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의 뇌는 천억개가 넘는 neuron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 neuron들은 synapse라는 구조물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synapse는 neuron의 전기적 신호를 화학적 신호로 바꾸어서 이웃하는 neuron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neuron의 제 역할을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구조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뇌에는 이 synapse의 숫자가 무려 100조개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기억하고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하는 모든 일련의 행위들이 이러한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많은 연결들에 의해 이루어진 거대한 network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거대한 network을 'neural circuit' 이라고 합니다. 우리 뇌는 크게 두가지 종류의 neuron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이웃 neuron의 전기적 활성을 증가시키는 신호를 보내는 excitatory neuron이고, 다른 하나는 이웃 neuron의 전기적 활성을 저해하는 신호를 보내는 inhibitory neuron입니다. Excitatory neuron으로 구성된 circuit을 excitatory circuit이라고 하고, inhibitory neuron으로 구성되어 있는 circuit을 inhibitory circuit이라고 합니다. 우리 두뇌의 모든 기능들은 이 두 circuit의 조화로운 평형 (Excitatory / Inhibitory balance; E/I balance)으로 인해 수행되어집니다. 만약에 이 두 평형이 깨어지고 한 쪽 방향으로 치우치게 된다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됩니다.깨어진 평형상태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유전적, 환경적 요인) 지속되게 되면 여러가지 정신병적인 질환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정신분열증, 양극 장애, 우울증, 그리고 자폐증 같은 병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가 이번에 발표한 연구는 이 자폐증에 관한 연구입니다. 저는 Dravet syndrome이라는 정신질환을 연구해 왔는데요. 처음 이 병이 발견되었을 때에는 단지 어린아이들에게서 일어나는 심각한 간질 질환 (Severe Myoclonic Epilepsy in Infancy; SMEI)라고 알려졌었습니다. 그러나 이 병을 가진 환자는 다른 general epilepsy환자와는 다르게 상당히 심각한 정신병적인 합병증들을 수반하는 것이 보고 되었고, 이 병이 단순한 간질 (epilepsy) 이 아닌, 간질을 수반한 복합적인 정신질환 (epileptic encephalopathy)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수행한 연구를 통해, 이 Dravet syndrome이 자폐증의 한 종류라는 것을 처음으로 밝히게 되었습니다. Dravet syndrome환자 대부분은 SCN1A라는 유전자의 기능이 상실된 돌연변이 (loss-of-function mutation)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 병을 연구하기 위해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돌연변이를 마우스에게 주입하여 돌연변이 마우스를 만들었고, 이 돌연변이 마우스에게서 사람 환자가 가진 동일한 증상들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마우스 모델을 통하여, Dravet syndrome에서 발견되는 자폐 증상의 원인이 위에서 말씀드린 E/I balance가 깨져서 나타난 것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고, 더 나아가 깨어진 E/I balance를 약물 투여를 통해 재평형을 만들어서 자폐 증상을 완전히 개선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용한 마우스를 포함한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자폐증 마우스모델에서는 E/I balance가 증가된 것으로 관찰되었는데요, 이것은 두 가지 조건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분모인 E (Excitatory input)가 증가되었거나, 아니면 분자인 I (Inhibitory input)가 감소되었을 경우에 E/I balance가 증가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등록된 20여 자폐증 관련 임상실험들에서는 이 증가된 E/I balance를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Excitatory input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들 만을 사용하여 실험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approach의 결과가 기대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물 실험에서는 자폐 증상의 부분적인 개선만이 관찰되었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 결과도 그리 희망적인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제가 처음 제시한 approach는, 증가된 Excitatory input을 낮추는 데 focus를 두지 않고, 오히려 감소된 inhibitory input을 높임으로써, E/I balance를 다시 맞추는 쪽으로 focus를 두었습니다. 그 결과, 마우스 모델을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 감소된 inhibitory input을 높이는 약물을 투여했을 때, 모든 자폐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을 계획하여 NIH에 신청한 상태입니다. 지금 까지 자폐증은 뇌의 잘못된 발달로 인한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생기는 병이라고 알려져 왔습니다. 따라서 자폐증의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분야의 정설 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수 년간의 자폐증 관련 눈부신 연구성과들을 통해, 자폐증은 구조적 변화에 의해 일어나는 치료 불가능한 정신 질환이 아니라 기능적인 변화에 의해 일어나는 질환이고, 이 기능적인 변화는 약물 투여로 충분히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을 support하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속속들이 보고 되고 있습니다. 자폐 관련 질환들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의약품이 수 년 내에 나올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간절한 소망입니다. 연구과정 중에 생긴 에피소드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좀 뜬금 없지만,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예수께서 열 두제자를 모으실 때 있었던 일화입니다. 예수의 제자 중에는 베드로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예수의 제자가 되기 전의 이 사람의 직업은 어부입니다. 하루는 밤 새도록 그물을 내렸는데도 물고기 한마리도 잡지 못하고 빈 손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와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데 예수께서 찾아오셔서 배를 설교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지 물으십니다. 청중이 너무 많아 배를 바다에 띄우고 설교하시기 위해서 였죠. 베드록가 허락하자, 예수께서 배에서 설교를 하셨고, 마치시고 나서 베드로에게 개인적으로 찾아 가십니다. 그리고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어촌에서 나고 자랐고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베드로에게, 직업이 목수였던 예수께서 다시 나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하니 답답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순종하고 그물을 내립니다. 