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률이 3%라고 하는 독일의 뇌과학 대학원 프로그램에 합격했다. 그게 내 인생에서의 터닝포인트였다.
나는 현재 뮌헨대학교(Ludwig-Maximilians-Universität München)의 GSN(Graduate School of Systemic Neurosciences) 뇌과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지원할 때만 해도 사실 이렇게 경쟁률이 높은지는 몰랐다. 단순히 GSN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어 지원하게 됐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영어로 지원 동기서를 쓰고 3번의 인터뷰까지 치르면서 합격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메일로 합격 통보를 받고 실감이 났던 것 같다.

사실 유학 국가로 독일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학비가 무료였다는 점과 해외 생활을 간절하게도 하고 싶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굳이 석사 말고 박사 유학으로 해외에 나가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들었다. 그 말도 일리가 있긴 했다. 나는 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했기에, 석사 과정에서 좋은 실적을 쌓는다면 미국 박사 합격이 나름 수월하리라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해외 생활이 너무나 궁금했다. 그래서 1년이라도 더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시에 박사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았던 터라, 해외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박사 유학을 해야겠다는 선택지가 내겐 너무도 무모했다. 당시에 나는 만약에 한국에서 석사 학위를 해보는 시나리오를 상상했었다. 이후에 내가 번아웃의 이유로 박사 학위에 관심이 없어진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상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독일을 택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뇌과학 분야에서 미국과 독일 쪽의 연구 및 커넥션이 더 나은 환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뇌과학은 융합 학문이자 비교적 신생 학문이라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이때 독일은 뇌과학 커리큘럼이 잘 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독일 대학원에 도전하게 되었고 지원한 모든 대학원에 합격했다.
한국에서만 나고 자랐기에 유학 생활이 쉽고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래도 지금은 잘 적응해서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 토박이가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장단점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리고 싶다.

독일 유학의 가장 좋은 장점은 학비가 무료라는 점이다. 보통 석사 유학은 돈이 엄청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데 독일의 경우는 그 정도는 아니다. 학비가 무료라고 해서 수업과 연구의 질이 떨어지리라 생각하면 큰 오해다. 오히려 이곳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은 국제적인 분위기라고 하겠다.
현재 내가 논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연구실만 해도 나를 포함해서 한국인, 독일인, 이탈리아인, 중국인, 터키인 등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공부하다 보니 시야가 정말 많이 트였다.
내가 은근히 고집쟁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독일에 온 이후로 생각이 많이 유연해졌다. 나한테 정답인 것이 저 사람한테는 정답이 아니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독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소가 많다는 점도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대표적으로 막스플랑크, 헬름홀츠,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이 있다. 나는 현재 DNZE(German Center for Neurodegenerative Diseases)라는 독일 뇌 질환 연구 센터에서 석사 논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DZNE는 헬름홀츠에 소속된 연구 센터이다.
그리고 석사 유학을 통해 독일로 오게 되면서 박사 지원까지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점도 좋다. 독일에서 박사 과정은 학생의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직업이자 연구자로 여겨지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 게다가 유급휴가가 1년에 30일이 주어지기 때문에 한국과 비교하면 박사의 워라밸이 그래도 잘 지켜지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네 번째 장점이라고 하면 뇌과학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석사는 한국의 석사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독일의 석사 과정은 두루두루 넓은 지식을 흡수하고 박사 과정에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앞으로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수면장애와 정신질환’, ‘공감 능력 신경생물학’, ‘Songbird Neuroscience’ 등의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뇌과학의 연구 분야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이 덕분에 뇌과학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이제는 독일 석사의 단점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의 석사 과정은 분야를 좁혀서 훨씬 심도 있게 배운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논문을 publication 할 기회도 있고, ‘연구자’로서의 소양을 키우는 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흔히 말하는 연구자로서의 실적은 한국 석사 과정에서 만들기가 쉬운 것 같다. 그리고 본인이 만약 미국 탑스쿨 박사 유학을 노릴 실적이 필요하다면 한국 석사를 택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경우는 뇌과학을 연구하는 데에 필요한 기본 과목부터 해서 세미나, 발표 수업, 인턴십 등으로 석사 과정이 구성된다. 학사의 심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논문을 실질적으로 쓰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시간은 정확하게 6달만 주어진다.
그렇기에 학사 시절부터 연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한 사람들은 독일 석사에 오면 붕 뜨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단점이 나에게는 적합한 조건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정말 연구하고 싶은지도, 그리고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도 갈피를 못 잡았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에서 두루두루 많은 걸 배우는 석사 과정이 나에게는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독일 유학의 또 다른 단점은 무엇일까?
바로 언어 장벽이 있겠다.특히 독일어는 배우기가 쉽지 않은 언어다. 세상에, 단어에 성별이 있다니. 여성명사, 남성명사, 중성명사라는 개념은 정말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독일에서 1년 6개월을 살았지만, 마트에서 계산하는 것 빼고는 독일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영어만 알아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어를 못하면 은근한 차별과 불편함이 존재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박사를 독일에서 계속하게 될 계획이라면 독일어는 반드시 중급까지는 배우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인생에서 깨달은 점이 있다.
무언가를 택했을 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점이다.그래도 나는 빨리 해외에 나와서 학업을 시작한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영어도 빨리 트일 수 있었고 좋은 인연들을 이곳에서 많이 만날 수 있었기에 감사하다.
누구는 조기유학을, 누구는 포닥을, 누구는 박사로, 누구는 학사로 해외에 처음 나온다.
사람마다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다른 셈이다.

해외에 혼자 나가려면 두려움이 많이 앞선다. 나 또한 그랬다. 국내파 출신이고 교환학생 경험도 없어서 행정 처리부터 인종차별 걱정까지 모든 게 고민투성이었다. 그럼에도 어느덧 1년 6개월 동안 뮌헨이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
사실 내가 뮌헨에서 살 것이라고는 3년 전의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뮌헨’이라는 도시 이름을 들었을 때, ‘베를린’보다 존재감이 조금 떨어지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정이 들었다고, 마치 내게 제2의 고향이 된 것 같다.
앞으로 다양한 주제로 독일에서 경험한 인사이트들을 공유하고 싶다. 곧 내가 재학 중인 대학원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 독일 석사를 지원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