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에 출판하게 된 논문은 금붕어의 망막신경세포 (retinal neurons) 의 전기적 기작을 연구한 것입니다. 망막신경 (retina)을 포함한 중추신경계에는 흥분 (플러스) 세포와 억제 (마이너스) 세포가 (어떤 기준으로 보면) 같이 존재하는데요, 망막신경에는 두종류의 억제 세포 (inhibitory interneuron)가 있습니다. Horizontal cells과 Amacrine cells이 그것인데요, 이 두 종류 중 특히 amacrine cells은 30종류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고, 특성이 잘 밝혀진 세포는 2-3 종류만 있고 나머지는 그 특성과 역할이 거의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이 amacrine cells의 한 기작을 밝힌 것입니다. 제가 있었던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뇌영역에 비해서 좁은 연구자 사회 (research society for retinal physiology)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장점과 단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계속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예를 들면 쥐의 망막신경의 경우 유전자 조작 및 새로운 형광 인지 기술 등의 발전과 더불어 계속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리라 생각됩니다. (에피소드 관련) 사실 이 논문의 연구는 제가 박사학위를 받고 처음 시작한 연구였고, 그때가 2008년말이니 출판하기까지 횟수로 8년이 걸렸네요. 박사학위를 받고 포스트닥 실험실에 처음 갔을때는 참 기세당당 했던거 같습니다. 한국에서 학위하는 동안 논문들을 보면 저자수가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포스트닥 처음 갔을때는 난 혼자 다 할 수 있고, 그 분야에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루어서 풀어낼 것이다 그런 좀 허세 강했던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한 연구주제에 관련해서 여러 명의 다각도의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이 더 좋은 연구일 것이다 그렇게 다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주요 데이타는 2009년 2010년에 거의 완성을 하고, 2011년에 출판을 하려고 했으나 여러가지 문제가 많았습니다. 어찌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간 외국의 포스트닥 실험실에서 몇 년 있으면서 조금 눈이 떠지고 그제서야 또 많이 부족한 제 모습이 보이고 다른 곳에 가서 더 많이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2년에 두번째 포스트닥 실험실을 지원해서 가려는 노력을 했고, 비슷한 실험 방법들을 이용하지만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실험실을 가게 되었었는데, 마지막에 연구비 문제로 오지 말기를 권고 받았습니다. 그래서 있던 실험실에서는 나가야 하는 상황, 갈곳을 빨리 찾아야 하는 상황이 왔었고, 지금 있는 스위스 바젤로 2013년 여름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런 와중 논문의 출판 거부 (rejection)를 받고 계속 늦쳐지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이 논문의 출판을 위해 저는 전 실험실을 두 차례 돌아가 방문하였고, 작년 여름에 Neuron 저널에 출판 허용 (acceptance)을 받게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 연구를 진행했던 Vollum Institute는 미국 서부 오래곤 주 포틀랜드에 위치한 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 안에 있는 독립된 사설 연구소 (http://www.ohsu.edu/xd/research/centers-institutes/vollum/) 입니다. 박사학위를 받을 무렵, 제가 사용하고 있는 뇌절편 전기생리학 (slice electrophysiology, patch-clamp recordings) 분야에 많은 훌륭한 과학자들이 있어서 지원해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소내에 이쪽 전기 생리학 분야만 보면 지금도 역시 계속 훌륭한 연구를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면에서는 연구소의 세대 교체가 필요한 시기이고, 어떤 새로운 젊은 교수들이 와서 어떻게 연구를 하느냐에 따라서 연구소의 위치가 크게 바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연구소 내 실험실간의 벽이 없으며, 실험실 기자재도 공유하며, 매주 화요일 금요일에 같이 모여서 논문 토론 (journal club), 포스트닥들의 연구 발표 (Vollum seminar)를 교수님들과 함께 자유롭게 하면서 열린 토론을 통해 여러가지 많이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사실 자부심, 보람은 잘 모르고 달려온 거 같습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연구를 처음 시작한 2001년 석사과정 시절부터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갈수록 책임감이 더 많이 늘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스스로의 연구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연구가 쌓일수록 더 많이 생기는 거 같습니다. 