그 결과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고기가 잡혔고 배 두 대에 가득 채우고도 남는 양을 잡았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하면서 저는 베드로와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1997년 부터 연구실 생활을 해 오면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연구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안다고 생각한 제 나름대로의 어줍쨚은 자신감으로 시작한 유학생활은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야심만만하게 세운 연구 계획은 lab meeting에서 웃음꺼리가 되기 일쑤였고, 늦은 나이에 좋은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유학 생활이라는 불확실성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제 마음 깊숙히 안겨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다 어찌어찌 완성된 첫번째 논문은 무려 18개월 이라는 긴 시간 동안 5개의 journal들로 부터 6번의 reject을 받게 되었고, 제 자신감은 이미 바닥을 치고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갈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박사 4년차 어느 수요일 저녁이었습니다. 평소와 같이 수요 예배에 참석해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자폐증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전에 자폐증에 대해 공부한 적도 없고, 주변에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은 제 자신으로 부터 오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어떤 힘에 이끌리어 자폐증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리뷰 페이퍼를 찾아 읽고, 관련 실험들을 찾아보고 하면서, 어떤 아무 근거 없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연구하고 있는 Dravet syndrome 마우스 모델도 자폐증 증상을 가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그 당시, Dravet syndrome과 자폐증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한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그런 분야였습니다. Electrophysiology 가 주 연구 분야였던 연구실이기에, behavioral test를 수행할 수 있는 어떠한 tool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잠시 들더라도 이내 포기해 버렸을텐데, 그 때는 무슨 용기인지, 제가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behavioral test maze를 직접 만들게 되었습니다. 자폐증의 가장 큰 phenotype인 impaired social interaction을 test하기 위한 3-chamber apparatus라는 maze가 필요했는데, zebrafish를 연구하는 옆 실험실의 남는 수조를 가지고 3-chamber apparatus를 급조하기에 이릅니다. 그것을 이용하여 얻었던 첫번째 data는 급조된 장비를 이용한 것 치고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을 회상하면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Mutant와 WT mouse간의 극명하게 구별되는 phenotype을 봤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그 data를 바탕으로 지도교수님을 설득할 수 있었고, 새롭게 제작된 훌륭한 behavioral maze들을 가지고 순탄하게 모든 연구들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도 우연으로 돌리기엔 너무나도 극적인 순간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었습니다. Behavioral test를 수행할 수 있는 room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던 저희 실험실은 다른 behavioral lab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room을 빌려 사용해야하는 실정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제가 autism 연구를 수행할 때, 그 공동 연구 연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졸업하거나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 제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연구 시간을 극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습니다. Mechanism study를 하기 위해서는 conditional knockout mouse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는데, 그 mouse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저희 연구실의 동료 박사과정 학생이 그 mice를 다른 연구를 위해 만들었고, 자신의 연구가 끝이 나서 제가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사실 그 쥐들은 제가 그 학생에게 문의하기 이틀 전에 이미 죽을 (Euthanize) 운명의 쥐들이었습니다. Mouse maintenance cost가 연구실 연구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 사용한 쥐들은 바로 죽이는 것이 연구실의 rule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마침 동물실의 Euthanasia 전용 hood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그 쥐들의 수명이 이틀 더 연장이 되었기 때문에 제가 극적으로 그 쥐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한, 연구가 거의 끝나 갈 무렵 참석했던 Neuroscience Meeting에서, 일본의 연구 그룹이 제가 사용한 쥐와 동일한 쥐를 가지고 제 결과와 완전히 동일한 결과를 발표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연구 결과가 무사히 publish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이 모든 결과가 제 노력과 수고가 아닌, 우연을 가장한 완벽히 설계된 필연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다시 성경의 일화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기적을 체험한 베드로의 반응은 상당히 의외입니다. 예수께 향하여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합니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예배를 열심히 드리면 하나님이 지혜를 주신다는 것도 아니고, 베드로 처럼 순종하면 좋은 연구 결과가 차고 넘치게 된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제 이름으로 publish된 이 소중한 논문이 제 노력과 수고가 아닌, 100% 하나님의 노력과 수고에 의해서,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서 이루신 것이라는 것을 동료 연구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구요. 그리고 또 하나, 베드로의 고백 처럼, 하나님을 향한 제 고백을 여러분 앞에서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부족하고 연약한 저를 택하시고 구원하시고 사용하셔서 큰 일을 이루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와 찬양과 존귀를 세세 무궁토록 올려드리길 원합니다!" 이전 인터뷰 보기 /myboard/read.php?id=33487&Board=tr_interview&qintervie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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