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글은 정확한 지식이나 권고를 드리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연구실/강의실에서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글로 나누고, 일에 매진하시는 우리 연구자들에게 잠깐의 피식~하는 웃음 혹은 잠깐의 생각,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면(3초 이상) 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러분의 뇌세포가 안 좋아지니,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물리학을 가르칩니다. 오늘은 실험을 하는 날이고, 학생들에게 파동에 관한 실험을 지도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매뉴얼에 적힌 실험 장치를 스스로 구성하고, 그 장치를 구동시켜서 데이터를 얻습니다. 저는 그런 학생들을 돌아보며, 질문을 받고, 대답하고 그런 식입니다. 보통은 수업 전에 Recitation을 통해서, 오늘 실험할 내용과 배경에 관한 설명을 하는데, 오늘은 학생들이 집에 빨리 가고 싶었는지, 전반부의 설명을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실험을 하는 학생들은 제법 똑똑한 학생들이어서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대신 실험 매뉴얼을 상세히 읽고, 천천히 따라 하라고 했습니다.
잘 되었을까요? 그럴 리가 없죠.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고, 저는 그것을 설명해 주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오늘 실험에서 학생들은 진동의 매질, 즉 줄의 길이와 질량을 측정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줄의 길이를 희한하게 재고 있는 학생들을 보았습니다. "이보게 학생들, 그게 뭔가? 줄을 실험대 위에 곧게 펴고 재야지, 그런 식으로 측정하면 오차가 너무 크지 않겠나? 오차의 중요성을 지난 학기부터 계속 이야기했는데, 아직도 오차를 가볍게 여기면 안 되지." 순간 정적이 흐르고, 학생들은 나의 말이 별로 달갑지 않았는지 별 말이 없습니다. 요즘 학생들의 일상입니다. 자신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달가워하지 않는 것 말입니다. 저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이 오차에 관해 저는 많은 경험들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포닥으로 일할 때, 대학원생들이 오차를 엉터리로 처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룹미팅에서 학생들이 보여주는 그래프와 테이블에 있는 수많은 오류들, 한 장의 ppt가 머무는 시간이 고작 30초에서 최장 1분이 넘지 않으니, 그 짧은 시간에 자신들의 데이터가 읽히지 않을 거라 생각을 한 것인지 무수히 많은 오차들이 난무했습니다. 하나하나 물어보면, 마지막 대답은 통계를 잘 몰라서 그냥 대충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에게 일일이 오차를 처리하는 방법들을 가르쳐야 했던 시간들이 기억납니다. 교수가 되어서 이 학교로 와서 처음에 참석했던 학부생들의 연구 발표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슬라이드 속에서 오차를 순식간에 잡아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순식간에 그 학생의 연구를 이해해야 하고, 머릿속으로 빨리 계산을 해야 하고, 표시된 오차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학생들은 오차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그래프와 표에 아예 오차가 표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실험은 여러 번에 걸쳐서 해야 하고, 오차를 계산하여, 표기해야 한다고 설명을 하니, 그다음 해부터는 일관적으로 표준오차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x값에 따라 y값이 각각 독립적으로 측정된 데이터라면, 그 전체에 표준오차 하나를 붙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각 점은 서로 다른 조건에서 얻은 값이기 때문입니다. 난감함의 연속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각 학생들에게는 각각의 지도교수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는 것입니다. 두 가지 가능성이 떠오르는데, 지도교수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거나, 혹은 지도교수와 상의 없이 학생이 임의대로 ppt를 작성한 것입니다.
지난주에 아르테미스가 달을 돌고 돌아왔습니다. 원래 3월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연료계통에 누수가 있다고 하며, 4월로 발사를 미뤘습니다. 친구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친구의 입을 통해 듣고 있었습니다. 로켓이 올라가는 날, 친구가 말하길, "별 일 없이 올라가야 할 텐데, 사람이 타고 있어서..."라길래, 로켓의 발사에 탑승자들의 생명이 걸려 있고,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졸인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 3월에 연료계통에 누수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대학원에서 액체 질소, 액체 산소, 헬륨, 수소들을 매일 사용하던 경험이 있어서, 특히 수소와 헬륨의 누수를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발사가 조금 연기되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이곳저곳 확인할 곳이 많았는지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저는 실제로 로켓 연구를 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신중히, 책임감 있게 일할 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미국은 두 번의 우주왕복선 사고가 있었고, 그 이전, 아폴로 계획 때도 지상실험 중 대원들의 사망사고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의 경우, 생중계되는 가운데, 73초 후 사고가 났었습니다. 수많은 부품들이 얽혀 있는 가운데, 작은 부품 하나도 소홀히 다룰 수 없는 것이 바로 로켓 작업입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만든 로켓을 내가 탈 수 있을까? 미안한 얘기지만, 저는 사양할 것 같습니다.

'히든 피겨 (Hidden Figures)'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962년 Friendship 7 임무를 배경으로 합니다. 캐서린 존슨 (Katherine Johnson)이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영화에서는, 이 여성의 계산 솜씨가 좋아서, 다른 나사 공학자들의 계산보다 정확하게 묘사됩니다. 영화에서 로켓을 타게 될 존 글렌 (John Glenn)은, “컴퓨터가 계산한 결과를 그 여자에게 다시 확인하게 하라. 그녀가 맞다고 하면, 나는 타겠다.”는 대사를 말합니다. 실제로도 존 글렌은 컴퓨터의 결과를 캐서린에게 확인시키라고 했다고 합니다. 나사의 많은 공학자들과 초창기의 IBM 컴퓨터의 궤도 계산 결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로켓을 타는 사람에게, 캐서린과 같은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일을 하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연구는 누구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나요? 저는 화합물을 만들고, 순도를 측정할 때, 늘상 이 화합물을 주사로 맞을 쥐들을 생각했습니다. 비록 나와는 몇 주 정도의 인연이었겠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만든 새로운 화합물들이 삼중음성 유방암 세포가 퍼진 쥐들에게서, 암세포의 크기를 줄이고, 쥐들의 생명을 늘릴 수 있도록, 그리고 종국에는 환자들의 생명들을 살리기를 바라며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습니다. 나도 모르게 몸에 밴 습관이 나타납니다. 우리가 일할 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지금이니까 이렇게 대충 하는 거라고, 진짜라면, 그때는 다르게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결국 평소에 몸에 밴 습관이 나도 모르게 내 일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누군가의 학생이었을 때 오차를 대충 넘긴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 저를 붙잡아 준 누군가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겠지요. 오늘 제가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한 것도, 결국 그 빚을 갚는 일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봅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