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에 대한 최초의 효과적인 치료법”
이런 문구를 뉴스나 연구 홍보자료에서 본다면 많은 사람이 한 번쯤 클릭해 보겠죠? 올해 초, 스페인의 한 연구팀이 여러 약물을 함께 투여하자 생쥐에서 췌장암 종양이 사라진 상태가 유지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 치료가 어려운 췌장암에 대한 매우 귀중한 성과였지만, 이 연구는 어디까지나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습니다. 사람에게도 효과가 나타나는지, 심각한 부작용은 없는지 등은 아직 알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연구 결과 자체보다 그것이 대중에게 소개되는 방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EL PAÍS의 보도에 따르면 (2), 연구진과 관련된 회사는 홈페이지에 “췌장암에 대한 최초의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는 문구를 사용했고, 일부 뉴스에서는 기적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확인된 것은 특정 치료가 생쥐 모델에서 효과를 보였다는 사실이었을 뿐,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되었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보도 이후 많은 췌장암 환자들이 연구기관에 치료를 문의했고, 결국 회사는 처음 사용했던 홍보 표현이 잘못된 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인정한 뒤 홈페이지의 문구를 보다 신중한 내용으로 바꾸었습니다.
연구 결과 자체가 거짓이었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과학적으로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는 성과였습니다. 다만, 이 사례는 연구 결과를 쉽게 설명하는 것과 연구 결과를 실제보다 크게 말하는 것이 전혀 다른 일임을 보여줍니다.
이제 연구 성과를 연구자들끼리만 공유하는 세상은 아닙니다. 많은 대중에게 알리는 일도 중요하죠. 우리가 사용하는 연구비의 상당 부분은 세금에서 나오며, 과학의 발전은 결국 사회로 환원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종종 전문용어를 빼고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당연히 과학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전달하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어려운 수식과 전문용어가 가득한 논문을 그대로 설명하면 대중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비유를 활용하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단순화하여 흥미와 이해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쉽게 전달한다는 것이 곧 내용을 부풀리거나 중요한 부분을 생략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죠. 쉽게 전달하면서도 연구의 본질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연구의 한계나 불확실성을 숨기고, 연구 결과의 의미를 실제보다 크게 표현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연구 결과를 대중에게 전달할 때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자와 의료인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내용이 전달되는 과정에서도, 우리가 가진 근거보다 더 강한 결론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논문의 고찰, 학회 발표, 임상진료지침이나 전문가 합의문을 작성할 때에도 결국 중요한 질문은 같습니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근거를 바탕으로 우리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전문가 합의문은 충분한 연구가 없을 때 임상적 판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필요하지만, 제한된 연구와 전문가 의견에 크게 의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전문가와 학회의 이름으로 발표되면, 합의문에 담긴 문장이 실제 근거보다 훨씬 확실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체계적 문헌고찰이라고 해서 모두 질이 높은 것도 아니며, 합의문이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문서의 이름이나 권위가 아니라, 그 결론이 어떤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그 근거가 얼마나 확실한지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학적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단순히 틀린 정보를 말하지 않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관찰된 연관성을 인과관계처럼 표현하지 않는 것, 동물실험의 결과를 사람에게 바로 적용하지 않는 것, 하나의 연구를 확정적인 결과처럼 설명하지 않는 것, 전문가 의견을 이미 입증된 사실처럼 제시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표현의 강도는 언제나 근거의 강도와 비례해야 합니다.
연구 결과의 과장은 누군가에게 잔인한 희망고문이 될 수 있습니다. 암, 치매, 난치병 등과 관련된 하나의 연구 결과가 마치 당장 이용할 수 있는 기적의 치료법처럼 보도될 때, 절박한 환자와 가족들은 큰 희망을 품게 됩니다. 실제로는 아직 사람에게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을 때 느낄 실망은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겠죠.
또한 장기적으로는 과학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커피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좋다고 했다가, 아니라고 했다가 무엇이 맞는 거야?”, “매년 암을 정복했다고 기사가 나오는데, 왜 아직도 사람들은 암으로 죽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나의 연구 결과만으로 기사가 작성되고 뉴스화되면 상반된 결과가 나올 때마다 과학이 계속 말을 바꾸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과학 뉴스에 피로감을 느끼고, 정작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에도 그 목소리가 제대로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이루어지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논문의 성공적인 결과만을 자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연구가 어떤 연구인지, 해당 연구로 무엇을 말할 수 있으며 무엇은 아직 말할 수 없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연구의 한계는 무엇인지, 어떤 불확실성과 상반된 근거가 남아 있는지, 실제 진료나 정책에 적용하기 위해 어떤 검증이 더 필요한지도 함께 전달해야 합니다. 이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기사나 보도자료뿐 아니라 연구자 사이의 논문과 발표, 합의문과 진료지침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보도자료나 기사는 홍보팀이나 기자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자신의 이름과 연구가 담긴 내용이라면 연구자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초안을 받았을 때 내용을 검수하고, 자극적인 제목이나 단정적인 표현이 있다면 수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과장을 알고도 그대로 두는 것 역시 연구 결과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건강 관련 논문과 대학 보도자료, 이를 바탕으로 한 뉴스 기사를 비교한 결과, 동물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것처럼 확대 해석한 보도자료가 나왔을 때 관련 뉴스의 86%가 같은 과장을 반복했습니다 (3). 반면, 보도자료가 과장되지 않았을 때 그런 뉴스는 10%에 그쳤습니다. 언론 보도의 문제는 종종 연구기관이 어떤 문장으로 연구를 소개하는가에서 시작되는 셈입니다.
정직한 연구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데이터를 설명하고 해석하며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까지 이어집니다. 좋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연구 결과를 얼마나 흥미롭고 강하게 전달하느냐가 아니라, 현재의 근거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말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발견한 것만큼이나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는 태도 역시 리서치 인티그리티의 중요한 일부일 것입니다.
참고문헌
- Liaki, Vasiliki et al. “A targeted combination therapy achieves effective pancreatic cancer regression and prevents tumor resistanc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vol. 123,23 (2026): e2610708123. doi:10.1073/pnas.2610708123
- Ansede M. The true story behind Mariano Barbacid’s ‘first effective therapy against pancreatic cancer’. EL PAÍS English. February 9, 2026.
- Sumner, Petroc et al. “The association between exaggeration in health related science news and academic press releases: ret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BMJ (Clinical research ed.) vol. 349 g7015. 9 Dec. 2014, doi:10.1136/bmj.g7015
- 본문은 생성형 AI를 구성 아이디어 정리와 문장 표현 개선 등 작성 과정 전반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원고의 표현은 직접 검토 및 수정 후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