된 gene들을 추출하는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법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딱정벌레에서는 저희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Anchored hybrid enrichment probe 제작 및 분석 방법을 논문으로 발표하였으며, 곤충에서는 제작 초기부터 함께 개발한 파리, 나비목 probe에 이어 3번째로 발표되었습니다. 연구과정에서 생긴 한가지 에피소드는, 저희가 논문을 작성하고 투고하는 과정에서 바구미와 하늘소 2가지 그룹에 대한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였는데, 사실상 더 늦게 투고했던 하늘소 phylogenomics 연구의 리뷰 과정이 훨씬 빠르게 진행됨으로써, 연구에 사용된 probe를 어떤 논문에서 공개하는가에 대한 저자들 간의 많은 논의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먼저 리뷰가 끝나 출판된 하늘소 논문에서 공개가 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고, 이후 본 논문에서는 그 데이터를 citation 하게 되었으나, 애초 계획은 본 probe 제작이 NSF 지원 과제로서, 바구미 연구용으로 제작되었고, 사실상 본 바구미 논문에서 출판되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출판이 확정된 하늘소 논문에서 관련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합리하다는 판단으로, 먼저 출판되는 논문에 데이터를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자들 간에 논문 출판에 대한 계획이 생각과는 많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대한 논의들이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저희끼리는 꽤 심각한 내용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학문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현재 제가 연구를 하고 있는 University of Memphis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시에 위치한 연구 중심 국립대학입니다. 멤피스는 Fedex 본사 및 엘비스 프레슬리의 저택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고, 팝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저희 실험실 (http://duanemckenna.com/)은 Department of Biological Sciences, University of Memphis 소속으로, 곤충의 계통 및 진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딱정벌레에 대한 계통학 및 유전학 분야, 세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험실로, 딱정벌레 중에서도 특히 식물을 먹는 그룹 (Phytophaga) 중 중요 해충 그룹인 바구미, 하늘소에 대한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 USA) 및 USDA(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연구 그룹인 1KITE (1K Insect Transcriptome Evolution, http://www.1kite.org/)의 주요 멤버로, 딱정벌레목 전체에 대한 전사체(Transcriptome) 계통유전제학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 다양한 협력을 통해 기능성 유전자를 이용한 비교 유전체학 연구도 진행 중에 있으며, 특히 딱정벌레목 중 식물을 섭식하는 그룹의 식물 분해 효소에 관한 진화 과정의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과학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은 누군가에게 제 연구가, 혹은 그로 인해 저 자신이 도움이 되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학기에 이곳 University of Memphis에서 일반곤충학 수업의 강의 조교를 하며, 대학생들의 실험 수업을 담당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간 제가 연구를 하며 경험하였던 채집 및 표본제작 방법부터, 학생들의 발표 지도를 위한 상담에서 어떻게 하면 양질의 과학적 자료를 찾고, 본인의 연구에 활용이 가능한지에 대해 지도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매년 멤피스 지역에서 열리는 BioBlitz에도 자원봉사 개념으로 참가를 하고 있는데, 어린 학생들에게 생물에 대한 호기심을 부여해 줄 수 있는 시간으로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조금 더 직접적인 연구 분야에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요즘은 연구 자료를 공유하는 WEB DB가 많다 보니, 그런 곳을 통해 제 연구에 대한 질문이나 혹은 제 분류군과 관련된 종 동정 의뢰 등이 꾸준히 오고 있습니다. 주로 대부분은 이제 처음으로 관련 연구를 시작하는 대학원생이고, 그런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해주는 과정에서 이전에 선배님들, 지도교수님들이 제게 많은 도움을 주신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를 하다 보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느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지 못하고, 하고 있는 몇 가지 일만 계속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 곤충 분류학으로 시작하여, 계통 및 진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포닥으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계통유전체학 및 생물정보학을 공부하여 현재 기관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모든 연구분야가 이곳에서 포닥으로 연구하는데 중요하였지만, 제가 다른 계통분류학자들과 조금이나마 차별화되었던 것은 생물정보학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미국 대학에서는 계통 진화 분야 연구하는 사람을 뽑을 때, 특히 박사 학위 과정 및 포닥의 경우, 주로 생물군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과연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를 통해 가치창출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미국 대학에서 포닥으로 생활하다 보면, 여러모로 대학원생 혹은 다른 전공 교수 선발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는데, 아직까지 봐온 선발된 대학원생들은 모두 분류군에 대한 특수성보다는, 앞으로 연구실에서 진행할 과제와 연관된 기술적인 면을 많이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제 동료로 포닥 생활을 한 친구의 경우는 식물유전학을 전공하였는데, 곤충 유전체학 연구 포닥으로 선발되었고, 다른 유명한 곤충 계통 분류 연구실은 갑각류를 연구하던 사람을 곤충연구 포닥으로 선발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저와 비슷한 분야인 계통분류 및 진화 연구 분야로 진학을 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생물에 대한 전통적인 분류, 계통뿐 아니라, 다양한 연구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고, 특히 항상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뭐든 배울 수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연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단기적으로는 현재 연구 중인 딱정벌레뿐 아니라, 이전 포닥 생활에서 연구하였고 현재도 연구 중인 파리목, 그리고 협력 관계로서, 과제 제안서를 작성 중인 메뚜기목의 계통유전체학 연구를 통해 진화생물학적으로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결과를 도출하고자 합니다. 아직 시작 단계에 있는 계통유전체학에 사용된 데이터를 활용한 기능성 유전자 분석 및 이를 통한 진화의 연구 역시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이러한 유전자의 비교를 통해 곤충이 식물을 섭식하게 된 시기와 이유에 대한 진화생물학적인 호기심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제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과연 AI 의 개발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로 인하여, 미래의 생활 및 관련 연구분야의 변화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이미 실현되고 있는 계통 및 분류학 분야의 전산화 및 자동화의 흐름에 맞추어 앞으로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연구들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전산 자동화된 기술을 이용하여, 좀 더 넓은 시야로 그리고 좀 더 깊은 관점에서 생물의 계통 및 진화를 이해하고,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호기심을 충족하고, 나아가서는 자연과 인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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