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글은 정확한 지식이나 권고를 드리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연구실/강의실에서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글로 나누고, 일에 매진하시는 우리 연구자들에게 잠깐의 피식~하는 웃음 혹은 잠깐의 생각,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면(3초 이상) 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러분의 뇌세포가 안 좋아지니,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말 오후, 나른한 느낌에 침대에 누워 유튜브 숏츠를 보고 있었습니다. "백인 다큐 촬영의 충격적인 실체"(https://www.youtube.com/shorts/cebkyvYsaF4)라는 짧은 필름을 보았는데, 어떻게 백인들이 아프리카의 삶을 비틀어서 촬영을 하고, 그것을 세계에 알렸는지를 조롱하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유명한 숏츠라서 이전에도 여러 번 보았지만, 갑자기 이와 관련된 일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마지막 포닥으로 일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때, 지도교수는 아프리카 출신의 교수였는데, 놀라운 통계적 사실은 세계 화학계에 단 1%의 아프리카계 교수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귀하신 분을 지도교수로 모시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연구실의 인종구성이 조금 흥미로운데, 제가 연구실에 합류한 시점에서는 연구원의 수만큼 다양한 국적이 존재했고, 그 이후로는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아프리카의 나라들로 구성되었고, 나머지는 그 외 지역의 외국인, 그리고 극소수의 미국학생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교수님께, 그 이유를 물었는데, 교수님의 답변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보면, 외국 국적의 학생들이, 뭔가 좀 더 파이팅이 넘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연구실에 조인했을 때는 가나 출신의 대학원생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이 친구를 만났을 때(이하, S라고 부르겠습니다.), 저는 정말, 이 친구에 대해 많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아프리카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단, 저는 S가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얼마나 공부를 잘했기에, 비행기를 타고 미국까지 와서 공부를 할까?라는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나중에 학과장님께 들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당시 미국이 중국과 정치적인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어서 중국 학생들에게 입학을 허용해도 비자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학생 수급에 문제가 생기니, 동남아시아 국가와 아프리카 국가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유럽, 일본, 한국 학생들의 유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한 상태에서, 유학생 다채널화를 이루기 위한 조치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서로를 안다고 생각했을 즈음에,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이봐, S, 내가 너네 나라에 대해서 잘 몰라서 묻는 건데, 네가 사는 곳엔, 사자와 코끼리가 돌아다녀?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들은 이런 질문을 하는 저를 무지하게 여기실지 모르지만,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여행 유튜버들이 많지 않았고, 아프리카라는 나라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미지의 나라였습니다. 제가 다양한 채널, 비영리 기관, 혹은 종교 기관의 사람들을 통해 들었던 아프리카에 관한 자료들은 언제나 굶어 죽는 아이들, 물이 없어서 흙탕물을 마시는 사람들, 물을 얻으려고 수 km를 오가는 아이들, 아파서 죽어가는 아이의 몸에 파리가 잔뜩 들러붙은 사진 같은 자료들이 전부이던 시절이었습니다.
S는 진짜 심각한 얼굴로, "No"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자신도 그런 것들을 보려면 한참 멀리 가야 하고, 그런 동물들은 보존지구에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날, 저는 진짜 아프리카에 대해 궁금했던 모든 질문을 S에게 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S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것들이 얼마나, 치우치고 편향된 지식으로 가득 찼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가 생활이 어렵고 경제가 덜 발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그동안 보고 들었던 것들은, 보편적인 지식이 아닌, 아주 특수한 지역에 관한 것들이었음을 말입니다. 저는, 저를 속인 사람에 대한 원망보다, 비판적 사고와 질문 없이 "속은"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숏츠의 댓글들을 읽어보니, 더 이상 이런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의 단체에는 후원하지 않는다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사실은 저도, 기회가 되는대로 후원에 참여를 했었기에, '내가 참 한심한 인생이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또 다른 사람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선교사의 자녀로 성장해서 미국에 와서 공부를 했는데, 처음에는, 그가 참 어렵게 살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제 머리는, 오랫동안 반복적인 편향된 지식으로 말미암아 아프리카에 대한 관념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비뚤어진 인식을 갖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S학생과 오랜 이야기를 마치며, 저는 그 학생에게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S, 사실 나는 잘못된 지식과 정보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해 오해했던 것 같아. 나는, 돈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자동차 대신 코끼리를 타고 다닌다고 생각을 했거든. 음식은 자연으로부터 사냥과 채집을 통해 얻고 말이야, 그래서, 아프리카는 나에게 빈곤과 질병이라는 수식어의 나라로만 인식이 되었는데, 너와 대화를 하면서, 내가 진짜 아프리카에 대해 배운 것 같아, 고맙다."
그 이후로도 많은 아프리카 학생들이 연구실에 조인을 했습니다. 아프리카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은, 다양한 환경에서 왔기에, 어떤 친구들은, 추장이나 부족장, 혹은 왕의 자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생활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평범하게 사는 학생들도 있었고, 제 각각이었습니다.
과학을 하는, 연구자들에게 있어서 정보의 객관성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이 기본이 깨지면, 과학은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노력을 하고, 이론적으로,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너무 어려서부터 인식된 많은 지식들은, 객관화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로 우리의 생각 속에,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것이 사실인양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자들의 탓도 있겠지만, 그것을 확인하지 않은 우리의 잘못도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연구실 안팎에서, 당연한 듯 굳어버린 지식에 가끔 물음표 하나씩 달아보는 것, 저도 여전히 연습 중입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