사실 갈수록 생겨나는 저널수도 많아지고, 연구원 또한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하였는지 보다는, 어떤 저널에 몇편을 개재하였는지로 평가받는 과학자 사회에서 자신의 연구 과정에 있어서 시간에 쫒기지 않고, 소신과 책임감을 가지고 한 프로젝트 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큰 연구방향을 세우고 그에 맞는 연구를 한발짝 한발짝 해 내는 것 (그에 따르는 연구비, 연구환경을 조성하면서) 또한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연의 신비함, 생명체의 신비함, 뇌의 신비함이 저와 같은 뇌 연구자들에게 큰 힘을 내게 해 주는 것은 틀림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학부 대학원 과정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고, 석박사 학위 과정 중 전기 생리학 (electrophysiology, patch-clamp recordings)과 세포내 형광 변화 측정 (Intracellular calcium measurement, FRET measurement)을 주로 하였습니다. 첫번째 포스트닥 실험실에서는 단세포에서 측정하던 것을 신경 절편 시냅스 연구로 확장하였고 지금 있는 두번째 포스트닥 실험실에서는 같은 방법으로 신경 절편에서의 신경회로 구성 (circuits organization)과 살아있는 쥐 뇌의 일부 신경망의 세포수준의 활성 변화 측정 (population 2-photon calcium imaging)를 함께 측정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면 개인적으로 저에게 연락을 주시면 아는 한도에서 조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특정분야에 관심을 갖고 실험실에 지원할때는 좀 추상적이지만 우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과 앞으로 꼭 배우고 싶은 것들을 함께 가지고 있는 실험실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학교를 보기 보다는 당연히 실험실 교수와 연구를 보고 선택하여야 하며, 너무 미국쪽에 치우쳐서 알아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에서 포닥 생활을 마치고, 지금 스위스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곳 유럽의 좋은 연구 환경을 뒤늦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너무 잘 알려진 노교수 실험실들에 치중해서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실험실들이 어떤면에서는 안전할 수 있으나, 새로 부임한 유망한 젊은 교수들의 실험실이 어떤면에서는 더 많이 배우고 좋은 새로운 연구를 펼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어찌보면 학위 과정 동안은 지도교수님의 관심사에 대해서 같이 연구하고, 포닥과정에 자신이 앞으로 계속할 연구를 정해야 하는거 같습니다. 저는 첫번째 포스트닥 (postdoctoral) 실험실에서 망막신경 (retinal physiology)을 연구하였고 지금 두번째 포스트닥 (postdoctoral) 실험실에서는 시각 피질 (visual cortex)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쥐의 1차 시각 피질 (primary visual cortex)과 2차, 3차의 고차 시각 피질 (higher visual areas)이 서로 어떤 연결망을 가지고 있으며 그 연결이 어떤 뇌 기작에 왜 필요한지 찾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까지 했던 연구실 경험들을 바탕으로 훌륭한 뇌 연구를 할 수 있는 실험실을 만들고 이끄는 것이 꿈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어찌보면 바쁘고 척박하게 돌아가는 실험실에서 해외 각국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 때로는 부딪치고, 때로는 함께 기뻐하게 되는데,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좀 여유없이 순간순간들을 지나친 것도 같습니다. 스스로 여유가 없다는 이유만으로요. 하지만 지금 실험실에 있는 친구들의 어떤 면에서는 여유롭고, 남을 위해 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도 이곳 저곳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을 소홀히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서로 힘이 되는 인연으로 만들어야 겠다 다짐해 봅니다. 연구를 시작하게 해 주신 고득수 지도 교수님, 학위중 만나게 된 Bertil Hille 교수님, 계속 연구를 할 수 있게 지원해 주신 Henrique von Gersdorff 교수님, Rowland Taylor 교수님, 지금 실험실에 같이 연구하고 있는 Thomas Mrsic-Flogel 교수님, Sonja Hofer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처음 대학원 기숙사에 가게 되었을 때 멀리 서울에서 포항까지 함께 와 주셔서 격려해 주셨던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 지금 학위를 마치고 결혼해 늘 함께 해주는 아내와 웅이에게도 진심으로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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